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템빨-205화 (200/1,794)

템빨 19권 - 10화

보우 마스터리의 레벨을 빠르게 올리기 위해서는 어떤 아이템을 제작해야할까?

칸과 피아로의 조언을 듣고 궁리해본 그리드가 결론을 내렸다.

‘다루기 어려운 활을 만들어야겠군.’

무기술 숙련도는 악조건 속에서 연마할수록 더 빨리 오르는 법!

마음을 정한 그리드가 <아이템 제작법 목록>을 펼쳤다.

템빨단원들의 아이템 제작 의뢰를 맡아온 그리드였기에 그의 아이템 제작법 목록은 벌써 수백 종에 이르고 있었다.

“흠.”

신궁 지슈카가 어렵게 수집해왔던 활의 제작법들.

그중에서도 레벨 제한이 가장 높은 것들을 살피는 그리드의 표정이 진중하다.

‘지슈카가 애용하는 불 속성 계열 활들은 나와 궁합이 안 좋고.’

그리드에게는 불과 관련 된 스킬이 없다. 기본 성능이 다소 떨어지는 대신 불 속성을 강화시켜주는 활들, 그리드의 입장에서는 기피함이 옳았다.

‘대궁도 패스.’

대궁은 연사 속도가 느린 반면 명중률과 공격력이 높다.

여기서 명중률이 높음이 문제였다.

그리드가 제작하려는 활은 ‘악조건을 재현하는 활’인 바.

‘도리어 명중률이 낮아야하니까.’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리드는 늘 최고의 아이템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해왔다.

지금처럼 어딘가 덜 떨어진 아이템을 만들고자 생각한 경험은 아예 없었다.

그렇기 때문일까.

씨익!

그리드는 지금 이 순간이 유난히 즐거웠다. 장점이 아닌 단점을 품은 아이템을 구상한다는 것, 색다른 재미가 있었다.

‘사람들이 괜히 고의적 트롤을 하는 게 아니군.’

깨달으면서, 그리드는 무속성 단궁의 제작법 2개를 펼쳐보았다.

<도안:천사의 활>

등급:레어~유니크

레어 등급 효과

공격력:230~249 연사 속도:+13%

*하나의 대상에게 세 번 연속으로 화살을 적중시킬 경우, 150퍼센트의 추가 피해를 입힙니다.

에픽 등급 효과

공격력:269~280 연사 속도:+17%

*하나의 대상에게 세 번 연속으로 화살을 적중시킬 경우, 200퍼센트의 추가 피해를 입힙니다.

*10퍼센트의 확률로 대상에게 상태이상 ‘매혹’을 겁니다.

유니크 등급 효과

공격력:300~334 연사 속도:+21%

*하나의 대상에게 세 번 연속으로 화살을 적중시킬 경우, 300퍼센트의 추가 피해를 입힙니다.

*20퍼센트의 확률로 대상에게 상태이상 ‘매혹’을 겁니다.

활의 양쪽 끝이 천사의 날개처럼 펼쳐져있는 아름다운 활입니다.

화살을 쏠 때마다 백색 깃털이 나부끼므로 대상이 현혹당합니다.

사용 조건:레벨 300 이상. 고급 보우 마스터리 2레벨 이상.

<도안:속사궁>

등급:레어~유니크

레어 등급 효과

공격력:210~228 연사 속도:+16%

*화살을 한 번 쏠 때 마다 연사 속도가 1퍼센트씩 상승합니다. 이 효과는 최대 50퍼센트까지만 적용됩니다.

에픽 등급 효과

공격력:230~250 연사 속도:+19%

*화살을 한 번 쏠 때 마다 연사 속도가 1퍼센트씩 상승합니다. 이 효과는 최대 55퍼센트까지만 적용됩니다.

유니크 등급 효과

공격력:253~280 연사 속도:+25%

*화살을 한 번 쏠 때 마다 연사 속도가 1퍼센트씩 상승합니다. 이 효과는 최대 60퍼센트까지만 적용됩니다.

활시위의 탄력이 도드라지는 활입니다.

빠르게 쏠 수 있는데 최적화되어있습니다.

사용 조건:레벨 300 이상. 고급 보우 마스터리 2레벨 이상.

‘속사궁을 만든다.’

마스터리 레벨을 빠르게 올리기 위한 기본 조건은 많이 사용하는 것이다. 연사 속도가 빠를수록 그리드가 원하는 형태에 적합할 수밖에 없었다.

마음을 정한 그리드가 용광로에 불을 붙였다.

화르륵!

전설적 대장장이의 완벽한 감각이 용광로 속 온도를 이상적으로 조절해나갔고,

따앙! 따앙!!

녹아내린 쇳물을 제련해나가는 망치질의 힘 조절이 완벽하다.

“오오오!”

“과연 공작각하!!”

대장간의 젊은 대장장이들이 탄복하였다.

그리드의 솜씨는 매번 보아도 놀라운 것이었다.

한데 완성되어가는 결과물의 형태가 조금 기이했다.

따앙! 따앙!

그리드가 제작하는 활의 균형, 매우 크게 어긋나고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젊은 대장장이들이 보기에도 활의 상태가 매우 안 좋아 보였다.

하지만 그리드는 전설의 대장장이가 아닌가?

활이 아무리 개떡같이 생겼어도 그리드에게 깊은 속내가 있는 것이려니, 젊은 대장장이들은 그렇게 해석했다.

이건 마치 종이에 점 하나 찍어놓고 수십억에 경매 붙이는 유명 화가의 작품을 보는 품평가들과 비슷한 심리였다.

웅성거림 속에서 그리드는 활 하나를 완성시켰다.

띠링~

[<해괴망측한 속사궁>을 제작하였습니다.]

<해괴망측한 속사궁>

등급:레어

공격력:30~183 연사 속도:+5%

명중률:-80%

*화살이 어디로 날아갈지 모릅니다.

전설의 대장장이 그리드가 제작한 활입니다.

활의 구조상 연사 속도는 제법이나, 균형이 조금도 맞질 않아 위력과 명중률이 매우 떨어집니다.

애초에 화살이 어디로 날아갈지를 모르므로 그냥 최악입니다.

이 활을 함부로 사용했다간 자칫 같은 편을 공격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드 일생의 오점으로 남을만한 쓰레기입니다.

사용 조건:없음. 사용하지 않는 것을 권고.

“…”

그리드는 <(신의 무기를 이해한)전설적 대장장이의 기술> 7레벨을 습득하고 있었다.

그리드가 제작하는 아이템들은 모두 제작법에 명시 된 것보다 최소 20퍼센트 이상의 능력치를 추가로 부여받는 게 정상이라는 뜻이다.

근데도 이 모양 이 꼴이다.

완성 된 <속사궁>의 위력이 너무 형편없었다.

‘역시 제작법에 어긋나선 안 되는 건가.’

아이템 제작법은 100퍼센트 재현함에 의의가 있다.

제작법을 그대로 따라서 제작해야지만 그 아이템 고유의 생김새와 성능을 구현할 수 있는 법이었다.

만약 제작법에 어긋날 경우?

지금처럼 아이템 완성도가 한없이 낮아지고 어떤 장애가 생길지 몰랐다.

‘그렇다고 트롤 아이템에 <아이템 창조>스킬을 사용하긴 아깝고.’

꽈악!

그리드가 망치를 쥔 손에 다시 한 번 힘을 실었다.

이번엔 활의 균형을 아주 최소한만 어긋나게끔 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그가 새로운 활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띠링~

[<이상한 속사궁>을 제작하였습니다.]

<이상한 속사궁>

등급:레어

공격력:160~181 연사 속도:+12%

명중률:-60%

*화살을 한 번 쏠 때 마다 연사 속도가 0.5퍼센트씩 상승합니다. 이 효과는 최대 30퍼센트까지만 적용됩니다.

*화살이 어디로 날아갈지 모릅니다.

..

사용 조건:레벨 300 이상. 고급 보우 마스터리 레벨 2 이상.

‘이번엔 조금 낫군.’

하지만 이것도 안 된다.

분명, 그리드는 명중률 떨어지는 활을 원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화살이 어디로 날아갈지 아예 모른다는 건 말도 안 됐다.

팀킬러가 되는 걸 원하지 않았던 그리드가 다시금 신중하게 망치질을 시작했다.

세 번째 활의 완성도는 매우 긍정적이었다.

<상태가 안 좋은 속사궁>

등급:레어

공격력:180~203 연사 속도:+14%

명중률:-40%

*화살을 한 번 쏠 때 마다 연사 속도가 1퍼센트씩 상승합니다. 이 효과는 최대 40퍼센트까지만 적용됩니다.

*화살이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날아갈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원하는 대상’에게 공격을 적중 시킬 경우, 보우 마스터리 스킬 경험치를 추가로 획득합니다.

전설의 대장장이 그리드가 제작한 활입니다.

이 활로 원하는 대상을 적중시킬 수 있으면 대단합니다.

사용 조건:레벨 300 이상. 고급 보우 마스터리 레벨 2 이상.

마스터리 스킬 경험치 추가 획득!

드디어 원하던 옵션이 등장했다.

‘조금 더 만들어보자.’

굳었던 표정을 푼 그리드가 다시금 망치질을 시작했다.

한편.

“아부부?”

아버지에게 인정받고자, 오늘도 어김없이 대장간을 방문한 로드.

일에 열중 중인 아버지의 곁에 널브러져 있는 활들을 확인한 녀석이 그것 중 하나를 손에 쥐었다.

“아부부!!”

로드가 뭐라고 떠들어댔다.

아버지가 만든 이 활들, 너무 멋지다. 라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어둠 속에서 카심이 속삭였다.

“마침 잘 됐군. 네겐 궁술도 가르쳐야 했는데.”

전설의 대장장이가 만든 활이라면, 필시 사용하기가 무척 편하고 명중률도 높을 터다.

‘생긴 게 좀 이상하긴 하지만.’

의심을 거둔 카심이 화살 하나를 꺼내 로드에게 건네주었다.

“자, 한 발 쏴보아라.”

따앙! 따앙!

현재 대장간에 있는 사람들 중 로드에게 관심을 보이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칸을 비롯한 백여 명의 젊은 대장장이들 모두 그리드에게 시선을 사로잡힌 상태였고, 그리드 또한 아이템 제작에만 전념하고 있었다.

이틈에 로드가 화살 한 발 쏜다고 해서 딱히 문제될 건 없어 보였다.

“아부부!”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는 로드.

그를 뿌듯한 얼굴로 확인한 카심이 직접,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녀석에게 활 쏘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그에 따라서 로드가 활시위를 당겼고,

끼리릭-

“좋아, 지금이다. 활시위를 놓아라.”

로드의 자세와 호흡을 살피던 카심이 신호했다.

타앙-!

“……!”

활로부터 화살이 떠나가는 순간, 카심이 경악하였다.

로드는 필시 대장간 벽면을 겨냥하고서 활시위를 놓았건만, 어찌된 일인지 화살이 반대 방향에 있는 내게 날아온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카심은 최강의 어쌔신이다.

매우 높은 민첩성과 뛰어난 기술들을 습득하고 있었다.

그가 화살에 맞은 경우, 여태껏 살면서 거의 없었다.

한데.

푹!

“윽.”

카심의 엉덩이에 화살이 꽂혔다.

화살의 궤도가 눈으로 쫓을 수 없는 방향으로부터 날아온 여파였다.

카심은 전율했다.

‘설마…!’

로드는 전설의 궁사, 포비아의 재림이 아닐까?

깊어지는 오해 속에서…

“아부?”

[초급 보우 마스터리 스킬을 습득하였습니다.]

로드는 360레벨이 넘는 카심에게 활을 쏴 맞췄다는 이유만으로 한층 더 성장했다.

“아부부!”

즐거워하는 로드의 손에는 <해괴망측한 속사궁>이 쥐어져 있었다.

***

“모두 굉장하군.”

번헨 열도, 마흔 번째 섬.

현자 스틱세이의 마법구에 템빨단원 수십 명의 모습이 비추고 있었다.

각자 오염 된 번헨 열도에 입장한 그들, 가뿐히 10번대 섬까지 돌파하고 있었다.

“저만한 인재들이 모두 그리드님의 부하란 말인가.”

재능만 놓고 따져본다면, 현재 번헨 열도에 도전한 템빨단원들은 전원 전설이 되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대단한 수준이었다.

혼자만의 힘으로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갈 자격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한데 그들 전원이 그리드의 부하인 것이다.

“알면 알수록 놀라운 분이로다.”

그리드라는 인물의 그릇, 현자인 나조차도 가늠할 수 없이 크고 견고하다.

스틱세이가 감탄하고 또 감탄하는 사이,

“으아아앗!! 스틱세이!! 나는 어쩌죠?”

도우미 요정 빈이 작은 날개를 팔락이면서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도우미로서 20번대 섬에 입장하는 도전자들의 곁에 붙어 조언을 해줘야하는 입장이었는데, 무려 수십 명의 도전자들이 동시다발적으로 20번대 섬에 입장하고 있었으니 몸이 하나인 빈은 난처할 수밖에 없었다.

“허허…”

스틱세이도 할 말을 잃었다.

템빨단의 명성은 오늘 이 순간에도 높아지고 있었다.

=======================================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