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템빨-75화 (14권) (70/1,794)

템빨 14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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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빨 14권 - 1화

{어서 오십시오.}

{어서 와!}

{푹 쉬었어?}

그리드가 접속했다는 문구가 떠오르자 템빨단원들이 환영해주었다.

길드원 목록을 확인한 그리드가 의문을 표출했다.

{폰이랑 레가스는 어디서 뭐하고 있는 거지?}

접속 중이기는 하지만 위치가 ‘불명’으로 표기되어 있다. 이런 경우는 또 처음이었다.

{벌써 보름째 그 상태야. 연락도 안 되는걸 보면 특이한 형식의 던전에 갇힌 것 같아.}

{수색대를 편성해야하는 거 아닌가?}

{수색대? 그리드 너, 설마 그 두 사람을 걱정하는 거야?}

{걱정할 대상이 따로 있지. 걔네들 레벨을 봐봐. 보름 만에 1씩 올랐어.}

{아무래도 엄청난 사냥터를 발견한 것 같아요.}

{괴물들 걱정은 하지말자. 괜한 심력 낭비다.}

‘진짜네?’

폰과 레가스의 레벨은 무려 307이었다. 페이커보다 2나 높았다. 항상 1레벨 차이밖에 유지하지 못했던 점을 감안하면 급속도의 성장이었다.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사냥터를 발견한 거야?’

299레벨부터는 레벨 업에 필요한 경험치양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한데 306레벨 유저가 보름 만에 1레벨씩을 올리다니…

잠시 할 말을 잃고 있던 그리드가 이내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새로운 소식을 전달했다.

{그건 그렇고, 은기사 길드를 템빨단에 병합시키려고 한다.}

{은기사 길드? 극검이 있는 그곳?}

급속도로 레벨을 올린 템빨단원들이 랭킹계에 대격변을 일으킨 현재.

기존의 최상위랭커들은 랭킹이 최소 5단계에서 심할 경우 20단계까지 떨어진 상태였다. 템빨단원들에게 자리를 빼앗긴 것이다.

반면 극검은 도리어 랭킹을 올렸다.

통합 랭킹 15위 극검.

레이단이라는 최상의 사냥터를 보유하지 못한 상태에서 그 정도 수준이라는 것은 폰, 레가스와 동급 재능의 유저라는 뜻이 된다.

템빨단원들의 관심이 쏟아졌다.

{이야, 극검과 동료가 되는 건가? 이거 든든한데?}

{극검은 발검의 달인이야. 1년 전에 사쿠라 길드랑 전쟁하던 영상 보고 반했었어.}

{나도 그 영상 봤다. 그때 극검은 정말 대단했지. 칼 한 번 뽑을 때마다 사쿠라 길드원들 하나씩 죽어나갔잖아.}

{자존심 덩어리인 요시무라가 등을 보이고 도망쳤을 정도니까.}

‘…극검이 그렇게 대단했나?’

그리드는 극검을 좋아한다. 자신을 존중하고 좋아해주는 사람을 싫어할 리 만무하다.

하지만 전투 능력은 크게 인정하지 않았다.

헬가오 레이드 당시 극검은 단지 광부로서 활약했을 뿐, 전투적인 부분에서는 별반 도움이 되지 않았었기 때문이다.

‘내가 위험할 때 한 번 도와주기는 했지만.’

극검이 헬가오의 시선을 끌어줬다. 덕분에 화석 하나를 무사히 채취할 수 있었다.

그뿐이다.

이후 극검은 전투적인 활약을 하지 못하고 곡괭이질만 했다.

‘하긴, 그때는 극검도 2차 전직자였지.’

2차 전직자의 능력으로는 헬가오를 감당하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

이제 3차 전직자가 된 극검은 과거와 차원이 다르게 강해졌을 터다.

{근데 무슨 수로 은기사 길드를 병합시키겠다는 겁니까?}

{은기사 길드는 코크로 섬을 영지로 다스리고 있잖아? 길드 규모도 규모지만 재력도 엄청날 텐데? 걔네가 뭐가 아쉬워서 우리하고 하나가 되겠어?}

의아해하는 템빨단원들에게 그리드가 자세한 내막을 설명했다.

이야기를 듣고 극검의 성향을 떠올린 템빨단원들이 납득하였다.

{아, 극검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도 있겠네.}

{그 사람이라면 그리드 종교를 세워도 이상하지 않지.}

{라우엘, 길드 합병에 관한 일은 네게 일임하도록 하마.}

{맡겨주세요.}

라우엘은 무척이나 기뻤다.

피아로, 아스모펠, 라빗에 이어서 은기사 길드까지… 그리드가 최고의 전력들을 끊임없이 규합시키자 놀라울 따름이었다. 점점 그리드가 대단해 보였다.

“좋아하는 모습들 보니까 나도 좋네.”

길드 채팅창이 난리도 아니다.

은기사 길드를 합병한다고 하니 다들 신났다.

그만큼 템빨단이 힘든 상황이었다는 뜻이다.

템빨단은 인력이 너무 부족했다.

전원 최상위 랭커이기는 했지만, 그리드를 포함한 숫자가 28명에 불과하다. 심지어 그중 2명(루비와 섹시여고생)은 워낙 라이트 유저라 전력으로 분류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은기사 길드를 흡수하게 된다면 무조건 큰 힘이 될 터다.

흐뭇해하고 있는 그리드의 곁으로 피아로와 아스모펠이 다가왔다.

“그리드 공작각하.”

피아로.

그리드를 존중하지만 굴복하지는 않았던 사내.

그가 그리드 앞에 무릎 꿇었다. 아스모펠도 함께였다.

“우리들에게 당신을 섬길 기회를 주십시오.”

드디어 이 순간이 왔다.

그리드의 미소가 만개하였다.

“잘 부탁한다.”

창문을 타고 내려오는 햇살이 그리드의 얼굴을 비춘다.

밝고, 당당한 얼굴이었다.

피아로는 과거 케산 협곡에서 그리드와 처음 만났던 날을 회상해보았다.

어둡고, 위축되어 있던 청년.

참으로 볼품없었다.

‘하지만 잠재력만큼은 뛰어났지.’

설마 여기까지 성장하리라고는 꿈에도 몰랐지만 말이다.

***

장식품 하나 없이 그저 넓기만 한 대전은 레이단의 재정 상태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었다.

한 마디로 초라하다.

그곳에서 템빨단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피아로와 아스모펠이 그리드에게 충성을 서약했다.

그리드는 새로운 시스템을 경험하게 된다.

[피아로를 가신으로 받아들였습니다. 레이단의 병영 효과가 30퍼센트 상승합니다. 레이단의 풍작확률이 100퍼센트가 됩니다.]

[아스모펠을 가신으로 받아들였습니다. 레이단의 기술연구소 효과가 20퍼센트 상승합니다.]

[당신의 가신 중에 기사단장의 자격을 갖춘 인물들이 존재합니다. 그들을 토대로 기사단을 창설하시겠습니까?]

망설일 이유가 없다.

“기사단 창설.”

[창설할 기사단의 단장을 임명해주십시오.]

*기사단 단장으로 임명할 수 있는 가신 목록*

<피아로>

피아로는 총 50명의 기사를 통솔할 수 있습니다.

피아로의 기사 단원들은 물리공격력이 10퍼센트, 공격속도가 3퍼센트, 이동속도가 5퍼센트씩 상승합니다.

이 효과는 기사단에 소속되어 있는 이상 영구적으로 적용됩니다.

기사단 패시브 스킬:<체력 재생속도 상승(대)> <스태미나 소모 감소(중)>

<아스모펠>

아스모펠은 총 35명의 기사를 통솔할 수 있습니다.

아스모펠의 기사 단원들은 물리 공격력과 마력이 5퍼센트씩 상승합니다. 스킬 재사용 대기 시간이 8퍼센트 감소합니다.

이 효과는 기사단에 소속되어 있는 이상 영구적으로 적용됩니다.

기사단 패시브 스킬:<마나 재생 속도 상승(중)> <스테미나 소모 감소(소)>

스킬 사용에 의존하는 마법사 등의 직업군은 아스모펠의 기사단에 소속시키는 것이 좋아보였다.

‘그보다 어마어마한 버프네.’

감탄밖에 나오질 않는다.

그리드가 2개의 기사단을 창설했다.

“피아로와 아스모펠.”

[피아로의 기사단과 아스모펠의 기사단이 창설되었습니다.]

[기사단의 이름을 만들어주십시오.]

“템빨 기사단 1. 템빨 기사단 2.”

“잠깐! 잠깐만요!”

노심초사하면서 지켜보던 라우엘이 다급히 나섰다.

그리고 절절하게 애원했다.

“제발! 제발 이름을 좀 멋있게 지어주십시오!”

“음…”

역시, 1과 2로 나누는 건 너무 무성의했던 것일까?

울먹이는 라우엘을 보니 양심의 가책이 느껴진다.

고심해본 그리드가 이름을 다시 지었다.

“템빨 기사단. 템빨 마법기사단.”

“…”

라우엘은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그리드의 저급한 작명 센스가 너무나도 원망스러웠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이미 길드 이름이 템빨단이지 않던가?

길드 이름을 감안할 경우 템빨 기사단과 템빨 마법기사단도 썩 나쁘지 않았다.

‘나쁘지 않게 느껴지는 게 문제다.’

설마 내 취향도 점점 그리드화 되는 것인가?

라우엘은 악몽 같았다.

그리드의 시야에는 알림창이 떠오르고 있었다.

[축하드립니다! 유저 최초로 기사단의 주인이 되었습니다!]

[<군주의 망토>를 획득합니다.]

밝은 적색의 망토였다. 어깨에는 드래곤의 얼굴 모양을 본뜬 금빛 휘장이 달려있다.

만인의 시선을 사로잡을 정도로 화려하고 기품이 있는 망토였다.

<군주의 망토>

등급:레전드리

내구력:없음

*스킬 <돌진 명령>, <회군 명령>, <군주의 목소리> 생성.

만인을 호령할 자격을 갖춘 군주임을 상징하는 망토입니다.

무게:33

<돌진 명령>

휘하 병사들에게 <돌진>스킬을 부여합니다.

병사들이 적이 있는 방향으로 진군할 시, 거리에 따라서 이동 속도와 공격력이 최대 200퍼센트까지 상승합니다.

스킬 재사용 대기 시간:5분

스킬 소모값 없음.

<회군 명령>

휘하 병사들의 진군 방향을 즉시 변경할 수 있습니다.

스킬 재사용 대기 시간:3분

스킬 소모값 없음.

<군주의 목소리(패시브)>

어떤 장소에서든 휘하 병사들에게 또렷한 음성을 전달할 수 있습니다.

‘전쟁에서 사용될 법한 스킬들이군.’

단순하지만 그만큼 효율적인 스킬들이었다.

Satisfy의 유저 대부분이 군대를 통솔해본 경험이 없는 일반인인 점을 고려해본다면, 이 아이템의 가치는 가히 천문학적이었다.

이래봬도 군필자인 그리드였기에 망토의 가치를 알아볼 수 있었다.

‘확실하고 신속한 명령 체계는 군대를 강하게 만들어주지. 다만 아쉬운 점은…’

별도의 기능이 없다는 점이다.

방어력, 저항력, 스탯 등을 올려주는 옵션이 붙어있었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였을 터다.

혹시나 하는 기대감에 <전설적 대장장이의 감정>스킬을 사용해 봤으나 숨겨진 기능은 존재하지 않았다.

대장장이의 기술 중에 <개조>가 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어쩌면 있을 수도 있다.’

아직 그리드는 완벽한 상태가 아니다. 아직은 말 그대로 파그마의 후예일 뿐이다. 진정한 전설이라고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다.

전설적 대장장이의 기술을 마스터한다거나, 혹은 전직 퀘스트를 완료한다면…

‘그때는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나질 수도 있다. 어쩌면 개조 기술도 습득할지도 모를 일이지.’

그날이 오기를 바란다면, 보다 열심히 게임을 플레이해야한다.

마음을 다진 그리드가 군주의 망토를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대전에 모인 이들에게 말했다.

“기사단에는 각자 알아서 입단하도록 하고, 이후 각자 맡은 바 임무에 충실해주기를 바란다. 라우엘은 라빗과 의견을 조율하여 피아로와 아스모펠에게 별도의 직책을 내려주도록. 아, 그리고 길드 합병건도 잘 부탁한다.”

“…네.”

죄다 알아서 하라신다.

믿고 맡겨주신다면, 기대에 부흥하고자 최선을 다할 따름이다.

하지만 왠지 오늘따라 의욕이 별로 안 생긴다.

상태창에 떠있는 <템빨 마법기사단원>이라는 호칭 때문이 아닐까 싶다.

“흑흑.”

라우엘이 흐느끼는 그때였다.

피아로에게 다가간 그리드가 황당한 질문을 던졌다.

“피아로, 나도 네 기사단에 입단 가능할까?”

기사단 버프가 탐났던 것이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군주는 기사단 입단이 불가능했다.

“…안 될 말씀입니다.”

“…”

그리드도 라우엘처럼 울고 싶었다.

***

라우엘에게 뒷일을 맡긴 그리드.

퇴청하는 그를 후로이가 수행했다.

“제가 모시겠습니다, 주군.”

정원에 대기하고 있던 적색의 비룡이 그리드에게 등을 내주었다.

후로이는 그리드의 운전기사를 자처하고 있는 것이다. 교황청까지 빠르게 모실 각오였다.

‘하여튼 예쁜 짓만 한다니까.’

그 누구보다도 먼저 나를 따라준 동료였기에, 그리드에게 있어서 후로이는 각별한 존재였다.

기꺼운 마음으로 비룡 위에 올라탄 그리드가 후로이의 레벨을 확인했다.

‘290.’

씨익.

의미심장한 미소가 번진다.

그를 본 후로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생각을 하시는 거지?’

의아해하는 후로이에게 그리드가 질문했다.

“나와 데미안 사이에서 있었던 일, 데미안에게 이야기 들어서 알고 있지?”

“예, 주군께서 홀로 교황 드레비고를 레이드하신 무용담을 듣고 감동하였습니다.”

“레베카 교인들은 나를 잘 알고 있을 거야. 그치?”

“물론입니다. 모두가 주군을 알아보고 찬양할 겁니다. 다만…”

한 가지 걸리는 점이 있었다.

데미안과 교황 자리를 놓고 다투게 될 교황 후보들.

어쩌면 그들은 그리드를 적대할 지도 몰랐다.

이사벨을 살린다는 것은 즉, 데미안의 후견인임을 자처하는 것이나 다름없었으니까 말이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후로이는 섬뜩함을 느꼈다.

‘설마?’

주군께서는 자신을 적대시하는 교황 후보들을…

“어서 출발하지 않고 뭐해? 교황청 가서 열렙 해야지?”

“…”

역시, 확실하다.

주군은 교황청에 피바람을 불러일으킬 각오가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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