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템빨-132화 (127/1,794)

“제6장! 도리깨질!”

어느새 쇠스랑을 도리깨로 교체한 피아로!

그가 가슴팍으로 날아드는 그리드의 대검을 도리깨로 무자비하게 쳐냈다.

퍼퍽! 퍼퍼퍼퍽!!

“헉?”

그리드가 질색했다.

그리드의 대검에 깃들어 있던 살(殺)의 기운이 연속적으로 휘둘러지는 도리깨의 위력을 감당 못하고 소멸한 까닭이었다.

‘미친 거 아니야!’

도리깨질이라니!

곡식의 낟알을 뗄 떼나 써먹는 잡기술에 내 최강의 스킬 중 하나가 무력화되다니!

더욱 더 열 받는 사실은, 현재 피아로가 사용 중인 낡은 도리깨가 몇 달 전 내가 제작한 레어 등급의 농기구라는 점이었다.

그에 반해 내 무기는 지존급 무기가 아닌가!

‘제길!’

도리깨질에 농락당하니 마치 곡식이 된 기분이다.

피아로의 스킬은 고강할 뿐만 아니라 적의 자존감을 무너뜨리는 성향이 있었다. 실전에서 매우 강력하게 작용할 것 같았다.

‘비록 농부라지만 전설은 전설이라는 건가. 이거 엄청 대단… 아니, 아니다.’

농부 피아로를 인정해서는 안 된다. 내가 인정해야하는 피아로는 오로지 검성이여야 한다.

도리깨질에 현혹되었다가 간신히 이성을 되찾은 그리드가 매직 미사일이 귀속 된 황금 칼날 4개에게 명령을 내렸다.

‘사방에서 쏴라!’

파브라늄은 오로지 그리드의 의지에 따른다.

즉각적으로 반응, 도리깨질 중인 피아로를 사방에서 포위하더니 일제히 매직 미사일을 발사하였다.

‘이런 기초마법 정도로는 제게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습니다!’

아까는 너무 무방비하게 당하여 당황했다지만 이젠 아니다.

피아로가 무상농법 오의, <자연경>을 발휘했다. 그러자 세계를 구성하고 있는 흙, 공기, 나무 등의 자연이 그에게 힘을 실어주었고 모든 능력치가 대폭 상승했다. 이에 따라서 마법저항력이 상승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였다.

하지만 부질없는 짓이었다.

퍼퍼퍼펑!

“쿨럭!”

대마법사 브라함에게 전수 받은 <매직 미사일(강화)>는 대상의 마법저항력을 완전히 무시하는 바!

자연경을 전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제법 큰 피해를 입은 피아로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 마법의 위력은 당최 뭐지?’

피아로에게는 대륙 10대 마법사 중 하나인 아슈라 백작과 싸워본 경험이 있다.

하지만 아슈라 백작조차도 이토록 발동속도가 빠르며 위력까지 갖춘 마법을 구사한 바는 없었다.

‘10대 마법사의 마법을 초월하는 마법이 귀속 된 아티팩트라니…!’

주군은 정녕 위대하신 분이다.

진심어린 존경심을 느끼는 피아로였다.

한편 그리드는 똥줄이 타고 있었다.

‘빌어먹을.’

유페미나가 보내준 수인족 왕의 눈물 덕분에 파브라늄에 마법을 귀속할 수 있게 되었다지만 문제가 있었다.

파브라늄에 귀속시킨 매직 미사일을 전개시키려면 주인-그리드-의 마나를 소모해야한다는 점이었다.

말락서스의 망토와 흑수정 귀걸이를 착용, 지력을 뻥튀기한 그리드였으나 그래봤자 총 마나량이 16,000대에 불과했다.

마나 소모량이 굉장히 높은 레전드리 스킬, 파그마의 검무와 매직 미사일(강화)를 연발하기에는 심히 부담스러운 입장이었다.

한데 이 상황에 피아로가 더욱 더 강해져버렸다.

‘자연경…’

능력치를 증폭시키다니, 마치 매직 드레인을 발동한 브라함과 같다.

전설들에게는 하나 같이 뛰어난 버프 스킬이 있는 듯 보였다.

‘그에 반해서 내 대장장이의 분노는…’

홍익대장장이 사상을 기반으로 습득했던 대장장이의 분노!

공격력과 공격속도를 대폭 상승시켜주는 훌륭한 버프임은 부정할 수 없으나 지속 시간이 무척 짧다는 단점을 지녔다.

5레벨이 되고나서야 35초로 늘어난 게 고작이었다.

브라함의 매직 드레인, 피아로의 자연경과는 비할 바 없이 초라한 수준이었다.

퍼퍽! 퍼퍼퍼퍽!!

“으윽!”

대장장이의 분노를 단련하다보면 언젠가 전설의 스킬에 걸맞게끔 거듭나게 될까?

생각해보는 그리드에게 피아로가 연신 도리깨질을 해댔다.

그리드가 방어를 시도했으나 어려운 일이었다. 도리깨가 원체 가벼워 공격속도가 빨랐을 뿐더러 팔락이는 궤적이 변칙적이었다.

‘이대로는 당한다…!’

자연경을 발동한 피아로는 무척이나 빨랐다. 파브라늄으로 재차 발사하는 매직 미사일을 모조리 피하고 있었다.

일방적으로 얻어맞으면서 그리드는 안타까움을 느꼈다.

‘내게 손이 2개만 더 있었더라도…!’

피아로의 도리깨질에 저항하는 한편, 아이템 합체를 전개하여 상황을 역전시켜볼 수도 있었을 것이다.

‘아?’

그리드의 뇌리를 깨달음이 강타했다.

‘그래, 손이다!’

전설적인 대장장이의 손!

만약, 이 위대한 손을 파브라늄으로 재현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상상해보라! 내 명령에 따라서 움직이는 전설적 대장장이의 손들을!

전투 시에는 여러 개의 아이템을 사용할 수 있을 테고 이는 템빨의 극대화를 뜻한다. 또한 발동시간이 긴 아이템 합체 스킬을 대신 맡길 수도 있을 터다.

‘동시에 여러 개의 아이템을 제작할 수 있으니 일의 능률도 상승할 테고!’

…아이린도 무척 기뻐할 것이다.

회심의 미소를 그린 그리드가 소리쳤다.

“타임! 잠깐! 멈춰! 멈추라고!”

“…?”

대전 도중에 패배를 시인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멈추라니?

떨떠름한 표정을 지은 피아로가 도리깨질을 멈췄다. 과연 대단한 충성심이었다.

그에게 그리드가 소리쳤다.

“내일 다시 싸우자!!”

오늘은 너무 방심했다. 아무리 전설이라지만 농부가 이렇게까지 셀 줄은 몰랐다.

내일, 만반의 준비를 갖춰 다시 싸워도 내가 진다면.

‘그때는 당신의 선택을 존중해주겠어.’

다짐하는 그리드의 눈빛에는 자신감이 충만했다.

금일 대전에서 피아로의 생명력을 10분의 1조차 깎아놓지 못하고도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이유는 절대적인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템빨의 극의에 대한 믿음이었다.

이 순간, 갓 태동을 시작한 당대의 전설들이 발전을 거듭하고 있었다. 이는 전대의 전설들을 따라잡고 종국에는 넘어서게 될 과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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