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템빨-65화 (60/1,794)

템빨 13권 - 12화

<전투의 귀재> 하오.

그는 수십억 인민을 대표하는 중국인 랭커다.

그가 인재들을 직접 선별하여 육성한 하데스 길드는 무척 강했다.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다소 저평가 당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그것은 실상을 모르는 호사가들의 평가일 뿐.

7대 길드 내에서 하데스 길드의 입지는 공고하다.

평균 레벨 253.

숫자가 적다는 점을 감안할지라도 압도적으로 높은 레벨.

개개인의 완벽한 피지컬.

거기에 마치 군대를 방불케 하는 군기와 상하관계, 그를 토대로 훈련시킨 팀워크와 전술 능력까지…

그 모든 것이 종합된 하데스 길드의 전투력은 7대 길드 중에서도 최상위에 속한다.

키엑!

캬아악!

달빛으로 물든 밤의 사막.

하오의 지휘 아래 하데스 길드는 거침없이 행군했다.

추운 기온도, 발이 푹푹 꺼지는 모래도, 사막의 강력한 몬스터들도 그들의 행군 속도를 늦추지 못하였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여기 정말 최고의 사냥터인데요?”

“템빨단 녀석들의 레벨이 급상승한 이유가 있었군요.”

사막의 몬스터들은 레벨이 300대이니만큼 경험치를 많이 줬다.

상상 이상이었다. 덕분에 하데스 길드원들의 레벨이 빠르게 올랐다.

하데스 길드원들의 심정 같아서는 이곳에 주둔하면서 레벨 업에 열중하고 싶을 정도였다.

하오가 그들을 재촉했다.

“전투에 몰입하지 말고 행군 속도를 높여라.”

하오는 여전히 긴장하고 있었다. 혹시라도 추격자가 따라 붙지는 않을까, 걱정하면서 자꾸 뒤를 돌아봤다. 초조한 기색이 역력하다.

피아로라는 농부가 지발을 한방에 죽이는 모습을 봤을 때도 도도함을 잃지 않았던 마스터가 수에론의 사망 이후 두려움에 떨고 있었으니 하데스 길드원들은 도통 이해할 수가 없었다.

“수에론을 쓰러뜨린 농부가 강하기는 했지만, 피아로라는 농부보다는 한 수 아래이지 않았습니까? 당신께서 유난히 그를 두려워하시는 이유를 모르겠군요.”

하오가 진실을 밝혔다.

“수에론을 쓰러뜨린 농부는 천외천이다.”

“천외천…?”

불현듯이 떠오르는 인물.

“설마 크라우젤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래. 밀짚모자로 정체를 숨기고 있었지만, 나는 그를 알아볼 수 있었다.”

크라우젤.

그는 하오가 유일하게 동경하며 두려워하는 존재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 하데스 길드원들은 자신들의 마스터가 왜 이리도 초조해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하데스 길드원들이 소란을 피웠다.

“심각한 문제군요. 크라우젤이 그리드의 부하가 되었다니…

그리드의 현재 세력은 이미 최고가 될 기반을 다지고 있었다. 거기에 크라우젤까지 가세한다면 성장 속도를 걷잡을 수 없게 된다.

크게 염려하는 길드원들을 하오가 진정시켰다.

“크라우젤이 그리드의 부하가 되었을 리는 없다. 단지 어떤 사정 때문에 잠시 협력하고 있는 거겠지.”

크라우젤은 하늘이다.

“그는 개인이 품을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

하오는 장담하였지만 하데스 길드원들은 걱정이었다.

이미 체다카 길드를 흡수한 전력이 있는 그리드라면… 그 마성의 남자라면, 어쩌면 크라우젤을 수하로 회유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그 생각을 굳이 입 밖에 꺼내지는 않았다.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이고, 굳이 하오를 근심시키고 싶지는 않았기에.

“서두르자.”

“예.”

레이단이 멀어지고 있다.

슬슬 사막의 끝이 보일 것이고 머잖아 제국령에 진입할 수 있다. 그러면 안전하다.

하오를 필두로 한 하데스 길드의 행군 속도가 빨라졌다. 사막의 몬스터들을 도륙하며 전진하는 그들의 앞길을 그 누구도 막아서지 못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삶이란 벽의 연속이다.

하나의 벽을 넘으면 또 새로운 벽이 기다리고 있다.

공교롭게도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이야기이다.

“멈추세요.”

‘너희들이 이곳으로 올 줄 알고 있었다.’ 마치 그렇게 말하듯이 대기하고 있던 존재들이 하데스 길드를 저지한다.

“갈 땐 가더라도, 죗값은 물고 가셔야지요?”

은발의 미소년이었다.

라우엘.

10인의 루키 중 최강자.

아니, 이제는 루키라고 말하기에도 웃기다.

템빨단에 가입한 이후 무시무시한 속도로 성장한 그는 이제 현존 최강자 중 1인이니까.

“그리드 공작각하의 영토에 그 더러운 발을 들인 대가, 목숨으로 치르십시오.”

서늘하게도 말하는 라우엘의 뒤로는 템빨단원들이 흉흉한 안광을 뿌리고 있었다.

그들의 면면을 살펴본 하오의 안색이 굳었다.

‘인원은 적지만…’

템빨단의 총원은 28명이다.

하지만 그중 그리드는 제국에서, 루비와 섹시여고생은 초보존에서, 지슈카 팀 4명은 바이란에서 활동 중이다.

또한 폰과 레가스, 유페미나는 별도의 임무를 수행 중이었으며, 반트너 일행은 선발대로서 골든 길드와 교전 중이었다.

그들을 제외한 현재 라우엘 일행은 15명밖에 되지 않았다.

반면 하데스 길드는 80명이다.

누가 봐도 하데스 길드가 유리했다. 숫자 차이가 너무 컸다.

하지만 Satisfy에서의 전쟁은 양보다 질이다. 그 진리를 하오는 깨우치고 있었다.

전원이 3차 전직 유저인 템빨단 15명과, 전원이 2차 전직 유저인 하데스 길드 80명의 싸움?

템빨단의 승리가 자명하다.

빠르게 판단을 내린 하오가 길드원들에게 명령했다.

{너희들은 도망쳐라.}

난데없는 명령에 하데스 길드원들이 당황하였다.

{도망치라니요?}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적들은 내가 막겠다. 그 틈에 도망쳐.}

재차 계속되는 명령이 하데스 길드원들은 달갑지 않았다.

마스터를 희생하여 우리끼리만 살아남으라고?

그들의 충성심이 용납하지 않았다.

{차라리 저희가 시간을 끄는 동안 마스터께서 도망치시죠.}

{마스터를 적들에게 넘길 순 없습니다.}

반발하는 하데스 길드원들에게 하오가 일갈했다.

{너희들이 여기서 전멸하기라도 했다가는 길드의 전력이 급감한다. 물러나라.}

79명이 희생하는 것과 1명이 희생하는 것.

누가 봐도 후자가 현명한 선택이었다.

하데스 길드원들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하오는 통합 랭킹 16위다.

통합 랭킹 11위와 50위의 레벨 차이가 4밖에 되지 않는 현재 시점에서 하오가 사망하고 경험치를 잃게 된다면, 그 랭킹이 기하급수적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었다.

{랭킹은 단지 상징에 불과하니 얽매일 필요 없다. 도망쳐라. 복수는 훗날을 도모하면 된다.}

하데스 길드원들도 3차 전직을 하게 되는 시점. 힘의 간극이 줄어드는 그때야말로 템빨단을 힘으로 짓뭉갤 수 있다. 지금의 치욕은 그때 가서 갚아주면 된다.

{…알았습니다.}

마스터의 뜻을 헤아린 하데스 길드원들이 슬금슬금 물러서기 시작했다.

“어딜!”

템빨단이 순순히 보내줄 리 만무하였다. 그들은 침략자에게 자비를 베풀 정도로 호락호락하지 않다.

급기야 등까지 보이고 도망치는 하데스 길드원들을 추격하려하는 그들의 앞을 하오가 가로 막았다. 철봉을 꺼낸 그가 바닥에 선을 그렸다.

“…?”

모래 위에 깊숙이 새겨진 저 선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템빨단은 섣불리 이해하지 못했다.

그들에게 하오가 선의 의미를 알려주었다.

“앞으로 5분 동안 너희들은 이 선을 넘지 못한다.”

Satisfy에는 <종족 선택> 기능이 없다. 캐릭터 생성 시, 유저들은 무조건 <인간>으로 게임을 시작하게 된다.

그렇다면, 20억 유저 전원 인간이라는 공통 된 종족으로 게임을 플레이한다는 뜻인가?

꼭 그렇지만도 않다.

극히 소수이지만 이종(異種) 유저들도 존재한다.

특정 퀘스트를 진행함으로서 종족을 바꾼 유저들.

그중 하나가 바로 하오였다.

쩌적! 쩌저적!

하오의 양쪽 어깨와 등, 그리고 가슴과 복부 부근의 피부가 갈라지면서 그 속에 감춰져 있던 적색의 비늘이 모습을 드러낸다.

펄럭!

등을 꿰뚫고 튀어나온 한 쌍의 날개가 펼쳐지면서 압도적인 위용을 자랑하였고, 동공과 흰자위가 구분 없이 온통 황금색으로 물들어 보는 이의 심장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반(半) 용족.

그것이 하오의 실체다.

용족의 힘을 개화할 시 근력과 민첩성, 생명력과 저항력이 10퍼센트씩 증가하고 화염능력과 함께 불완전한 비행능력을 얻게 된다.

인간일 때 사용할 수 있던 스킬 대부분을 봉인 당한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지만, 애초에 하오는 스킬에 의존하는 경향이 적었다.

궁극의 피지컬을 기반으로 삼은 평타 콤보와 보조무기를 활용한 제압술에 능하다.

용족으로 변화하며 성장한 능력치는 그의 전투력을 극대화시켰다.

{토반님, 라엘라님, 제드노스님. 세 분께서 하오를 처리해주세요. 나머지 인원은 적을 추격하여 멸살합니다.}

라우엘의 명령이었다.

PK 최강자 중 한명인 하오를 상대하는데 3명이면 싸게 먹히는 것이다. 그렇게 판단하고 내린 명령이었다.

“고작 셋? 내가 우스워 보이나?”

삼각편대를 형성하는 3인을 확인한 하오가 콧방귀 뀌었다.

촤르륵!

어느새 쇠사슬을 꺼낸 하오가 토반의 방패를 쇠사슬로 감아서 자신의 쪽으로 끌어당겼다.

무척이나 빠르고 섬세한 컨트롤이었다. 미처 대비하지 못한 토반의 몸이 앞으로 크게 기울었다.

그의 뒤통수를 철봉으로 후려치며 도약한 하오가 라엘라에게 철봉을 찔렀다.

당황한 라엘라가 오브에 저장 된 마법을 전개, 대항하였지만 하필이면 논타켓 마법을 사용한 것이 실수였다.

하오에게 논타켓 마법을 적중시킨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으니까.

통합 랭킹 5위 유라가 자신은 하오를 이기지 못한다고 평가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퍼억!

“꺅!”

점이 된 찌르기가 라엘라의 심장을 정확하게 가격했다.

일격에 큰 피해를 입은 그녀가 맥없이 주저앉았고, 하오는 망설임 없이 콤보를 연계하여 그녀를 죽일 기세로 몰아붙였다.

“제길! 당장 멈추지 못해?!”

정신없이 얻어터지는 라엘라를 보고 격분한 이벨린이 나섰다.

3차 전직한 기념으로 그리드가 제작해준 청색의 프람베르그가 하오를 찢어발길 기세로 날아갔다.

“애송이가.”

하오가 실소를 터뜨렸다. 고작 저 정도의 실력으로 내게 정면으로 덤벼오는 이벨린이 그는 가소로웠다.

촤르륵!

보조무기.

사용하기가 까다롭기 때문에 대부분의 유저들에게 외면 받는 아이템.

그 보조무기의 달인 하오가 쇠사슬을 집어던져 이벨린의 손목을 묶었다. 그리고 용족의 힘을 개화하면서 상승한 근력을 기반으로 멀찍이 날려버리더니 라엘라의 배에 철봉을 한 번 더 쑤셔 넣었다. 그 반동으로 라엘라의 몸이 허공에 떠올랐고, 철봉은 반발력을 이용하여 회전하더니 라엘라의 가녀린 뒷목을 후려쳤다.

“읏…!”

모래 위에 처박힌 라엘라의 입에서 흥건한 피가 쏟아졌다. 마법사인 그녀는 하오의 막강한 공격력을 제대로 감당할 수 없었다.

토반의 방어 버프와 제드노스의 실드가 아니었다면 진작 죽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스턴 상태에 빠진 그녀를 뒤로한 하오가 이번에는 제드노스에게 철봉을 찔렀다. 마법을 캐스팅할 시간을 주지 않는 속공 탓에 제드노스는 방어에 집중해야만 했다. 실드로 일단 버티고 보았다.

머리를 털고 일어난 토반이 제드노스를 보호했다.

쩌어어어엉!

철봉과 대형 방패가 충돌하는 순간 믿기지 않는 일이 발생했다.

템빨단 최강의 탱커. 아니, Satisfy 최강의 탱커인 토반의 몸이 방패 째로 두 걸음 뒤로 밀려난 것이다.

토반이 난색을 표했다.

‘귀신같은 놈!’

하오는 방패의 어느 지점을 가격해야지 토반에게 더 큰 부담감을 안겨줄 수 있는지 정확하게 간파하고 있었다.

토반은 마치 피아로를 상대하는 기분을 느껴야만 했다. 그만큼 하오의 실력은 대단했다. 최소 폰이나 레가스급이었다. <대륙의 기적>이라더니 결코 허명이 아니었다.

마른 침을 삼키는 템빨단원들을 쭉 둘러본 하오가 입을 열었다.

“4분. 나는 앞으로 4분 더 버틴다.”

5분 선언 이후 벌써 1분이 지난 것이다.

하데스 길드원들은 이 순간에도 점차 멀어지고 있었다.

4분 후면 거리가 너무 벌어져 추격하기 어려워진다.

초조함을 느낀 라우엘이 명령을 바꿨다.

“우선 저자부터 쓰러뜨리세요!”

템빨단 전원 하오에게 일제히 덤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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