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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빨-118화 (16) (113/1,794)

템빨 16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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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빨 16권 - 1화

망망대해!

끝없이 펼쳐진 바다 위로 빛이 번쩍하더니 한 사내가 등장했다.

그리드였다.

브라함의 영혼이 자신의 몸을 차지한 순간, 곧바로 텔레포트를 사용하여 이 알 수 없는 곳까지 날아온 그가 상태창부터 열었다.

이름:브라함 에슈발트(그리드)

직업:대마법사

칭호:지공(智公)

*이 시대 최고의 지식인입니다. 아직 진리를 깨우치지는 못하여 아집이 있습니다. 탐구욕이 무척 강하고 자부심이 높아 이는 때때로 독으로 작용합니다.

*지력 35퍼센트 상승.

*낮은 확률로 폭주.

칭호:전설이 된 자

*상태 이상에 잘 걸리지 않습니다.

*생명력이 최소치일 때 잘 죽지 않습니다.

*쉽게 인정받습니다.

칭호:???

*???

레벨:545

생명력:858,310/858,310(보정)

마나:13,964,000/13,965,000(보정)

근력:258 체력:3,400

민첩:1,009 지력:15,880

*인간의 육신으로는 브라함 애슈발트의 근원적인 힘을 끌어내지 못합니다. 능력이 크게 봉인 된 상태입니다.

레벨 업으로 획득할 수 있는 능력치 포인트는 1레벨당 10개다.

즉, 545레벨인 브라함의 능력치 총합이 2만을 초과한다는 것은 상식에 반한다는 뜻이 됐다.

물론 레벨 업과 별도의 방법으로 능력치를 상승시키는 방법이 다수 존재하기는 했지만, 이를 고려해 봐도 브라함의 능력치 총합은 너무 비현실적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는 그리드 본인의 능력치 총합도 1만 4천대에 육박하고 있었지만, 그리드는 보유한 능력치의 종류가 워낙에 다양하기 때문이었다.

그리드조차도 전투 관련 능력치만 놓고 따지면 능력치 총합이 6천 가량에 불과했다.

그것도 말도 안 되게 높은 것이었지만, 어쨌든 브라함 앞에서는 초라한 수준이다.

‘심지어 브라함은 능력이 봉인 된 상태라고 한다. 원래는 도대체 얼마나 강했던 거지?’

생명력과 마나의 수치를 감안해 보면, 본래 체력과 지력은 지금보다 몇 십 배 이상씩 높았던 게 아닐까 싶다.

‘그보다…’

인간의 육신으로는 브라함 애슈발트의 근원적인 힘을 끌어내지 못합니다.

이 문구가 심히 거슬린다.

“당신, 설마 인간이 아니었던 거야?”

[내 생김새는 인간과 다를 바가 없었고 생명마저도 유한했다.]

‘…인간이었다는 뜻이지?’

인간이면 인간이다. 아니면 아니다.

간단하게 답하면 될 것을 왜 굳이 꼬아 말하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여긴 어딘데?”

바다와 하늘의 구분이 어렵다.

허공의 그리드는 지금 자신의 발밑이 바다인지 하늘인지, 내가 똑바로 섰는지 뒤집어져 있는지 혼란스러웠다.

대자연의 압도적인 위엄 앞에 위축 된 그를 브라함이 비웃었다.

[전설이 된 자가 한낱 대해에 경외심을 품는가.]

“인간이 자연 앞에 작아지는 건 당연한 현상 아닌가?”

[전설이란 초월자가 아니더냐. 스스로를 단순한 인간이라 인식하여서는 안 되지. 스스로 벽을 만드는 셈이나 다름이 없다.]

‘그럴싸하군.’

본래 그리드는 브라함을 의심하며 경계했었다.

역사 속 파그마의 사망 시기는 100년 전. 반면 브라함이 말한 파그마의 사망 시기는 300년 전이었으니 거짓말쟁이 같았고 수상쩍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브라함의 영혼과 하나가 되었기 때문일까?

브라함에 대한 의심과 경계심이 옅어졌고, 도리어 그의 말에 공감하기 시작했다.

[오로지 너를 위협할 수 있는 존재만을 경계하고 나머지는 멸시하라. 그것이 전설의 태도다.]

“그럼 당신도 경계해야겠군?”

은근히 속내를 떠보았다.

그리드의 입가가 미소 지었다.

브라함의 미소였다.

[나는 경계의 수준을 넘어서 두려워해야할 존재지.]

“…아, 그러셔.”

이자는 1년 반 전에 만났을 때도 이랬다.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이 어마어마하다.

이미 죽은 몸임에도 이 정도라면, 살아있던 시절에는 도대체 어느 정도였을지 감도 안 잡힌다.

“그래서, 도대체 여기가 어딘데?”

재차 묻는 그리드에게 브라함이 대답해주었다.

[적해다.]

적해.

동대륙과 서대륙 사이에 존재하는 지상 최대 규모의 바다다.

지난 수천 년, 양측 대륙인들은 이 바다를 건너기 위해 무수한 자원을 쏟아 부었으나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대륙간 이동에 성공한 사람은 극히 소수에 불과했다.

그 과정에서 희생 된 수만 명의 사람들이 쏟은 피가 바다를 붉게 적시어 적해라 불리게 되었다는 설이 있다.

[이곳은 세상의 중심이다. 근원이 되는 곳으로서 무한한 마나가 집결되어 있지. 이곳 심해에 최악의 마수들이 존재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일일이 자잘한 것까지 설명해줄 필요는 없어.”

[좋아, 요점만 말하지. 이곳에서 나는 지고한 존재가 될 수 있다.]

쿠우우우우웅-

브라함의 의미심장한 발언 직후, 적해의 해수면이 큰 파동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쿠르르릉!!

이내 해일이 발생하는가 싶더니 용오름이 솟구쳤다. 어두워진 하늘로부터 난무하는 벼락이 그리드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

‘갑자기 이게 무슨… 헉?’

질색하던 그리드가 문득 깨달았다.

끝없이 펼쳐진 바다와 하늘을 격동시키는 자극의 근원.

그것은 다름 아닌 브라함이었다.

갱신되기 시작하는 알림창이 이를 증명하고 있었다.

[브라함이 스펠 드레인을 사용합니다.]

[대상이 없습니다.]

[대상을 국한하지 않습니다.]

[대기의 마력을 빼앗습니다.]

[바다의 마력을 빼앗습니다.]

[태양의 마력을 빼앗습니다.]

[일시적으로 마력이 상승합니다.]

[일시적으로 마력이 상승합니다.]

[일시적으로 마력이…]

..

‘이런 말도 안 되는!’

스펠 드레인.

같은 플레이어나 몬스터, 혹은 NPC를 대상으로 지정하여 마력을 일정량 빼앗는 마법이다.

마법사라면 누구나 익히고 있는 기본기로서 그 효과는 미미한 편이었다.

한데 브라함이 사용하는 스펠 드레인은 상식을 초월하는 기능과 위력을 선보이고 있었다.

대상을 하나의 생명체가 아닌 자연 전체로 지정함으로서 마력을 빼앗으니 마력의 증폭률이 상상을 불허했다.

[이 정도면 됐겠지.]

기존보다 몇 배나 높아진 마력 수치를 확인한 그리드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는 사이, 스펠 드레인의 발동을 멈춘 브라함이 텔레포트를 전개하였다.

그러자 그리드의 몸이 다시금 빛과 함께 사라졌다.

***

야탄교 본단의 위치는 수시로 바뀐다.

무수한 세력과 적대하는 야탄교의 특성상 은밀함은 기본이었다.

Satisfy가 오픈한 이래 야탄교 본단의 위치를 밝혀낸 유저가 단 한 명도 없을 정도였다.

심지어 야탄교 소속 흑마법사 유저들조차도 본단의 위치를 몰랐다.

하지만 오늘.

“드디어 찾았다.”

탐험가 랭킹 1위 스컹크의 파티가 야탄교 본단 탐색에 성공했다.

실로 역사적인 업적이었다.

“생각보다 작고 볼품없는데? 레베카교의 교황청처럼 으리으리한 곳인 줄 알았더니.”

“교황청이 쓸데없이 큰 거지.”

에이트 캐년.

급경사를 이룬 곡벽들이 숫자 8의 모양으로 휘어있는 그 협곡 외진 곳에 야탄교 본단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얼핏 외관만 봐서는 시골마을에나 있을 법한 허름한 신전에 불과했다.

하지만 신전 입구에 놓인 3개의 불기둥은 고서에 서술 된 야탄교 본단의 상징이 맞았다.

“각 길드와 종교에 연락해. 이 정보, 비싼 값에 판다.”

야탄교는 워낙에 악행을 많이 저질러왔다.

하여 야탄교 토벌 퀘스트를 보유한 고레벨 유저, 세력은 무척이나 많았다.

그들을 상대로 정보를 거래할 경우 스컹크 파티는 떼부자가 될 수 있었다.

“하오가 150만 골드를 제시했어.”

“날강도 같은 새끼.”

“자이언트 길드가 180만 골드를 제시했다.”

“아직 많이 부족해.”

“바이올렛이 235만 골드를 제시하는데?”

“바이올렛? 아, 도미니언교의 제일 성기사였던가.”

레베카교의 데미안, 쥬다르교의 토반, 도미니언교의 바이올렛.

흔히 성기사 3대장이라고 불리는 자들이다.

그들 중 바이올렛의 랭킹이 가장 낮기는 했으나 전투 능력은 으뜸이라는 소문이다.

애초에 도미니언교의 성기사들이 타종교 성기사들보다 전투에 더 특화되어있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235만 골드라… 기대에는 약간 못 미치는데.”

애매하다는 표정을 짓는 스컹크를 동료들이 설득했다.

“연합군과 야탄교의 대규모 전쟁 이후 벌써 1년 8개월이 지났다. 아직까지도 야탄교 본단 토벌 퀘스트에 집착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적어.”

“그나마 도미니언교가 전쟁을 숭상하는 종교이기 때문에 의욕적으로 나서고 있는 거지.”

“바이올렛 이상의 금액을 제시할 사람은 없다고 본다. 바이올렛과 거래하자.”

고민해본 스컹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흠, 좋아. 대신 조건을 걸어.”

“무슨 조건?”

“최소 15개국 방송국의 취재진을 대동하고 올 것.”

스컹크 파티가 야탄교 본단을 발견했다!

스컹크는 이 훌륭한 뉴스를 세계 각지에 전파함으로서 자신과 파티의 가치를 높일 계획이었던 것이다.

수긍한 파티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3일이 지났다.

스컹크 파티와 바이올렛 공대가 접선 장소에서 만났다.

수십 명의 취재진들이 그들의 만남을 영상에 담았다.

“홍보 능력이 탁월하군.”

비꼬듯 뱉으며 선금을 지불하는 바이올렛에게 스컹크가 어깨를 으쓱였다.

“어차피 당신도 당신이 야탄교 본단을 박살내는 모습을 널리 알리고 싶을 거 아니야? 이참에 야탄교 본단까지 저들도 데리고 가서 당신이 활약하는 모습을 찍어달라고 부탁하라고.”

“우리 길드는 인터넷 방송국을 운영하고 있다. 퀘스트 진행 과정을 타 방송사에 판매하기보다는 길드 방송국을 통해서 전파하는 편이 훨씬 더 이득이지.”

“아, 그래? 그럼 저 기자 양반들은 이만 퇴근하셔야겠네.”

바이올렛이 기자들에게 약조한 수고비를 지불했다. 그리고 돌려보낸 뒤 스컹크의 안내를 따라 야탄교 본단으로 향했다.

“슬슬 쫓아가자.”

기자들이 특종을 놓칠 리 만무했다.

바이올렛과의 약속과 달리 돌아가지 않고 숨어있던 그들이 은밀히 움직여 바이올렛 공대의 뒤를 쫓았다.

다음날.

바이올렛 공대는 에이트 캐년 깊은 곳에 숨겨진 야탄교 본단에 당도하게 되었다.

“이곳인가…”

꿀꺽.

기세등등하던 바이올렛 공대원들이 정작 야탄교 본단 앞에 서자 긴장감을 숨기지 못했다.

야탄교 본단에는 야탄의 첫 번째 종, 탈로스가 있다.

과연 우리가 그를 레이드할 수 있을까?

우리의 숫자가 90이 넘고 만반의 준비까지 끝냈다고는 하나 탈로스에 대한 정보는 너무 부족하다.

단지 최강의 흑마법사라는 소문만 들었을 뿐이다.

불안한 표정을 짓는 공대원들을 바이올렛이 격려했다.

“우리 공대의 클래스 조합은 이상적이며 3차 전직자가 무려 4명이나 포진하고 있다. 우리의 힘이라면 능히 야탄의 첫 번째 종을 죽이고 야탄교 본단을 쑥대밭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바이올렛의 충만한 자신감에는 합당한 근거가 있었다.

<야탄의 첫 번째 종 척살(SS+)>

이 퀘스트를 받았던 시기가 벌써 1년하고도 8개월 전이다.

당시의 바이올렛은 아직 200레벨조차 달성 못한 1차 전직 성기사였다.

반면 지금의 바이올렛은 3차 전직 성기사였다.

제아무리 탈로스가 네임드급 보스라고 할지언정, 설마 2차 전직도 못했던 시점에 받은 퀘스트를 지금에 와서 클리어하지 못하겠는가?

탈로스의 레벨은 모두의 예상보다 낮을 가능성이 높았다.

긍정적인 분석을 내놓은 바이올렛 공대가 야탄교 본단에 입장했고, 각국 방송사의 취재진들이 그 뒤를 은밀히 따랐다.

그리고 잠시 후.

바이올렛 공대가 도탄에 빠졌다.

“별 하찮은 것들을 다 보는군.”

야탄의 첫 번째 종, 탈로스.

그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했다.

무려 4차 전직 흑마법사로서 바이올렛 공대를 혼자서 압도했다. 그의 부하들조차 최소 3차 전직 흑마법사였다.

저주에 빠져 주저앉은 바이올렛의 얼굴이 무섭게 일그러졌다.

“이런 미친…!”

무려 1년 8개월 동안이나 고대해온 퀘스트를 무력하게 실패해야만 하다니!

바이올렛은 억울하고 분했다.

스컹크에게 지불한 235만 골드와 공대를 꾸리면서 지출한 30만 골드를 허공에 날린 셈이 되었으니 위경련이 일어났다.

이런 고난이도의 퀘스트를 200레벨도 안 됐던 내게 안겨준 연합군 총사령관의 대가리를 쪼개 뇌 크기가 얼만한지 확인해보고 싶을 지경이었다.

한편, 각국 방송사의 취재진들은 작금의 사태를 영상으로 담느라 정신없었다. 바이올렛 공대에게 들키지 않도록 은밀히 행동하는 것도 잊고 있었다.

‘대박이다!’

‘엄청난 특종이야!’

소문만 무성할 뿐 모든 게 베일에 싸여있던 야탄의 첫 번째 종, 탈로스!

그는 기대 이상의 존재였다.

3차 전직자 4명이 포함 된 대규모 공대를 홀로 압도하는 그의 모습을 뉴스에 공개하는 순간 높은 시청률은 따놓은 당상이었다.

사내에서 올해의 기자상을 수상하고 특별 보너스까지 챙길 수 있으리라!

바이올렛 공대가 절망하고, 기자들은 환희하는 그때였다.

“매직 미사일.”

게임을 갓 시작한 10레벨 유저가 마법사로 전직할 경우 습득할 수 있는 기본 마법 중의 하나.

그 미약한 마법이 신전 천장을 꿰뚫고 날아오더니 탈로스의 가슴에 꽂혔다.

“크아아아아악!!”

“헐?”

“응?”

웬 엄살이지?

3차 전직 유저들의 스킬에 직격 당하고도 신음 한 번 뱉지 않던 탈로스가 고통에 몸부림치며 비명을 토하자 모두가 당황했다.

모두의 시선이 매직 미사일이 날아온 방향으로 돌아가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같잖은 짝퉁아. 아모락트의 영혼은 어디에 숨어 있느냐?”

탈로스를 상대로 오만하게 지껄이는 백발의 사내.

그를 확인한 사람들이 경악을 금치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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