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템빨-32화 (28/1,794)

제4장

아이템 강화!

윈스톤.

서릿빛 오크 족장을 해치운 후 칸의 대장간으로 돌아온 나는 아이템 정보를 다시 한 번 확인해 보았다.

<서릿빛 오크 족장의 투구>

등급:유니크(세트)

내구력:250/250 방어력:130

*치명상을 입을 확률이 20퍼센트 하락합니다.

*생명력이 10퍼센트 상승합니다.

*일정 확률로 대상을 공포에 빠뜨립니다.

*서릿빛 오크 족장의 세트 효과

-세트 3개 장착 시 근력 +50, 체력 +80

-세트 5개 장착 시 근력 +100, 체력 +200, 서릿빛 오크 족장으로 변신 가능

*서릿빛 오크 족장 변신

-서릿빛 오크족을 통솔 가능

-스킬 ‘회전 베기’ 생성

서릿빛 오크 족장은 북쪽 설원의 지배자라고 표현해도 손색없는 존재입니다. 그가 애용하던 이 투구는 설원 오우거의 두개골로 제작되어 흉측한 외관을 가졌습니다. 특히 왼쪽에 솟은 외뿔이 매우 위협적인 모양새입니다. 이 투구를 뒤집어쓰는 것만으로도 공포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사용 조건:레벨 150 이상. 근력 400 이상.

무게:800

<붉은 벼락 소환구>

서릿빛 오크 주술사들의 신통력이 깃든 구슬입니다.

하늘에서 붉은 벼락을 소환합니다. 이 벼락으로 착용 중인 무기의 공격력을 일시적으로 강화하며 무기에 전기 속성을 부여합니다.

*벼락을 소환하기까지 1분의 시간이 소요되며 소환 후 소환자의 생명력이 10퍼센트 하락합니다.

무게:50

엄청난 득템이다.

2개의 아이템 모두 아이템 경매 사이트에 등록하는 순간 가격이 폭등할 것이 분명했다.

“여기에 축복받은 무기 강화석과 방어구 강화석까지…….”

<축복받은 무기 강화석>

무기를 강화할 때 사용하는 마법석입니다.

강화 성공 시 무기의 강화 수치가 +1 됩니다.

강화 실패 시 무기의 강화 수치가 -1 됩니다.

무게:20

<축복받은 방어구 강화석>

방어구를 강화할 때 사용하는 마법석입니다.

강화 성공 시 방어구의 강화 수치가 +1 됩니다.

강화 실패 시 방어구의 강화 수치가 -1 됩니다.

무게:20

Satisfy의 모든 장비 아이템들은 +10까지 강화가 가능하다.

하지만 강화석의 가격이 비싸고, 강화 수치와 아이템 등급이 높을수록 강화 확률이 눈에 띄게 낮아졌다.

또한 강화에 성공하면 강화 수치가 +1이 되는 게 고작인 데 반해, 실패할 경우 -3이 되기 때문에 평범한 유저가 고강화 장비를 얻기란 하늘의 별 따기였다.

그런데 축복받은 강화석 같은 경우, 강화에 실패하더라도 강화 수치가 -3이 되는 게 아니라 -1만 된다는 게 아닌가?

“이거 정말 사기네……. 일반 강화석으로는 강화에 실패하면 강화 수치가 ?3 되는 반면 이건 고작 ?1밖에 안 된다니……. 강화에 실패해도 부담이 엄청 적겠어.”

나는 축복받은 강화석이라는 게 존재한다는 사실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하지만 고레벨 유저들은 이미 이 축복받은 강화석에 익숙하겠지?’

고레벨 유저들, 특히 랭커들의 경우 +6 이상의 아이템으로 도배를 하고 다닌다.

나는 그들의 강화 비법이 무엇인지 항상 궁금했었는데, 이제 보니 이 축복받은 강화석이 그들의 강화 비법이었다.

“이상적인 단검을 강화해 볼까?”

나는 실피드의 비늘 20개를 결국 구하지 못했다. 그 탓에 후드짚업을 제작할 수 없게 되었으므로 케산 협곡의 몬스터들과의 싸움을 피할 수가 없게 됐다.

‘이제 내 레벨은 85가 됐지만…….’

현재 난 스탯 총합으로만 따지면 100레벨 후반대 유저와 비견해도 좋을 수준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스탯만 놓고 봤을 때의 이야기다. 보유한 전투 관련 스킬의 종류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케산 협곡의 몬스터들은 내게 있어서 여전히 공포의 대상이다.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전투 관련 스킬은 단 4개. 콤보로 연계했을 때 효과가 탁월해서 서릿빛 오크들을 쉽게 상대할 수 있었다고는 해도, 협곡의 몬스터들은 서릿빛 오크와 수준이 다른 상대야. 4개의 스킬 콤보만으로 협곡의 몬스터들을 상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야.’

이런 내가 확실하게 의지할 수 있는 건 역시 템빨뿐이다.

“그래, 이상적인 단검을 강화하자.”

파그마의 후예가 보유한 특성 중에는 ‘아이템 강화 확률 상승’이라는 게 있다.

확률을 정확히 몇 퍼센트나 상승시켜 주는 건지, 상세한 설명은 없지만 파그마의 후예가 레전드리 직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 상승폭이 적지는 않을 것이다.

마음을 정한 나는 당장 경매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무기 강화석과 방어구 강화석을 검색해 보았다.

‘무기 강화석과 방어구 강화석의 개당 가격은 100골드… 축복받은 무기 강화석과 방어구 강화석의 개당 가격은 1,200골드……!’

축복받은 강화석은 일반 강화석보다 시세가 무려 12배나 비쌌다.

근데 나는 오크 족장 1마리를 잡고서 축복받은 강화석을 5개나 습득하지 않았는가?

‘축복받은 강화석 5개의 가격만 해도 현금으로 환산하면 72만 원……. 거기에다가 유니크 세트 투구에, 벼락 소환구에, 실피드의 비늘까지……. 족장 1마리 잡고서 번 돈이 대체 얼마인 거지?’

여러 명이 파티를 이뤄서 레이드를 진행할 경우, 드롭 아이템의 가치를 파티원 숫자에 맞춰서 균등하게 나눠야만 했기 때문에 엄청난 득템을 하지 않는 이상 큰돈을 벌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나는 후로이와 단둘이서 레이드를 진행한 데다 드롭 아이템을 혼자서 독식했기 때문에 엄청난 돈을 벌게 됐다.

나는 스스로 양심 없는 놈임을 자부하지만, 일이 이렇게까지 되니까 일말의 양심의 가책이 느껴졌다.

‘이렇게 큰돈을 벌어 놓고도 후로이한테 입 싹 닦아도 되는 건가?’

후로이는 레이드 성공을 위해서 스스로를 희생하기까지 했다. 화염병과 물약이란 물약은 죄다 쓰고 급기야 죽어서 경험치까지 하락했다. 그런 녀석에게 아이템을 하나도 분배해 주지 않는다면 난 정말 최악의 나쁜 놈이 되는 거다.

“크큭… 최악의 나쁜 놈이라……. 그것 참 바람직하군!”

애초에 후로이는 내 덕분에 최초의 세컨드 직업을 얻었다. 녀석이 내게 갚아야 할 은혜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나는 녀석을 위해서 무엇인가를 해 줄 필요가 없다. 오히려 녀석에게 봉사를 받아야 하는 입장이다.

결국 나는 예정대로 모든 아이템을 독식하리라 마음먹었다.

그리고 무기 강화석 10개를 구입해서 칸의 대장간으로 돌아갔다.

이른 아침.

막 잠에서 깬 칸이 나를 반겨 주었다.

“오오! 그리드! 내 그간 자네를 얼마나 걱정했는지 아는가! 무사한 모습을 보니 천만다행일세!”

“걱정도 팔자시군요. 오크들 따위 역시 제 상대가 못 됐어요.”

칸은 최대한 멋진 미소를 짓는 나를 무시했다. 그리고 내가 탁자 위에 펼쳐 놓은 전리품들을 둘러보았다.

“이 투구 참 흉측하게도 생겼군? 오우거의 두개골로 제작한 건가? 외관은 상당히 거부감 들지만 방어력만큼은 기가 막히겠군. 음? 이 구슬은 또 뭐지? 신비한 기운이 느껴지지만 나로서는 무엇인지 알기 어렵군……. 오오! 이것이 말로만 듣던 실피드의 비늘인가! 이걸 이용해서 어찌 아이템을 제작할 심산이지? 나로서는 감도 잡히질 않는군! 어? 아니, 이건?”

연달아 감탄하던 칸이 내가 잡템으로 분류시켜 놓은 서릿빛 오크의 가죽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그리고 골똘히 생각해 본 뒤 말했다.

“이 탄력 있는 가죽 재질이 참으로 마음에 드는군. 갑옷 내피로 사용하면, 갑옷이 외부로부터 입는 충격을 온전히 흡수해서 착용자의 몸을 완벽하게 보호할 수 있을 게야.”

칸에게 뭔가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른 듯 보인다.

나는 그에게 서릿빛 오크 가죽들을 건네주었다.

“선물로 드릴게요. 그 대신 영감님은 이 가죽을 이용해서 제작한 갑옷을 제게 선물로 주세요.”

“…내가 뭔가 손해인 듯한데?”

“싫으시면 어쩔 수 없죠. 서릿빛 오크의 가죽… 시장에서 구하기 어려운 희귀 재료인데……. 영감님께 이런 귀한 재료를 이용해서 아이템 만들 기회가 또 언제 찾아올지…….”

“내가 언제 싫다고 했는가? 좋네, 좋아! 내게 가죽을 맡겨 보시게! 훌륭한 갑옷을 만들어 보이겠네!”

그렇게 자연스럽게 갑옷의 제작을 칸에게 떠넘긴 나는 이상적인 단검과 무기 강화석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이상적인 단검의 강화를 시도했다.

[무기 강화석(1)을 소모했습니다.]

[이상적인 단검의 강화에 성공하였습니다.]

<+1 이상적인 단검>

등급:유니크

내구력:168/168 공격력:254~277 공격 속도:+11%

*희박한 확률로 대상이 즉사.

*민첩성 +20.

*스킬 ‘칼바람’ 생성.

*스킬 ‘신속한 몸놀림’ 생성.

대단한 실력과 잠재력을 지녔지만 경험과 명성은 턱없이 부족한 이름 모를 장인이, 명망 높은 대장장이 칸과 합심하여 만든 작품입니다.

사용한 재료와 제작법은 특별할 게 없지만, 이름 모를 장인의 실력과 칸의 협조성이 그야말로 이상적인 단검을 탄생시켰습니다.

사용 조건:레벨 180 이상. 민첩성 450 이상.

고급 대거 마스터리.

“오오!”

아이템은 강화 수치가 +1이 될 때마다 기본 능력치가 5퍼센트씩 상승한다.

그래서 원래 공격력이 242~264였던 이상적인 단검의 공격력이 254~277이 되었다.

“기본 공격력이 워낙에 좋으니까 상승폭도 크군!”

나는 계속해서 아이템을 강화했다.

[무기 강화석(1)을 소모했습니다.]

[+1 이상적인 단검의 강화에 성공하였습니다.]

[무기 강화석(1)을 소모했습니다.]

[+2 이상적인 단검의 강화에 성공하였습니다.]

[무기 강화석(1)을 소모했습니다.]

[+3 이상적인 단검의 강화에 성공하였습니다.]

[무기 강화석(1)을 소모했습니다.]

[+4 이상적인 단검의 강화에 성공하였습니다.]

“드디어 여기까지 왔군…….”

<+5 이상적인 단검>

등급:유니크

내구력:168/168 공격력:309~337 공격 속도:+11%

*희박한 확률로 대상이 즉사.

*민첩성 +20.

*스킬 ‘칼바람’ 생성.

*스킬 ‘신속한 몸놀림’ 생성.

대단한 실력과 잠재력을 지녔지만 경험과 명성은 턱없이 부족한 이름 모를 장인이, 명망 높은 대장장이 칸과 합심하여 만든 작품입니다.

사용한 재료와 제작법은 특별할 게 없지만, 이름 모를 장인의 실력과 칸의 협조성이 그야말로 이상적인 단검을 탄생시켰습니다.

사용 조건:레벨 180 이상. 민첩성 450 이상.

고급 대거 마스터리.

본래 아이템은 +5까지는 비교적 높은 확률로 강화가 되는 편이다.

그래서 +5 강화 아이템은 +0 아이템과 시세 차이가 크지 않았다.

문제는 +6 강화부터다.

+6부터는 강화 확률이 대폭 감소하기 때문에 일반 유저들은 +6 이상의 아이템을 보유하는 경우가 드물다.

대신 +6 아이템부터는 강화 성공 시마다 기본 능력치 상승폭이 +5퍼센트가 아니라 +7퍼센트로 적용되며, 아이템의 외관이 멋지게 변화하기 때문에 위험을 감수하고 강화에 도전할 만한 가치는 충분하다.

“제발… 제발 성공해라!”

아이템 강화 확률을 상승시켜 준다는 파그마의 후예의 특성을 믿으면서, 나는 +6 강화에 도전했다.

그리고!

[무기 강화석(1)을 소모하였습니다.]

[+5 이상적인 단검의 강화에 실패하였습니다.]

[+5 이상적인 단검의 강화 수치가 ?3 됩니다.]

“…아, 놔. 진짜 #@!%$ 엿 같네…….”

명색이 전설의 대장장이인 주제에 뻑 하면 노멀 아이템을 만들어 내는 파그마의 후예!

나는 이 엿 같은 직업에 또 한 번 뒤통수를 얻어맞고 좌절했다.

“아니, 강화 확률 상승시켜 준다며? 근데 6강도 못하냐?”

이성을 잃은 나는 남아 있는 강화석 4개를 이용해서 이상적인 단검의 강화에 재차 도전했다.

그리고 이번에도 +5 강화까지는 실패 없이 강화에 성공했지만…

[무기 강화석(1)을 소모하였습니다.]

[+5 이상적인 단검의 강화에 실패하였습니다.]

[+5 이상적인 단검의 강화 수치가 -3 됩니다.]

“이런 씨발!”

분명 이상적인 단검은 유니크 등급의 아이템이다.

등급이 높은 아이템일수록 강화 확률이 낮아진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난 파그마의 후예다.

파그마의 후예가 고작 6강화를 못하고 연달아 강화에 실패하는 건 너무 심한 처사가 아닌가!

“젠장… 젠장!”

내가 10개의 강화석을 구입하면서 소모한 돈은 무려 1,000골드다.

근데 그 1,000골드의 결과물이 고작 +3 강화다.

이대로 손해만 볼 수는 없다.

독기를 품은 나는 다시 경매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10개의 강화석을 또 구입했다.

“이번에도 6강에 실패하면 축복받은 강화석을 써 버릴 거다…….”

시세가 너무 비싸서 차마 직접 사용하지는 못하겠고, 나중에 판매하기 위해서 쟁여 두었던 축복받은 강화석!

이성을 잃은 나는 그 축복받은 강화석조차 함께 사용할 준비를 하고서 재차 이상적인 단검의 강화에 도전했다.

그리고!

[무기 강화석(1)을 소모하였습니다.]

[+5 이상적인 단검의 강화에 성공하였습니다.]

“오……! 오오오!!”

이상적인 단검이 +6이 된 순간, 이상적인 단검의 주변으로 은은한 청색의 기운이 맴돌기 시작했다.

나는 감격했다.

“아름답다…….”

+5 이하의 아이템은 육안으로 보기에 저게 +0짜리 아이템인지 +5짜리 아이템인지 구분할 수가 없다. 아무런 특징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6 이상의 아이템부터는 지금 이상적인 단검처럼 외관에 변화가 생긴다. 그 아이템을 상징하는 속성의 색깔이 외부에 표출되는 식으로 말이다.

“사람들이 이걸 본다면……?”

나는 당장 마을 광장으로 뛰어나갔다. 그리고 보란 듯이 +6 이상적인 단검을 손에 장착하고 영화 포스터 속 주인공처럼 멋진 포즈를 취했다.

그러자 사람들이 한 번씩 내게 시선을 돌렸다.

“우와, 저 사람 무기 좀 봐! 6강 이상짜리 무기다!”

“푸른색 기운이 계속 맴돌고 있어. 정말로 예쁘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내 손에 쥐어진 이상적인 단검에 시선을 빼앗겨선 감탄을 금치 못했다.

“무기를 6강 넘게 하다니 엄청난 부자인가 봐. 저 남자 한번 꼬셔 볼까?”

“에이, 그냥 강화 운이 좋은 걸 수도 있잖아. 섣불리 행동했다가 폭탄 떠안지 마.”

“우와… 6강 이상 무기 실제로는 처음 본다. 난 만날 3강에서 미끄러지는데 제길, 엄청 부럽네.”

사람들이 선망의 눈빛을 보내오자 나는 우월감에 도취되었다.

‘후후후… 과연 6강 무기는 각별하군. 이거 강화하는 데 쓴 돈이 하나도 안 아까울 지경이야.’

광장 중앙.

+6 이상적인 단검을 손에 쥔 채 이런저런 포즈를 취해 보고 있는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점차 미친놈 보는 것처럼 변해 가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흥, 고작 6강짜리 무기를 자랑하면서 기고만장해 있는 천민의 모습이 가소롭기 짝이 없군.”

어째선지 익숙하고 재수 없는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

나는 뒤를 돌아보았고, 목소리의 주인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녀석은 다름 아닌…

“카츠!”

“블러드 워리어 카츠다!!”

통합 랭킹 40위권의 랭커이자 3번째 히든 직업 전직자인 카츠!

그의 등장을 목격한 광장의 사람들이 탄성을 터뜨렸다.

‘이 자식이 왜 여기에?’

나는 카츠를 잘 알고 있다.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사이가 아니라, 카츠가 워낙 TV에 자주 출현하는 트러블메이커이다 보니 나 혼자 일방적으로 알고 있는 인물이다.

즉, 카츠는 나를 모른다.

그런 녀석이 두 눈으로 나를 똑바로 응시하고 있었다.

위아래로 나를 훑어본 녀석이 콧방귀를 뀌었다.

“훗… 역시 천민은 천박하단 말이지.”

“초면인 사람한테 다짜고짜 그게 무슨 막말이지?”

내가 따지고 들자 카츠는 대꾸 없이 어깨를 으쓱였다. 그러고는 허리에서 검을 뽑았다. 모습을 드러낸 녀석의 검에는 번쩍이는 주황색 기운이 태양처럼 머물러 있었다.

심지어 눈이 부실 지경!

경악하는 나와 광장의 유저들에게 카츠가 크게 웃으며 소리쳤다.

“푸하하하하!! 어떠냐, 천민들아! 이것이 +8강 무기의 위엄이라는 것이다! 너희 같은 천민들은 일평생 발버둥 쳐 봤자 손에 넣지 못할 어마어마한 무기다! 푸하하하하!!”

실컷 떠들어 댄 녀석이 위풍당당한 발걸음으로 광장을 떠났다.

멀어지는 그의 뒷모습을 보면서 사람들이 수군거렸다.

“방금 뭐야? 지 아이템 자랑하려고 나타난 거였어?”

“소문대로 나대기 좋아하는 놈일세…….”

“골 깐다, 골 까.”

카츠가 한심하다며 혀를 차는 사람들!

그들은 카츠를 가볍게 비웃어 주면서 각자의 일상으로 되돌아갔다.

하지만 나는 제자리에 석상처럼 굳어서 한 걸음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끓어오르는 패배감을 주체할 수가 없어서 치가 떨렸기 때문이다.

“저 쪽빠리 새끼가 사람들 앞에서 내게 망신을 줘? 고작 에픽 직업 전직자 주제에 레전드리 직업 전직자인 이 나를 못 알아보고 천민이라 지껄여?”

이런 꼴을 당하고 나니 고작 6강 무기로 만족할 수 없게 됐다.

나는 당장 대장간으로 되돌아갔다. 그리고 인벤토리 구석에 신주단지처럼 모셔 두었던 2개의 축복받은 무기 강화석을 꺼내 들었다.

“나는 파그마의 후예다! 블러드 워리어? X까라 그래!”

[축복받은 무기 강화석(1)을 소모했습니다.]

[+6 이상적인 단검의 강화에 성공하였습니다.]

[축복받은 무기 강화석(1)을 소모했습니다.]

[+7 이상적인 단검의 강화에 성공하였습니다.]

[아이템 강화 수치가 +8이 되어서 옵션 효과가 소폭 상승합니다.]

“…어라?”

홧김에 지른 강화가 연달아 성공해 버렸다.

그리고 이상적인 단검에 맴돌던 푸른 기운이 더욱더 강한 색을 띠게 됐다.

카츠의 검이 태양처럼 밝은 기운을 발산했다면, 이상적인 단검은 심연의 바다처럼 깊은 푸른색이 운치 있게 맴돌았다.

“핫……! 하하하하! 푸하하하하!!”

<+8 이상적인 단검>

등급:유니크

내구력:168/168 공격력:378~413 공격 속도:+13%

*희박한 확률로 대상이 즉사.

*민첩성 +30.

*스킬 ‘칼바람’ 생성.

*스킬 ‘신속한 몸놀림’ 생성.

대단한 실력과 잠재력을 지녔지만 경험과 명성은 턱없이 부족한 이름 모를 장인이, 명망 높은 대장장이 칸과 합심하여 만든 작품입니다.

사용한 재료와 제작법은 특별할 게 없지만, 이름 모를 장인의 실력과 칸의 협조성이 그야말로 이상적인 단검을 탄생시켰습니다.

사용 조건:레벨 180 이상. 민첩성 450 이상.

고급 대거 마스터리.

장검이나 대검도 아닌 단검의 공격력이 무려 400대다.

카츠와의 예상치 못한 단편적인 만남 탓에 시도한 강화가 연달아 성공한 덕분에, 나는 그야말로 지존 급의 무기를 갖게 되었다.

기뻐 날뛰고 있는 그때, 대장간으로 후로이가 찾아왔다.

“주군! 레이드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걱정 어린 눈빛으로 물어 오는 후로이에게 나는 정색하고 설명했다.

“음… 아쉽게도 레이드는 실패했다. 그래서 아이템은 하나도 건지지 못했어. 네가 희생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가 이렇게 되었으니 미안할 따름이다.”

사실은 레이드에 성공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막대한 재화를 벌어들이게 되었다.

하지만 나는 레이드에 실패했다고 거짓말 칠 수밖에 없었다.

왜냐? 레이드에 성공했다고 솔직하게 밝혔다가는 후로이 녀석이 아이템을 나눠 달라고 구걸할 염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껌뻑 속은 후로이가 치를 떨었다.

“다 제가 무능했기 때문입니다. 크윽… 당장에 수행을 떠나겠습니다! 그래서 다음에는 주군께 기필코 도움을 드릴 수 있는 존재가 되어 나타나겠습니다!”

“그, 그래…….”

그렇게 후로이는 맹세를 남겨 놓고 떠났고, 나는 케산 협곡으로 향하기 위한 채비를 갖추기 시작했다.

“무기는 이 +8 이상적인 단검이면 충분하고, 갑옷은 칸이 제작해 주기로 했으니까…….”

투구는 오크 족장의 투구를 무장하면 된다. 남은 건 건틀릿과 부츠의 제작이다.

제작용 망치를 꺼내 쥔 나는 최선을 다해서 건틀릿과 부츠의 제작에 돌입했다.

그리고 이틀 후.

<칸의 역작>

등급:에픽

내구력:300/300 방어력:359 이동속도:-7%

*물리 공격으로 받는 피해 20퍼센트 경감.

에트날 왕국 북부 최고의 대장장이 칸이 평생 동안 쌓아 온 노하우의 정수를 부여하여 제작한 갑옷입니다.

서릿빛 오크의 가죽으로 제작한 내피가 외부로부터의 충격을 잘 흡수합니다.

칸은 이 갑옷을 필생의 역작이라 자부합니다.

사용 조건:레벨 160 이상. 근력 550 이상. 체력 480 이상. 중급 헤비 아머 마스터리.

무게:1,900

<최상의 건틀릿>

등급:에픽

내구력:150/150 방어력:47 공격 속도:+4% 명중률:+8%

*희박한 확률로 ‘2연타’ 발동.

대단한 실력과 잠재력을 지녔지만, 경험과 명성은 비교적 부족한 이름 모를 장인이 제작한 건틀릿입니다.

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대상을 공격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사용 조건:레벨 160 이상. 민첩성 150 이상.

무게:220

<모험용 부츠>

등급:레어

내구력:120/120 방어력:60 이동속도:+6%

대단한 실력과 잠재력을 지녔지만, 경험과 명성은 비교적 부족한 이름 모를 장인이 제작한 부츠입니다.

편안한 착용감이 압권입니다. 장거리 이동에 적합합니다.

사용 조건:레벨 160 이상.

무게:200

“좋아, 이 정도면 완벽해! 에픽이랑 레어템 만들어서 스탯도 올랐겠다, 어디 한번 가 볼까?!”

나는 지체하지 않고 케산 협곡을 향해서 떠났다.

그리고 도착한 케산 협곡!

나는 협곡을 바라보면서 지난 기억들을 떠올렸다.

“여기만 왔다 하면 죽고, 죽고, 또 죽었었지…….”

한동안 꿈에서도 나왔을 정도로 더러운 곳이 바로 케산 협곡이다.

나는 이곳이 너무나도 공포스러웠다. 한때는 케산의 케 자만 들어도 자다가 벌떡 깰 정도였다.

“몬스터들이 너무 괴상해…….”

케산 협곡의 몬스터들은 굉장히 그로테스크하다. 생김새도 그렇고 성향도 그렇다.

그중에서도 ‘협곡 거미’라는 거미 몬스터가 가장 기억에 생생하게 남았다.

‘그 대왕 거미는 사람을 산 채로 잡아먹지. 으으…….’

거미줄에 꽁꽁 묶여서 손가락 하나 꼼짝하지 못하는 상태로 머리통부터 거미의 주둥이 속으로 들어갈 때의 그 충격과 공포란!

‘주둥이로 머리가 들어가는 순간 사망 처리가 되기 때문에 산 채로 씹어 먹히는 감각을 느끼지 않아도 돼서 천만다행이었어…….’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면서 몸서리친 나는 마음을 가다듬었다.

“쓸데없는 생각 그만하고 파그마의 검무나 후딱 찾자.”

이곳에서 죽고, 또 죽었던 것은 지난 과거의 일일 뿐!

“지금의 나는 달라! 템빨의 위력을 보여 주마, 이 씨부럴 몬스터들아! 복수다! 복수야!!”

힘차게 소리친 나는 협곡 안으로 성큼 발을 들였다. 하지만 말하는 기세와 달리 내 몸은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

제아무리 레벨이 오르고 엄청난 아이템으로 무장했다고는 하지만 과거의 기억이 날 너무 두렵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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