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템빨-197화 (192/1,794)

템빨 19권 - 2화

[뱀파이어 남작 마운틴을 해치웠습니다.]

[경험치 211,555,002를 분배 받았습니다.]

[축복 받은 방어구 강화석 3개를 획득하였습니다.]

[방어구 강화석 9개를 획득하였습니다.]

[<스킬북:피부 강화>를 획득하였습니다.]

남작급 뱀파이어.

템빨단의 최정예 다섯 명이 힘을 합칠 경우, 평균 10분에서 15분 사이에 레이드할 수 있는 준보스급 몬스터다.

하지만 그리드와 유라의 힘이 보태지자 레이드 속도가 3배는 단축됐다.

“명색이 준보스급 몬스터를 무슨 5분도 안 돼서 잡냐…”

“…”

폰, 반트너, 페이커가 할 말을 잃게 만들 정도로 그리드와 유라의 공격력은 뛰어났다.

그리드야 스탯빨, 직업빨, 템빨 삼위일체를 갖춘 존재임을 진즉부터 알았으니 그러려니 할 수 있었지만, 유라의 비약적인 성장은 어안이 벙벙해질 정도로 놀라운 것이었다.

“직업빨에 템빨이에요.”

간단명료하게 설명하는 유라.

그녀도 슬슬 템빨러로서의 면모를 갖춰가고 있었다.

***

고성 1층 북쪽의 복도.

양쪽으로 길게 뻗은 그곳 중앙에 지슈카와 제드노스가 고립되어 있었다.

레가스가 밟았던 텔레포트 함정의 여파였다.

“멀티 샷.”

“윈드 웨이브.”

지슈카가 오른쪽 복도에서 몰려오는 뱀파이어들을, 제드노스는 왼쪽 복도에서 몰려오는 뱀파이어들을 전담해서 저지시켰다.

난무하는 화살과 파도처럼 물결치는 바람이 뱀파이어들의 기세를 늦추어주었다.

하지만 물론 한계가 있었다.

뱀파이어들의 숫자는 끝이 없는 반면, 지슈카와 제드노스의 마나는 점차 고갈되어갔으니까.

“리젠 속도가 터무니없네.”

“정말이지, 최악의 장소에 고립되어버렸네요.”

스태미나도 위험 수치다.

땀으로 범벅이 된 지슈카와 제드노스의 호흡이 거칠었다.

퍼엉!

퍼펑!!

뱀파이어들이 마법을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

뱀파이어들의 틈새로 날아온 혈빛 섬광 중 하나가 지슈카의 어깨를 관통했다.

“지슈카!!”

새로운 화살을 장전하고 있던 지슈카의 폼이 무너지자 제드노스가 경악성을 내질렀고, 그 사이 수십 마리의 뱀파이어가 두 사람에게 접근했다.

“윈드 커터! 윈드 미사일!!”

제드노스가 무리하기 시작했다.

우선 지슈카를 보호해야한다는 일념에, 마나의 안배를 고려하지 않고 마법을 급히 난사하였다.

덕분에 당장의 위기는 넘겼을지 몰라도.

[마나가 없습니다.]

[마나 물약의 재사용 대기 시간이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이런…!”

제드노스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그에게 지슈카의 음성이 들려왔다.

“허리 숙여.”

제드노스는 조금도 지체하지 않았다.

지슈카를 철저히 신뢰하는 그였기에 지슈카의 말을 즉각 따랐다.

“피닉스 애로우.”

쿠콰콰콰콰콰콰쾅!!

한 마리 거대한 불의 새가 제드노스의 머리 위를 날아 복도 한쪽을 불바다로 만들어버렸다.

일거에 50이 넘는 뱀파이어들을 소탕한 지슈카가 재촉했다.

“이 틈에 어서 피해.”

제드노스의 발걸음은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당신은 어쩌려고요?”

“뭘 어째? 네가 도망치는 동안 시간을 벌어야지.”

제드노스의 퇴로를 확보한 지슈카가 자리를 버티고 섰다.

피닉스 에로우를 사용한 여파로 연사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졌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반대편 복도에서 다가오는 뱀파이어들을 꿋꿋이 쏘아 맞췄다.

그녀의 손을 타고 발사 된 화살들은 마치 유도 탄환처럼 뱀파이어들의 미간을 정확히 꿰뚫고 있었으니 과연, 신궁이라는 칭호가 허명은 아니었다.

하지만 미스릴 화살과 은 화살 등, 마족 계열 몬스터에게 추가 피해를 입히는 화살들을 이미 전부 소진한 지슈카였다.

뱀파이어들은 머리에 화살이 박히고도 앞으로 계속 전진하여 지슈카를 덮쳤다.

“지, 지슈카.”

“어서 피하지 않고 뭐해? 가서 다른 동료들하고 합류하라니까?”

“…알았습니다.”

지슈카가 열어준 길에 언제 또 새로운 뱀파이어들이 나타날지 모르는 상황이다.

더 이상 지체하였다가는 지슈카의 희생이 무의미해지리라, 판단한 제드노스가 자리를 이탈하려하는 순간이었다.

“지슈카, 너도 피해라.”

스르륵-

지슈카와 제드노스의 사이.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던 그곳에서 누군가가 갑자기 모습을 드러냈다.

백색 후드짚업을 펄럭이는 사내, 그리드였다.

“파그마의 검무, 초연(超聯).”

퍼퍼퍼퍼퍼퍼퍼퍼펑!!

흑청색의 검기가 휘몰아치자 지슈카가 마주하고 있는 복도쪽의 수십 뱀파이어가 소멸해버렸다.

이어서 또 곧장 새로운 뱀파이어들이 나타났지만, 갓 핸드와 노에까지 소환한 그리드의 압도적인 공격력을 놈들의 리젠 속도가 따라가기엔 무리가 있었다.

“그리드!”

위기의 순간에 구원받고 감격한 지슈카가 그리드를 와락 껴안았다.

땀에 젖은 구릿빛 피부와 커다란 무엇인가가 그리드에게 엄청난 자극을 선사했다.

‘가… 가나다라마바사…’

등에 느껴지는 부드럽고도 탄력이 넘치는 감각.

그로인한 흥분을 잠재우고자 노력하는 그리드의 코가 벌렁거린다.

뒤늦게 쫓아와 그 모습을 목격한 유라가 자신의 가슴을 물끄러미 내려 보았다.

‘나도 작은 건 아닌데.’

한국 여성 평균 사이즈는 월등히 넘어서지만, 그리드의 취향이 너무 비현실적인 게 문제였다.

***

압도적인 전투 센스를 보유한 레가스, 눈으로 읽고 대처하는 게 불가능한 발검술의 달인 극검, 온갖 맹수로 변신하며 효용성 높은 전투력을 발휘하는 툰, 아직 재능이 완벽하게 가다듬어지진 않았지만 피아로에게도 인정받은 천재 검사 이벨린, 뱀파이어들에게 독으로 작용하는 성기사 랭킹 1위 토반, 그리고 웅변가 랭킹 1위이자 최초의 세컨드 클래스 전직자인 후로이.

이들의 조합은 최강의 전투력을 발휘했다.

후로이와 토반의 버프를 등에 업은 레가스와 툰이 전면에서 적의 시선을 빼앗고, 극검과 이벨린이 틈을 노려 극딜을 박아 넣었으니 뱀파이어 남작 3마리도 오래 버틸 수가 없었다.

[근력의 엘릭서를 획득하였습니다.]

“헐.”

“와, 대박.”

템빨단이 뱀파이어의 도시 원정을 시작하고 족히 두 달이 넘은 시점이다.

여태껏 템빨단원들이 사냥한 뱀파이어의 숫자가 수만 단위였으나, 그간 엘릭서가 드롭 된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예상치 못한 득템에 전율하던 일행이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

“멍하니 있을 시간 없어. 어서 동료들을 구하러 가자.”

뱀파이어 도시 원정대는 강하다. 하지만 토반과 후로이가 없으면 파티의 안정성이 떨어졌다.

그 점을 잘 알고 있는 극검이였기에 일행을 재촉하는 그때였다.

“다들 잘 지냈어?”

그리드.

우리의 대장이 찾아왔다.

***

“빌어먹을 레가스, 네놈 때문에 개고생한 거 생각하면 치가 떨린다.”

“너 제발 앞에서 나대지 좀 마라.”

“…죄송합니다.”

폰과 반트너가 레가스에게 연신 타박을 줬다.

동료들을 위험에 빠뜨린 레가스의 행동은 비난받아 마땅한 것이었다.

“앞으론 흥분하지 않고 조심할게요.”

자신의 잘못을 진작부터 뉘우치고 있던 레가스가 다짐해보였다.

그제야 만족한 폰과 반트너가 입을 닫았고, 지슈카는 그리드에게 질문을 던졌다.

“어떻게 이곳에 입장할 수 있었던 거야?”

뱀파이어의 도시는 먼저 누군가가 입장하고 일정시간이 지나면 출입구가 봉쇄되는 형식의 던전이다.

도중 난입이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그리드가 설명했다.

“현자의 힘이다.”

모두의 시선이 스틱세이에게로 돌아갔다.

미의 화신이라 불리며, 자연과 세계의 평화를 위해서 싸우는 고귀한 종족, 엘프.

그중에서도 가장 뛰어나다는 하이엘프 스틱세이가 모두에게 자신을 소개했다.

“안녕하세요, 스틱세이입니다. 그리드님께는 목숨을 빚졌지요.”

‘또 네임드 NPC…’

템빨단원들은 나날이 확대되는 그리드의 인맥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일반적인 유저들은 구경조차하기 힘든 네임드NPC를 어찌 뻑하면 만나 아군으로 회유하는가, 실로 독보적인 능력이었다.

신기해하면서도 기뻐하는 일행들에게 그리드가 제안했다.

“여길 떠나자. 스틱세이의 힘을 빌리면 이곳을 탈출할 수도 있으니까.”

“뭐?”

템빨단원들이 당혹을 금치 못하였다.

“그리드 네가 온 김에 마저 공략하고 나가는 게 맞지 않아?”

“기껏 1층을 클리어 해놓고 도망쳐야하는 이유가 뭐야?”

납득하지 못하는 일행들이 있는 반면,

“나는 그리드의 말에 찬성이야. 1층만해도 남작급이 득실거리는 이곳에 도전하기엔 아직 우리의 힘이 많이 부족하다. 최악의 경우, 2층부터는 자작급 뱀파이어들이 득실거릴 수도 있다고.”

“1층 보스 티라멧의 강함은 준백작급이라고 봐도 무방했어요. 2층, 3층 보스 중에는 후작급이 등장할 확률이 무척 높죠.”

“최악의 경우엔 마리로즈가 있을 수도 있고, 우리의 실력으로는 그녀를 감당할 수 없을 게 확실하다.”

그리드에게 동조하는 일행 또한 많았다.

각자 위험에 빠졌다가 일방적으로 그리드에게 구해진 이들, 자신감이 많이 하락한 상태였다.

좋지 않은 분위기 속에서 그리드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그렸다.

“특훈하러 가자.”

“특훈?”

“번헨 열도라고 아주 기가 막힌 장소가 있거든. 입장 제한 인원은 1명이지만, 애초에 인스턴트 던전이니까 각자 따로 입장해서 동시에 진행할 수도 있어.”

번헨 열도가 어떤 곳이며, 그곳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그리드가 자신이 겪어왔던 일들을 일행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야기를 듣는 템빨단원들의 얼굴에 차츰 화색이 돌았다.

***

검의 무덤.

수백, 수천 종류의 무기가 빼곡히 박혀있는 언덕으로서 전설의 대장장이 파그마가 말년을 보낸 장소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아그너스가 이곳을 찾은 이유는 파그마와 관련이 없었다.

전설의 대마법사 브라함.

그자의 시신을 확보하기 위함이었지.

“도통 모르겠군.”

검의 무덤 어딘가에 빙벽이 존재하고, 그 안에 브라함의 시신이 봉인되어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한 달 가까이 수색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빙벽은커녕 얼음 조각 하나 발견하지 못한 아그너스였다.

“그때 놈의 영혼을 확보했어야하는데.”

한 달 전.

브라함의 영혼과 이곳에서 조우했었을 당시, 아그너스는 브라함의 영혼을 붙잡지 못하고 놓쳐버렸다.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치가 떨렸다.

“고작 영혼 조각 따위가 마법을 사용할 줄은 꿈에도 몰랐으니.”

따각.

따각따각!

이름 모를 대검에 등을 기대고 앉은 아그너스가 혼잣말 하는 와중에도, 그가 소환한 수백 마리의 스켈레톤들은 언덕 곳곳을 철저히 수색하고 있었다.

언덕에 박혀있는 검들을 일일이 건드려도 보고, 땅을 파헤쳐도 보면서 브라함의 시신을 찾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시신을 찾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언제까지고 이러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다행히 근처에 몬스터가 많이 출몰하여 레벨 업이 뒤처지진 않았지만, 한 달 동안 한곳에만 머무른 여파로 각종 퀘스트의 진척이 하나도 이뤄지질 않았다.

결국 자리를 털고 일어난 아그너스가 <죽음의 룬>을 확인했다.

<죽음의 룬>

귀속 아이템

인벤토리에 영구히 보존 됩니다. 거래, 드롭, 파괴가 불가능합니다.

-사용 효과:통솔력 스탯을 일부 손실하는 대가로 소환수들의 능력치를 상승시킵니다.

*소환수들의 모든 능력치 20퍼센트 상승.

고유 지속 효과:네임드급 인물이나 몬스터의 시신을 확보하여 수족으로 삼을 경우, 고유 특성을 흡수할 수 있습니다.

*청기사의 신념:데미지 1만을 흡수하는 실드를 생성합니다. 재사용 대기 시간 1시간.

*벤타오의 조롱:지정한 대상과 자신의 생명력 수치를 바꿉니다. 재사용 대기 시간 12시간.

*타란트의 검술:고급 소드 마스터리 스킬이 생성됩니다. 도검류 무기 착용 시 <파혈무>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고유 지속 효과.

*무무드의 지식:마법 캐스팅 속도가 15퍼센트 상승합니다. 마나 회복 속도가 30퍼센트 상승합니다. 고유 지속 효과.

본래 예정대로라면, 지금쯤 브라함의 특성 또한 죽음의 룬에 귀속되어 있어야했다.

‘전설을 리치로 부려보나 했더니.’

칫, 혀를 찬 아그너스가 베라딘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대악마 푸르푸의 둥지가 어디라고?

시간은 누구에게나 평등한 법이다.

그리드와 템빨단원들이 성장하는 동안, 다른 플레이어들 또한 똑같이 성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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