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나는 말락서스와 동급. 혹은 그 이상의 보스 몬스터들을 레이드하면서 떼돈을 벌고 급기야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되었다.
수십 명의 글래머 미녀들이 품에 안겨왔고 개중에는 지슈카와 라엘라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리고 첫사랑 아영이도…
“근데 유라 넌 왜 있냐?”
“…….”
유라는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여자다. 솔직히 외모만 놓고 보면 그녀보다 예쁜 여자를 본 경험이 없다. 이기적일 정도로 예뻐서 다른 것들을 모두 퇴색시켜버린다. 10년 넘게 좋아한 아영이조차도 그녀 옆에 있으니 하나도 안 예뻐 보일 지경이다.
하지만 그녀는 글래머가 아니다. 그녀의 가슴은 평균치보다 약간 큰 정도이다. 뽕을 넣었을 가능성까지 감안하면 평균치 정도에 불과할 수도 있다.
“글래머도 아니면서 네가 왜 여기에…”
내가 묻자, 유라가 얼음장 같이 차가운 표정을 짓고 번쩍이는 비수를 뽑아 들었다.
아무래도 내가 그녀의 심기를 잘못 건드린 듯하다.
“히이익~!”
나는 살려달라고 빌어보았지만 핏빛마녀에게 자비란 없었다.
푸욱.
섬뜩한 비수가 심장에 꽂혔다.
“으… 쿨럭…! 사람을 아무렇지도 않게 살해하다니… 역시나 핏빛마녀…”
무지막지한 계집이다.
“허억허억!”
눈을 뜨니 익숙한 풍경이었다.
더러운 내 방의 작은 침대 위.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되어 글래머 미녀들과 놀아나다가 유라에게 칼침 맞은 그 경험은 다행인지 불행인지 꿈이었다.
“…또 레이드할 기회 안 오려나.”
단 한 번의 레이드로 현금 4천만 원 이상의 순수익을 거둬들였다.
많은 시간이 소모되고 재료비도 투자해야만 하며 결과물은 랜덤인 아이템 제작과 비교해서 레이드가 돈 벌기에 헐씬 더 용이한 시스템인 셈이다.
물론 최상급 레이드에 한정해서이지만.
“체다카 길드라…”
체다카 길드는 몇 달 전에 봤을 때도 이미 숲의 수호자 레이드를 하고 있었다. 그들은 몇 몇 상위 길드들과 함께 최상급 레이드를 독식하고 있을 것이며 막대한 부를 축적하고 있을 것이다.
그야말로 사는 세계가 다르다.
“그런데 그런 녀석들과 얽히고 섥히게 되다니… 생각해보니 신기한 경험이다.”
배가 고프다.
시계를 보니 낮 12시가 넘었다.
나는 팬티만 입은 채 배를 긁적이며 거실로 나갔다.
그러자 부엌에서 밥을 차리고 있던 세희가 눈살을 찌푸렸다.
“몸매도 안 좋으면서 왜 굳이 노출을 하고 다니는 거야? 보는 사람 기분 생각 안 해? 삐쩍 말랐는데 똥배 나온 것 좀 봐. 오빤 절대로 다른 여자 앞에선 옷 벗지 마.”
“…넌 이 시간에 학교 안가고 왜 집에 있냐.”
“오늘 개교기념일이야. 와서 점심. 아니, 아침이나 먹어.”
“음.”
어여쁜 동생이 차려주는 아침밥이라?
“우리 세희가 시집 갈 준비가 제대로 돼있나 한 번 봐 볼까.”
나는 기대하면서 식탁 앞에 앉았다.
그런데 반찬의 상태가 영 아니올시다.
“뭐냐? 이 풀떼기들은?”
“그럼 고기반찬이라도 원했어? 우리 집 빚은 5억 6천만 원이나 남아있다구. 매달 상환해야하는 이자도 부담되고… 쌀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해.”
“…이건 아니다.”
나는 시퍼런 풀떼기들을 잘도 입 속에 집어넣으며 말하는 세희로부터 젓가락을 빼앗았다.
“뭐하는 거야?”
밥 잘 먹고 있는데 젓가락을 빼앗기자 어이없어하는 세희!
나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며 소리쳤다.
“나가자! 나가서 고기 먹자!!”
한창 자랄 나이의 여동생에게 풀떼기만 먹일 순 없다.
“이딴 것만 먹다가는 가슴이 껌 딱지가 될 거라고!”
“…나도 꽤 큰 편이거든? 그리고 돈 아껴야 된다니까 무슨 고기야?”
“후후… 세희야, 너의 오라버니께서 어제 하루 사이에 4천 만 원도 넘는 돈을 버셨단다. 그러니까 걱정 말고 나가자!”
“에? 4천 만 원? 현금?”
“그래! 단 하루만에! 어때? 대단하지? 자, 가자!”
나는 어안이 벙벙해져 있는 세희의 손을 이끌어 부엌을 나왔다. 그리고 10년째 애용해온 파랑색 츄리닝을 무장했다.
그 사이에 예쁜 외출복으로 쫙 빼입은 세희를 보니 세희도 외출이 썩 싫지만은 않은 듯했다.
“내 동생이지만 참 예쁘단 말이야.”
동생한테 밥을 사주는, 참으로 오빠다운 행위를 대체 몇 년 만에 해보는 것인가?
아니, 처음인가?
나는 스스로가 자랑스럽고 대견해서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집을 나섰다.
그리고 버스를 타고 4정거장.
우리는 맛집들이 즐비한 번화가에 도착했다.
세희와 나란히 서서 걷자 사람들이 수군거렸다.
“와, 쟤 진짜 예쁘다. 비율 쩔어. 무슨 아이돌 연습생인가?”
“청순 미인의 표본이네. 이 동네에 저런 애가 있었나? 근데 옆에 저 꾀죄죄한 남자는 뭐냐. 설마 저 얼굴로 저런 남자랑 사귀는 건 아니겠지?”
“뭐 그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냐? 저게 일행으로 보이냐? 가는 길이 그냥 우연히 같은 거겠지.”
“그런 것치고 보폭도 똑같잖아. 어떻게 봐도 일행 맞잖아!”
“가, 가족인가…?”
“…….”
세희는 오빠인 나랑 닮은 구석이 하나도 없어서 참 예쁘다. 개인적으로는 유라보다 더 예쁘고 사랑스럽다. 거기에 똑똑하고 사교성도 좋은―내게는 쌀쌀맞은 편이지만― 것이 그야말로 우리 집안의 자랑이다.
그래서인지 언젠가부터 세희랑 함께 외출하는 게 꺼려졌었다.
‘민폐가 되는 기분이란 말이지.’
나는 세희와 슬그머니 거리를 두고 걷기 시작했다. 나와 나란히 있으면 창피해할 것 같아 배려해주는 것이다.
그런 내게 세희가 팔짱을 껴왔다.
“정말 뭐야? 왜 혼자 가려고 해?”
“음, 그게… 일단 이 팔짱 좀 풀어라. 다 쳐다보잖아.”
사람들이 우리를 바라보는 눈빛에는 불신이 가득했다.
마치 내가 세희를 협박해서 강제로 끌고 다니는 사람인마냥 오해하는 듯한 눈빛이었다.
이러다 경찰이라도 부를 기세!
불편하고 불안해서 식은땀 흘리는 내게 세희는 오히려 더욱 더 밀착해왔다.
“혼자 걸으면 남자들이 자꾸 말 시켜 와서 싫어. 치안 방지용으로 이러고 다니자. 오빤 인상도 더러우니깐 같이 다니기 딱 좋아.”
“…엉.”
그리고 우리는 한우 전문점 앞에 도착했다.
일인당 최소 25만 원 이상 쓸 각오가 없으면 발 디디지 않는 게 좋다는 최고급 한우 전문점이다.
내 평생 이런 곳에 오게 되는 날이 올 줄이야.
Satisfy야 고맙다. 너라는 게임을 만나 내가 이런 곳에서 점심을 먹어보기도 하는구나.
감격에 겨워 눈물이 핑 돈다.
가게 안으로 들어가려는 나를 세희가 붙잡아 세웠다.
“설마 여기서 밥 먹자고?”
“오빠 하루만에 4천만 원 벌었다니까? 뻥 아니야. 오빠 못 믿어?”
“믿어. 오빠가 요즘 Satisfy에서 한창 잘 나가고 있다는 사실 나도 알고 있어. 하지만 4천만 원이라는 거금을 매일 벌 수 있는 거야? 아니잖아?”
“무, 물론 그건 아니지. 오히려 아예 못 버는 날도 있을 거야. 하지만 4천만 원보다 더 많은 돈을 버는 날이 있을 수도 있다고? 그러니까 이 정도는 아무 부담이 아니야. 어서 들어가자.”
“오빠. 잘 번다고 잘 쓰면 언제 돈을 모으겠어? 이럴 때일수록 더 아끼도록 해. 그리고 난 소고기보다 삼겹살이 좋다구.”
“뭔 말이 이렇게 많아? 내가 언제 이런 거 맨날 먹자고 했냐? 가끔씩은 이런 날도 있으면 좋겠다 싶은 거야. 오빠도 오빠 노릇 한 번 해보자! 어서 들어가!”
나는 끝까지 내켜하지 않는 세희의 손목을 붙잡아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어서 오십시오.”
나를 본 점원이 예의바르게 인사한다. 하지만 표정이 썩 좋지는 않다. 아무래도 낡아 빠지고 떼 탄 츄리닝이 거슬리나 보다.
하지만 뒤따라 들어온 세희의 화사한 모습을 보자 안색이 변했다.
“두 분이십니까?”
“네.”
“이쪽으로.”
나와 세희는 점원의 안내를 받아 한쪽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도중에 보아하니, 홀의 창가 쪽에 조명이 세워져 있고 사람들이 여러 명 모여 있었다. 아무래도 방송이나 잡지에서 어떤 인물을 대상으로 인터뷰하고 있는 듯하다.
“유명인이 와있나 본데?”
자리에 앉으면서 말하는데 세희는 대꾸하지 않았다. 그리고 고급 진 인테리어의 방 안을 두리번두리번 살피다가 이내 한숨을 쉬었다.
“이런 곳을 올 거면 아빠랑 엄마도 같이 왔으면 좋았을 텐데.”
“아이고, 참 효녀 나셨어요. 걱정 마라. 부모님은 더 좋은 곳에 모시고 갈 테니까.”
“헤에, 착한 아들이네?”
그제야 얼굴이 밝아지는 세희였다.
이날 우리 남매는 입에 넣자마자 사르르 녹는 최고급 한우를 배 터지게 먹었다.
***
“그럼 끝으로… 전 세계인들이 궁금해 하고 있는 사항에 대해 질문 드리겠습니다. 새롭게 출현한 여덟 번째 종은 유라 님이 맞으신가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유라 님이 여덟 번째 종이라고 확신하는 상황인데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랭커 유라.
지금 그녀는 한 Satisfy관련 매체와 인터뷰를 하는 중이었다.
인터뷰 장소가 고기집이라는 점이 신선하기도 하고 조금 어색하기도 했던지라 잘 집중 못하고 있던 그녀는 가게에 손님으로 찾아온 한 쌍의 커플을 보고 깜짝 놀랐다.
커플 중 남성 쪽이 아는 사람이었던 탓이다.
‘그리드…?’
그는 통합랭킹 5위로 승승장구해온 유라에게 최초의 패배감을 선사했던 인물이다.
야탄의 신전에서의 사건 후, 유라는 그리드가 누구인지 알고 싶어서 나름대로 열심히 조사를 해봤지만 조금의 단서도 찾지 못했었다.
그런데 그를 현실에서, 그것도 이 한국에서 만나게 된 것이다.
‘두 번 다시 만나지 못할 줄 알았어.’
뺨을 붉게 물들인 유라가 극상의 미소를 지었다.
너무나도 강렬한 만남.
그래서 뇌리에 각인 된 만남.
그 만남의 주인공과의 재회를 꿈꿔왔다.
“인터뷰는 다음에 이어서 하도록 하죠.”
“…….”
유라를 인터뷰하고 있던 기자와 스탭들은 유라가 갑자기 고혹적인 미소를 짓자 매혹되어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그 틈에 자리에서 일어난 유라는 그대로 식당을 떠났다.
그리고 Satisfy를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거래해온 정보원에게 연락했다.
“현재 내 위치를 전송했어요. 이곳에서 식사 중인 한 남성을 상세히 조사해줘요. 인상착의는…”
***
“헉헉… 너무 배불러서 숨을 못 쉬겠어.”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
나는 빵빵하게 부푼 배를 끌어안은 채 헐떡였다.
그러자 세희가 제안했다.
“소화도 시킬 겸 공원에서 산책 하고 갈까?”
“엉?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야? 기껏 먹은 한우를 왜 소화시켜야 되는 건데? 최대한 오랫 동안 뱃속에 보관해둘 거다.”
“…아, 그러세요.”
“응? 뭐야? 표정이 왜 그래? 기분이 안 좋아 보이는데?”
“아, 됐어. 마늘 냄새 나니까 입 다물어.”
“…….”
이유 모르게 화를 내는 세희 탓에 어색한 침묵이 흐르는 그때였다.
내 주머니 속에서 S사의 기본 핸드폰 벨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헉.”
빚 독촉 전화인가?
엄마 마음 행복금융에게 실컷 시달린 경험이 있는 나는 모르는 번호를 보자 차마 받지 못하고 망설였다.
하지만 이내 깨달았다.
‘나 빚 다 갚았지?’
이제 난 빚쟁이가 아니다. 공교롭게도 아버지가 빚쟁이가 되셨지만 어쨌든 난 이제 더 이상 모르는 전화번호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나는 당당하게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그리고 전화 너머에서 결코 잊지 못할 목소리가 들려왔다.
[신영우씨 전화 맞나요?]
…아영이다.
나의 첫사랑이자 유일한 사랑이기도 한 김아영.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맞는데요… 혹시 아영이야?”
그리고 전화 너머의 목소리가 밝게 대답했다.
[응, 맞아. 사람 목소리를 다 기억해주네? 영우는 섬세한 남자구나. 기분 좋아.]
평생이 지나도 네 목소리는 잊지 않을 거야.
머릿속으로는 느끼한 멘트가 술술 맴돌지만, 현실의 나는 긴장되어서 제대로 말 할 수가 없었다.
“그, 그… 무슨 일인데?”
아! 나라는 놈은 어찌나 한심한 것인가!
기껏 연락해온 첫사랑에게 안부부터 묻기는커녕 곧장 용건을 묻다니! 정말 멍청하다!
나 자신에게 치를 떨고 있는 와중에 아영이가 제안했다.
[얼마 전에 오래간만에 졸업앨범을 봤거든. 그런데 사진을 보다보니까 네가 갑자기 보고 싶더라? 우리 고등학교 졸업한 후에 동창회에서밖에 못 만나봤잖아? 어때? 이참에 따로 만나서 술이나 한 잔 할까?]
내가 보고 싶다고?
나의 사랑 아영이가 나와 단 둘이 술을 먹고 싶어 한다고?
‘설마 아영이도 나를 좋아했던 걸까? 그리고 숨겨왔던 마음을 이제야 고백하려 하는 걸까?’
흥분한 나는 벌떡 일어서서 대답했다.
“언제 만날까?!”
바로 그때 버스가 정차하는 바람에 쿠당탕탕! 자빠져서 뒹굴고 말았지만 하나도 아프지도 않고 부끄럽지도 않았다.
[나는 지금 당장도 좋아. 근데 뭐 떨어뜨렸어? 무슨 큰 소리가 났는데…]
“아, 아니. 아니야! 그래서 지금 보자 이거지? 아, 아니다! 우리 지금 말고 저녁때 보는 게 어떨까? 괘, 괜찮겠어?”
[응, 좋아. 그럼 7시에…]
아영이가 약속 장소를 정해주는 것을 끝으로 우리의 찰나 같던 통화는 끝이 났다.
“아아…”
Satisfy에서 돈을 벌기 시작한다 싶더니 내 인생이 급변하고 있다.
더 이상 빚쟁이를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고 사랑까지 쟁취하게 생겼다.
그야말로 꿈만 같은 상황인지라 구름 위에 붕 뜬 기분이다.
“방금 여자랑 통화한 거야?”
세희가 물어왔다.
나는 세희 쪽은 쳐다보지도 않고 핸드폰을 품에 꼭 끌어안은 채 대답했다.
“응.”
“헤에… 그 여자랑 만나려고?”
“응.”
“흐음…”
그 후 우리 남매는 집에 도착할 때까지 더 이상 대화하지 않았다.
나는 온통 아영이와의 만남에 들 떠 정신이 나가 있었고 세희는 그냥 계속 입을 다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집에 오자마자 샤워부터 한 나는 세희에게 부탁했다.
“세희야 요즘 유행하는 패션스타일 좀 추천해줘. 아니, 지금 나랑 당장 옷 사러 가자. 코디 좀 해주라.”
“공부해야 돼~”
쾅!
“매정한 것.”
공부에 집중하려는 건지 방문을 걸어 잠그는 세희 때문에 나는 어쩔 수 없이 혼자서 옷을 사러 나갔다.
그리고 점원의 도움을 받아 최신 트렌드에 맞춰 코디하고 미용실로 갔다. 물론 헤어스타일도 최신 트렌드에 따랐다.
그 후 거리로 나와 보니 나랑 똑같은 스타일로 옷을 입고 머리를 꾸민 사람들이 제법 보였다.
‘양산형인가…’
남들과 스타일이 똑같다는 건 기분이 썩 좋진 않았다. 솔직히 쪽팔렸다. 하지만 다 낡아 빠진 츄리닝 입고 다니는 것보다야 백 번 천 번 낫지 않겠는가?
‘꾸며본 적이 없어서 꾸미는 방법도 모르니까 유행에 의지하는 건 어쩔 수 없잖아.’
그렇게 스스로를 위로한 나는 약속 장소로 달려갔다.
“아…!”
약속장소에 도착한 나는 아영이를 한 눈에 알아보았다.
수많은 인파 속에 있을지언정 첫사랑의 모습은 독보적으로 빛나고 있었다.
‘역시 예쁘네.’
최근 유라와 지슈카, 그리고 유페미나 등의 초절정 미녀들과 인연을 쌓은 탓에 눈이 높아진 건 사실이다. CF에 나오는 톱스타들의 미모를 봐도 아무 감흥을 느끼지 못할 지경이었다.
하지만 첫사랑 보정효과 덕분일까? 아영이는 유라나 지슈카들과 비교해도 부족함 없이 아름다웠다.
‘특히 웃는 모습이 예뻐.’
내가 아영이를 처음 알게 된 건 고등학교에 입학했을 때였다. 당시에 그녀는 항상 웃는 얼굴이어서 보는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드는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누구와도 잘 어울리며 분위기를 밝게 만드는 그녀를 힐끔힐끔 훔쳐보다 보니 어느새 나는 사랑에 빠져있었다. 용기가 없어서 졸업 때까지 마음을 전하지 못한 게 아쉬울 따름이다.
하지만 지금 기회가 찾아왔다.
‘사실은 아영이도 나를 좋아하고 있었던 거야. 그게 아니라면 굳이 따로 날 만나자고 할 이유가 없잖아? 좋아, 이번에야말로 기필코 마음을 전하겠어.’
아영이와 마지막으로 만난 건 2년도 더 전 동창회 때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단 둘이 만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서인지 더욱 긴장된다.
나는 심호흡하고 목소리를 가다듬으면서 긴장을 가라앉히고자 노력했다. 너무 긴장해서인지 근육까지 뭉쳐서 이참에 스트레칭도 했다.
인파 가득한 인도 한복판에서 쓰읍쓰읍 학학 거리며 스트레칭 하자 지나가는 사람들이 미친놈 보듯이 했지만 지금 내게 남들의 시선 따위는 중요치 않다.
잠시 후.
어느 정도 진정된 나는 드디어 아영이에게 다가갔다.
그녀의 상징이기도 한 긴 생머리에서 좋은 향기가 난다.
“아, 아, 아영아 안녕? 오, 오랜만이다? 가내 평안하지? 에, 음… 어, 벌써 가을이라 그런지 길거리에 낙엽이 참 많아? 환경미화원 아저씨들이 청소하시느라 고생이 많겠어. 하하, 빨리 가을이 가고 겨울이 찾아와야할 텐데 말이야? 겨울이 오면 또 빨리 봄이 와야 되고… 봄 하면 역시 꽃구경이지…”
내가 지금 무슨 개소리를 하고 있는 거지?
최대한 자연스럽게 인사하려고 노력했건만, 극도의 긴장감 탓에 머릿속이 혼란스럽고 눈앞이 핑핑 돌면서 헛소리만 지껄이고 있다.
‘쪽팔려!’
스스로의 병신 같은 모습에 동요해서 식은땀이 비질비질 흘렀다.
‘정말 한심하다. 정작 좋아하는 사람 앞에선 말조차 제대로 못하다니…’
아영이가 당황하고 있는 내게 활짝 웃어주었다.
“영우 넌 여전히 재미있구나. 생긴 건 더 멋있어졌으려나?”
아영이가 최신 트렌드에 맞춰서 빼입은 내 모습을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다.
평소에는 만 원 주고 자르던 머리에 오늘은 18만원을 투자했고, 신발, 바지, 티셔츠를 구매하는 비용으로 103만원을 지출했다.
지금 난 무려 121만원의 거금으로 무장한 상태라는 것이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죄다 쳐다본다 싶더니만… 비싼 돈 투자한 보람이 있군. 역시 인생은 템빨이야.’
아영이의 상냥한 미소와 칭찬 덕분에 긴장을 풀고 자신감을 찾을 수 있었던 나는 그녀를 인근의 식당으로 안내했다.
“예약해놨어.”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찾아낸 맛집이다. 참치 전문점이라 가격대가 매우 비쌌지만, 아영이와 한 끼 식사하는 영광을 누리면서 그깟 돈이 아까울 쏘냐?
“여기 비싸다고 소문난 곳인데? 영우 너 요즘 잘 나가나보다?”
코트를 벗고 자리에 앉는 아영이의 몸매는 역시나 예술이었다.
가슴골이 훤히 드러나는 그녀의 옷차림 덕분에 코피가 쏟아질 지경이다.
나는 코를 부여잡으면서 설명했다.
“나름 제대로 된 직장을 얻었거든.”
내가 게임폐인 빚쟁이 신세였다는 사실은 아영이 또한 알고 있다. 나는 그녀에게 스스로를 어필하기 위해서 현재 내 처지가 과거와는 다르다는 것부터 알려야했다.
“이제 빚쟁이 신세도 청산했어.”
“어머, 정말? 너무 잘 됐다.”
아영이가 자기 일처럼 기뻐해줬다.
“뭐, 영우 넌 뭐든지 열심히 하는 애였으니까 언젠가 잘 될 거라고 믿고 있었어.”
“어…?”
학창시절 나는 남들보다 재능이 없기 때문에 공부도, 운동도 죽어라 열심히 해야만 했다. 그래야지 중간이라도 따라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열심히 해봤자 중각 성적을 유지하는 게 한계였고, 그래서인지 내가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 누구도 눈치 채지 못했었다.
근데 지금 아영이 말을 듣고 보니 그녀는 내 노력을 알고 있었던 듯하다.
‘그만큼 나를 지켜봤다는 뜻일까?’
마침 음식이 나왔다. 자연스럽게 소주를 한 병 시킨 아영이가 건배 선창을 했다.
“빚쟁이 신세를 청산한 영우의 새 출발을 위하여! 건배!”
“거, 건배!”
“키야~”
“하하하!”
아영이와 술잔을 기울이니 소주 맛이 꿀맛 같다.
유명한 맛집답게 음식 맛도 일품이었다.
“너무 맛있다! 영우 덕분에 이런 곳도 다 와보고 기쁘네. 돈 많이 버나 봐? 어디에 취직한 거야?”
Satisfy로 돈 벌었다고 사실대로 설명할 경우, 여전히 게임 폐인에 불과하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도 있을 것 같다.
아영이에게 최대한 잘 보이고 싶었던 나는 Satisfy 이야기를 배제하고 둘러댔다.
“그냥 작은 회사에서 기술직으로 근무하고 있어.”
“헤, 전공을 살렸나보네?”
“응, 그렇지 뭐. 아영이 넌 뭐하고 지냈어?”
“나야 뭐~ 출근하고 퇴근하고 출근하고 퇴근하고 무한 반복이지.”
“여, 연애 같은 건 안 하고?”
“연애는 무슨~ 바빠서 연애할 시간이 어디 있니?”
허!
연애할 시간도 없을 정도로 바쁘면서 굳이 나를 불러내 단 둘이 술잔을 기울이고 있다니?
나는 이번에야말로 확신할 수 있었다.
‘아영이는 정말로 나를 좋아하는 거구나!’
난 연애경험이 전무하다. 그래서 여자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하지만 정황상 아영이가 나를 좋아하는 건 확실했다.
기분이 한껏 업 된다.
“있잖아 아영아. 나 요즘 벌이가 제법 괜찮아. 요즘 집이 조금 힘들어서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한시라도 빨리 결혼자금을 모을 생각이야. 그… 겨, 결…”
“결?”
“겨, 결혼자금 다 모으면! 그때 나랑 결혼해줘!!”
“…응?”
엥? 내가 지금 뭐라고 지껄인 거지?
상상 속에서 아영이에게 수백 번도 더 프로포즈 해봤기 때문인지 현실과 상상을 잠시 구분 못한 것 같다.
민망해서 얼굴이 폭발할 것 같이 달아올랐다.
냉수를 벌컥벌컥 들이켜고 있노라니 아영이가 배를 부여잡고 깔깔 웃었다.
“뭐야, 갑자기 프로포즈야? 정말로 깜짝 놀랐잖아. 영우 넌 아까도 그렇고 참… 옛날부터 꽤나 위트 있다니까?”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영이는 내 프로포즈를 농담으로 치부하고 있었다.
뭐, 당연한 건가.
서로의 마음이 어찌됐든 간에 우리는 현재 단순한 동창일 뿐인 사이이다. 더군다나 2년 만에 만난 주제에 다짜고짜 프로포즈라니? 누가 진담으로 들을까? 당연히 농담으로 듣지.
‘쪽팔린다.’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다.
이후 대화를 이어가며 즐거운 시간이 흐르고, 어느덧 마지막 코스요리가 등장했다. 소주는 3병째 비웠다.
나는 술이 약한 편도 아니고 너무 긴장 된 상태라서 그런지 하나도 취하질 않았다. 하지만 반면 아영이는 조금 알딸딸해 보였다.
“화장 좀 고치고 올게.”
“응, 그래.”
아영이가 화장실을 간 사이.
나는 2차로 어디를 갈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바를 갈까? 노래방이 분위기 띄우기 좋으려나? 근데 세희가 나보고 음치니까 다른 여자 앞에서 노래 부르지 말라고 했었는데… 으음… 아니면… 아영이도 많이 취한 것 같으니까 모, 모, 모텔에서 잠시 쉬자고 할까?’
오늘 드디어 역사를 쓰는 것인가!
근데 아영이가 너무 늦는 듯하다?
‘혹시 취해서 화장실에 쓰러진 거 아니야?’
걱정한 나는 당장 방에서 나갔다. 그리고 종업원에게 화장실의 위치를 물어본 뒤 복도를 이동했다.
복도 끝 좌측에는 화장실로 들어가는 입구가, 우측에는 야외 흡연 장소가 있었는데…
흡연실 쪽에서 아영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정말 쪽팔려 죽겠어.”
“…….”
“무슨 옷을 고딩들이 인터넷 쇼핑몰에서 세트로 사 입은 것처럼 맞춰 입고 나왔다니까? 그 있잖아. 요즘 다시 유행하는 기모바지에다가… 그래, 맞아. 길거리에 많이 보이잖아. 완전 그거랑 똑같이 입고 나왔다구. 사람들이 다 쳐다보는 거 있지? 정말 창피해서 원. 헤어스타일도 얼굴이랑 완전히 안 어울려서 더 찌질이 같고. 어휴, 진짜.”
…설마 내 이야기인가.
항상 누구에게나 친절했고 언제나 웃는 얼굴이었던 아영이.
가슴이 크고 얼굴이 예쁜 것도 예쁜 거지만, 내가 그녀에게 반했던 가장 큰 이유는 그녀의 상냥함 때문이었다.
하지만 사실 그녀는 뒤에서 남의 험담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여자였던 건가?
“그거 알아? 만난지 30분도 안 돼서 프로포즈 받았다? 깔깔깔! 연애하자는 것도 아니고 결혼하재! 정말 이래서 동정, 동정 하나봐. 웃겨서 죽는 줄 알았다니까? 응? 맞아. 같이 있기 쪽팔리기는 한데 재미는 있어. 살살 가지고 노는 맛이 난다고나 할까나? 동창회도 꼭 나오게끔 만들께.”
“…….”
나는 지금 이 믿을 수 없는 상황이 꿈인가 싶어서 죽을 힘 다해 뺨을 꼬집어 봤다.
꽈악.
“윽…”
아프다. 눈물이 날 만큼 아프다.
“…꿈이 아니네.”
하긴, 생각해 보면 아영이가 나를 좋아해야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학창시절에 친하게 지냈던 것도 아니고 졸업 후에는 1년에 한 번씩 동창회에서나 만났고… 심지어 그 동창회에서조차 제대로 대화해본 적이 없다.
애초에 인연 자체가 적으니 그녀가 나를 좋아하게 될 계기 또한 없었을 것이다.
내가 완전 미남이라거나 돈이 많거나, 운동이나 공부를 잘하거나 성격이 좋아서 매력을 어필하는 사람도 아니고… 평범보다 못한 찌질인데 그런 놈을 이유도 없이 좋아할 여자가 현실에 어디 있을까?
‘내가 무슨 만화 주인공도 아니고…’
방으로 돌아온 나는 소주를 1병 더 시켜 벌컥벌컥 들이켰다.
아까까지만 해도 달콤하기만 하던 술이 지금은 그저 쓰다.
“뭐야? 혼자 더 마시고 있었어? 영우 너 술 참 세다?”
돌아온 아영이가 방긋방긋 눈웃음을 흘렸다.
“자리 옮기자. 분위기 좋은 곳에서 그간 쌓인 이야기도 더 나누고…”
나는 신나서 이야기하는 아영이에게
‘이런 가증스러운 년 같으니라고! 순진한 사람 가지고 노는 게 재밌어?! 되도 않는 연기 따위 때려 치고 당장 꺼져!’
라고 외쳐주고 싶었다. 하지만 오랫동안 좋아해온 여자에게 함부로 말한다는 건 불가능했다.
“아니, 오늘은 이만 끝내자. 집에 급한 일이 생겨서 들어가 봐야할 것 같아.”
“응? 벌써?”
아쉬워하는 아영이의 표정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워서 연기라고는 도무지 믿기지가 않았다.
우연히 통화 소리를 듣지 못했더라면 나는 언제까지고 그녀의 연기에 끔뻑 속아 놀림감이 됐을 터다.
“미안. 다음에 또 보자.”
나는 자꾸 쏟아지려는 눈물을 간신히 참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가게 앞에서 헤어지기 전 아영이가 드디어 본론을 꺼냈다.
“다음 주 동창회에 꼭 나와. 알았지?”
오늘 아영이가 나를 만난 이유는 다른 동창들의 사주를 받아서일 것이다.
동창회에서 나를 놀림감으로 만들기 위해서 놈들은 내 사랑을 이용한 것이다.
왜 난 항상 이렇게 초라할까?
“그래, 알았어.”
나는 아영이에게 차마 싫다고 말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버스에서 마치 멜로 영화 속 비운의 주인공처럼 흐느껴 울었다.
“엉엉엉엉엉~!! 으흐허허헝!!!”
다른 승객들이 자꾸 째려보면서 조용하라고 눈치 줬지만 나는 개의치 않고 마음껏 울었다.
그리고 어느새 집에 도착했다.
“오빠 그 바보 같은 머리랑 코디는 대체 뭐야? 응? 오빠? 얼굴이 왜 그래? 울었어?”
나를 기다리고 있던 걸까?
현관문 열리는 소리를 듣자마자 방에서 달려 나온 세희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묻는다.
나는 세희에게 선언했다.
“난 두 번 다시 사랑 따위 안 할 거다. 여자는… 여자는 정말로 무서워. 싫다.”
“오빠?”
현실에서 나를 필요로 해주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그저 하찮은 놀림거리일 뿐이다. 하지만 Satisfy는 다르다.
칸은 오로지 나를 의지하고 있으며, 행정관 블라디는 내 능력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아이린은 내게 절대적인 호감을 품었다.
그래, Satisfy야말로 내가 있을 장소임을 다시 한 번 절실히 깨닫는다.
나는 곧장 캡슐에 누워 Satisfy에 접속했다.
그런데 접속하자마자 지슈카로부터 귓속말이 왔다.
-오브의 시세가 결정됐어. 지금 만날 수 있을까?
그리고 칸의 대장간으로 찾아온 지슈카가 돈다발을 건네며 제안했다.
“특급 야파 화살의 제작자… 우리는 그동안 너를 정말로 열심히 찾아왔어. 우리에게는 너의 능력이 필요해. 그리드, 부디 우리 길드에 가입해서 우리와 함께해줘.”
나는 돌이켜 보았다.
말락서스 레이드 중 지슈카에게 특급 야파 화살과 신성의 방패를 내가 만들었다고 떠벌렸던 기억이 떠올랐다.
‘거기에 파그마의 검무를 사용하는 모습까지 보였으니… 이들은 내가 히든 직업 전직자라는 사실을 이미 눈치 챘겠지…’
나는 진지하게 고민했다.
최고의 길드에 가입하게 될 경우 내게 돌아올 혜택은 어마어마하게 클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지슈카는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하고 있다.
‘어중간한 길드에 가입해서 친목질하는건 시간만 아까워 영 내키지 않았지만, 체다카 길드라면 가입해서 나쁠 게 하나 없겠지.’
정말 어떻게 생각해봐도 체다카 길드로의 가입은 이득이었다.
하지만 짚고 넘어가야할 문제가 있다.
“궁금한 게 있어.”
“무엇이든 물어봐.”
“내가 개인적으로 활동하면서 벌게 될 돈과, 너희 길드에 소속하고 활동하면서 벌게 될 돈. 어느 쪽이 더 클까?”
지슈카는 일고의 고민도 없이 답했다.
“당연히 우리와 함께할 때 너는 더 큰 돈을 벌게 될 거야. 그리고 돈 이상의 명성도 거머쥘 거고.”
“그래? 그렇단 말이지? 흠… 그럼 길드에 가입하게 될 경우 조건이 있는데.”
“응. 무엇이든지 요구해.”
“나는 이곳 칸의 대장간을 거점으로 삼고 있어. 그리고 난 칸의 후계자로서 언젠가 대장간을 물려받을 몸이다. 너희의 입맛에 따라 내 거점을 옮겨야하는 일은 원치 않아.”
지슈카는 이번에도 고민 않고 즉각 대답했다.
“좋아. 우리 길드의 거점을 윈스톤으로 옮기면 옮겼지 너에게 거점을 옮기라고 강요하지 않을 거야.”
그야말로 무조건적인 호의다.
최고의 길드가 이렇게까지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하자 나는 깨달을 수 있었다.
‘이거… 내 가치가 내가 상상한 것 이상으로 큰가본데?’
Satisfy에 현존하는 대장장이 중 내가 최고다.
그 사실은 나 본인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 가치라는 게 이렇게까지 클 것이라고는 상상 못했었다.
‘내가 원하기만 한다면 어느 길드를 가서도 호강할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굳이 스스로 발품 팔아가면서 다른 길드에 가입신청을 넣을 생각 따위 추호도 없다.
살면서 누군가에게 이렇게까지 인정받고 필요로 된 적이 있던가?
없다. 처음이다.
안 그래도 아영이 사건 때문에 심약해져 있던 나는, 나를 최초로 인정해준 사람들이 최강의 최상위 랭커들이라는 사실에 벅찬 감동을 느끼면서 결심했다.
“좋아. 체다카 길드에 가입하겠어. 대신 네가 말한 조건들을 모두 지켜주지 않는다면 난 언제라도 길드에서 탈퇴할거라는 사실을 알아둬.”
그렇게 나는 체다카 길드에 가입하게 되었다.
이것으로 내 성장발판이 제대로 마련된 것이다.
나는 필사의 각오를 다졌다.
‘빨리 부자가 될 거다. 그리고 나를 무시한 놈들에게 본때를 보여주겠어.’
첫사랑 아영이도 포함한, 모든 동창들에게 내 달라진 모습을 한시라도 빨리 보여줄 것이다.
[‘체다카’ 길드에 가입하였습니다.]
길드 이름:체다카
레벨:5(57,630,440/100. 588. 127)
명성:612,140
마스터:지슈카
인원:18/80
소속:없음
동맹관계:없음
적대관계:[리오 왕국]/[염룡 트라우카]/[야탄교]/[철풍단]/[헬딩족]/[카우치족]
성향:중립
영토:없음
길드 가입과 동시에 떠오른 길드 정보창을 확인한 나는 크게 실망하고 말았다.
“뭐가 이렇게 허접해? 인원 적은거야 소수 정예를 표방하는 길드니까 트집 잡을 부분이 아니라지만, 동맹도 없고 보유 영토도 없는 건 수준 이하 아니야? 그리고 적은 또 왜 이렇게 많아? 레드 드래곤한테는 왜 찍혔는데?”
“아직까지는 딱히 어딘가와 동맹을 맺을 필요성이 없었고, 적대관계가 많은 건 여러 가지 퀘스트와 레이드를 진행하다보니까… 으음, 염룡은 걱정하지마. 그의 세력권 안에 들어가지 않는 이상 해 입을 일 없으니까.”
“그건 다 차치하고 영지는 왜 없어? 체다카 길드는 최상위 길드로서 당연히 영지를 보유하고 있어야하는 거 아니야?”
Satisfy가 오픈하고 1년이 지난 현재.
일부 최상위 길드들은 특정 국가에 소속되어 전공을 쌓고 왕이나 귀족으로부터 영토를 하사 받았다.
아직은 척박한 땅들에 불과하지만, 각 길드가 어떻게 관리하며 발전시키느냐에 따라서 향후 대도시가 될 수도 있으며 그에 따라 막대한 세금을 거둬들이는 수익원으로 거듭날 것이다.
즉, 영토의 획득이란 길드의 궁극적인 목표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것인데 체다카 길드에게는 영토가 없었으니 의아할 따름이다.
지슈카가 설명했다.
“그리드 넌 오해하고 있어. 우리 길드는 최강의 길드지 최상위 길드는 아니야. 길드원이 적은만큼 길드 레벨을 올리는데 한계가 있고, 보다시피 길드 레벨이 꽤 낮아. 최상위 길드들의 레벨은 현재 7~8정도로 추정되는 실정이니까.”
“헐… 렙도 낮고 영토도 없는 허접한 길드였을 줄이야… 이런 길드가 어떻게 날 부자로 만들어줄 수 있다는 거지?”
아무래도 길드에 잘못 가입한 것 같다.
‘탈퇴해야겠다.’
나를 필요로 해주고 개뿔이고 간에 탈퇴를 결심하는 그때 대장간으로 한 사내가 들어왔다.
“사람 말은 끝까지 들어야지.”
말락서스 레이드에서 나보다는 못하지만 제법 활약했던 폰이었다.
“우리 길드가 비록 레벨은 낮지만, 최상급 레이드와 퀘스트를 진행하면서 명성만큼은 그 어떤 길드보다도 착실하게 쌓아왔다. 그래서 우리를 알고 원하는 국가나 귀족은 셀 수 없이 많고, 우리는 그들로부터 영토를 담보로 숱한 스카웃 제의를 받아왔지. 다만 우리가 그를 거부했을 뿐이다.”
영문을 모르겠다.
“영토를 준다는데 거절했다고?”
다른 길드는 코딱지만한 땅이라도 얻고 싶어서 안달난 실정이다. 땅을 얻을 수만 있다면 왕족과 귀족의 발가락이나 똥구멍이라도 핥을 길드가 줄을 섰다. 그런데 체다카 길드는 어째서 영토를 준다는데도 거부했을까?
아무래도 뻥 같다.
“푸하하! 허풍을 쳐도 적당히 쳐야지! 땅 준다는데 싫다고 하는 길드가 어디 있어?”
“너 때문이야.”
지슈카가 길고 고운 손가락을 펼쳐 나를 가리켜보였다. 손짓 하나조차 요염한 여자다.
“우리는 이름 모를 장인을 찾기 위해서 한동안 대륙 전체를 활동 범위로 삼아야만 했고, 그 때문에 특정 지역을 거점으로 삼고 관리하기에는 무리가 따랐어. 각국의 왕족과 귀족들이 우리에게 부하가 되라고 제안하기 시작한 시기가 네가 등장한 시기와 맞물렸었거든.”
말인 즉…
“너희는 오직 나를 찾기 위해서 영토를 포기했었다는 거야?”
“그래. 하지만 엄밀히 말해서 포기한 건 아니지. 받기를 잠시 미뤄뒀을 뿐이야. 지금도 우리가 원하기만 하면 어떤 나라에서든 언제라도 영토를 얻을 수 있으니까.”
어쨌든, 체다카 길드가 나를 얼마나 필요로 하고 있었는지 상상이 가는 대목이다.
“그런데 너희가 나를 그렇게까지 원했던 이유가 뭐야? 지금이야 내가 히든 직업 전직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지만 그때 당시에는 단순히 대장장이라고만 알고 있었을 거 아니야?”
“우리가 너를 원하는 이유는 네가 대장장이이기 때문이다. 네가 히든 직업 전직자인 것과는 무관해.”
폰이 설명했다.
“Satisfy의 평균 유저 레벨은 아직도 80이 안 된다. 우리들 같은 고레벨 유저는 20억 명 중에 극히 일부에 불과하며, 그렇다보니 고레벨 유저가 사용할 수 있는 장비아이템의 공급은 항상 부족한 실정이지. 사냥이나 레이드를 통해 획득할 수 있는 장비 아이템 중 우리가 원하는 성능의 아이템이 드랍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니 제작 아이템에 의지하는 게 정답인데…”
내 새로운 동료들을 환영하는 것일까?
칸이 친절하게도 차를 내왔다.
상대가 NPC일지언정 나이도 많고 먼저 친절을 베풀어주니 감사했던 것인지, 폰이 찻잔을 두 손으로 공손히 받았다. 그리고 다시 말을 이었다.
“고레벨 아이템을 제작할 수 있는 고급 대장장이는 매우 드물다. 유저 중에는 고급 대장장이가 아예 없고, NPC 중에도 고급 대장장이는 대도시에 1명 있을까 말까할 정도지. 그리고 고급 대장장이라고 해봤자 에픽 이상 등급의 아이템을 만드는 경우는 10분의 1 확률이 채 안될 정도이기 때문에 재료와 의뢰비를 투자하는 부담이 매우 크다.”
지슈카가 바통을 넘겨받았다.
“그러던 와중에 고급 대장장이들조차 제작하지 못했던 에픽 등급 화살의 제작자가 나타난 거야. 우리는 그 제작자야말로 우리가 원하는 아이템을 제작해줄 수 있는 능력자라고 판단하고 절실히 그 제작자를 찾아왔던 거고.”
“…….”
누구보다도 먼저 내 능력을 알아보고 하염없이 나를 찾아온 체다카 길드.
나는 이들과 함께하기로 결정한 것을 다행이라 여기면서 확언했다.
“잘 찾아왔어. 내가 바로 너희가 원하던 능력자다.”
그 후.
지슈카와 폰을 포함한 17명의 체다카 길드원 전원이 칸의 대장간에 집결했다.
그리고 나와 일일이 인사를 나눴는데 모두 하나 같이 나를 열렬히 환영하고 있었다. 그들 모두 다 내게 기대어린 눈빛을 보내서 부담스러울 지경이었다.
그런데 의외로 내 직업에 대해서 질문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내 직업은 아무도 관심이 없네?”
지슈카가 살며시 미소 지었다.
“관심 없는 게 아니야. 나를 비롯한 모두가 너의 정확한 클래스를 궁금해 하고 있어. 하지만 히든 직업 전직자는 자신들의 직업을 공개하기를 꺼려한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굳이 묻지 않는 거야.”
“호오…”
세심한 배려까지 할 줄 아는 이들이다.
길드가 점점 더 마음에 들어지고 있는 와중에 지슈카가 본론을 꺼냈다.
“그리드, 앞으로 너는 길드원들에게 원하는 아이템을 의뢰받고 제작해줬으면 해. 우리가 원하는 건 우리 레벨대에 맞는 에픽 이상 등급의 아이템이고. 완성 된 아이템은 모두 시세에 맞는 금액을 지불하고 구입하겠어.”
“돈만 준다면 오케이야. 근데 제작에 필요한 재료와 제작법들을 구하려면 꽤나 시간이 걸릴 텐데…”
“필요한 재료와 제작법을 말해주면 우리가 알아서 구해오도록 할거야. 너는 그저 제작에만 열중해줘.”
그거 참 편리하군.
“좋아. 하지만 내게는 자본이 많지 않으니까 너무 한 번에 많은 아이템 제작은 바라지 마.”
지슈카는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본? 네게 자본이 왜 필요하지? 재료와 제작법은 모두 다 길드에서 지원해줄 건데? 네게 필요한 건 시간과 기술뿐이야.”
“…엉?”
재료와 제작법을 공짜로 지원해주겠다니? 이 무슨 꿈만 같은 소리란 말인가!
아니, 흥분하지 말자. 수상하다. 조금이라도 수상할 경우 의심부터 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사람―특히 여자―을 믿었다가 호구처럼 뒤통수 맞기 십상이라는 걸 이미 경험을 통해 깨닫지 않았던가!
나는 지슈카를 경계했다.
“재료랑 제작법 공짜로 준 다음, 나중에 그걸 빌미로 완성 된 아이템 공짜로 받아가려고 그러는 거지? 그게 아니라면 어째서 재료랑 제작법을 지원해준다는 거야? 너희만 손해잖아?”
“하?”
지슈카가 황당해 했다.
“손해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너는 우리 길드의 대장장이잖아? 길드의 대장장이에게 재료와 제작법을 지원해주는 건 길드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야.”
곁에서 듣고 있던 레가스가 하하 웃었다.
“그리드 님, 유능한 대장장이는 모든 길드가 탐내는 인재에요. 각 길드는 대장장이가 다른 길드로 넘어가지 않도록 언제나 최고의 대우를 해주는 법이죠. 유능한 대장장이를 보유한 길드와 그렇지 못한 길드는 장기적으로 엄청난 성장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당연한 일입니다.”
“헐…”
대장장이라는 직업, 완전히 꿀 빠는 직업이잖아?
하지만 이것도 유능한 대장장이에게만 해당하는 일!
‘대장장이는 성장하기가 매우 어렵지… 그래서 뛰어난 대장장이의 가치가 그만큼 높은 거고. 하지만 파그마의 후예는 성장도 쉽고 애초에 사기급 제작 스킬을 보유하고 있으니 그야 말로 꿀 중의 꿀…’
레전드리 직업의 사기성을 또 한 번 절실히 깨달으며 감사함을 느낀다.
‘어서 일을 시작하고 싶다.’
의욕 충만해진 나는 지슈카에게 재촉했다.
“그래서 난 누구 아이템부터 만들어주면 되는 건데?”
폰이 번쩍 손을 들었다.
“나다!”
반트너가 폰의 손을 잡아 내렸다. 그리고 자기 손을 들었다.
“아니, 나부터!”
토반이 버럭 고함을 내질렀다.
“당연히 마스터 먼저지! 그 다음은 참모인 나고!”
“참모인거랑 순번이랑 무슨 상관 인데?! 직권남용하지 마라!”
체다카 길드원들은 모두 다 랭커다. 그들 모두가 지존이 목표이며 누구보다도 레벨업을 갈망한다. 그래서 한시라도 더 빨리 강한 아이템을 무장하고 더 수월하게 사냥하기를 바란다.
말들을 안 할 뿐이지, 너나할 것 없이 자신의 아이템을 가장 먼저 만들어주기를 바라고 있을 것이다.
아니, 아무 말 없이 싱글벙글 웃고 있는 레가스는 제외해야 하려나.
‘레가스는 수련이라는 행위 그 자체에 의미를 두는 케이스 같으니까 아이템은 별로 신경 안 쓰는 것 같네. 근데 그러고 보니까…’
나는 아까부터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못하고 있는 남자 2명과 토반을 차례대로 지목했다.
“토반. 그리고 너랑 너.”
“응?”
지목 된 3사람은 순간 기대감에 가득 찬 표정을 지었다. 내가 자기들 아이템부터 제작해줄 거라고 오해한 것이다.
하지만 반대다.
“너희 셋의 아이템은 가장 마지막에 만들어줄 거다.”
“왜, 왜지?”
경악하며 묻는 토반에게 설명해주었다.
“토반 너는 내가 저번에 숲의 수호자 레이드에 끼워달라고 했을 때 싸가지 없게 나와서 마음에 안 들었어…”
“헉? 몇 달 전 일을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던 거냐? 그리고 그건 엄밀히 말해서 싸가지 없던 게 아니지!”
“쉿. 그리고 다른 두 명은…”
나는 두 사람의 아이디를 확인했다.
흑발 히스패닉 남자는 룩이고, 중동계 호리한 체형의 남자는 지프였다.
“너희 둘. 여기 온 적 있지?”
유페미나와의 아이템 제작 승부가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무렵.
웬 고렙 2명이 칸의 대장간으로 들이닥쳐서 유페미나의 행방을 내놓으라고 횡포 부렸었다.
그때 나를 허접이라고 무시하고 칸이 NPC라고 막 대했던 놈들이 바로 룩과 지프다.
“인연이 또 이렇게 이어지네. 그치?”
내가 씨익 웃자, 이리저리 눈치를 살피던 그 둘이 결국 고개 숙여 사과했다.
“그때는 미안했다! 우리가 너무 초조했던 나머지 예의 없이 굴었어! 진심으로 사죄한다!”
“사과해야할 건 내가 아니라 칸이야.”
내가 새로운 동료들과 두런두런 모여 있는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던 칸!
나는 두 사람을 칸 앞에 세우고 사과하도록 시켰다. 하지만 영 내켜하지들 않는다?
“왜? 여전히 NPC는 무시하는 거야? 뭐, 너희가 NPC를 무시하든 말든 나랑은 관계없지. 하지만 칸은 달라. 칸은 내게 둘도 없이 소중한 친구다. 그를 존중하지 않는다면, 나는 평생 너희들의 아이템을 제작해주지 않을 거야.”
“…죄송했습니다, 칸.”
“치기 어렸던 우리를 용서해주십쇼.”
룩과 지프는 아이템 때문만이 아니라 진심으로 사과하는 기색이었다. 설령 NPC일지라도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존재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그들은 깨달은 듯싶다.
'자식들이 진작부터 잘할 것이지. '
뭐, 나도 필요성 없는 NPC들은 무시하거나 막 대하는 게 사실이니까 두 사람을 이 이상 비난할 생각은 없다.
그래서 결론은.
“첫 번째로 폰의 창을 제작해줬으면 해.”
지슈카의 뜻이었다.
“말락서스의 레이드에서도 드러났듯이 현재 폰의 무기는 저급해. 고레벨 레이드에서는 제대로 된 위력을 발휘하지 못할 지경이야. 우리 길드의 몇 안 되는 순수 물리 딜러 중 하나인 그의 공격력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그의 무기를 우선시해야겠어.”
득의양양한 폰이 다가왔다.
“그리고 나는 이미 창의 제작법을 구해 놨다 이거지.”
[‘질풍창의 제작법’을 획득하였습니다.]
<‘질풍창’의 제작법>
습득 조건:고급 대장장이 마스터리 4레벨 이상.
*질풍창:미스릴로 제작한 창입니다. 매우 가볍기 때문에 사용자가 능숙할수록 위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습니다. 단, 가벼움이 단점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용 조건:레벨 240 이상.
‘오오!’
신성의 방패에 이어서 또 공짜 제작법을 얻었다!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내게 폰이 조심스레 물었다.
“습득 가능한가?”
나는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당연하지.”
길드원들이 술렁였다.
“고급 대장장이 레벨이 최소 4 이상이라는 뜻인데…”
“대장장이 랭킹 1위는 아직도 중급 대장장이잖아?”
“대체 어떤 직업으로 전직했기에 뛰어난 전투능력과 함께 저만한 대장장이 기술을 익힌 거지?”
“히든 직업 중에서도 최상급 직업일 것 같은데…”
나는 보란 듯이 그들 앞에서 제작법을 습득했다.
[질풍창의 제작법을 익혔습니다.]
<질풍창>
등급:레어~레전드리
레어 등급 정보
내구력:210/210 공격력:290
공격속도:+5%
*공격을 연계할 때마다 공격속도 0. 5%씩 상승.
에픽 등급 정보
내구력:280/280 공격력:336
치명타확률:+5% 공격속도:+5%
*공격을 연계할 때마다 공격속도 1%씩 상승.
유니크 등급 정보
내구력:363/363 공격력:400
치명타확률:+5% 공격속도:+10%
*공격을 연계할 때마다 공격속도 1%씩 상승.
*스킬
‘환영난참’
생성.
레전드리 등급 정보
내구력:444/444 공격력:493
치명타확률+10% 공격속도:+10%
명중률:+5%
*공격을 연계할 때마다 공격속도 1. 5%씩 상승.
*스킬 ‘환영난참’ 생성.
미스릴로 제작한 창입니다. 매우 가볍기 때문에 사용자가 능숙할수록 위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습니다. 단, 가벼움이 단점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용 조건:레벨 240 이상. 근력 750 이상. 민첩 400 이상. 고급 스피어 마스터리 2레벨.
무게:200
‘오우, 제법 쓸만한 창이군.’
내가 만들었던 무아지경의 검에 비하면 솔직히 부족한 감이 없잖아 있지만 말이다.
제작에 필요한 재료는…
“폰, 한 개의 창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미스릴원석 15kg과 최상급 티판 나무 1그루, 그리핀의 힘줄 4개가 필요해.”
폰이 기특한 소리를 했다.
“당장 구해오도록 하마. 그리고 네가 창을 제작할 동안 나와 레가스는 네가 도둑맞았다고 하는 신성의 방패의 행방을 찾아볼 계획이다. 그러니 근심 말고 제작에 열중하도록 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믿고 집중해서 좋은 창을 만들어줄게.”
나는 시험 무대에 섰다.
길드원들은 그토록 찾아 헤매온 특급 야파 화살의 제작자가 과연 자신들의 기대에 부흥해줄지 예의주시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들을 깜짝 놀래킬 준비가 되어 있다.
‘왠지 오늘따라 자신감이 샘솟는단 말이지.’
물론 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만약 내가 레어 등급의 아이템을 제작한다고 해서 비난 받을 이유는 없다.
제작 아이템의 결과는 분명히 운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부담감을 버리자.
나는 호흡을 고르며 미리부터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럼 우선…’
<전설적 대장장이의 기술>
Lv. 2(76. 3%)
제작법을 알고 있는 장비 아이템을 제작합니다.
‘전설적 대장장이의 창조’
스킬로 제작법을 창조한 장비 아이템을 제작할 수 있습니다.
일정한 확률로 레어~에픽 등급의 아이템이 제작됩니다.
희박한 확률로 유니크 등급의 아이템이 제작됩니다.
매우 희박한 확률로 레전드리 등급의 아이템이 제작됩니다.
*제작 아이템의 모든 능력치가 12퍼센트 상승합니다.
*레어 등급의 아이템 제작 시 모든 스탯이 +2 영구 상승, 대륙 전역에 명성이 +30 상승합니다.
*에픽 등급의 아이템 제작 시 모든 스탯이 +4 영구 상승, 대륙 전역에 명성이 +80 상승합니다.
*유니크 등급의 아이템 제작 시 모든 스탯이 +12 영구 상승, 대륙 전역에 명성이 +300 상승합니다.
*레전드리 등급의 아이템을 제작 시 모든 스탯이 +25 영구 상승, 대륙 전역에 명성이 +1,000 상승합니다.
*레전드리 등급 아이템의 제작 횟수가 5회가 될 때마다 특수한 일이 발생합니다. (현재 2/5)
<전설적 대장장이의 숨결>
Lv. 2(42. 5%)
아이템 제작에 심혈을 기울일 경우, 제작 아이템에 파그마의 후예의 의지가 깃듭니다.
제작 아이템의 모든 능력치가 7퍼센트 상승합니다.
제작 아이템에 희박한 확률로 특별한 기능을 부여합니다.
내 제작 스킬들의 레벨이 1에서 2로 오른 것은 유페미나와의 아이템 제작 승부가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무렵이었다.
그로부터 두 달 여가 지난 지금까지 나는 셀 수도 없이 많은 노말, 레어템과 수십 개의 에픽 아이템. 그리고 2개의 레전드리 아이템을 제작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스킬 레벨은 2에 정체되어있었다.
‘스킬들이 1레벨일 때는 경험치가 팍팍 오르더니만…’
그나마 전설적 대장장이의 기술은 경험치가 80프로 가까이 채워진 상태였으니 양반이다. 다시 본격적으로 제작 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