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빨 15권 - 16화
[아이템 합체에 성공하였습니다!!]
<(합체)실패작+리파엘의 창날>
등급:레전드리(초월)
내구력:무한
공격력:1,100~2,390 방어력:100
*민첩성 +100
*신성력 +400
*매 공격 시 +2,200의 고정 데미지.
*일정 확률로 ‘빛의 차륜격’ 스킬 발동.
*암흑 계열 마력을 보유한 대상에게 공격력 +30퍼센트.
*일정 확률로 적의 공격을 차단.
*높은 확률로 ‘5연격’ 스킬 발동.
*스킬 ‘이등분’ 생성.
*착용자보다 레벨이 15이상 낮은 적에게 공포 효과.
*어두운 장소에서 공격력 +30퍼센트.
전설의 대장장이 G가 창조한 전설급 명작 ‘실패작’과 신의 무기 모작 ‘리파엘의 창날’을 하나로 합침으로서 장점을 극대화한 무기입니다.
사용 조건:파그마의 후예
*합체 유지 시간은 2분입니다.
*거래가 불가능한 아이템입니다.
‘초월급 레전드리…!’
기대 이상의 놀라운 성과다.
실패작+리파엘의 창날의 성능은 신화급 무기와 근접해 있었다.
<아이템 합체>란 파그마의 후예만이 발휘할 수 있는 템빨의 극의라고 봐도 무방한 것이었다.
‘합체 유지시간이 2분에 불과하다는 점이 아쉽다만.’
어차피 단시간에 승부를 봐야하는 상황이다.
2분 내에 엘핀스톤을 쓰러뜨리느냐, 아니면 나와 내 동료들이 전멸하느냐.
블러드 필드가 전개 된 이상 결과는 둘 중 하나밖에 없다.
황금빛 그라데이션이 삽입 된 실패작을 거머쥔 그리드.
그가 전력을 드러냈다.
“흑화.”
쿠와아아앙!!
칠흑의 마기가 휘몰아치며 그리드의 피부가 창백해지고 흰자위는 검게 물들었다.
[암흑 마력을 증폭시킵니다.]
[암흑 마력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악마력으로 대체합니다.]
[흑화가 유지되는 동안 종족이 반마(半魔)로 변경됩니다.]
[반마 상태에서는 생명력 최대치가 50퍼센트 하락합니다. 공격력, 마력, 민첩성이 각각 20퍼센트씩 상승합니다.]
[모든 종류의 공격이 암흑 속성으로 전환됩니다.]
흑화는 최대 생명력 절반을 대가로 전투 관련 능력치를 대폭 상승시켜주는 스킬이다.
그리드는 끓어오르는 힘을 느껴야만 정상이었다.
한데 어째 상태가 이상했다.
심장 박동이 빨라지더니 극심한 두통이 밀려왔다. 호흡이 가빠지고 머리가 깨질 것만 같이 아팠다.
‘왜 이러지?’
의문을 느끼는 순간 알림창이 떠올랐다.
[해방 된 악마력과 무기의 신성력이 서로 반발합니다.]
[<(합체)실패작+리파엘의 창날>의 신성력이 악마력을 억누르고자 2배 상승합니다.]
[모든 종류의 공격이 암흑력과 신성력을 동시에 내포하게 됩니다.]
[공격이 대상에게 적중할 때마다 암흑력과 신성력이 충돌을 일으키고 폭발이 발생합니다.]
[악마력이 신성력을 집어삼키고자 흑화의 위력을 상승시킵니다.]
[최대 생명력이 50퍼센트 더 하락합니다. 공격력, 마력, 민첩성이 각각 10퍼센트씩 더 상승합니다.]
명백한 실수다.
위기를 타개할만한 힘을 추구하는데 정신이 팔려 리파엘의 창날과 흑화의 궁합을 고려치 못했다.
“크윽…!”
두통이 점점 더 심해진다.
목을 노리고 날아오는 이야루그트는 거슬릴 뿐이다.
쩌엉!
실패작의 칼등에는 상어 지느러미를 연상하게 만드는 소형 칼날이 부착되어 있다.
그것이 이야루그트의 검로를 차단하였다.
그리드가 의도적으로 펼친 검술이 아니고 템빨이다.
[<(합체)실패작+리파엘의 창날>의 옵션 효과가 발동하여 적의 공격을 차단하였습니다.]
콰앙!!
검과 검이 충돌한 지점에 흑광의 폭발이 발생했다.
그에 휩쓸린 그리드와 엘핀스톤 두 사람 모두 데미지를 입었다.
[5,300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대상에게 15,900의 피해를 입혔습니다.]
암흑력과 신성력이 섞인 폭발.
두 속성 모두에 일정 내성을 갖췄고 <성스러운 빛의 갑옷>덕분에 마법 피해를 경감 받는 그리드와 달리 신성력에 취약한 엘핀스톤은 큰 피해를 입고 말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리드에게 좋은 일은 아니었다.
최대 생명력이 1만 6천대로 하락한 그리드에게 있어서 5천 3백의 피해는 치명적이었던 반면 엘핀스톤의 현재 생명력은 400만대였다. 그의 입장에서 폭발 피해는 썩 위협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엘핀스톤은 그리드의 속사정을 모르는 입장이다.
그리드가 의도적으로 폭발을 발생시킨 것이라 오해하고 등골이 오싹해졌다.
‘이놈이 정녕 인간이라고?’
백작급 진혈족인 나와 비등한 육체능력을 발휘하면서 암흑력과 신성력을 동시에 발현하는 존재가 인간일 리 없다.
보다 초월적이며 괴이한 존재였다.
“네놈의 정체가 도대체 무엇이냐!”
“…”
그리드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수다나 떨고 있을 여력이 없었다.
극심한 두통 탓에 이성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벅찼으니까.
“크아아아아아!!”
짐승의 포효와도 같다.
괴성을 내지른 그리드가 엘핀스톤에게 접근, 살(殺)을 전개하였다.
속도와 위력, 그 모든 기세가 종전과는 비할 바가 아니었다. 실로 가공할만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공격에 초조함이 묻어났다.
사력을 다해 움직인 엘핀스톤이 살(殺)의 회피에 성공했다.
‘빌어먹을!’
간신히 공격을 피하고보니 식은땀이 온몸을 적시고 있다.
‘내가 두려움을 느끼다니!’
시조 베리아체와 그녀의 직계 대부분이 영면에 임한 이후.
진혈족 3위의 자리에까지 오른 내가 이깟 정체도 모르는 놈에게 겁을 먹다니?
‘용납할 수 없다.’
수치심이 끓어오른다.
꽈드득!
이를 간 엘핀스톤이 그리드와의 거리를 벌렸다.
검과 검이 맞부딪칠 때마다 폭발을 일으키는 놈과 검술을 겨뤄봤자 자신만 손해였으니 마법으로 대응하려는 심산이었다.
하지만 이는 큰 실수였다.
그리드에게는 파그마의 검무, 초(超)가 있다.
원거리 딜러로의 전환이 가능하다는 뜻이며, 공격이 대상에게 적중할 때마다 발생하는 폭발과 거리가 멀어짐으로서 안전해질 수 있었다.
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펑!!
날아오는 검기의 폭격에 직격당하는 엘핀스톤을 중심으로 흑광의 폭발이 쉬지 않고 발생했다.
[대상에게 15,760의 피해를 입혔습니다.]
[대상에게 16,400의 피해를 입혔습니다.]
[<(합체)실패작+리파엘의 창날>의 옵션 효과로 인하여 5연격 스킬이 발동합니다.]
[대상에게 82,900의 피해를 입혔습니다.]
[<(합체)실패작+리파엘의 창날>의 옵션 효과로 인하여 빛의 차륜격 스킬이 발동합니다.]
[대상에게 60,040의 피해를 입혔습니다.]
“크아아아아아악!!”
엘핀스톤이 끔찍한 비명을 질렀다.
그에게 쏟아지는 검기의 폭우와 흑광의 폭발은 백작급 진혈족조차 무시하지 못할 파괴력을 간직하고 있었던 것이다.
“와…”
“엄청 세네.”
“…무서울 지경이다.”
템빨단원들이 넋을 잃었다.
20위권 랭커인 그들이 보기에도 현재 그리드가 발휘하는 전투력은 차원이 다른 수준이었다.
‘어쩌면. 아주 어쩌면…’
지금 이 순간의 그리드는 천외천 크라우젤과 비견되지 않을까?
과거의 인연 탓에 크라우젤의 강함을 잘 알고 있는 폰.
그가 그런 생각을 품을 정도였다.
“제길! 제기랄!!”
멈추지 않는 폭발 속의 엘핀스톤은 욕설을 지껄이는 중이었다.
그리드의 공격에 신성력이 깃들어있었으므로 연기화할 수도 없었고, 블러드 실드를 펼쳐봤자 폭발의 피해로부터 몸을 온전히 지킬 수 없었으니 환장할 노릇이었다.
‘애초에 위축 된 것이 잘못이다!’
뒤늦게 깨달은 엘핀스톤이 태세를 바꿨다.
어차피 의미 없는 방어 따위 버리고 그리드에게 힘으로 맞설 요량이었다.
자존심이기도 했고 현명한 판단이기도 했다.
쿠오오오오오!!
사방으로 비산하고 있던 엘핀스톤의 선혈이 한 곳으로 집약됐다. 그리고 한 자루 창으로 변모하더니 그리드를 향해서 쏘아졌다.
“하트 시커!!”
퍼어어엉-!
하트 시커는 대상의 심장에 ‘무조건’ 적중하는 피의 투창이다. 확정적인 죽음의 선고였다.
그 위력은 극한의 수혈을 상회하나 엘핀스톤 본인의 생명력을 소모하였기에 사용하기 꺼렸던 기술이다.
엘핀스톤이 하트 시커를 사용했다는 것은 그만큼 그리드를 강적으로 인정했다는 뜻이기도 했다.
키이이이이이잉-!!
절대적인 위용이었다.
초(超) 상태의 그리드가 대장장이의 분노까지 전개하여 휘두르는 검기 폭격을 피의 투창이 일직선으로 관통했다.
그리고…
푸우우욱!!
“그리드!!”
템빨단원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광속으로 날아온 창에 미처 반응하지 못한 그리드가 심장을 관통 당했기에.
“쿨럭!”
그리드의 입과 코로부터 검붉은 피가 쏟아져 나왔다.
엘핀스톤은 방심하지 않았다.
‘극한의 수혈을 맞고도 살아남았던 놈이다.’
확인 사살이 필요하다.
이미 대량의 생명력과 마력을 소모해놓고도 엘핀스톤은 또 한 번 최상위 마법을 전개했다.
“블러드 웨이브!!”
쿠콰콰콰콰쾅!!
피의 파도가 그리드를 향해서 직격했다.
곧 이어 덮쳐지는 그리드를 확인하고 엘핀스톤의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순간이었다.
“파그마의 검무…”
“……!”
다크버스의 반지에 귀속 된 <스킬 삭제>를 활용, 피의 파도를 꿰뚫고 등장한 그리드가 엘핀스톤에게 직격해왔다.
당황한 엘핀스톤이 황급히 블러드 쓰론을 전개, 그리드를 저지하고자 시도했다.
하지만 연(聯)의 보법을 좌우로 밟은 그리드가 지면으로부터 솟아오른 피의 가시들 대부분을 회피하였다.
“지긋지긋한 놈!!”
악을 쓴 엘핀스톤이 <블러드 레이저>를 쏘았다.
공격 범위가 좁은 대신 관통력은 정점을 찍는 혈마법이었다.
하지만 그리드가 손을 휘젓자 그조차 소멸되고 말았다.
다크버스의 반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모습이었다.
“말도 안 되는!!”
경악성을 토하는 엘핀스톤!
종국에는 이야루그트를 거머쥐는 그와의 거리를 살(殺)의 보법으로 좁혀온 그리드가 최강의 스킬을 전개하였다.
“연살(聯殺).”
쿠오오오오오!!
흑빛 마기와 금빛 신성을 동시에 발산하는 실패작이 섬광처럼 쏘아졌다.
쩌엉!!
이야루그트와 공명한 엘핀스톤이 저항, 연살(聯殺)의 1회째 공격을 막아냈다.
하지만 이어 발생하는 폭발이 문제였다.
“큭!”
엘핀스톤의 신형이 흔들렸다.
그리드 또한 마찬가지였다.
먼저 자세를 고쳐 잡은 쪽은 엘핀스톤이었다. 간발의 차였지만 전투에서 그 차이는 컸다.
이야루그트가 그리드의 심장을 노리고 쇄도했다.
하트 시커를 맞고 발동됐던 불사 패시브의 유지 시간이 끝난 그리드의 입장에서는 엄청난 위기였다.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지는 건가.’
그리드는 생각하면서도 포기하지 않았다. 내가 죽을지언정 너 또한 저승길 동무로 삼겠다는 일념으로 연살(聯殺)의 연계를 계속했다.
그리고 근성에 보답을 받았다.
[<(합체)실패작+리파엘의 창날>의 옵션 효과로 인하여 빛의 차륜격이 발동합니다.]
절묘한 순간에 펼쳐진 스킬이다.
덕분에 연살(聯殺)의 찌르기가 삽시간에 호선으로 변화했다.
그리드의 심장을 노려왔던 이야루그트를 튕겨낸 호선이 엘핀스톤에게 역으로 상처를 입혔다.
[크리티컬!!]
[대상에게 304,600의 피해를 입혔습니다.]
‘이럴 수가!’
마검 이야루그트는 착용자를 검술의 달인으로 승화시켜준다.
한데 검술에서 밀리다니?
충격을 금치 못하며 휘청거리는 엘핀스톤에게 3회째 연살(聯殺)이 꽂혔다.
푸욱!!
[대상에게 119,400의 피해를 입혔습니다.]
이어서 4회.
[대상에게 122,000의 피해를 입혔습니다.]
그리고 5회.
[<성스러운 빛의 장갑>의 옵션 효과로 인하여 5연격 스킬이 발동합니다.]
[대상에게 608,500의 피해를 입혔습니다.]
6회.
[크리티컬!!]
[<성스러운 빛의 장갑>의 옵션 효과로 인하여 5연격 스킬이 발동합니다.]
[<(합체)실패작+리파엘의 창날>의 옵션 효과로 인하여 5연격 스킬이 발동합니다.]
[대상에게 3,054,900의 피해를 입혔습니다!!]
이를 악 문 그리드가 엘핀스톤의 몸을 찌르고, 또 찔렀다.
그때마다 발생하는 폭발이 매번 그리드까지 함께 덮쳤다.
타이밍을 맞춰서 <도란의 반지>를 착용하고 <극상의 생명력 물약>까지 복용한 그리드였으나 데미지를 회복량이 따라가지 못했다.
결국.
“큭…! 크윽!!”
나의 연인 레아.
함께라면 마냥 행복했던 그녀의 웃는 얼굴을 마지막으로 떠올려본 엘핀스톤이 검정 연기로 흩어졌고,
[사망하였습니다.]
그리드 또한 잿빛으로 산화하였다.
[뱀파이어 백작, 엘핀스톤이 모든 힘을 소진하여 강제 수면에 듭니다.]
[파티장 그리드가 사망하였습니다.]
[<파브라늄 원정대>가 <엘핀스톤의 반지>를 획득하였습니다.]
[<파브라늄 원정대>가 <이야루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파브라늄 원정대>가 <???의 4번째 조각>을 획득하였습니다.]
[<파브라늄 원정대>가 뱀파이어 도시의 최초 공략 파티가 되었습니다!]
[<파브라늄 원정대>파티 소속원들은 앞으로 1달 동안 모든 뱀파이어 도시에서 경험치 획득률과 아이템 획득률에 보너스를 받습니다!]
많은 알림창이 떠올랐다.
하지만 시야가 검게 물든 그리드로서는 확인할 방도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