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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빨-88화 (83/1,794)

템빨 14권 - 14화

일반적인 랭커들은 범세계적으로 인기가 많은 반면 그리드는 안티가 많았다.

대부분의 외국인들이 그리드를 싫어했다.

컨트롤 실력도 형편없는 주제에 오직 템빨만으로 국가대항전에서 활약한 그를 조롱하고 심지어 비난하는 이들조차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흐름이 바뀌기 시작한다.

부단한 노력 끝에 실력을 상승시킨 그리드는 자신을 향한 비난을 잠재우고 있었다.

“오러 페스티벌!”

퍼펑! 퍼퍼퍼퍼퍼퍼팡!!

마치 폭죽과도 같다.

창공을 수놓는 금빛 오러의 연쇄적인 폭발이 그리드를 압박했다.

‘집중하자.’

대단한 스킬이기는 하지만 위축될 필요도 없다.

적색 안광을 번뜩인 그리드가 신형을 날렸다.

높은 통찰력을 활용. 폭발의 궤도를 파악하고 회피하는 그의 동작이 보는 이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2,362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2,510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2,487의 피해를…]

오러 페스티벌의 장점은 범위에 있었다. 워낙 광범위한 공격인지라 그리드의 민첩성으로는 완벽한 회피가 불가능했다.

하지만 대단위 스킬답게 위력이 약하다는 한계가 있었다. 몇 번의 공격을 허용하는 정도로는 치명적이지 않았다.

도플갱어의 액세서리세트 덕분에 극대화된 불굴 능력치가 받는 피해를 감소시켜주는 도움도 컸다.

“파그마의 검무.”

쿠오오오오오-

하늘 위 그리드의 주변 기류가 들끓는다.

급기야 폭발하는 기운에 의해서 그리드의 흑발이 나부꼈다. 아니, 나부끼는 수준이 아니라 중력을 거스르듯 솟구쳤다.

근거리 딜러인 그리드를 원거리딜러로 전환시켜주는 초(超)의 전조였다.

“초(超).”

스팟!

그리드가 검을 한 번 휘두를 때마다.

쿠콰쾅!

지상의 플뤼톤을 노리고 검기가 쏘아졌다.

그 기세가 가히 벼락과 비견되었다.

“크윽!”

그리드의 공격속도와 비례해서 발생하는 검기의 폭우는 플뤼톤에게 재앙으로 작용했다.

실패작이 한 번. 도플갱어의 대검이 또 한 번.

쉬지 않고 연속적으로 휘둘러지는 두 자루 대검이 토해내는 검기는 빠르고 강했다. 플뤼톤에게 숨 돌릴 틈조차 주지 않았다.

‘수준이 다르다!’

무너지는 대지를 뛰어다니는 플뤼톤이 점차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아갔다.

‘솔로 넘버급…!’

솔로 넘버 나이트는 같은 적기사단원들에게도 경외의 대상이었다.

한데 그리드의 실력이 그들 못지않은 것이다.

오러 페스티벌로 유효타를 입히지 못한 시점부터 플뤼톤은 이미 자신과 그리드의 실력 차이를 절감하고 있었다.

‘에트날! 한낱 소국 따위가 이런 괴물을 숨겨두고 있었다니!’

괘씸하고도 위험한 일이다.

이 사실을 반드시 황제께 고해야만 했다. 에트날 왕국을 견제하라는 간언을 올려야 할 의무가 있었다.

퍼엉!

플뤼톤의 오른쪽 어깨에 검기가 적중했다.

‘젠장!’

이대로는 꼼짝 없이 당한다.

예리한 감각에만 의지해서는 폭우처럼 쏟아지는 검기의 폭풍을 언제까지고 피할 수 없었다.

이롤 악문 플뤼톤이 슈퍼 아머를 전개했다.

쿠콰콰콰콰쾅!!

금빛의 오러 보호막이 검기들을 무력화시켰다. 엄청난 방어력이었지만, 공교롭게도 슈퍼 아머의 지속 시간은 그다지 길지 않다.

넋을 잃고 있는 흑기사들에게 플뤼톤이 소리쳤다.

“나는 퇴각하겠다! 놈의 발을 묶어 시간을 벌어라!!”

절망적인 명령이었다.

희생을 강요받은 흑기사들의 안색이 질리고 말았다.

하지만 상명하복의 원칙은 절대적인 바.

검을 고쳐 쥔 흑기사들이 몸을 날렸다.

그리드의 검기에 맞서며 플뤼톤에게 퇴로를 열어주었다.

콧방귀 뀐 그리드가 초(超)를 해제한 후 지상으로 낙하, 연(聯)을 전개했다.

“이건 후로이의 몫이다.”

후로이를 반송장으로 만들어놓은 죄악에 대한 응징이 떨어진다.

채챙! 채채채채채챙!!

그리드를 일제히 덮치는 다섯 흑기사의 공격이 연(聯)에 상쇄되더니 급기야 밀리기 시작했다.

핏! 피피피피피핏!!

푸화학!

“크아아악!!”

검은 갑옷의 이음새들로부터 핏줄기가 튀어 올랐다.

<급소 간파>와 결합 된신속의 검술은 과거와 비교해서 월등히 성숙해져 있었다.

“보내지 않는다…!”

간신히 버틴 흑기사들이 그리드에게 반격했다.

그들은 동귀어진을 노리고 있었다.

방어 따위 염두에 두지 않은, 그들이 행할 수 있는 최강 위력의 스킬들이 일제히 발현되었다.

누가 봐도 그리드의 위기였다.

-헐.

-그리드 죽는 거?

치킨 먹는 것도 잊은 채 전투에 몰입하던 시청자들이 걱정하지만 괜한 오지랖이다.

휘리릭!

백색 후드짚업이 나부낀다.

페이커가 피아로와 대련할 때 선보였던 움직임을 떠올린 그리드가 몸을 팽이처럼 회전시켰다.

그러자 흑기사 다섯 명이 동시다발적으로 사용한 스킬 중 논타겟 스킬 2개가 그를 적중시키지 못했다. 살짝 스쳐서 경미한 피해만을 입혔다.

“제길!”

좌절하는 흑기사들의 시야를 푸른 검광이 뒤덮는다.

파그마의 검무, 파(波)의 묘리가 다섯 흑기사들을 위협하는 것이었다.

“이건 내 몫!!”

내게 칼침을 놓은 죄악에 대한응징!

“크헉!”

그리드를 중심으로 뻗어나간 검기의 파도가 다섯 명의 흑기사들로 하여금 비명을 토하게끔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그리드도 3개의 스킬을 적중당했으나 흑기사들보다 도리어 적은 피해만 입었다.

당연하다.

현재 그리드가 무장하고 있는 방어구 세트는 전설의 대장장이 파그마가 신의 광물로 제작한 것이었으니까.

“이것도 내 몫이다! 극(植)!”

“왜 네 몫이 더 많은 거냐!!”

후로이보다 덜 맞은 주제에 제몫을 더 챙기는 그리드의 행태가 흑기사들의 혼란을 유발시켰다.

그들의 심정이야 어쨌든 베기의 극의가 펼쳐진다.

서걱!

파(波)의 영향으로 모든 속도가 저하된 흑기사 중 그리드의 정면에 있던 흑기사의 몸이 갑옷 째로 양단됐다. 실패작에 깃든 절단 스킬의 위력이었다.

[흑기사 데버를 해치웠습니다.]

[경험치 8,960,000을 획득하였습니다.]

[79골드를 획득하였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까미앙을 잡고 대량의 경험치를 획득하고 있던 그리드의 시야로 고대하고 고대하던 알림창이 떠올랐다.

이제 296레벨.

300레벨까지 단 4레벨만이 남았다.

머잖아 모든 스탯이 3차 각성을 맞이하게 된다.

씨익!

사람을 반으로 쪼개놓고 웃다니?

안 그래도 기괴한 가면을 쓴 채 적색 안광을 흩뿌리는 그리드였다.

피롤 뒤집어쓴 그가 웃자 악마와 진배없었다.

한 마디로 그냥 미친놈 같았다.

-옛날 생각나네.

-그리드가 대로의 도살자라고 불렸을 때요?

-맞음. 자이언트 길드원들 도륙했을 때. 당시에 자이언트 길드가 일반 유저들한테 엄청 꼬장 피우고 다녔었는데… 보면서 통쾌했었음.

유저들이 랭커들의 팬이 되는 이유가 월까?

대리만족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으로서는 불가능한 일들을 해내는 랭커들을 보면서 유저들은 짜릿한 전율을 느꼈다. 그러면서 점차 팬이 되어갔다.

지금 그리드를 보는 시청자들의 심정이 그랬다. 웹채널을 통해서 중계를 지켜보는 외국인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채팅창에 분란을 일으키던 안티들이 침묵했다.

터엉!

잿빛으로 산화하는 흑기사를 돌파함과 동시에 플라이 마법을 사용하는 그리드.

가공할 속도로 이동하여 플뤼톤의 머리 위까지 도달한 그가 신발을 스왑했다.

브라함의 부츠가 빛과 함께 사라지고 그리드의 부츠가 무장된다.

동시에 플라이 마법이 해제됐다. 체중이 급격하게 늘어난 그리드의 몸이 지상으로 추락했다.

무게를 담고 떨어지는 두 자루 대검에 항거하기 위해서 플뤼톤이 스킬을 펼쳤다.

“레드 소드!!”

적기사단에 대대로 전해져온 최강의 스킬 중 하나다. 10번대 적기사부터만 전수받을 수 있는 비기였다.

화르륵!!

플뤼톤의 검에 깃든 금빛 오러가 붉게 물들더니 휘몰아쳤다.

불길 그 자체였다.

그리드를 노리고 날아가는 화염의 검격은 작은 산 하나쯤 그대로 날려버릴 만한 위력을 내포하고 있었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알고 있다.

-그리드 스킬이 더 세지.

-레전드리 스킬이니까.

“살(殺).”

그리드의 부츠를 무장함으로서 강화된 대검술에 극도의 살의가 깃드는 순간 승패는 정해졌다.

찌어어어어어어엉-!!

“허억?”

살(殺)과 충들한 레드 소드가 분쇄된다.

3백 년 역사 동안 이어져온 적기사단의 비기 중 하나가 이토록 허망하게 무너지다니?

레드 소드를 압도하는 일격에 질려버린 플뤼톤의 얼굴이 사색으로 물들었다.

위력이 반감된 살(殺)을 리미트 소드로 상쇄시킨 플튀톤이 고래고래 소리쳤다.

“도대체 네놈은 뭐냐! 너 같은 강자가 어찌 그동안 무명일 수 있었지!”

플뤼톤은 그리드의 힘의 원천이 황금 창날을 비롯한 아티팩트에 있다고 판단했었다.

하지만 지금 와서 보니 명백한 오판이었다.

그리드의 강함은 검술에 있었다.

보기 드문 초월적 검술이었다.

초월적 검술!

이는 결코 과장이 아니다.

전설의 대장장이이자 검호였던 파그마의 힘을 이어받은 그리드는 당대 최고수 피아로를 사사하기까지 했으니까.

환경적인 부분만 놓고 본다면, 그리드는 기존의 전설들조차도 뛰어넘을 기반을 다진 상태였다.

타고난 재능이 미천하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었지만.

“무명은 개뿔. 나. 유명한데?”

사하란 제국이 세상의 전부라고 믿는 적기사들.

그들이 우물 안 개구리임을 통감한 그리드가 플뤼톤의 심장에 실패작을 꽂았다.

“쉽게 당하진 않겠다!”

5초 동안 유지되는 <초감각>을 발동한 플뤼톤이 실패작을 회피한 후 그리드의 측면으로 돌입했다.

뇌에 과부하를 일으키는 초감각을 사용한 시점부터 이미 플뤼톤은 죽음을 각오하고 있었다.

‘죽을 땐 죽더라도 팔 하나는 거둬 주마!’

최후의 용단이었다.

하지만 그가 도달한 지점에는 이미 도플갱어의 대검이 날아오고 있었다.

행동을 예측당한 것이다.

대검의 찌르기가 실패할 경우, 적은 어떤 식으로 응수해오는가?

‘파그마를 복제한 랜디와 80번도 넘게 싸우면서 파악했지.’

푸욱!

“이, 이런…!”

“잘 가라. 짝통 적기사.”

피아로와 아스모펠.

적기사 출신인 그들의 강함은 그리드에게 위협을 선사할 정도다.

아니. 피아로의 경우 그리드를 상회하는 실력자였다.

그들과 비교하면 플뤼톤은 적기사라고 말하기가 민망할 정도였다.

“큭큭…! 고작 까미앙과 나를 이긴 정도로 기세가 등등하구나! 적기사단에는 나와 비교가 안 되는 실력자들이 아직 널려있다! 솔로 넘버 나이트 두 명만 나서도 너 따위 아무 것도 아니야!”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알지.”

이번 전투에서 그리드는 온전한 실력을 발휘하지 않았다.

비장의 수단으로서 아껴둔 아이템들과 칭호 효과들이 아직도 많이 남았다.

‘빌어먹을 놈!’

심장이 꿰뚫리고도 생명력이 아직 3분의 1 가까이 남은 플뤼톤.

그는 은밀하게 반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리드의 주의를 끈 후 오러를 끌어 모았다.

오러를 폭발시켜서 그리드에게 피해를 입힌 후 검술을 연계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그가 오러를 폭발시키는 것보다 그리드의 검이 더 빨랐다.

“어딜.”

수상한 낌새를 읽은 그리드가 실패작과 도플갱어의 대검을 연속적으로 휘둘렀다.

몇 번이나 교차하는 두 자루 대검에 베인 플뤼톤의 수급이 잠시 후 바닥 위로 떨어졌다.

그롤 확인한 그리드가 이를 갈았다.

‘기다려라, 파스칼.’

내 목숨을 노린 대가는 경험치로 갚아야할 것이다.

비릿한 미소를 머금는 그리드의 시야로 대량의 알림창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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