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템빨-177화 (172/1,794)

템빨 18권 - 4화

[<백아도>의 숨겨진 기능을 발견하였습니다!]

[<백아도>의 정보가 갱신됩니다!]

띠링~

<+9 진(眞) 백아도>

등급:레전드리

내구력:170/609 공격력:1,015+539

*공격 속도 10+3퍼센트 상승.

*스킬 데미지 15+7퍼센트 상승.

*대상의 방어력 25+15퍼센트 무시.

*베기 형태의 공격 데미지 20+10퍼센트 추가.

*3콤보 성공 후 베기 형태의 공격으로 대상을 적중시키면 추가 피해.

*스킬 ‘심장 뽑기’ 생성.

*저주 ‘번헬리어의 시선’ 귀속.

악룡 번헬리어의 송곳니를 제련하여 제작한 곡도로서 궁극의 위력을 발휘하지만 저주에 걸렸습니다. 소유자에게 <번헬리어의 시선>이 따라붙습니다.

대악마 드라시온이 그 시선을 피하고자 검의 힘 일부를 봉인시켰으나, 전설의 대장장이 그리드가 봉인을 해제하고 말았습니다.

무게:887

<심장 뽑기>

패시브

대상의 심장에 찌르기, 찍기 형태의 공격(일반 공격, 스킬 공격 모두 포함)을 가할 경우, 보통의 확률로 2배의 데미지를 입히며 극악의 확률로 대상을 즉사시킵니다.

스킬 자원 소모:없음

스킬 재사용 대기 시간:없음

<번헬리어의 시선>

저주

악룡 번헬리어가 당신을 감시합니다.

번헬리어가 괜한 심술을 부리고 싶어 하는 날, 당신은 불의의 습격을 당하게 될 것입니다.

발동 조건:무작위

[아이템 제작 재료 ‘번헬리어의 송곳니’ 정보를 획득하였습니다!]

[<(신의 무기를 이해한)전설적 대장장이의 기술>의 경험치가 10퍼센트 상승합니다!]

‘대박…!’

레전드리 스킬은 고질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 재사용 대기 시간이 길고 자원 소모가 크다는 점? 그건 2차적인 문제고, 근본적으로 레벨 올리기가 무척 어렵다는 점이다.

<전설적 대장장이의 기술> 또한 마찬가지였다.

Satisfy시간으로 3년여 전에 파그마의 후예로 전직한 그리드.

그는 지금까지 아이템 제작에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전설적 대장장이의 기술>레벨을 7까지밖에 올리지 못한 상태였다.

어쩔 수 없었다.

7레벨이 된 이후부터는, 유니크 아이템을 제작해도 스킬 경험치가 고작 1퍼센트 내외밖에 오르지 않는 수준이었으니까.

한데 지금, 새로운 아이템 제작 재료를 알게 되었다는 이유만으로 경험치가 10퍼센트씩이나 오른 것이다.

과연 용의 재료답다. 그리드는 수지맞은 심정이었다.

‘더군다나 백아도의 감정 결과도 훌륭하고.’

기존보다 공격력과 내구력이 100, 200씩 상승하고 추가 옵션까지 더해진 진(眞) 백아도는 가히 최강의 한손 검이었다.

이야루그트가 레전드리 등급까지 성장하면 이럴까, 하는 기대감을 품게 만드는 수준으로서 전설의 대장장이 그리드조차도 그 성능에 경탄하여 전율에 휩싸일 지경이었다.

특히 <심장 뽑기> 스킬과 크라우젤의 시너지가 기대됐다.

신의 경지에 오른 크라우젤의 컨트롤 솜씨라면, 심장 뽑기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을 터였기에.

하지만 그리드는 당당할 수가 없었다.

‘저주템이라고?’

아이템 설명을 끝까지 읽어 내려가던 그리드의 얼굴이 굳어졌다.

백아도의 성능이 강화된 것은 좋다 이거다.

한데 저주라니?

그것도 최강종이라는 <드래곤>에게 감시, 습격당하게 되는 최악의 저주!

‘…미치겠네.’

아무래도 괜한 짓을 한 것 같다.

대련 후 동경하게 된 크라우젤.

그에게 호의를 표하고자 한 행동이 도리어 독이 되었으니 환장할 노릇이었다.

꿀꺽.

“무슨 일이지?”

마른 침을 삼키는 그리드의 굳은 안색을 읽고 불길함을 느낀 크라우젤이 백아도를 빼앗듯이 낚아채갔다. 그리고 아이템 정보를 확인하더니 석상처럼 굳어버렸다.

“…”

어색한 기류가 흘렀다.

그리드와 크라우젤.

두 남자 모두 입을 굳게 다문 채 잠자코 있었다.

불편한 시간이 흐르는 가운데 먼저 침묵을 깬 사람은 그리드였다.

“…미안하다. 면목이 없다.”

그리드는 더 이상 철면피가 아니다.

본인의 잘못과 실수를 인정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응당 질 자세가 되어있었다.

레이단의 영주, 템빨단의 대표, 그리고 로드의 아버지로서 지켜야할 명예가 있었던 까닭이다.

“정말 미안해. 악의는 아니었다. 내게 시간을 준다면, 반드시 아이템을 원래대로 되돌려놓으마.”

재차 사죄하는 그리드였다.

백아도를 잠자코 살피던 크라우젤이 떨리는 음성을 토해냈다.

“…대단하군.”

“어… 응?”

“아이템의 숨겨진 능력을 간파하고 이끌어 내다니, 과연 전설의 대장장이답다고 할까. 20억 유저 중에서 이런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당신이 유일하겠지. 정녕 대단해.”

크라우젤이 연신 감탄했다.

20억 유저의 정점, 랭킹 1위 크라우젤을 이토록 감탄시킬 수 있는 유저가 과연 얼마나 있을까?

열손가락에 꼽을 정도일 것이다.

그리드의 능력이란 그만큼 독보적이면서도 대단한 것이었다.

휙.

휘릭.

새롭게 거듭난 백아도를 몇 번 휘둘러본 크라우젤이 그리드에게 꾸벅 인사했다.

“고맙다.”

“…?”

그리드의 어안이 벙벙해졌다.

크라우젤의 반응이 자신의 예상과는 전혀 달랐으니 혼란스러울 만도 했다.

당황하는 그리드에게 크라우젤이 어깨를 으쓱여보였다.

“덕분에 지존급 아이템을 소유할 수 있게 되었군.”

가식이 아니다. 크라우젤은 진심으로 기뻐하고 있었다.

진(眞) 백아도의 강화된 성능.

특히 <심장 뽑기>스킬이 그를 고취시켰다.

‘나는 전보다 2배, 아니 3배 이상 강해졌다.’

<심장 뽑기>스킬이 앞으로 내 최강의 무기가 될 것이라고 확신하는 크라우젤이었다.

대상의 심장을 찌르는 일?

혜안을 지녔으며 스스로의 움직임을 완벽하게 제어할 수 있는 그에겐 손쉬운 일이었으니까.

오로지 기뻐하는 크라우젤에게 그리드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 괜찮은 거냐? 저주 말이야.”

크라우젤이 피식 웃었다.

“아아, 그걸 신경 쓰고 있던 건가. 번헬리어라면 걱정할 것 없다. 트렘펏의 주민들이 부르던 민요에서 ‘악룡, 500년 전의 영웅에게 봉인되다.’라는 구절을 들었던 기억이 있으니까. 아마 현재로서 번헬리어가 출몰할 가능성은 희박할 테지.”

‘트렘펏은 또 어디야?’

일반적인 유저들은 Satisfy 곳곳을 모험하면서 게임을 즐기는 반면, 그리드는 오로지 에트날 왕국 내에서 노가다만 반복해온 특이 케이스다.

쉽게 말해서 촌놈이었기 때문에 숙지하고 있는 지명이 적었다.

‘그리고 민요의 구절?’

그리드는 센스가 굉장히 부족하다.

Satisfy를 플레이하면서 사소한 부분들은 놓치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크라우젤은 정 반대의 인물이었다.

항상 감각을 예리하게 세우고 다녔고 매사에 신중하였으며 사소한 것도 놓치는 경우가 없었다.

트렘펏이라는 이름의, 어느 작은 왕국 외딴 마을의 민요 구절을 기억하고 있음이 그 증거다.

“그래서, 내가 치러야할 대가는 뭐지?”

“그건…”

진(眞) 백아도를 수리해달라는 뜻으로 건네며 질문하는 크라우젤에게 그리드는 섣불리 말하지 못했다.

자신이 크라우젤에게 가장 원하는 것.

그건 당연히 템빨단에 가입해달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리드는 그 말을 쉽사리 꺼낼 수가 없었다.

크라우젤이 지난 수년 동안 랭킹 1위로 군림하면서도 늘 혼자였던 이유, 스스로가 바랐기 때문이 아니었겠는가?

그리드는 크라우젤이 세력에 속하는 것을 싫어하리란 성향을 고려하였다. 성장했다는 증거다.

한참을 고민한 끝에 그리드가 입을 열었다.

“동대륙으로 가는 방법을 알려줘.”

“그거 좋군.”

크라우젤의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피아로와 대련함으로서 레이단에 재산적 손실을 입힌 일.

그리드에게 경험치를 보호받은 일.

백아도를 업그레이드 받은 일.

굉장한 신세를 지고 은혜를 입어 빚쟁이가 된 기분이었는데, 동대륙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을 대가로 지불한다면 마음의 짐을 한층 덜어낼 수 있었던 까닭이다.

그만큼 이 정보의 가치는 대단한 것이었다.

서대륙 전체를 최소 1년 이상 돌아다니며 수집한 지식과 정보들을 퍼즐조각처럼 맞춰야만 비로소 완성시킬 수 있는 정보였으니까.

“바다왕국 메디아 남해에 번헨이라는 이름의 열도가 있다. 총 66개의 작은 섬이 일렬로 늘어서 있는 열도지.”

그리드가 경청했다.

그에게 크라우젤은 도발적인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곳 어딘가에 현자 스틱세이가 숨어있다. 그를 찾을 수만 있다면, 동대륙으로 이동할 수 있을 거야.”

“찾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꽁꽁 숨어있기에 힘들 거라는 듯이 말하는 거지?”

“번헨 열도가 굉장히 위험한 곳이거든. 66개의 섬을 차례대로 건너야만 하는데, 어지간한 하이랭커들도 채 10개의 섬을 건너지 못하고 좌절을 맛봐야만 할 거다. 그리고 스틱세이는 대체적으로 25번에서 29번 사이의 섬에서 생활하지.”

“메디아… 번헨… 스틱세이…”

그리드는 기껏 얻은 정보를 혹시라도 잊을 새라 메모를 잊지 않았다.

그를 지켜보는 크라우젤의 마음은 흥분으로 떨리고 있었다.

‘이자는 과연 몇 번째 섬까지 도달할 수 있을까?’

나조차도 30번째 섬이 한계였다.

이는 즉 플레이어의 한계라 믿었다.

하지만 그리드는 나를 꺾은 존재인 바.

어쩌면 그는, 스틱세이로부터 나보다 더 큰 것을 얻을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기대되는군.’

둔재라고 조롱 받았던 존재.

온갖 시련과 절망, 그리고 좌절을 맛보았을 터임에도 최고를 향해가고 있는 당신이 보다 더 성장하여 내게 영감을 주기를 바란다.

소중한 라이벌을 얻은 크라우젤의 진실 된 바람이었다.

***

“뭐가 이렇게 북적거려?”

크라우젤의 아이템을 완벽하게 수리한 그리드.

크라우젤과 나란히 대장간 밖으로 나온 그가 당황했다.

지슈카, 라우엘, 레가스, 폰, 반트너 등의 템빨단 주축 멤버들이 대장간 앞에 바글바글 모여 있었던 까닭이다.

그들의 시선 모두가 하나 같이 크라우젤을 쫓고 있었다.

혹시 크라우젤이 템빨단에 가입하지 않을까, 기대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에, 음…”

그리드는 난처할 따름이었다.

템빨단의 수장으로서, 이들의 기대에 어긋나게도 크라우젤을 섭외 시도조차 못해봤으니 민망했다.

괜히 양심에 가책을 느낀 그리드가 크라우젤에게 시선을 돌렸다.

“어때? 이것도 인연인데 우리와 함께 식사라도 하고 가지 않겠어?”

“흠.”

그리드가 대련 후 크라우젤에게 호감을 품었듯이, 크라우젤 또한 그리드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그리드와 친분을 쌓고 싶었다.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존재로 거듭날 수 있으리란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템빨단원들의 태도가 부담스러웠다.

‘우리의 동료가 되어줘.’라는 뜻이 담긴 템빨단원들의 시선을 쭉 살펴본 크라우젤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갑자기 어머니께서 부르셔서 나는 이만 가봐야겠군. 로그아웃.”

스륵.

“…?”

20억 유저의 정점.

천외천.

지존.

온갖 광오한 칭호들을 독식하고 있는 랭킹 1위의 절대자, 크라우젤.

그가 초등학생마냥 어머니 핑계를 대면서 급히 로그아웃하다니?

참으로 어울리지 않는 치졸한 모습이었다.

그리드와 템빨단은 황당해서 할 말을 잃을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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