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템빨-21화 (17/1,794)

제2장

희생

타인의 스킬을 분석해서 복제하고, 복제한 스킬을 조건 없이 사용하는 복제술사!

복제술사는 복제한 스킬이 무엇이냐에 따라서 온갖 직업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그야말로 원한다면 무엇이든지 될 수 있었다. Satisfy의 모든 직업을 통틀어서 가장 효용성이 높다고 표현해도 손색이 없다.

전투에 있어서도 스페셜리스트다.

스킬 배합에 따라서 단독으로 보스 레이드가 가능할 수도, 최강의 암살자가 될 수도, 일국의 군대를 상대로 홀로 전쟁을 벌이는 게 가능할 수도 있다.

복제술사야말로 ‘최강’이라는 말에 가장 근접한 존재라는 것이다.

하지만 복제술사에게도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첫째, 하루에 복제할 수 있는 스킬은 3개로 제한된다.

둘째, 복제한 스킬의 사용 가능 횟수는 1회다.

셋째, 기본 보유 스킬의 종류가 총 9개밖에 되지 않으며, 그중 전투 스킬은 전무하다.

넷째, 기본 육체 능력이 마법사 수준으로 빈약하다.

말인 즉, 복제해 놓은 스킬이 많은 상태의 유페미나는 가히 최강이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지만, 복제해 놓은 스킬이 적은 상태일 경우에는 ‘최약체’가 된다는 뜻이다.

그리고 현재 유페미나는 최약 모드였다.

“망했어.”

유페미나의 안색이 초췌했다.

4층으로 혼자 떠나 버린 그리드 탓에 그녀 홀로 3층에 남게 된 후.

그녀는 끊임없이 나타나는 수백 명의 병사들을 모조리 해치웠지만 그 대가로 모든 스킬을 사용해 버렸다.

정확히 말하자면 화염 계열 마법 3개가 남아 있긴 했지만, 이곳에서 화염 계열 마법을 사용했다가는 자신까지 폭발에 말려들 가능성이 높아서 함부로 사용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나타난 4명의 기사들에게 포위당했다.

“망했다구…….”

그리드는 도통 돌아올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4층에서 지하 전체를 울릴 정도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었는데, 어쩌면 그때 그리드가 죽어 버린 게 아닐까, 하고 최악의 경우를 가정하게 될 지경이었다.

‘만약에 그가 무사히 살아서 후로이를 구출했다고 해도, 여기로 되돌아올 거라고 보장할 수 있을까?’

어쩌면 그리드는 이미 혼자서 감옥을 탈출한 게 아닐까?

영혼이 빠져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서 있는 유페미나에게 기사들이 검을 겨눴다.

“혼자서 500명도 넘는 병사들을 해치우다니, 터무니없이 강한 여자로군. 대마법사라는 칭호를 가진 존재이기라도 한 건가?”

그나마 다행인 것은, 기사들이 함부로 유페미나에게 덤비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단신으로 수백 병사를 해치운 그녀이니만큼, 제아무리 기사들일지라도 두려워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무의미한 대치 구도는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이제 성안에 남은 병력은 영주님의 친위대밖에 없다. 퇴로를 차단할 병력이 없으니, 우리가 여기에 발이 묶여 있는 사이에 그리드가 도망칠 수도 있어.”

“그럴 가능성이 존재할까? 4층에는 레오가 내려갔잖은가? 레오가 이미 진즉에 녀석을 붙잡았을걸? 죽이지나 않았으면 다행이지.”

“영주님의 안위가 걸려 있는 문제니까 방심해선 안 돼. 최악의 사태를 고려하고 방비해야만 한다.”

“그런가……. 그렇다면 서두르도록 하지. 지금은 명예를 따질 때도 아닌바, 부끄럽지만 넷이서 협공함세.”

판단을 내린 4명의 기사가 동시에 유페미나에게 달려들었다.

일이 이렇게 되자 유페미나는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잠자코 당할 순 없어.’

유페미나가 품에서 금색의 주사위를 꺼내 들었다.

그리드와의 아이템 제작 승부에서 승리한 보상으로 획득한 스킬, 주사위 굴리기를 사용할 심산이었던 것이다.

<주사위 굴리기>

정육면체의 주사위를 굴려서 나오는 숫자에 따라서 다른 현상이 발생합니다.

*사용 대상이 자신이나 아군일 경우:주사위에서 4 이상의 숫자가 나온다면 이로운 효과가 발생. 주사위에서 3 이하의 숫자가 나올 경우 해로운 효과가 발생.

*사용 대상이 적일 경우:주사위에서 3 이하의 숫자가 나온다면 이로운 효과가 발생. 주사위에서 4 이상의 숫자가 나올 경우 해로운 효과가 발생.

스킬 마나 소모:1,000

스킬 재사용 대기 시간:3,000초

기껏 주사위를 굴렸는데 도리어 사태가 악화된다면?

‘상황이 그렇게까지 돌아간다면, 그때는 화염 마법을 사용하는 수밖에 없지.’

죽더라도 혼자 죽을 생각 따윈 없는 유페미나!

그녀는 돌아올 기미가 전혀 보이질 않는 그리드를 마지막까지 원망하고 있었다.

훗날 그녀가 그리드에게 어떤 끔찍한 방법으로 복수하게 될지 차마 상상조차 할 수 없다.

한데 그때!

“명색이 기사라는 놈들이 연약한… 아니, 연약하진 않다만 어쨌든 여자를 다구리 놔? 동네 양아치들이랑 다를 바가 없구만.”

“그… 리드?”

유페미나와 기사들의 시선이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돌아갔다.

그곳에는 그리드와 후로이가 나란히 서 있었다.

“아……!”

타이밍 좋게 등장한 그리드를 발견한 유페미나의 얼굴이 급속도로 밝아졌다. 그녀는 그리드가 의리와 은혜를 모르는 인간쓰레기라고 생각했었는데, 사실은 그 정도로 최악의 남자는 아니었던 것이다. 이처럼 약속대로 돌아와 주었으니 말이다.

‘예쁘긴 진짜 예쁘다.’

환히 미소 짓는 유페미나는 마치 만개한 꽃처럼 아름다웠기 때문에 그리드는 저도 모르게 두근거리고 말았다.

‘겉모습에 현혹당하지 말자. 저 계집은 생긴 것만 예쁘지 성깔이 더럽다고! 그러니까 개념 없이 날뛰지 마라, 이 심장 놈아!’

평정심을 유지하기 위해서 애쓰는 그리드를 기사들이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았다.

“네놈이 어떻게 이곳에……! 설마 북부의 신성이라고까지 불리는 레오가 고작 너 같은 놈에게 당한 건가!!”

“북부의 신성인지 뭔지는 모르겠고, 분명히 레오라는 이름의 허접한 똥개새끼 한 마릴 해치우긴 했지. 일대일로 정. 정. 당. 당. 히 승부해서 말이야. 후후훗!”

“이노옴!!”

동료가 당했다는 비보를 접하게 된 기사들의 얼굴이 악귀처럼 일그러졌다.

그들의 살기에 직면한 그리드는 일말의 두려움도 느끼지 않았다. 믿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이다.

“네까짓 놈들이 화내 봤자 뭐 어쩔 건데? 너희들이 나한테 손끝 하나라도 댈 수 있을 것 같냐?”

“크윽!”

기사들이 움찔했다.

듣고 보니, 그리드는 레오를 해치울 정도로 뛰어난 실력자가 아닌가?

허접쓰레기 같은 겉모습을 보고 잠시 방심하고 말았으나, 섣불리 상대할 자가 아니었다.

그리드로부터 슬그머니 뒷걸음치기 시작하는 기사들을 보면서 유페미나는 속으로 감탄했다.

‘기사들을 단 몇 마디 말로 물러서게 만들다니……. 대체 얼마나 레벨이 높아야 가능한 일이지?’

몬스터나 NPC는 자신보다 30 이상 레벨이 높은 존재에게 본능적으로 위축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유페미나는 지금의 단편적인 광경만 보고서 그리드가 기사들보다 훨씬 더 레벨이 높다고 오해했다.

한편 그리드는 기사들에게 한 걸음, 두 걸음 가까이 다가가며 멋대로 지껄이고 있었다.

“어이, 너희들, 레오라는 놈처럼 개죽음당하고 싶지 않다면 순순히 길을 비켜라. 도망칠 기회는 한 번뿐이야.”

“이놈이 기고만장해 가지고는……!”

기사 중 성정이 불같은 자가 팔을 걷어붙이며 나서려 했다. 하지만 다른 기사들이 그를 말렸다.

“도발에 넘어가지 마라. 저토록 당당히 구는 것을 보아 본인의 실력도 실력이지만 별도로 믿는 구석이 있는 것 같아. 함정에 당할 염려가 있어.”

“너무 과민 반응하는 거 아닌가? 냉정하게 생각해 보시게! 저 자식의 직업은 대장장이일세! 대장장이가 강할 리가 없잖은가!”

“하지만 실제로 레오가 돌아오지 않고 있다. 저자가 뛰어난 실력자인지 아닌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경계해야 할 인물이란 것은 확실하지.”

“크으……!”

기사들은 쓸데없이 깊이 생각한 탓에 긴장의 끊을 놓지 못했고, 그 틈에 그리드는 계속해서 앞으로 당당히 걸어갔다.

그리드가 한 걸음 앞으로 내디딜 때마다 뒤로 물러서는 기사들!

무려 4명의 기사들을 홀로 압도시키는 그리드의 어마어마한 존재감을 목격하면서 후로이는 감격했다.

‘정녕 대단하신 분이다……. 비록 겉모습은 허접해 보일지라도 사실은 기사들을 두려움에 떨게 만들 정도로 엄청난 고렙이셨구나. 일전에 대장간에서 내가 대인을 몰라 뵙고 개그맨 취급하였으니 내 안목이 부끄러울 지경이다.’

유페미나와 후로이, 그리고 기사들에 이르기까지!

모두 다 그리드에 대해서 크게 착각하고 있는 이때, 그리드는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유페미나의 실력이라면 이깟 기사들 따윈 언제라도 해치울 수 있겠지?’

그렇다.

사실 지금 그리드가 이처럼 당당할 수 있었던 이유는 오직 유페미나라는 존재가 곁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드는 기사들이 언제 덤벼 오더라도 모조리 유페미나가 처리해 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뚜벅뚜벅.

그리드는 정말이지 거침없이 직진했고,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욱더 기고만장해지는 그를 보면서 더 큰 불안감을 품게 된 기사들은 계속해서 후진했다.

그러자 모두는 급기야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앞까지 도달하게 되었다.

그제야 기사들이 정신을 차렸다.

‘우리가 뭘 하고 있는 거지? 우리는 명예로운 기사이건만, 왜 탈옥범 따위에게 겁을 먹는 거지? 이건 그야말로 일생일대의 수치가 아닌가!’

‘적도들을 이대로 내보냈다간 영주님께 해를 입힐 수도 있다. 영주님을 지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곳을 사수해야만 한다.’

‘놈이 단순한 대장장이가 아니라 레오 이상의 실력자라고 해도 관계없어. 이제는 자존심 문제야. 더 이상은 결코 물러나지 않는다.’

‘레오는 혼자였지만 우리는 넷이다. 우리가 패할 리 없지.’

결심한 기사들이 더 이상 물러서지 않고 버텼다. 그 탓에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게 된 그리드가 콧방귀를 뀌었다.

“뭐야? 설마 싸우려고? 후회할 텐데?”

그리드에게 검을 겨눈 기사들이 호통을 쳤다.

“싸움이 아니라 처단이다! 대역 죄인들의 탈옥을 용납할 리 없잖은가!”

“…대역 죄인은 개뿔. 미친 새끼들이.”

그리드는 정말이지 부아가 치밀었다.

생각해 보면, 애초에 자신은 지은 죄도 없건만 억울한 누명을 쓰고 이 모양 이 꼴을 당한 게 아니던가?

원래라면 대장장이 승부에서 승리하고 획득한 상금을 쓰다듬으면서 꿀잠을 자고 있어야 할 시기에 감옥으로 끌려와 이딴 개고생을 하고 있다니!

분노한 그리드가 소리쳤다.

“유페미나! 이놈들에게 본때를 보여 줘! 너의 마법으로 파파팟! 해치워 버리라고!!”

그에 유페미나가 난처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에… 지금은 좀……. 당신이 직접 처리하지 그래요?”

“뭐? 가능할 리가 없잖아?”

“농담은 그만해요. 당신의 실력이라면 충분히 저들을 이길 수 있잖아요?”

“뭐라는 거야? 그건 내가 아니라 너지.”

“아니, 나는 지금 사정상 나설 수가 없다니까요?”

“난 쟤들 못 이긴다니까?”

“자꾸 거짓말하지 마요! 북부의 신성인지 뭔지 하는 기사도 혼자서 해치우고 왔다면서요!”

“아니,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왠지 대화가 이상하게 이어진다.

그리드와 유페미나의 표정이 서서히 굳어졌고, 망설임을 완전히 버린 기사들은 공격에 나섰다.

“…이런 씨발!”

마치 순간 이동이라도 한 것 같다.

기사들의 전매특허 스킬인 ‘대시’를 사용한 기사, 루퍼가 어느새 그리드의 측면까지 다가와 검을 찔러 넣었다.

완전히 방심하고 있던 그리드는 대처하지 못했고, 그대로 검에 옆구리가 꿰뚫릴 듯했다.

한데 루퍼의 검이 그리드에게 닿기 직전, 후로이가 몸을 날려 그리드를 옆으로 밀쳐 내고 자신이 대신하여 루퍼의 검에 복부를 찔렸다.

“……!”

일순, 자리의 모두가 후로이의 죽음을 직감했다.

그도 그럴 것이, 후로이는 이미 피골이 상접해 있는 상태였고 방어구도 아예 입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이게 무슨……? 으으윽!”

루퍼는 경악했다.

후로이의 복부를 꿰뚫었어야 할 자신의 검이 오히려 후로이의 복부에 가로막혀서 멈춰 선 탓이다.

마치 강철을 찌른 듯한 감각이다. 손목이 부러져 버렸다.

반면 후로이는 상처 하나 없이 멀쩡했다.

공격을 당한 사람은 아무렇지도 않은데, 공격을 가한 사람이 다친 것이다.

유페미나가 당황을 넘어 황당해하면서 물었다.

“저 사람은 또 뭐죠? 정체가 뭐기에 기사의 검을 맨몸으로 막나요?”

그리드라고 대답해 줄 수 있을 리 만무했다.

“글쎄… 나도 모르는 놈이라서…….”

“당신은 매사에 건성건성 대답하는군요! 모르는 사람을 구하려고 위험을 불사하며 열심히 뛰어다녔다고요? 자꾸 웃기지도 않는 농담만 하지 말고 제발 한 번이라도 진실을 말해 줘요!”

“아니… 진짜로 모른다니까…….”

고레벨 무도가들에게는 금강불괴라는 방어 스킬이 있다. 하지만 금강불괴조차도 기사의 검을 맨몸으로 막아 낼 순 없을 것이다.

후로이는 금강불괴 이상의 어떤 방어 능력을 가지고 있음이 확실했다.

정적이 흐르는 가운데 후로이가 말했다.

“제가 이들의 발을 묶겠습니다. 이 틈에 두 분은 도망치십쇼.”

후로이가 기사의 검을 맨몸으로 막아 낼 수 있었던 이유!

그것은 바로 ‘시련을 극복한 자’라는 칭호를 얻으면서 생성된 스킬 덕분이었다.

<굳센 의지>

스킬 사용 후 10초 동안 단 1회에 한해서 어떠한 공격이든 저항합니다.

스킬 마나 소모:200

스킬 재사용 대기 시간:9,000초

재사용 대기 시간이 무려 1시간 반이나 됐지만, 그 성능은 가히 기가 막히다.

지옥 같은 시련을 견뎌 내고 극복한 끝에 획득한 값진 스킬이었다.

그리고 그리드는 지옥으로부터 자신을 구원해 준 대은인! 평생토록 반드시 은혜를 갚아 가리라 이미 맹세까지 했다.

지금 후로이는 그리드를 위해서 자신을 희생하고자 마음먹은 것이다. 기사들이 당황하는 이 틈에 그리드가 무사히 도망쳐 주길 바랐다.

“후로이…….”

보통 사람들 같으면 함께 싸운 동료를 버리고 떠날 수 없다며 한 번쯤은 망설였을 테지만…

“기왕 나선 김에 최대한 오래 버텨라. 그래야 우리가 무사히 탈출하지.”

“다음에 볼 수 있으면 봐요.”

그리드와 유페미나는 감성에 호소하는 인물들이 아니었다.

그들은 후로이의 권유대로 곧장 자리를 피했고, 후로이는 홀로 남겨졌다.

“이런……!”

2층으로 올라가 버린 그리드를 기사들이 쫓으려 했지만 후로이가 앞길을 가로막았다.

그는 그리드를 반드시 지키겠다는 각오하에 근엄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너희들을 보내 줄 생각 따윈 없다, 이 #*&!($#@ 새끼들아. 이런 천벌 받을 [email protected]$#새끼들.”

“……?”

사극 속 성군을 연상시키게 만드는 표정을 지은 채 차마 입에 담을 수조차 없는 육두문자를 남발하는 후로이!

기사들은 일생 동안 들어 온 그 어떤 치욕스런 말보다도 심하게 모욕적인 언사를 지껄여 대는 후로이 탓에 심대한 정신적 타격을 입었다.

웅변가 후로이의 ‘독설’ 스킬에 당한 것이다.

혼란을 느끼며 모든 능력치가 저하된 기사들을 향해서 후로이가 주먹을 내질렀다.

“꺾을 수 없는 정의!!”

세컨드 직업, 정의의 사도의 파트너를 얻으면서 획득한 2개의 스킬 중 하나!

물리 공격력 300퍼센트의 광역 피해를 입히는 최상위급 공격 스킬이 발동한다.

퍼어엉!!

후로이의 주먹이 루퍼의 안면을 강타하자, 루퍼는 물론이고 그의 주변에 서 있는 다른 기사들에게까지 그 충격파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마치 폭음과도 같이 거대한 타격음이 지하 깊은 곳까지 메아리 쳤고, 기사들은 반사적으로 고통스러워하면서 비명을 질렀다.

“끄아악!”

하지만 말 그대로 반사적인 반응일 뿐!

“…응?”

기사들은 이상하게도 아무런 통증을 느낄 수가 없었다.

당연한 현상이다.

애초에 웅변가라는 직업은 육체 능력이 빈약했고, 더구나 현재 후로이는 아무런 무기도 장착하지 않은 상태다.

웅변가가 휘두르는 맨주먹의 공격력이 300퍼센트 상승해 봤자 투구와 갑옷을 무장한 기사들에겐 눈곱만큼의 피해조차 입히지 못했다. 파리가 앉은 거나 다름이 없다.

후로이가 멋쩍어했다.

“설마 했더니 역시나였군. 이건 내게 쓸모없는 스킬이었어.”

“…….”

잠시 후, 여태까지 요행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기사들에게 발각당한 후로이는 눈 깜짝할 사이에 포박당해서 다시금 독방에 갇혀 버렸다.

하지만 후로이는 오히려 홀가분한 심정이었다.

현실 시간으로 50시간 이상 로그아웃을 못하고 있었던 터라 심신이 지쳐 있었으니, 이참에 어서 로그아웃해서 쉬고 싶었다.

퀘스트도 무사히 클리어한 마당이니 로그아웃을 한다고 해서 페널티를 얻을 일도 없다.

‘상황을 봐서는 윈스톤의 영주도 조만간 끝장이 날 듯하고……. 한숨 푹 자고 일어나서 로그인하면 감옥에서 쉽게 탈출할 수 있겠지. 그러면 그리드 님, 무운을 빌겠습니다.’

그렇게 후로이는 로그아웃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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