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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빨-85화 (80/1,794)

템빨 14권 - 11화

대상을 간파합니다. 위험을 예측합니다.

<통찰력>스탯을 설명하는 문구이다.

검호 피아로를 만나기 전, 아직 하수에 불과했었던 그리드는 통찰력을 단순한 전투력 측정기쯤으로 활용했었다.

하지만 사실 통찰력이란 본인의 전투력을 상승시켜주는 절대적 요소였다.

위험을 예측한다는 것은 즉,

“쥐새끼 같은 놈!”

적의 움직임을 읽는다는 뜻이 된다.

그리드는 까미앙의 공격을 쉽게 허용하지 않았다.

회피, 방어 후의 동작을 반격으로까지 연계해 도리어 카운터를 날렸다.

피아로가 몇 번이고 열불을 내면서 가르쳤던 움직임이다.

“컥!”

효율적인 움직임이 본신의 능력을 100퍼센트 이끌어낼 수 있게끔 도왔다.

그리드의 일격, 일격이 매섭고 강했다.

“끄, 끄윽…! 이 자식이!”

까미앙은 믿을 수 없었다.

무기도 들지 않은 상대를 압도하기는커녕 도리어 자신만 데미지를 누적당하고 있었기에.

‘나와 이놈의 실력 차이가 이렇게까지 컸다고? 뭔가 잘못 됐다…! 있을 수 없는 일이야!’

<제국>이라는 이름의 우물만이 세상의 전부라고 믿어왔던 까미앙.

그는 소국(타국)에서 발생하는 일들 따위엔 무관심했다.

하여, 그는 그리드를 몰랐다. 이번에 교황청에 와서야 그리드를 처음 알았다.

그가 듣기로 그리드는 전대 교황 드레비고를 ‘간신히’ 쓰러뜨린 정도의 실력자에 불과했다.

하지만 실상은 어떤가?

그리드는 드레비고보다 훨씬 더 강력한 보스들을 몇 번이고 홀로 레이드해온 경험이 있다.

피아로의 지도 아래, 파그마를 복제한 랜디와는 심지어 83번을 싸웠다.

굳이 따지자면 피아로를 사사한 그리드야말로 적기사단의 적통이었다.

검공 리미트가 육성한 방계 적기사 중에서도 30번째에 불과한 까미앙이 감당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얼굴을 일그러뜨린 채 이를 가는 까미앙을 그리드가 도발했다.

“검은 장식이냐? 맨손인 상대 하나 제압 못하고 무슨 꼴불견이야?”

“닥쳐라!!”

까미앙은 갑자기 날아온 황금 창날에 가슴을 크게 찔린 후로 평정심을 상실한 상태였다.

잔뜩 약이 올라서는 그리드의 도발에 쉽게 넘어가 움직임이 커졌다.

덕분에 그리드만 편했다.

도살귀의 안대에 귀속 된 <급소 간파>가 높은 통찰력과 결합되며 폭발적인 상승작용을 일으켰다.

이 순간 그리드는 까미앙이라는 이름의 마리오네트를 통제하는 조율자였다.

퍽! 퍼퍼퍽!

최강의 무투가, 레가스.

그의 움직임을 떠올리고 어설프게나마 따라한다.

때로는 짧게, 때로는 시원하게 뻗어나가는 주먹이 강력한 카운터를 쉬지 않고 날렸다.

갑옷의 이음새만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공격이 까미앙에게 혼란을 안겨줬다.

‘또 다섯 대…!’

그리드가 주먹을 한 번 찌를 때, 간헐적으로 그의 장갑이 빛을 내뿜었다.

그때마다 까미앙은 5번 얻어맞는 통증을 느껴야만 했다.

성스러운 빛의 장갑에 귀속 된 <5연격>의 효과였다.

그렇다.

그리드는 언제나 그랬듯이 적극적으로 템빨에 의지하는 중이었다.

쐐액-

푹!

빈틈을 포착할 때마다 총알처럼 쏘아지는 리파엘의 창날.

파브라늄으로 제작한 그것이야말로 템빨의 정점이었다.

맨주먹과는 달리 까미앙에게 무시할 수 없을만한 입혔다.

[대상에게 3,830의 피해를 입혔습니다.]

‘좋아, 이번엔 제대로 터졌다.’

<리파엘의 창날(모작)>

등급:유니크

내구력:없음

공격력:101~730

*신성력 +200

*매 공격 시 +1,500의 고정 데미지.

*낮은 확률로 ‘빛의 차륜격’스킬 발동.

*암흑 계열 마력을 보유한 대상에게 공격력 +20퍼센트.

진정한 전설로 거듭나고 있는 대장장이 G가 제작하였습니다.

레베카교의 3대 신기 중 하나인 리파엘의 창의 창날을 소형화시킨 물건입니다.

의지를 지닌 전설적 광물, 파브라늄으로 제작하여 주인을 지키려는 성향이 강합니다.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입니다.

무게:14

창대는커녕 손잡이조차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사람이 직접 사용할 수 없다. 그렇기에 무기로 분류되지 않았다.

덕분인지, 아니면 신성력이 깃들었기 때문인지, 리파엘의 창날은 무기 사용 불가라는 금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다.

그리드는 그것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계속 유효타를 입힘으로서 까미앙을 점차 상처투성이로 만들었다.

“크아아아! 죽인다! 죽여 버린다!”

본래 까미앙은 그리드를 천천히 가지고 놀다가 죽일 계획이었다. 하지만 도리어 본인이 수세에 몰리자 초조해져 스킬을 사용했다.

파팟!

<예리한 감각>을 발동한 까미앙이 그리드의 공격을 연달아 회피한 후 반격한다.

그의 검이 시간차 없이 종과 횡을 그렸다. 듀얼 크로스 소드의 발현이었다.

4연타에 불과했지만 그 빠르기가 연(聯)과 비견됐다. 파공성이 검격 후에 이어졌다.

그리드의 적광이 짙어진다.

높은 통찰력이 그에게 경고하고 있었다.

‘피할 수 없다.’

맞은 후에 반격해야하는가?

아니다. 그래서야 맨손인 그리드만 손해였다. 뼈를 주고 살조차 취하지 못하는 격이었다.

그렇다면,

‘부순다.’

이를 악문 그리드가 주먹을 뻗었다.

오러가 실린 검격에 맨주먹으로 맞서다니, 누가 봐도 미친 짓이었다.

그리드의 주먹부터 팔까지 8등분 나리라고 까미앙은 믿어 의심치 않았다.

현재 전투를 시청 중인 수백만 시청자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진정한 전설이 되어가고 있는 그리드를 범인, 혹은 어정쩡한 천재 따위가 판단하는 것은 오만이었다.

그리드의 행동에는 일반인이 상정할 수 없는 범위의 이유가 있었다.

템빨이다.

쩌엉!

크로스 소드와 그리드의 주먹이 충돌하는 순간,

번쩍!

그리드의 중지에 끼워져 있던 루비 반지가 마기를 토해냈다.

[<다크버스의 반지>의 옵션 효과가 발동하여 대상 스킬을 무력화 시킵니다.]

“뭣이!”

경악하는 까미앙!

-헐;; 저게 뭐임?

-스킬이 사라지네;;

-아니 애초에, 그리드 왜 저렇게 컨트롤을 잘 하나요? 저렇게 빠른 검술을 어떻게 주먹으로 맞받아침? 그리드 맞음?

-민첩빨이겠지.

-ㅇㅇ템빨로 민첩 극대화시킨 듯.

경탄하는 시청자들!

‘피할 수 없으면 이용한다.’

촬영용 마법구를 흘겨보는 그리드의 표정이 비장하다.

‘똑똑히 봐둬.’

쩌엉!!

크로스 소드를 꿰뚫고 날아간 그리드의 주먹이 까미앙의 안면을 그대로 강타했다.

휘청거리는 까미앙의 정수리로 리파엘의 창날이 쇄도해온다.

그리드는 과거, 서릿빛 오크 족장을 레이드하고 획득했던 아티팩트 <붉은 벼락 소환구>를 꺼내 들고 있었다.

‘내가 템빨단의 마스터다.’

템빨단은 최강이다.

‘두 번 다시는 우리를 넘보지 마라!’

내가 자리를 비운 동안 감히 레이단을 침공해왔던 7대 길드를 향한 경고가 붉은 벼락이라는 형태로 떨어졌다.

쿠르르르릉!!

하늘을 꿰뚫고 등장한 붉은 벼락이 리파엘의 창날에 깃들었고,

푸욱!

전격 속성의 공격력을 추가한 창날이 그대로 까미앙의 정수리를 꿰뚫었다.

[크리티컬!!!]

[붉은 벼락이 30퍼센트의 공격력을 추가합니다. 대상을 감전시킵니다.]

[대상에게 17,300의 피해를 입혔습니다!!]

“크아아아악!!”

까미앙이 비명을 질렀다. 전투가 시작된 이후 가장 격렬하게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이었다.

그가 감전 된 지금이야말로 치명상을 입힐 기회였다.

판단한 그리드가 <대장장이의 분노>를 발동, 질풍처럼 파고들었다.

대검술의 위력을 극대화시키는 <그리드의 부츠>대신 <브라함의 부츠>를 무장한 그리드.

현재 그는 <후드짚업>까지 두른 상태였다. 총 40퍼센트의 이동속도 상승 버프를 받고 있었다.

“자, 잠깐…!”

안대를 불태워버릴 듯한 기세로 뿌려지는 적색 안광을 마주하고 겁먹은 까미앙이 애원해보지만 부질없었다.

후로이를 구출하고 <정의의 사도>칭호를 획득하면서 익혔던 스킬, <꺾을 수 없는 정의>가 그리드의 불끈 쥐어진 주먹을 통해서 발현됐다.

꽈아아아아아아앙!!

“……!”

까미앙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안면을 정통으로 얻어맞은 그의 머리가 대장간 벽면에 깊숙이 처박혔다.

부러진 치아와 선혈이 도살귀의 가면을 더럽힌다.

[크리티컬!!!]

[<성스러운 빛의 장갑>의 옵션 효과로 인하여 5연격 스킬이 발동합니다.]

[대상에게 7,020의 피해를 입혔습니다!!]

쩌적! 쩌저적!!

까미앙의 머리가 처박힌 대장간 벽면에 균열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각종 칭호의 효과를 등에 업은 그리드의 근력이 인간의 수준을 초월하고 있음을 증명해주는 광경이었다.

하지만 까미앙의 생명력은 여전히 3분의 2 이상이나 남아있었다.

맨주먹의 한계였다.

애초에 까미앙의 생명력과 방어력이 너무 높았다.

‘죽을 때까지 패면 되지.’

멀찍이서 팔짱끼고 있는 또 다른 적기사.

전투에 참여하지 않고 방관하는 놈의 여유 넘치는 태도를 그리드는 철저히 이용할 생각이었다.

그가 마음을 바꿔서 개입해오기 전에 까미앙을 반드시 죽일 각오였다.

쩌엉! 쩌엉!! 쩌저정!!!

그리드의 주먹이 쉬지 않고 까미앙의 안면을 가격했다. 대장장이의 분노로 인해 강화 된 그리드의 공격력과 속도는 까미앙을 완전히 무력화 시키고 있었다.

까미앙이 <슈퍼 아머>를 발동, 그리드를 떼어내려고 했지만 다크버스의 반지가 그것을 파쇄시켰다.

‘이 자식은 설마 드래곤인가!’

스스로 움직이는 황금 창날, 신속의 부츠와 망토, 약점을 간파하는 안대, 스킬을 무력화시키는 반지, 연타를 날리는 장갑, 압도적인 방어력의 갑옷 등등.

그리드는 전설 속에서나 등장할 법한 아티팩와 무구들을 전신에 도배하고 있었다. 마치 걸어 다니는 황실 보물고 같았다.

인간의 짧은 수명으로는 평생을 노력해도 이 정도의 아티팩트를 수집하는 것이 불가능할 터.

까미앙은 그리드가 정녕 인간 같지가 않았다.

그러는 와중에도 그리드의 주먹질은 계속되고 있었다.

쿠르릉!!

급기야 대장간 벽이 완전히 무너졌다.

몸 기댈 곳이 사라지자 그대로 주저앉는 까미앙의 턱을 그리드의 무릎이 때렸다.

하늘을 향해서 솟구치는 안면에 리파엘의 창날이 날아와 꽂혀 치명상을 입혔다.

푸우욱!

비산하는 핏줄기가 대장간의 잔해 위로 뿌려진다. 전쟁터를 방불케 만드는 광경이었다.

-와…

-갓…

상식을 초월하는 강함이다.

골렘 침공전 이후, 오래간만에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 그리드는 전보다 훨씬 더 성장해 있었다. 유일한 약점으로 꼽혔던 허접한 컨트롤조차 극복한 듯 보였다.

템빨, 스킬빨, 스탯빨에 이어서 컨트롤 실력까지 갖춘 지금의 그리드는 그야말로 완전체였다.

-팬티 갈아입고 옴.

-나처럼 기저귀를 차셈.

-근데 적기사가 소문보다 약하네요?

-30번대 기사인 듯? 번호에 따라서 강함이 천지차이라던데.

-ㅇㅇ솔로 넘버 나이트가 진짜 넘사벽.

-뭐야, 난 또 그리드가 겁나 센 건줄…

-겁나 센 거 맞음.ㅡㅡ

-30번대 기사라면서요? 다른 랭커들도 잡을 듯.

-아니, 님. 그리드는 맨손이잖아요.

-맨손은 개뿔. 유효타는 계속 황금창이 입히는구만. 저건 무기 아님?

OGC 웹채널 채팅창에 초당 수십 개의 채팅이 올라왔다. 채팅 관리자는 욕설 유저들을 제지하는 일을 반쯤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한편, TV채널 시청률은 30퍼센트를 돌파하는 중이었다. 시청률이 실시간으로 치솟았다.

토요일 오후 6시 20분.

각종 인기 프로그램이 난무하는 황금시간대에 지상파도 아닌 케이블 채널이 경이적인 기록을 세우고 있는 것이다.

‘과연 그리드,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시청률 파워다.’

시청률이 과연 몇까지 오를지 도무지 예측할 수가 없다.

하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었으니…

“너무 잔인하지 않나요?”

“방통위에서 경고 심하게 때릴 겁니다. 잠시 방송을 중단하는 편이 좋겠는데요.”

그리드의 전투 방식은 미성년자들이 관람하기에 썩 좋은 것이 아니었다.

상대가 NPC라고는 하지만, 집요하게 급소만을 노리고 때리며 심지어 미소 짓는 그의 모습은 결코 정상적으로 보이질 않았다.

한때 사이코패스라고 불리었던 이유가 증명되고 있었다.

염려하는 팀원들을 이국래 국장이 안심시켰다.

“전부 내가 책임지겠다. 자네들은 걱정하지 말고 계속 방송 내보내.”

방송인으로서의 피가 끓어올랐다.

설령 옷을 벗게 되는 한이 있더라도 이국장은 여한이 없었다.

방송계에 새로운 전설을 쓸 수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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