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템빨-136화 (131/1,794)

템빨 16권 - 16화

초(超)의 전개를 통한 검기 방출이 완벽하게 차단당한 시점부터 그리드는 동요하고 있었다.

‘설마 모조리 막아낼 줄이야!’

30초 동안 쉬지 않고 발사한 검기의 횟수가 족히 50회를 넘는다.

한데 그걸 제자리에 서서 호미질만으로 막다니?

피아로의 솜씨야 원래부터 알아주는 것이었으나, 이제 보니 민첩성부터가 어제 전투에서 파악한 것 이상으로 높았다.

‘과연 굉장해.’

그리드는 전율을 느꼈다.

저토록 대단한 인물이 나의 부하라는 사실이 새삼 감사했고 축복임을 알았다.

하지만 역시 농부인 건 싫다.

저만한 능력자가 검성이 되었다면 훨씬 더 강하지 않았겠는가!

‘이제라도 반드시 검성으로 만들어주마!’

마음을 다잡은 그리드가 종횡무진을 발동, 쇄도해오는 수십 개의 볍씨를 회피함과 동시에 피아로에게 접근했다. 그리고 파그마의 검무, 극(極)을 연계하였고 이는 1시간에 1번밖에 발휘할 수 없는 회심의 한 수였다.

하지만 결과는 기대에 훨씬 미치지 못했다.

[대상에게 10,500의 피해를 입혔습니다.]

‘아오! 이놈의 렙빨!’

피아로의 체력 스탯이 높은 것은 둘째 치고 100의 레벨 차이가 너무 크게 작용하고 있었다. 공격력이 제대로 적용되질 않았으니 그리드는 발목을 붙잡힌 심정이었다.

하지만 절망하지는 않았다.

템빨이 있었으니까!

‘순수한 실력만으로는 이기는 게 불가능하다면!’

날아오는 호미를 마주한 그리드가 드디어 갓 핸드를 소환, 신성의 방패를 장착시켜 방어했다.

쩌엉-!

“……!”

갓 핸드를 목도한 피아로가 크게 놀랐다.

그를 보고 미소 지은 그리드가 선언했다.

“템빨의 극의를 보여주지.”

<갓 핸드>

등급:유니크(성장형)

내구력:무한

손재주:814 근력:813

전대의 전설 <파그마>와 <브라함>이 창조한 <파브라늄>을 재료로 당대의 전설 <그리드>가 제작한 손입니다.

그리드 본인의 손을 고스란히 재현하였으므로 모든 아이템을 제약 없이 착용, 사용할 수 있고 대장일 또한 가능합니다.

무려 3명의 전설이 개입함으로서 탄생한 아이템인 바, 신의 무구와 필적하거나 초월할만한 잠재력을 지녔습니다.

단, 잠재력을 개화시키기 위해서는 꾸준한 학습이 필수입니다.

*유니크 등급의 <갓 핸드>는 주인의 근력과 손재주 수치를 30퍼센트만 적용 받습니다.

*유니크 등급의 <갓 핸드>는 아직 주인의 스킬들을 재현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착용한 아이템에 귀속 된 스킬들은 완벽하게 발현 가능합니다. 버프 스킬의 경우 영향을 주인에게 줍니다.

*<갓 핸드>에게는 대장장이 기술과 검술, 방패술을 학습시킬 수 있습니다.

현재 <갓 핸드>의 대장장이 기술 레벨은 고급 1이고 소드 마스터리 레벨과 실드 마스터리 레벨은 초급 2입니다. 마스터리 레벨이 일정 수준까지 도달할 경우 <갓 핸드>의 등급이 상승합니다.

*매직 미사일(강화)가 귀속 된 상태입니다. <수인족 왕의 눈물>효과로 이 마법은 100퍼센트 위력으로 재현됩니다.

*사용법에 따라서 이성의 호감을 쉽게 얻을 수 있습니다.

사용 조건:그리드

무게:21

사용 조건이 <파그마의 후예>가 아닌 <그리드>다.

오로지 그리드만을 위한 전용 아이템으로서 그 성능과 역할은 그리드의 의도와 기대에 충분히 부응하는 것이었다.

거기에 성장 가능성까지 높다.

무려 신화급 아이템과 필적하거나 초월할 수도 있다하니 앞으로가 기대 될 따름이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4개밖에 만들지 못했다는 거다.’

단지 모양만 찍어냈을 때는 총 5개의 손을 제작할 수 있었던 반면, 이번에는 관절부위들을 재현하느라 파브라늄의 소모율이 너무 높았다.

‘뭐, 그래도 좋아.’

남들보다는 손이 4개나 많은 셈 아닌가?

긍정적으로 생각한 그리드가 실패작과 그리드의 대검을 허공 높이 집어 던졌다.

‘왜지?’

전투 도중에 무기를 던지다니?

그리드의 의도를 섣불리 이해할 수 없었던 피아로가 의아해하던 중 금세 깨달았다.

‘설마…! 황금 손은 하나가 아니었던가!’

피아로의 시선이 황급히 하늘로 향했다.

2개의 황금 손이 나타나 대검들을 낚아채고 있음이 보였다.

피아로가 질색하는 사이,

“한 눈 팔 때가 아닐 텐데?”

최초에 소환한 갓 핸드의 무장 아이템을 신성의 방패에서 이상적인 단검으로 교체시킨 그리드가 소리쳤다.

“베어라!”

파팟! 파파팟!!

파브라늄의 속도는 지옥 제일 마수 멤피스와 비견된다. 평범한 사람은 반응조차 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순식간에 접근해온 3개의 갓 핸드가 각자 대검과 단검을 휘두르자 당황하는가 싶던 피아로가 이내 여유를 되찾았다.

스스로 움직이며 검을 휘두르는 황금의 손들.

필시 빠르고 경이적이기는 하나 검술실력이 형편없었던 것이다.

단지 검을 찌르고, 휘두를 뿐인 수준으로서 피아로에게는 아이 재롱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래서야 어림도 없습니다!”

채챙! 채채챙!

호미 한 자루만으로 갓 핸드의 공격들을 모조리 차단한 피아로!

그가 그리드에게 괭이를 찌르려다가 선회시켰다.

쩌엉!!

‘하나가 더 있었다니!’

피아로의 등골이 오싹해졌다. 옥빛의 대검을 쥔 황금 손이 내 후위를 덮쳐왔기에!

그것을 감각만으로 눈치 채고 방어하는 피아로를 보고 그리드는 깨달았다.

‘현재의 갓 핸드로는 피아로를 어찌할 수가 없다.’

4방향으로부터 동시에 쳐봤자 모조리 막아내다니, 괴물도 저런 괴물이 없다.

‘하지만 괜찮아.’

갓 핸드는 존재만으로도 내게 큰 도움이 된다.

비록 아직 검술실력이 형편없고 근력이 낮을지언정 현재 갓 핸드가 무장한 아이템들은 전부 최상위급의 무기인 바.

피아로는 의식할 수밖에 없었고 그리드는 그 틈을 노리면 됐다.

‘전력을 다한다.’

쿠와아아아앙!

그리드가 칠흑의 마기에 휩싸였다.

다크버스의 목걸이에 귀속 된 <흑화>의 발현이었다.

[암흑 마력을 증폭시킵니다.]

[암흑 마력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악마력으로 대체합니다.]

[흑화가 유지되는 동안 종족이 반마(半魔)로 변경됩니다.]

[반마 상태에서는 생명력 최대치가 50퍼센트 하락합니다. 공격력, 마력, 민첩성이 각각 20퍼센트씩 상승합니다.]

[모든 종류의 공격이 암흑 속성으로 전환됩니다.]

피아로의 두 눈이 부릅 뜨였다.

‘마기라고!’

나의 주군께서는 인간이 아니었단 말인가? 하는 의심을 품어보지만 찰나였다.

마기의 근원이 그리드가 착용하고 있는 귀걸이임을 눈치 챈 까닭이다.

피아로는 안도하면서도 눈살을 찌푸렸다.

“썩 좋은 모습은 아니로군요!”

피부가 하얗게 질리고 흰자위는 검게 변한 그리드의 모습은 불길하기 짝이 없었다.

피아로는 나의 주군이 고작 악마의 힘 따위를 빌리는 것이 마음에 안 들었다.

하여 성을 내는 그에게 그리드가 이죽거렸다.

“크게 의미부여하지마. 이것도 템빨의 연장선에 불과하니까.”

반마 상태에 돌입한 그리드의 성격은 보다 호전적이었다.

피아로를 상대로 내 전력을 드러낼 경우 과연 어디까지 통할까?

생각해보며 즐거움을 느낀 그리드가 갓 핸드에게 명령을 내렸다.

이상적인 단검에 귀속 된 칼바람을 전개시킨 후, 실패작과 도플갱어로 피아로의 좌우를 동시에 덮쳤다. 이때 그리드의 대검은 공중에서부터 떨어지고 있었다.

“어딜!”

피아로에게 갓 핸드의 공격들은 조금도 위협적이지 않았다. 쉽게 쳐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행동이 강제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이야루그트.”

엘핀스톤을 레이드하고 획득했던 혈빛 마검을 소환한 그리드.

안개처럼 넘실거리는 검은 마기의 잔상을 남기며 이동한 그가 적색의 호선을 그렸다.

쩌엉!

‘이럴 수가!’

방어한 피아로가 경악했다.

흑화 그리드의 공격력과 속도는 종전과 비할 바가 아니었다. 속도만큼은 자신과 별반 차이가 없을 정도였다. 더군다나 검술 솜씨가 갑자기 대폭 상승했다.

이야루그트 덕분이었다.

[이야루그트의 옵션 효과로 인하여 소드 마스터리 레벨이 +5 상승합니다.]

[당신은 소드 마스터리 스킬을 보유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야루그트를 착용하고 있는 동안 초급 소드 마스터리 레벨 5가 생성됩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별거 없어 보인다.

초급 소드 마스터리 레벨 5의 효과?

검을 착용할 시 공격력과 공격속도가 3퍼센트씩 상승하는 정도에 불과했으니까.

하지만 그리드는 기본 스탯이 비상식적으로 높은 인물이다. 거기에 흑화로 스탯 뻥튀기까지 된 상태다.

3퍼센트라는 수치가 크게 작용할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이야루그트의 진정한 강점은 따로 있었다.

[수백 년 만에 만난 강적이다! 어서 가서 싸워라! 쉬지 말고 싸워라!! 나를 성장시켜라!!!]

이야루그트.

생전에 마족 최강의 검사였던 존재.

그의 영혼이 깃든 이야루그트의 자아가 의욕을 불태우며 그리드에게 검로를 알려줬다.

현재 그리드의 시야에는 수십 개의 붉은 선이 생성되었다가 지워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리드는 가장 빛나는 선을 쫓아서 검을 휘둘렀고, 이는 최선의 검로가 되어서 피아로를 압박했다.

‘주군…!’

이를 악 문 채 맞서는 피아로는 감격하고 있었다.

검호라는 칭호를 획득한 이후 지금까지, 내가 누군가와 일대일로 승부하여 수세에 몰렸던 적이 있던가?

처음이다.

그렇기에 기쁘다.

상대가 주군이라는 사실에 더욱 더 기쁘다!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