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빨 17권 - 7화
쐐액!
채찍처럼 길게 늘어나 휘어진 오러가 농부들에게 쇄도했다.
여기서 말하는 농부란 피아로와 로이먼이였다.
‘오러가 어찌 이런 형태를!’
로이먼은 오러에 익숙한 인물이다.
명문 무가 출신인 그녀의 아버지 역시 오러를 능숙하게 다루는 실력자였던 까닭이다.
하지만 그녀조차도 이토록 변화무쌍한 오러는 처음 보았다. 애초에 검으로부터 분리되어 방출되다니? 이건 오러가 아니라 마법이나 다름이 없잖은가!
‘세상에는 이만한 고수도 있었구나!’
로이먼에게 있어서 휴렌트는 신세계의 인물로 받아들여졌다. 경외심마저 품었다.
채앵!
넋을 잃은 그녀의 목덜미를 노리고 날아든 오러.
그것을 호미로 쳐낸 피아로가 쯧쯧 혀를 찼다.
“살수 앞에 목을 길게 빼놓고 있다니, 그것 참 편리한 자살 방법이로구나.”
“죄, 죄송합니다!”
로이먼은 혼란스러웠다.
저 강맹한 오러를 검도 아닌 호미로 쉬이 막아내다니?
‘피아로님이 강하다고는 들었지만 이 정도였나?’
로이먼은 피아로의 강함을 평범한 기사 수준으로 예상했었다. 매일 밭일이나 하고 있는 양반이었으니 자연스러운 추측이었다. 딱히 특출해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보니 아니었다. 피아로의 강함은, 어쩌면 아스모펠 단장 이상이 아닐까 싶었다.
“설령 두 팔이 없을지라도 반사적인 방어 동작을 취할 수 있게끔 숙달시켜주마. 내일부터 매일 3시간씩 모내기를 하도록 해라.”
“예?”
목숨을 구해주신 것은 정녕 감사한 일이다. 평생토록 은인으로 섬겨야할 터였다.
하지만 모내기를 하라니?
무슨 벌칙게임도 아니고, 로이먼은 도통 이해할 수가 없었고 황당할 따름이었다.
한편 피아로는 적잖게 당황한 상태였다.
‘또 새로운 강자가 출현하였는가.’
적기사단 시절.
피아로는 대륙 각지를 쉬지 않고 누비며 전쟁을 수행했다. 집에서 잠드는 날보다 전쟁터에서 잠드는 날이 더 많을 정도였고 셀 수 없이 많은 적들을 상대했었다. 각국을 대표하는 강자를 매번 보았다.
하지만 그 시절 만났던 적들보다, 이 평화로운(?) 레이단에 머물기 시작하면서 만난 적들의 실력이 훨씬 더 뛰어났다.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
‘이곳 레이단이 강자들을 유혹하는가.’
아니면 단순한 시대의 차이인가.
어찌됐든 피아로는 즐거웠다.
강적들의 침공은 전설적 농부의 힘을 더욱 더 단련시킬 양분이 될 터였기에.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고조 된 그가 휴렌트에게 감상을 말했다.
“오러를 제어하는 능력이 특출하군. 하지만 위력은 한참 부족해.”
“…거참.”
오러 마스터의 오러를 품평하는 농부라니, 휴렌트는 어이가 없을 따름이었다.
‘하지만 실력만큼은 진짜다.’
흙투성이 천 옷을 걸친 볼품없는 농부, 내 오러를 고작 호미로 쳐냈다. 꿈이 아니다. 2천 병사 모두가 목도하고 술렁이고 있었다.
‘그 소문이 사실이었나?’
레이단에는 강력한 농부가 있다고 들었다. 7대 길드의 레이단 침공전이 수포로 돌아간 이유 또한 전부 그 농부 때문이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당연히 헛소문인 줄로만 알았는데.’
이제 보니 사실이었던 것 같다.
“흠.”
휴렌트가 바니바니에게 시선을 돌렸다.
바니바니는 작금의 사태를 모조리 카메라에 담고 있었다. 한껏 격앙 된 표정을 보아하니, 그 또한 레이단의 농부에 대한 소문을 들어 알고 있는 듯 보였다.
‘그리드를 만나기도 전에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겠지.’
그리드에게 복수하겠다고 자신만만하게 외쳐놓고선 고작 농부의 희생양이 될 수는 없다.
판단한 휴렌트가 로이먼에게 시선을 돌렸다.
‘저놈을 이용한다.’
휴렌트의 판단력과 실행력은 뛰어나다. 어떤 상황에서든 쓸데없이 지체한다거나 하는 경우가 없었다.
집중력을 상승시키기 위해서 눈을 감은 그가 <오러 임팩트>를 전개하였다.
[오러를 방출합니다.]
[2초 내에 오러의 이미지를 정확하게 연상하십시오. 연상하는 이미지에 작은 오류라도 있을 시 스킬의 발동에 실패합니다.]
오러 마스터의 진정한 힘을 이끌어내기 위해서 지난 10개월 동안 매일 같이 이미지 트레이닝을 해온 바!
번쩍 눈을 뜬 휴렌트가 자신만만하게 소리쳤다.
“용의 포효!!”
[드래곤의 브레스를 현상화합니다! 초월적 존재의 능력을 재현함으로서 오러의 능력이 극도로 강화됩니다!!]
[유니크 등급의 오러가 발휘할 수 있는 위력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쿠와아아앙!!
휴렌트가 발사한 오러가 순식간에 비대해지더니 직선으로 뿜어졌다. 대지를 격동시키고 모래폭풍을 일으키는 그 고강한 기운은 앞서 채찍의 형태였을 때와는 비교가 안 되는 것이었다.
“허!”
피아로가 진심으로 놀랐다.
검호 시절의 그는 오러의 한계를 실감하고 버렸던 반면 눈앞의 사내는 달랐다. 오러의 한계를 깨뜨려버렸다.
내가 이루지 못했던 경지를 이룩한, 실로 존경스러운 인물인 것이다.
“그대의 실력에 경의를 표하여, 나 또한 전력으로 가겠다.”
피아로는 여유를 부리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여유나 부릴 틈이 없었다.
훗날 성장하여 주군께 큰 힘이 되어야만 할 로이먼의 목숨이 경각에 달린 시점이었으니까.
그만큼 오러 브레스의 위력은 강하고 광범위했다. 또한 압도적인 숫적열세를 좌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