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빨 18권 - 18화
“그, 그리드 88점!!”
[파트리안의 예비군 훈련 <궁술 시험>에서 신기록을 세웠습니다!]
[궁술, 활, 화살에 대한 이해도가 능력치보다 높습니다.]
[능력치 보정을 위해서 히든 보상이 변경됩니다.]
[노말 스킬 <보우 마스터리>를 습득하였습니다.]
<보우 마스터리>
초급:Lv.1
모든 종류의 활을 다룰 수 있습니다.
활 장착 시, 공격력과 명중률이 4퍼센트 상승하고 민첩성과 비례하여 치명타 확률이 상승합니다.
현재 치명타 확률 상승량:0%
‘보우 마스터리!!’
독보적인 물리 공격력을 발휘하는 클래스, 궁사임을 몇 번이나 설명한 바 있다.
이유?
보우 마스터리 스킬 덕분이다.
모든 마스터리를 통틀어서 가장 높은 공격력과 명중률을 제공하는 보우 마스터리, 그게 바로 궁사의 힘의 원천이었다.
‘보우 마스터리를 얻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
그리드는 파그마의 검무 초(超)와 초연(超聯), 그리고 매직 미사일(강화)를 보유한 입장이므로 원거리에서 충분히 강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마나가 충분할 때의 이야기다. 또한 스킬 재사용 대기 시간도 문제였다.
‘반면 활은, 화살만 있다면 꾸준한 딜량을 보장하지.’
피아로의 스탯 분배를 참고하고 민첩성을 높여온 그리드.
그에게 있어서 보우 마스터리는 궁합이 무척 좋은 패시브 스킬이었다.
‘여기에 웨폰 마스터리까지 얻게 된다면…’
한층 더 강해질 수 있는 기반이 완성되리라.
생각하는 그리드의 몸이 전율로 떨렸다.
***
23레벨 그리드의 스탯 상태가 엉망일지언정, 이번 훈련에 참가한 예비군들의 레벨은 20대에 불과하다.
랭킹 1위와도 싸워본 그리드가 그 초짜들과 대련하여 승리하지 못할 리 만무했다. 상대를 죄다 가벼이 압도해버렸다.
“수석, 그리드!”
짝짝짝짝!!
훈련 수료식.
캐슬 교관이 호명하자 조교와 예비군들의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훈련 기간 동안 그리드가 보여준 모습들, 모두의 존경을 받기에 충분하고도 남았다는 반증이다.
‘파그마의 후예가 아닌 나를…’
온전한 ‘신영우’를 인정받았다.
스스로의 성장에 뿌듯함을 넘어서 감격할 정도다.
활짝 웃은 그리드가 단상 위로 걸어 나갔다.
그리고…
[파트리안의 예비군 훈련에서 수석을 차지하였습니다!!]
[1등 보상으로 <수석 예비군 표창장>을 획득하였습니다.]
<수석 예비군 표창장>
귀관은 파트리안 예비군들의 귀감이 되었다.
모범적인 자세로 훈련에 임해준 귀관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는 바이다.
-아슈르 백작-
“???”
설마, 이게 다라고?
등수 보상이 무엇일지 기대하고 있던 그리드의 얼굴이 황당함으로 물들었다.
어이가 없어서 말문을 닫는 그에게 캐슬 교관이 웃어보였다.
“파트리안의 영주이자 대륙 10대 마법사이신 아슈르 백작님의 표창장을 받는 일, 일평생 한 번 누려보기 힘든 영광이다. 그 표창장을 가보로 삼아 자손대대로 물려주도록.”
“가보는 개뿔… 아니, 별도의 보상은 없는 겁니까?”
뒤늦게 정신 차린 그리드가 질문하는 순간이었다.
[미션 성공!!]
[서른한 번째 섬을 클리어하였습니다.]
[미션 성공 보상으로 도전자 포인트 600개를 획득하였습니다.]
[레벨이 정상수치로 회귀합니다.]
[스킬 <스피어 샷>, <연속 찌르기>, <보우 마스터리>를 습득하였습니다.]
사아아아아아아--
요새도시 파트리안과 캐슬 교관, 조교들, 그리고 예비군들에 이르기까지.
서른한 번째 섬이 완벽하게 재현해두었던 그 모든 것들이 신기루처럼 흩어져 사라졌다.
덩그러니 홀로 남게 된 그리드.
아슈르 백작의 표창장을 찢어버리려던 그가 생각을 바꿨다.
“…기념으로 간직하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살면서 처음으로 받아본 표창장이다.
아슈르 백작에 대한 개인적인 감정도 어느 정도 해소해놨던 상태이므로, 그리드는 표창장을 인벤토리 한쪽에 고이 간직했다.
***
그리드가 자리를 비운 사이, 레이단은 커다란 변화를 맞이하고 있었다.
첫째, 옐로우 미스릴 광산 인근 몬스터들의 씨가 말랐다.
윈스톤에서 레벨을 올리고 복귀한 은기사 길드 출신 전투원들의 맹활약 덕분이었다.
레이단은 옐로우 미스릴을 본격적으로 채광할 수 있게 됐다.
옐로우 미스릴은 페어리 더스트의 재료인 바, 레이단의 연금술 기술이 비약적인 성장을 이뤘고 드디어 대장장이 기술과 접목시킬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둘째, 그리드가 제국으로부터 구출해왔던 소수민족 <울족>들의 마법적 재능이 꾸준한 교육 끝에 개화됐다.
레이단에 930명의 마법사가 생긴 것이다.
그중 울족 공주 화린의 능력이 독보적이었다. 유니크 등급의 패시브 스킬, <파티원 마력 30퍼센트 상승>을 보유하였으므로 마법사단의 중추로 삼을만한 보배였다.
셋째, 레이단의 농업지대가 알테스 산맥 인근까지 확장됐다. 이로서 식량생산량이 최대 3배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라우엘은 혼란스러웠다.
‘농민의 숫자는 제한되어 있건만, 피아로는 당최 무슨 수로 농업을 발전시키는 거지? 설마 혼자서 그 많은 일을 다 하는 건가?’
오러 마스터 휴렌트와 펫 마이스터 냥멍이가 피아로의 농노로 잡혀있단 사실을 아직 모르는 라우엘이었다.
넷째, 교황 데미안의 공인 하에 레베카 신전의 건설이 시작됐다.
레베카 신전은 도시에 큰 축복을 내려주고 힐러를 육성하므로, 이를 토대로 레이단의 인구는 급격하게 늘어날 터였다.
다섯째, 데미안이 데려온 레베카의 딸 후보들이 레이단 소속으로 편입됐다.
피아로에게 교육 받기 시작한 그녀들은 훗날 최강의 농부. 아니, 성기사 군단으로 거듭날 터였다.
다섯 번째 사항이 라우엘을 근심시켰다.
“월권행위 아닙니까?”
레베카의 딸은 레베카교의 절대적인 무력이다. 레베카의 딸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레베카교가 있는 것이라 말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 후보들이 가엾다는 이유만으로 여기까지 빼돌려온 데미안의 행위, 레베카 교인들이 납득할 리 없었다.
“당신, 임기를 다 채우기도 전에 교황직에서 쫓겨나는 수가 있다고요. 그리드님께 도움이 되려면 몇 번이고 재임해도 모자랄 판국인데.”
교황의 권한은 막강하다. 평생 해먹는 걸 목표로 삼아도 좋을 정도로 최고다.
한데 데미안은, 고작 소녀 몇 구하겠답시고 본인의 입지를 떨어뜨린 것이다.
라우엘은 그가 어리석다고 느꼈다.
하지만 데미안의 태도가 완강했다.
“제가 교황이 된 이유는 이사벨 쨩과 린 쨩, 그리고 루나 쨩을 위해서였고 제2의 그녀들이 탄생하지 않기를 바라서였습니다. 당신은 상상조차 못할 겁니다. 철이 들기도 전부터 시설에 갇힌 채 지속적인 세뇌와 고단한 훈련을 받게 되는 어린 소녀들의 고통을… 일생을 무기로서 이용당하는 그녀들의 신세가 얼마나 가혹한 것인지, 그 실태를 당신이 알았더라면 내게 그리 말 못할 겁니다.”
“흠.”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플레이어들조차 이용하고 살육하는 라우엘이다.
그의 입장에서는 NPC들에게 감정이입하는 데미안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해하고자 노력은 했다.
NPC인 아이린과 부부의 연을 맺고 로드라는 자식까지 낳게 된 그리드.
라우엘은 그를 섬기는 몸으로서 데미안의 마음을 헤아려야할 의무가 있었으니까.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저는 여전히 당신과 그리드님을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하지만 존중은 합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서 흔들리게 될 당신의 입지를 견고히 다질 만한 수단을 강구하도록 하죠.”
긴장되었던 데미안의 얼굴이 한층 누그러졌다.
“감사합니다!”
‘안 그래도 뱀파이어 도시 원정대와의 연락이 끊겨 신경 쓰던 참인데 일거리만 늘어나는군.’
라우엘의 다크서클이 더욱 짙어졌다.
***
30번대 섬들은 모두 도전자의 과거 시련을 재현시켰다.
도전자가 많이 죽었던 상황, 많이 실패했던 퀘스트들을 순차적으로 체험시키고 극복하게끔 유도했다.
뛰어난 재능과 실력으로 무장한 랭커들.
‘극복 불가능의 시련’이 아닌 이상 비교적 수월하게 게임을 플레이해왔던 그들에게 있어서 30번대 섬들은 막말로 재앙이었다.
반면 그리드는 사정이 달랐다.
과거의 그리드가 겪어왔던 시련들, 지금의 그리드는 손쉽게 해결할 수 있었으므로.
[마흔 번째 섬에 입장하였습니다.]
[세이브 포인트가 존재합니다. 위치를 저장하시겠습니까?]
[등록되었습니다. 이후 번헨 열도에 입장할 시, 마흔 번째 섬부터 시작합니다.]
“대단하십니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스틱세이가 몇 번이고 그리드를 칭송했다.
자신은 결코 넘어설 수 없었던 영역에서 승승장구하고, 그걸로 모자라서 실시간으로 성장하는 그리드의 모습이 그를 감탄시켰다.
“오크며 고블린 잡은 게 뭐 대수라고.”
미소로 화답해준 그리드가 시간을 확인했다.
‘슬슬 쉬어야겠군.’
번헨 열도에 입장하고 총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예상보다 일정이 길어졌으므로 그리드는 체력의 안배에 신경 썼다.
게임 접속 후 6시간이 지날 때마다 로그아웃, 식사와 트레이닝을 하는 등 컨디션을 조절했다.
***
‘30번대 섬들에서 얻은 수확이 크다.’
스피어 샷, 연속 찌르기, 보우 마스터리에 이어서 근력 스탯과 체력 스탯이 7씩, 민첩성 스탯과 지력 스탯이 5씩 올랐다.
퀘스트를 통해서 획득한 보상들이 누적되어 엘릭서 2개 이상의 효력을 발휘하는 것이었다.
앞으로 남아있는 섬들엔 또 얼마나 큰 보상이 기다리고 있을까?
번헨 열도.
성장의 장으로 삼기에 이보다 적합한 곳도 없었다.
‘정화하기에 앞서서 길드원들을 수련시키는 용도로 사용해도 좋지 않을까 싶은데.’
체다카 길드 출신들과 유라, 극검이라면 충분히 20번대 섬까진 도달할 수 있을 터다.
그들이 도전자 포인트를 모아 몇 개의 엘릭서라도 획득할 수만 있다면, 템빨단은 더욱 더 강해질 수 있었다.
띠링~
생각해보면서 조깅하는 신영우의 핸드폰으로 메시지 한 통이 도착했다.
-메일이 왔습니다.
‘라우엘의 정기보고인가?’
달리기를 멈춘 영우가 메일을 열었다.
9월 셋째 주 보고
1.연금술 시설에서 옐로우 미스릴의 연구에 성공, 페어리 더스트를 생산하게 됨.
*그리드님께서 귀환하는 즉시 연금술과 대장기술의 융합을 시도해볼 수 있도록 준비하겠습니다.
2.울족 공주 화린을 중심으로 마법사단 구축 중.
3.피아로의 활약으로 농업지대 확장.
4….
5…
..
7.뱀파이어 원정대, 9번 도시 진입 후 지금까지 24일째-Satisfy시간 기준- 연락두절.
“……!”
메일 내용을 읽어나가던 영우의 표정이 석상처럼 굳었다.
마리로즈.
초월적 존재의 이름 넉자가 뇌리를 관통했다.
‘설마…!’
이를 악 문 영우가 지나온 조깅 코스를 되돌아갔다.
전력으로 질주하는 그의 호흡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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