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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빨-91화 (86/1,794)

템빨 14권 - 17화

콰쾅!

쿠콰쾅!!

마치 해일처럼 밀려온 칠흑의 검기가 모든 것을 때려 부쉈다.

원로회실이 쑥대밭으로 변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무지막지한!’

파스칼과 원로들은 사색이 되었다.

구석에서 떨고 있는 창녀들은 리파엘의 창날이 보호해주는 반면, 그들은 서로만을 의지해야 했기에.

“홀리 실드!”

“레지스트 다크!”

물리 방어력과 암흑 저항력을 상승시킨 파스칼과 원로들이 서로에게 힐을 퍼부었다.

마나를 안배할만한 여유는 없었다.

강맹한 공격을 견디고 살아남는 것이 그들의 최우선 과제였다.

“소란이 커지면 성기사들이 달려올 것이오! 그때까지 버팁시다!”

“힐을 멈추지 마시오!!”

번쩍!

상처와 생명력을 회복시키는 초록색 빛줄기가 쉬지 않고 생성됐다. 오로라를 보는 듯하다.

레베카교 최고위 성직자들이 합심하여 만들어낸 힐의 장관이었다.

보기에는 드래곤의 브레스 세례에도 견뎌낼 기세였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회복량이 피해량을 따라가지 못하다니!’

‘이건 인간이 발휘할 수 있는 파괴력이 아니다! 그리드 저자는 마족임이 확실해!’

+9실패작.

공격력만큼은 레베카교의 3대 신기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무기다.

+8도플갱어의 대검.

이도류 페널티로 인해 온전한 공격력을 발휘하지 못하지만 스킬의 피해량을 20퍼센트 상승시키는 옵션을 보유했다.

두 자루의 최강 대검으로 전개하는 레전드리 스킬의 위력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콰콰콰콰쾅!!

“크아아악!”

23인 원로들의 평균 레벨은 300.

그중 일곱은 아직 290레벨대의 2차 전직 사제였다.

그들이 특히 중상을 입었다.

신성력에 상극인 암흑력이 주요하게 작용하고 있었다.

‘저 녀석들이 구멍이군.’

유독 넝마가 된 일곱 원로들.

그리드의 적색 안광이 그들의 약점을 간파한다.

‘최대한 빠르게 끝낸다.’

흑화의 지속시간은 5분에 불과하다.

5분 안에 승부를 짓지 못할 경우 파스칼과 원로들이 퍼붓는 힐의 회복력을 감당할 수 없게 된다.

“대장장이의 분노.”

[공격력이 25퍼센트, 공격속도가 40퍼센트 상승합니다.]

대장장이의 분노는 4레벨이 되면서 지속 시간이 소폭 상승했다.

35초.

그리드에게는 천금과도 같은 시간이었다.

터엉!

박살난 원탁을 박차고 도약한다.

창녀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끔 주의해서 움직였다.

“연(聯).”

핏! 피피피피피피핏!!

일곱 원로들과 거리를 좁히는 그리드의 주변으로 흑색 실선이 수십 가닥 그어졌다.

신속의 묘리가 담긴 검격의 잔상이었다.

‘뭐지?’

원로들은 자신들이 베였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했다.

푸하학!!

어리둥절해있기를 잠시.

일곱 원로들의 전신에서부터 동시다발적으로 핏줄기가 솟구쳤다.

“흐억!”

“사, 살려…!”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당했다.

이 얼마나 소름 돋는 일인가?

질겁한 원로들이 발악하는 심정으로 힐을 썼다. 하지만 그리드의 공격속도가 힐의 캐스팅 속도를 월등히 상회하고 있었다.

애초에 접근을 허용하면 안 되는 것이었다.

서걱!

푸욱!

“키약!”

성스러운 빛의 장갑에 귀속 된 5연격 스킬과 실패작에 귀속 된 절단 스킬이 간헐적으로 발동하며 원로들을 잿빛으로 산화시켰다.

[타락한 원로 휴다를 해치웠습니다.]

[경험치 12,910,300을 획득하였습니다.]

[고급 사제복을 획득하였습니다.]

[완성도 높은 에메랄드 반지를 획득하였습니다.]

[반마 상태로 인간을 살해하여 악마력이 10 상승합니다.]

[타락한 원로 퓨렐을 해치웠습니다.]

[경험치 12,552,000을 획득하였습니다.]

[고급 사제 신발을 획득하였습니다.]

[반마 상태로 인간을 살해하여…]

….

..

7명의 2차 전직 원로들을 도륙하는 그리드의 시야로 알림창이 쉬지 않고 떠올랐다.

드롭되는 아이템들은 특별하지 않았으나 경험치가 상당했다.

하지만 악마력이 무려 10씩이나 오른다는 점이 그리드의 마음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악마력의 상승은 지옥으로의 출입을 가능하게 만들어 준다지만, 과연 그게 전부일까?

어쩌면 종족 자체가 악마로 변할 수도 있다.

쩌엉!!

불안감에 휩싸이는 그리드에게 녹색 빛이 작렬했다.

파스칼이 사용한 힐이었다.

그리드가 일곱 원로들을 해치는 틈을 엿본 완벽한 노림수였다.

[그레이트 힐의 영향을 받습니다.]

[성스러운 빛의 갑옷이 회복계열 마법의 위력을 300퍼센트 상승시킵니다.]

[반마에게 힐은 치명적인 독입니다!]

[23,640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크악!”

그리드에게 절대적인 힘이 되어주었던 성스러운 빛의 갑옷.

그 최강의 갑옷이 지금은 도리어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그리드의 생명력 게이지가 단 일격에 3분의 2가량 떨어지고 말았다.

고통에 떠는 그리드를 확인한 파스칼이 짐짓 당황했다.

‘뭐지? 예상보다 더 효과적인데?’

왜일까?

정확한 이유를 몰랐기에 파스칼은 자기 입맛대로 해석했다.

‘여신께서 내게 가호를 내리고 계신 것이다!’

확실하다! 레베카 여신께서 그리드의 죽음을 바라고 있다!

확신한 파스칼이 기세를 올렸다.

“지금이오! 힐을 쏟아 부우시오! 인간의 거죽을 뒤집어쓰고 모두를 기만하려했던 저 사악한 악마에게 여신의 징벌을 내리시오!”

번쩍!

생존한 16명의 원로들은 모두 3차 전직 사제였다.

그들이 사용하는 그레이트 힐의 위력은 앞서 사망한 7명의 2차 전직 원로들과 차원이 달랐다.

쩌엉! 쩌정!!

16줄기의 초록색 빛이 그리드를 강타한다.

최초에는 피하기 위해서 노력하던 그리드가 한 번의 공격을 허용한 순간 제자리에 멈췄다.

빛 무리에 갇힌 채 연신 힐을 얻어맞는 그리드.

그를 본 파스칼과 원로들이 회심의 미소를 그렸다.

‘의외로 쉽군!’

‘악마에게 영혼을 판 대가다!’

‘그리드를 죽였다!’

파스칼과 원로들이 승리감에 도취되는 그때였다.

“파그마의 검무.”

빛 무리 속 그리드가 죽기는커녕 멀쩡히 살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뭣이!”

터엉!

경악하는 파스칼의 지척으로 그리드의 신형이 근접해왔다.

실로 가공할만한 속도다.

+8이상적인 단검에 귀속 된 <신속한 몸놀림>의 발현이었다.

너울거리는 마기에 휩싸여진 푸른 검광이 직선으로 쏘아졌다.

“살(殺)!”

쩌어어어어엉!!

파스칼의 홀리 디바인 실드가 단 일격에 박살났다.

일반적인 홀리 실드보다 3배나 강력한 실드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네, 네놈! 어째서 살아있는 게냐!”

그리드의 상태는 말도 아니었다.

몸 구석구석에 깊은 상처를 입고 피를 철철 흘렸다. 심지어 가슴 부근에는 구멍이 뻥하고 뚫려있었다.

진즉 죽어도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그리드에게는 비장의 패시브 스킬이 있었다.

[전설이 된 자는 쉽게 죽지 않습니다. 생명력이 최소치가 되어 5초 동안 모든 공격에 저항합니다.]

오래간만에 무적스킬에 의존하게 된 그리드가 격분했다.

“치사한 놈들! 혼자인 사람을 여럿이 공격해서 이 지경까지 몰아넣다니!”

“뭘 이제 와서…! 네놈 스스로 혼자 우리에게 덤볐잖느냐!!”

이를 가는 그리드로부터 황당함을 느낀 파스칼이 스스로에게 힐을 사용했다. 그와 동시에 홀리 디바인 실드를 수복시켰다. 더블 캐스팅의 위용이였다.

잠자코 있을 그리드가 아니었다.

악귀의 피눈물이 발동하여 공격력이 대폭 상승한 상태.

파(波)를 전개하여 파스칼과 원로들의 속도를 저하시킨 후 평타와 꺾을 수 없는 정의를 시간 차 없이 연계, 파스칼이 실드를 완성시킬 틈을 주지 않았다.

이어서 곧장 최강의 스킬을 선보였다.

“연살(聯殺)!”

푹!

파스칼의 심장을 1회.

푸욱!

2회.

푸우욱!

3회.

두 자루 대검이 동시에 찌른다.

그리드가 입맛을 다셨다.

‘2방만 더 발동했어도 죽일 수 있었는데.’

연살(聯殺)의 타격 횟수는 무작위다. 의도적으로 제어할 수 없다. 아쉬운 부분이다.

심장을 난도질당한 파스칼은 끔찍한 고통에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자, 잔악한 놈…!”

집요하게 심장만을 노리고 공격하면서 눈살 한 번 찌푸리지 않는다.

도리어 웃더니 입맛까지 다시는 것을 보면 역시 이놈은 정상적이지 않다.

“나 이상으로 흉포한 네놈이 무슨 권리로 나를 비난하고 응징하는가!!”

억울하다는 듯이 외치는 파스칼에게 그리드는 덤덤히 답했다.

“강자의 권리다.”

그 한 마디면 족하다.

단지 강자라는 이유만으로 수많은 약자를 짓밟아온 파스칼이기에 더욱 더 그랬다.

뿌린대로 거둔다 했던가! 파스칼은 뒤통수를 크게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딱히 반론할 말을 찾지 못하는 그에게 그리드가 연속적으로 실패작을 휘둘렀다.

원로들이 파스칼을 살리고자 집중적으로 힐을 사용해줬지만 역부족이었다.

이미 연살(聯殺)에 직격 당한 파스칼은 대부분의 생명력을 상실하고 있었다. 체내에 마기가 침투하여 힐의 효과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

“네노옴!!”

급기야 얼굴을 크게 베인 파스칼의 대머리에 핏대가 솟았고 눈동자는 붉게 충혈 됐다.

이제 고작 한 달!

한 달 후면 교황이 되어 8천만 교인 위에 군림할 수 있었건만!

“어째서 네놈이 나타나 나를…! 나르을!! 크아아아악!! 혼자 죽지 않겠다!! 라이트 블레이즈!!!”

파스칼의 레벨 330.

전대 교황 드레비고보다 신성력은 낮지만 레벨은 훨씬 더 높다.

네임드급 NPC는 유저들의 평균 레벨과 비례하여 성장하기 때문이다.

그가 사용하는 마법의 중후함은 무시할 것이 못되었다.

퍼엉!

퍼퍼퍼퍼퍼퍼펑!!

성스러운 폭발을 일으켜서 그리드를 떼어낸 파스칼이 수십 개의 마력탄을 날렸다.

‘이까짓 것!’

무적 지속 시간이 아직 2초 남았다.

그리드는 마력탄을 피하지 않고 맞서며 도리어 공세를 더했다.

“미친!”

파스칼은 작금의 상황을 도무지 납득할 수가 없었다.

서로 똑같이 때리는데 어째서 나만 죽어가는 것이며 이놈은 왜 기세가 꺾이질 않는가?

“좀비 같은 네놈일지라도 이것만은 견디지 못할 것이다! 여신의 격노!!”

파스칼에게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다.

모든 신성력과 생명력을 소진하여 최상위 신성 마법을 발동시켰다.

내 모든 것을 망친 그리드를 저승길 동무로 삼겠다는 최후의 각오였다.

파팟! 파파파팟!!

파스칼의 등 뒤로 지름 2미터가량의 커다란 황금색 마법진 2개가 빠르게 생성됐다.

과거, 교황 드레비고가 사용했던 필살기와 같은 마법이었다.

드레비고가 사용했을 당시보다 마법진의 크기가 많이 작았고 위력 또한 못 미칠 것 같았으나 지금의 그리드를 상대로는 충분한 위력을 발휘하고도 남았다.

쿠와아아아앙!!

마법진들로부터 찬란한 섬광이 쏘아졌다.

그 여파로 인해서 원로회실 전체가 들썩이고 균열을 일으켰다.

여신의 이름이 붙은 바, 위력 면에서 그리드의 초연(超聯)을 상회하는 마법이었다.

광속으로 쏘아지는 빛줄기를 마주한 그리드의 시야로 알림창이 떠올랐다.

[무적의 지속 시간이 끝났습니다.]

죽는다?

‘아니.’

원로라는 이름의 힐셔틀을 대량으로 등에 업은 파스칼의 강함은 그리드의 예상을 가뿐히 웃돌고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변하지 않는다.

그리드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이기는 건 나다.’

드레비고와의 싸움 이후 1년 3개월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그리드는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왔다.

어떤 변수가 발생할지라도, 끽해야 드레비고와 동급인 파스칼에게 그리드가 패배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종횡무진!”

칭호 <은밀한 영웅>에 귀속 된 스킬.

사용 범위에 한계가 있고 재사용 대기 시간은 무려 1시간이나 되지만, 목표대상에게 접근할 때까지 논타켓 스킬을 모조리 회피하는 최상위 돌진기다.

터엉!

파스칼을 향해서 몸을 날리는 그리드.

그의 신형이 공중에서 선회하며 두 줄기 여신의 격노를 회피해버린다.

쿠오오오오!

휘몰아치는 마기가 실패작과 도플갱어의 대검에 집약되었고,

“이런 말도 안 되는!!”

광속의 마법이 코앞에 있는 대상을 적중시키지 못하다니?

경악하는 파스칼의 머리 위로 베기의 극의가 떨어졌다.

“극(極)!!”

[파그마의 검무, 극(極)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대상에게 입히는 피해량과 마나 소모량이 증가합니다.]

서걱!

“큭…! 크아아아아악!!”

파스칼이 단말마의 비명을 토했다.

그를 살릴 수 없다고 판단한 원로들이 그리드를 노리고 힐을 전개했다.

번쩍!

무적과 종횡무진의 발동이 끝난 직후.

생명력이 단 1밖에 남지 않은 채 무방비로 있는 그리드를 향해서 16줄기의 녹색 빛줄기가 정확히 꽂혔다.

이번이야말로 죽는가?

아니다.

셀 수 없는 죽음을 맛봤던, 무력한 시절의 그리드는 이제 없다.

신중하고 영리… 아니, 상식적이다.

결코 쉽게 당하지 않는다.

[다크버스의 귀걸이를 해제하였습니다.]

[흑화가 소멸합니다.]

[그레이트 힐의 영향을 받습니다.]

[성스러운 빛의 갑옷이 회복계열 마법의 위력을 300퍼센트 상승시킵니다.]

[생명력이 회복되었습니다.]

[생명력이 회복되었습니다.]

[생명력이 회복…]

“헐.”

죽기 직전.

그리드를 저승길 동무로 삼게 되었다는 사실을 위안으로 삼고 있던 파스칼의 얼굴이 처참하게 구겨졌다.

원로들의 힐을 받은 그리드가 죽기는커녕 멀끔히 회복되고 있었기에.

“뭐 이딴 미친 경우가!!”

잿빛으로 산화하는 파스칼의 마지막 외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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