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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빨-210화 (205/1,794)

템빨 19권 - 15화

[스무 번째 섬에 입장하였습니다.]

그리드가 19개의 섬을 돌파하고 20번째 섬까지 도달하기까지 소요한 시간, 정확히 45시간 19분이었다.

보물찾기 미션을 만능열쇠로 돌파하고, 벼락 피하기 미션은 거대 피뢰침을 제작하여 돌파하는 등, 일반적인 도전자들은 큰 시간을 허비했던 관문들을 그리드는 재치로 쉽게 클리어할 수 있었던 까닭이다.

그리고 그건 템빨단원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리드에게 마흔 번째 섬까지의 공략법을 듣고 만반의 준비를 갖췄던 템빨단원들.

그들은 그리드만큼이나 빠른 속도로 스무 번째 섬에 진입할 수 있었다.

‘스무 번째 섬의 미션은 지옥달의 시선을 피하는 것.’

그리드가 알려준 공략을 떠올린 템빨단원들 전원.

스르륵-

투명망토를 걸치더니 섬에서 자취를 감춰버렸다.

그 탓에 각 인던의 지옥달들은 아무런 활약도 펼칠 수가 없었다.

이 모든 게 그리드의 공이었다.

***

국가대항전까지 39일 남은 시점.

랭킹 1위 크라우젤은 선택의 기로에 섰다.

남은 기간 동안 번헨 열도에 재도전 하느냐, 아니면 피아로에게 재도전을 하느냐 하는 것이었다.

‘번헨 열도에서는 스킬과 엘릭서를 확보할 수 있고.’

피아로에게 도전하여 승리할 경우 레전드리 클래스 검성으로 전직할 수 있다.

둘 중 하나만 공략하더라도 크라우젤은 국가대항전에서 보다 압도적인 활약을 펼칠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둘 다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현재로서 피아로에게 도전하여 승리할 가능성?

크라우젤이 계산하기로 채 30퍼센트도 안 됐다.

그렇다면 번헨 열도는?

‘번헨 열도의 클리어 가능성은 더욱 더 낮아.’

크라우젤이 번헨 열도에 재도전하지 못하는 이유는 서른 번째 섬의 말도 안 되는 난이도 때문이었다.

과거에 겪었던 시련을 재현하는 서른 번째 섬.

그곳에서 크라우젤은 대악마 푸르푸와 싸워야만 했다. 레벨이 채 180도 안 되는 상태로 말이다.

‘푸르푸…’

검성 뮐러에게 본신을 잃은 대악마 중 하나.

과거의 크라우젤은 푸르푸를 우습게 여겼었다.

제아무리 대악마라고 해봤자 본신을 잃은 존재. 중급 악마의 몸을 빌려 강림한 녀석 따위 자신이 충분히 레이드할 수 있으리라 과신했다.

결과?

처참했다.

세상 끝까지 쫓아오는 푸르푸에게 연달아 세 번을 죽었었다. 기연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면 몇 번을 더 죽었을지도 모른다.

‘번헨 열도는 내 능력으로 클리어할 수 없는 곳이다.’

판단을 내리는 크라우젤의 표정이 씁쓸했다.

그리드와 자신을 비교하는 것이었다.

그리드, 내게 최초의 패배를 안긴 플레이어.

그자는 서른 번째 섬을 돌파하였다고 말했었다.

과거에 겪었던 시련을 극복해내다니 실로 놀라운 저력을 지닌 사내다.

“…흠.”

생각해보던 크라우젤이 동대륙으로 관심을 돌렸다.

동대륙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백의 검객의 전용 아이템과 전용 스킬들, 그리고 빠른 레벨 상승이었다.

번헨 열도나 피아로를 공략하는 것보단 가치가 낮았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보상들이 즐비해 있었다.

‘국가대항전까지 동대륙에 머물러야겠군.’

신중하게 결정한 크라우젤이 동대륙 이동 포탈을 사용했다.

***

“이거 참 어렵네.”

마흔 번째 섬.

게임 시간으로 3일 동안 연살파(聯殺派)와 극살(極殺)의 조합을 연구한 그리드였지만 원하는 결과를 이루지 못했다.

연살파(聯殺派)와 극살(極殺)을 조합하는 타이밍, 결코 쉽게 잡을 수가 없었다.

‘황당할 정돈데.’

연(聯) 이후 살(殺)을 연계하기까지의 시간 차, 0.1초에서 3초에 이르기까지 몇 번이나 다양하게 시도해봤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살파(聯殺派)는커녕 연(聯), 혹은 연살(聯殺)만 발동되었으니 그리드는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벌써 3일 동안 이 짓을 하고 있건만…’

최선을 다함에도 불구하고 성과를 내지 못한다는 것, 사람을 초조하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그리드는 머리가 아팠다.

본인의 저급한 재능에 새삼 다시 한탄했다.

하지만 여전히 좌절하진 않았다.

그리드에겐 아직 희망이 있었으니까.

‘어쩌면 연(聯)과 살(殺) 사이의 간격뿐만이 아니라, 또 다른 조건을 충족시켜야 연살파(聯殺派)가 완성되는 걸 수도 있다.’

또 다른 조건이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해서는?

“분신과 한 번 더 싸워야겠지.”

지금 상태로 분신에게 재도전해봤자 이길 수 없다는 사실, 누구보다 그리드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리드는 두려워하지 않았다.

실패가 두렵다고 정체되었다가는 아무 것도 이룰 수 없었기에.

“다시 간다.”

심호흡하고 마음을 추스른 그리드가 마흔한 번째 섬으로 향하는 게이트로 발을 옮겼다.

분신과 다시 한 번 더 싸움으로서, 분신이 연살파(聯殺派)와 극살(極殺)을 어떤 식으로 조합하는지 그 과정을 똑똑히 눈에 담을 각오였다.

***

[마흔한 번째 섬에 입장하였습니다.]

[미션이 생성됩니다.]

<마흔한 번째 섬>

자기 자신과 싸워서 이겨라!

최초 클리어 보상:스킬 한 개의 레벨을 올릴 수 있다.

지형적 특징이 딱히 없는 평평한 섬.

그 작은 섬에 발을 들인 그리드를 마중 나온 건 그리드의 분신이었다.

“파그마의 검무.”

과연, 3일 전과 같다.

그리드의 분신은 그리드가 섬에 입장함과 동시에 선공을 날려 왔다.

‘이번에도 연살파(聯殺派)겠지?’

그리드는 집중했다.

분신이 어떤 원리로 연살파(聯殺派)를 조합하는 것인지, 그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서 눈 한 번 깜빡이지 않고 분신의 움직임을 지켜봤다.

분신이 스킬을 사용했다.

“초연(超聯).”

“이런 염병.”

어서 내가 바라는 스킬이나 사용할 것이지, 생뚱맞게 초연(超聯)이라니?

이를 간 그리드가 똑같이 초연(超聯)으로 응수, 직면해오는 수십 줄기의 검기를 모조리 상쇄시켜버렸다.

이때 발생하는 폭음이 대지를 격동시켰고 해안이 요동쳤다.

레전드리급 스킬간의 충돌이니만큼 충격의 여파가 어마어마했던 것이다.

콰아아아아아앙-!!!

“큭…!”

휘몰아치는 모래폭풍에 시야를 방해받은 그리드가 뒤로 물러서는 반면 분신은 다른 선택을 했다.

모래가 눈을 파고들어 고통을 줌에도 불구하고 인내, 도리어 앞으로 돌진하여 그리드에게 이야루그트를 찔러 넣었다.

초연(超聯)을 사용한 직후라 아직 <그리드의 대검>을 무장하고 있던 그리드는 이야루그트의 검로를 읽어낼 수 없었다.

서걱!

허벅지를 베인 그리드.

자신 또한 뒤늦게 이야루그트로 스왑해 보지만,

“파(派).”

이야루그트를 다시 그리드의 대검으로 스왑한 분신이 스킬을 전개, 그리드에게 연달아 타격을 입혔다.

‘무기를 스왑하는 속도가 왜 이렇게 빠르지?’

무기 스왑은 일련의 과정이 필요하다.

인벤토리를 열어서 기존에 사용 중이던 아이템을 집어넣고, 이때 동시에 원하는 아이템을 꺼내는 것이었다.

그리드의 경우 이와 같은 과정을 평균 2초 내외로 해냈다.

한데 분신은 1초가 채 안 되는 시간에 해내고 있었으니 그리드로서는 매우 당혹스러웠다.

‘나도 자주 하다보면 익숙해지겠지?’

혼란을 억제하고자,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그리드가 이야루그트를 휘둘렀다.

분신이 그리드의 대검을 무장하고 있는 동안 최대한 피해를 입혀놓을 요량이었다.

푸욱!!

보석처럼 빛나는 혈빛 잔광을 남기며 쏘아진 이야루그트가 분신의 옆구리를 찔렀다.

‘이대로 기세를 이어간다.’

그리드는 굳이 스킬을 사용하지 않았다.

연달아, 빠르게 이야루그트를 휘두르며 분신이 스킬을 사용할 틈을 주질 않았다.

분명히 효과적인 선택이었다.

분신은 검무를 펼칠 타이밍을 잡지 못한 채 방어에 집중하는 수밖에 없었다.

채챙! 챙!!

전투가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이야루그트와 이야루그트가 연신 맞부딪치면서 일대에 혈빛 잔광을 수놓았다.

‘생각해보자.’

어느 타이밍에 분신을 뿌리치고 스킬을 연계, 전투의 양상을 바꾸는 게 좋을지.

궁리를 거듭하고 있는 그리드에게 분신이 손가락을 뻗었다.

“매직 미사일.”

퍼엉!

“큭.”

매직 미사일(강화)의 캐스팅 대기 시간은 1초에 불과하다.

별도의 예비동작이라고는 손가락 하나만 뻗으면 되었으므로, 검을 휘두름과 동시에 시전이 가능했다.

그리드 또한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먼저 매직 미사일을 활용함으로서 전투의 양상을 바꾼 쪽은 분신이었다.

분신의 판단능력이 그리드보다 뛰어나다는 반증이었다.

“파그마의 검무.”

매직 미사일에 타격을 입은 그리드가 주춤거리는 사이.

어느새 그리드의 대검으로 스왑한 분신이 연(聯)의 검무를 펼쳤다.

그리드 또한 연(聯)을 전개, 똑같이 응수함으로서 상쇄시키고 싶었지만 그리드의 대검으로 스왑하기까지 시간을 소요한 게 문제였다.

그리드가 대검을 꺼내 쥔 순간, 이미 분신은 연(聯)의 검무를 완성시키고 있었다.

‘제길.’

그리드가 이를 악 물었다.

고통에 대비하는 것이었다.

한데 고통은 찾아오지 않았다.

분신의 검무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었다.

“살(殺).”

연(聯)에 이은 살(殺)의 검무.

‘연살(聯殺)인가!’

다행이다.

분신이 곧바로 연(聯)을 전개하였다면 대처하지 못했을 테지만, 거기에 살(殺)이 연계되었으므로 대처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생겼다.

타앗!

황급히 물러난 그리드가 신성의 방패를 꺼내는 순간이었다.

“파(派).”

“……!”

연살(聯殺)을 사용하는가 싶던 분신이 거기에 파(派)까지 조합시켜버렸다.

연살파(聯殺派)의 전조였다.

쿠르르르르르릉!!

허공에 연속적으로 찔러지는 살(殺) 위로 파(派)의 검기가 덧씌워졌고,

‘알았다!’

그리드는 깨달음을 얻었다.

연살파(聯殺派)를 조합하기 위해서는, 각 검무를 연계하기에 앞서 뒤로 반보씩 물러나는 게 기본이라는 사실 말이다.

‘드디어 나도…!’

희열하는 그리드.

하지만 마냥 기뻐할 상황이 아니다.

퍼퍼퍼퍼퍼펑!!

여덟 줄기의 살(殺)이 그리드에게 직격했다.

여기서 그리드는 랜디를 소환, 회(回)를 전개하게끔 만들었다.

쩌엉-!

선회하는 기운에 빨려 들어간 여덟 줄기의 살(殺)이 그대로 분신에게 되돌아갔다.

분신은 냉정 침착했다.

자신도 역시 랜디를 소환하더니 회(回)를 전개시킴으로서 대응했다.

그동안 그리드는 연(聯)과 살(殺)의 검무를 차례대로 밟고 있었다.

연(聯) 이후 살(殺)을 연계하기까지 시간을 정확하게 계산했고, 연계 전에 반보 뒤로 물러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리고 이어서 파(派)의 검무를 추었다.

쿠오오오오오!!

그리드를 중심으로 강력한 기파가 들끓었다.

연살파(聯殺波)의 기운이었다.

‘됐어!’

성공에 전율하는 그리드.

그에게 회(回)에 회(回)를 통해서 위력이 더욱 강력해진 여덟 줄기 살(殺)이 꽂혀들었다.

콰아아아아아아앙!!

지축이 흔들리는 폭발이 발생했다.

이대로 그리드는 치명적인 피해를 입는가?

기껏 캐스팅에 성공한 연살파(聯殺派)는 사용조차 못해보는가.

아니, 그렇지 않다.

아직 그리드는 핀치에 몰리지 않았다.

“연살파(聯殺派).”

“……!”

랜디와 위치를 바꿈으로서 위기를 모면한 그리드, 폭발에 시선을 사로잡혀 있는 분신의 측면으로 나타나 최강의 스킬을 전개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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