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템빨-16화 (12/1,794)

제7장

최초의 에픽 직업

다음 날 아침.

눈 뜨자마자 Satisfy에 접속한 나는 곧장 대장간으로 향했다.

그리고 나를 기다렸다는 듯이 반기며 다가오는 칸에게 곧장 섭섭함을 토로했다.

“왜 후로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놈한테 그런 중책을 맡긴 겁니까! 내가 그놈보다 못 미더워요? 네? 나한테 맡겼어야 할 일 아닙니까!”

칸은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도통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던 중, 뒤늦게야 이해하고 난처한 얼굴을 했다.

“스테임 백작님께 윈스톤의 소식을 전하는 임무 말인가?”

“네!”

허허, 웃은 칸이 기특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자네는 정녕 대단한 청년이로군.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능력이 뛰어나고, 정의감은 물론 희생정신까지 갖추고 있다니…….”

“네?”

이 양반이 뭐라는 거야?

“인연도 없는 윈스톤의 주민들을 위해서 자네는 커다란 위험일지라도 감수하고자 했던 겐가?”

“어? 저는 그런 의도가 아니라 보상을 원해서…….”

“아무 말 말게. 자네는 너무 겸손해서 탈이야.”

“…….”

멋대로 오해하고서 나를 엄청나게 좋은 놈이라 포장하는 칸!

뭐라 할 말이 없어 가만히 있는 내 어깨에 칸이 손을 얹었다.

“윈스톤 주민들을 걱정하는 자네의 마음은 충분히 알겠네. 하지만 내가 자네를 위험에 빠뜨릴 리가 없잖은가? 자네는 이미 내게 아들과도 같이 소중한 존재일세. 자네에게 위험한 일을 부탁할 수는 없어.”

칸의 눈빛은 한없이 따뜻했다.

“자네가 나와 가까이 지내는 것을 본 메로 상단은 이미 진작부터 자네를 철저하게 감시하고 있다네. 만약 자네가 이 시점에 윈스톤을 떠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면 메로 상단이 자네를 가만히 놔두지 않을 터. 만약 자네가 놈들에게 해코지라도 당한다면 나는 슬픔을 견딜 수 없을 걸세.”

칸은 진심으로 나를 소중히 여겨 주고 있었다. 가슴이 뭉클해졌다. 칸을 오해하고 있던 내가 한심하게 느껴졌다.

“칸… 저는 당신의 마음도 모르고 당신이 저를 신용하지 않는다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럴 리가 있나? 나는 누구보다도 자네를 믿고 의지하고 있다네. 그러니까 이 대장간의 운명이 걸려 있는 메로 상단과의 승부도 자네에게 맡긴 게 아니겠는가?”

듣고 보니 그랬다. 내가 칸을 의심할 이유는 처음부터 없었던 것이다.

부끄러워져서 아무 말도 못하고 있는 내게 칸이 힘찬 어조로 말했다.

“우리는 승부에 집중하도록 하세나! 메로 상단에게 본때를 보여 주는 게야!”

“승부일은 정해진 겁니까?”

“그렇다네! 바로 이틀 뒤일세! 당장 기술 연마에 박차를 가하도록 하지! 자네가 계승한 전설의 대장장이 기술을 보다 능숙하게 갈고닦아서 모두를 놀라게 해 주자고!”

좋아! 의욕이 솟구친다!

“알겠습니다! 반드시 승부에서 이기도록 하죠!”

“좋은 기합일세! 내 비록 기술은 자네에게 미치지 못하더라도, 평생토록 쌓아 온 경험만큼은 자네에게도 큰 도움이 될 터! 최선을 다해서 돕겠네!”

칸과 의기투합한 나는 그날부터 수련에 박차를 가했다.

일련의 제작 기술을 몇 번이고 반복하며 보다 능숙해지고 견고하게 갈고닦았다. 그리고 쓸데없는 움직임을 줄이고 효율적인 움직임을 철저하게 익혔다.

레어 아이템과 에픽 아이템의 제작 확률이 조금씩 높아졌다.

[레어 아이템을 제작하여 모든 능력치가 +2 영구적으로 상승, 대륙 전역에 명성이 +30 상승합니다.]

[에픽 아이템을 제작하여 모든 능력치가 +4 영구적으로 상승, 대륙 전역에 명성이 +80 상승합니다.]

[끈기가 상승하였습니다.]

[손재주가 상승하였습니다.]

끈기 스탯과 손재주 스탯을 올리는 재미 또한 쏠쏠했다.

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도 있었다. 보유한 제작 재료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칸은 완전히 빈털터리였고, 나는 그나마 몇 푼 안 되는 돈을 아끼느라고 고급 제작 재료를 구하지 못했다. 그래서 칸의 창고에 쌓여 있는 재료들만을 사용해서 제작에 임했는데, 칸의 창고에 있는 재료들은 대부분 하급품에 불과했다. 칸은 메로 상단의 방해를 받아서 좋은 재료들을 구할 수 없었다고 한다. 때문에 나는 고성능의 아이템을 제작할 수가 없었다.

제작한 아이템의 레벨 제한이 높고 성능이 뛰어날수록 제작 스킬들의 경험치가 더 빠르게 오르고 상품성이 높아지는 법이다. 레벨 제한과 성능이 낮은 아이템은 아무리 레어 등급 이상으로 제작하더라도 제작 스킬들의 경험치가 느리게 오르고 상품성이 적었다.

‘레어 아이템은 그냥 상점에다가 팔아 버려야 할 지경이지만, 그나마 에픽 등급 아이템은 유저들에게도 팔 수 있겠어.’

<제법 쓸 만한 철검>

등급:에픽

내구력:19/19 공격력:35~40 공격 속도:+2%

대단한 실력과 잠재력을 지녔지만 경험과 명성은 턱없이 부족한 이름 모를 장인이 하급 철을 단련하여 제작한 검입니다.

길이와 무게가 완벽한 균형을 이루고 있어서 사용하기에 편리합니다. 착용자는 조금 더 빠르게 공격할 수 있습니다.

빈약한 재료로 이 정도의 작품을 만들었다는 사실만으로 감탄할 만합니다.

사용 조건:레벨 12 이상. 근력 30 이상. 초급 소드마스터리.

<의외로 착용감이 좋은 쥐 가죽 갑옷>

등급:에픽

내구력:24/24 방어력:22 회피:+3%

대단한 실력과 잠재력을 지녔지만 경험과 명성은 턱없이 부족한 이름 모를 장인이 조잡한 쥐의 가죽을 무두질하여 제작한 갑옷입니다.

착용자가 행동하기에 전혀 불편함이 없도록 설계, 제작되었습니다. 착용자는 조금 더 신속하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빈약한 재료로 이 정도의 작품을 만들었다는 사실만으로

감탄할 만합니다.

사용 조건:레벨 13 이상. 초급 레더 아머 마스터리.

“이름들이 너무 조잡하긴 하지만…….”

12레벨, 13레벨 유저가 이만한 무기나 갑옷을 장비하게 된다면 사냥하기가 무척이나 수월해질 것이다. 저레벨부터 현질을 해서 골드를 충분히 보유하고 있는 유저들이라면 소유욕을 품을 만한 아이템들이었다.

<전설적 대장장이의 기술> Lv.1(12.7%)

<전설적 대장장이의 숨결> Lv.1(8.9%)

‘전에 야파 화살을 만들었을 때는 한 번에 경험치가 3.7퍼센트, 2퍼센트씩 올랐었는데, 지금은 수십 개의 아이템을 만들었는데도 불구하고 고작 이 정도만 오르는 건가.’

확실히, 제작 스킬들의 경험치가 느리게 오르고 있다는 점은 많이 아쉬웠다.

하지만 나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스킬 경험치와 관계없이, 내 자신의 제작 경험이 늘어나고 있었기 때문에 충분한 위안이 됐다.

‘착각이 아니다. 전설적 대장장이의 기술 레벨은 여전히 1에 불과하지만, 야파 화살을 만들었을 당시의 나보다 지금의 내가 더 아이템을 능숙하게 제작할 수 있어.’

제작 속도는 빨라지고 완성도는 높아졌다.

여기에 전설적 대장장이의 기술 레벨이 오르고 손재주 스탯이 더 오른다면 내 제작 능력은 더욱더 탁월해질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승부의 날이 오기 전까지 전설적 대장장이의 기술 레벨을 올리는 건 불가능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손재주 스탯을 올려놓는 거겠지.’

손재주가 높아질수록 아이템의 완성도도 높아진다.

나는 보다 확실한 승리를 위해서 스탯 포인트를 손재주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상태창.”

이름:그리드

레벨:21 (5,350/16,700)

직업:파그마의 후예

*아이템 제작 시 추가 옵션을 더하는 확률이 상승합니다.

*아이템 강화 확률이 상승합니다.

*모든 장비 아이템을 조건 없이 착용할 수 있습니다. 단, 아이템 등급에 따른 페널티가 발생합니다.

칭호:전설이 된 자

*상태 이상에 잘 걸리지 않습니다.

*생명력이 최소치일 때 잘 죽지 않습니다.

*쉽게 인정받습니다.

생명력:936/936 마나:177/177

근력:104 체력:52 민첩:96 지력:59

손재주:99 끈기:60

평정:44 불굴:50 위엄:44 통찰력:44

능력치 포인트:130

무게:842/3,080

레어 아이템과 에픽 아이템들을 꾸준히 제작한 덕분에 스탯들이 비약적으로 상승한 상태다. 거기에 무려 130개의 스탯 포인트를 보유 중이다.

나는 스탯 포인트를 어떻게 투자할지 고민했다.

‘만약 포인트 전부를 손재주 스탯에 투자한다면 제작 기술이 큰 폭으로 상승하겠지? 분명히 엄청난 효과를 보일 거야. 하지만 너무 하나에만 집중 투자했다가는 나중에 후회할 수도 있어.’

나는 신중하게 생각했다.

‘일전에 근력과 민첩은 많이 올려놨으니까 당장 더 올릴 필요가 없어. 하지만 비교적 체력 스탯이 부족하니까 체력을 올리는 편이 좋겠지? 얼마 전에 싸웠었던 깡패 놈들처럼 공격력이 센 적을 상대할 때는 생명력과 방어력이 높은 편이 유리하니까.’

결정한 나는 스탯 분배를 시작했다.

[능력치 포인트 60개를 체력에 투자합니다. 맞습니까?]

“어.”

[한번 투자한 포인트는 되돌릴 수 없습니다. 이대로 진행합니까?]

“그래.”

[능력치 포인트 70개를 손재주에 투자합니다. 맞습니까?]

“오케이.”

[한번 투자한 포인트는 되돌릴 수 없습니다. 이대로 진행합니까?]

“그만 좀 물어보고 후딱후딱 진행해라 좀. 상태창!”

이름:그리드

레벨:21 (5,350/16,700)

직업:파그마의 후예

*아이템 제작 시 추가 옵션을 더하는 확률이 상승합니다.

*아이템 강화 확률이 상승합니다.

*모든 장비 아이템을 조건 없이 착용할 수 있습니다. 단, 아이템 등급에 따른 페널티가 발생합니다.

칭호:전설이 된 자

*상태 이상에 잘 걸리지 않습니다.

*생명력이 최소치일 때 잘 죽지 않습니다.

*쉽게 인정받습니다.

생명력:1,536/1,536 마나:177/177

근력:104 체력:112 민첩:96 지력:59

손재주:169 끈기:60

평정:44 불굴:50 위엄:44 통찰력:44

능력치 포인트:0

무게:842/3,080

“크크큭!”

나는 기쁨에 전율했다.

누구라도 지금 내 상태창을 본다면 경악할 것이다. 이게 어딜 봐서 21레벨 캐릭터의 능력치란 말인가! 단순히 모든 스탯의 총합만 따져서 계산하면 75레벨을 넘기는 수치다.

근력, 체력, 민첩, 지력.

이 기본 스탯들의 총합만 따져서 계산해도 40레벨에 가까운 수치고!

‘지금 보니까 제작 계열 직업들이 스탯 노가다 하기에 엄청나게 좋겠는데?’

높은 등급의 아이템을 제작할 때마다 모든 스탯이 영구적으로 상승한다는 혜택은 대장장이만이 아니라 모든 제작 계열 직업들이 공통적으로 받는다.

이를 잘만 활용하면, 제작 계열 직업들은 부족한 전투 스킬을 가졌다는 단점을 높은 스탯으로 극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엄청난 노가다가 필요하겠지만!

“이렇게 된 이상 노가다 인생을 받아들이겠다! 이 몸의 생업이 노가다다! 노가다꾼의 위력을 보여 주마!”

대충 빵을 씹어 삼켜서 포만감을 채운 나는 다시금 제작에 열중했다. 승부의 날이 다가올 때까지 집중력을 조금도 잃지 않았다.

캐릭터가 성장하면서 정신력도 함께 성장하는 기분이 들었다.

[레어 아이템을 제작하여 모든 능력치가 +2 영구적으로 상승, 대륙 전역에 명성이 +30 상승합니다.]

“크하하하하하하!!”

무작정 사냥과 퀘스트만 반복하면서 대책 없이 레벨을 올렸던 전사 시절에는 느끼지 못했던 즐거움들이 어느새 하나둘씩 늘어났다.

“뭐, 뭐지……? 지금 내가 꿈이라도 꾸고 있는 건가? 자네, 잠깐 사이에 어찌 그리도 실력이 늘었는가?”

잠시 쉬고 돌아온 칸이 나를 보며 경악했다.

NPC인 그를 상대로 ‘손재주 스탯이 올랐거든요.’라고 솔직하게 대답할 수는 없었기에, 나는 대충 둘러댔다.

“제가 보통 천재가 아니다 보니까 매번 일취월장하는군요.”

칸은 감격했다.

“그렇지, 그래! 자네가 파그마의 후예라는 사실을 내 잠시 망각하고 있었군! 허허, 새로이 탄생할 전설과 내 이렇게 인연을 맺게 되다니, 죽어서도 여한이 없음일세! 좋았어! 나도 더욱 힘내 볼까?!”

현실에서는 계속해서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항상 Satisfy에 접속해 있을 수 있었고, 착실히 성장하는 사이 어느덧 승부의 날이 다가왔다.

***

현재 Satisfy에는 총 3개의 에픽 직업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중에서 가장 최근에 등장한 ‘블러드 워리어’를 제외하고는 상세한 정보가 공개되지 않고 있었다.

가장 먼저 등장했던 에픽 직업은 누가 손에 넣었는지조차 알려지지 않았고, 두 번째 등장했던 에픽 직업은 통합 랭킹 7위 아그너스가 획득했다고만 전해질 뿐이다.

Satisfy 유저들은 철저하게 비밀이 지켜지고 있는 그 2개 직업의 정체가 무엇인지 궁금해서 미칠 노릇이었다. 관련 커뮤니티와 방송에서는 비공개 에픽 직업들에 대해서 끊임없는 토론을 펼치고 있었다.

하지만 당사자들이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이상 추측만 난무할 뿐이다.

2개의 에픽 직업은 과연 어떤 직업일까? 최근에 카츠가 손에 넣은 블러드 워리어만큼 강력한 인상을 주는 직업들일까? 어쩌면 그 이상일 수도 있을까?

에트날 왕국.

스테임 백작령의 수도, 프론티어 인근의 아케로 던전.

“히잉, 여기 괴물들은 너무 세잖아. 괜히 여기까지 왔어.”

금발의 아름다운 소녀가 울상을 짓고 있었다.

남성 유저들은 마치 동화 속 공주님 같은 그녀에게 호감을 품고 접근했다.

“아케로 던전은 어지간한 고렙들도 혼자서 사냥하기엔 버거워하는 곳이에요. 혹시 괜찮으시다면 우리 파티에 들어오지 않을래요? 실력 좋은 검사님이 계시는데.”

“아니요, 우리 파티로 오십쇼. 우리 파티는 이 던전에 굉장히 익숙하기 때문에 각종 노하우를 습득하고 있죠. 사냥 속도가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들어오면 분명히 만족할 겁니다.”

“아니! 우리 파티로 오세요! 아이템 많이 분배해 드릴게요!”

Satisfy의 캐릭터는 완벽한 허구가 아니다.

캐릭터를 생성할 시, 그 생김새는 유저의 현실 모습을 사실적으로 반영한다. 피부 톤과 헤어스타일, 문신, 상처, 신장 등의 부가적인 요소만 조금씩 변경할 수 있을 뿐이다.

즉, Satisfy에서 아름다운 사람은 대체적으로 현실에서도 아름답다는 뜻이었고, 남성들이 금발 소녀에게 노골적인 호의를 보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흔치 않은 미인이다!’

‘내 이상형이야!’

소녀를 바라보는 남성들의 눈에서 하트가 마구마구 뿜어져 나온다.

타인에게 받들어지는 게 익숙한 듯, 소녀는 당연하다는 태도로 그들에게 경쟁을 붙였다.

“저를 꼭 파티에 데려가고 싶어요? 그렇다면 제 눈앞에서 몬스터들을 사냥해 보세요. 저는 기왕이면 강한 파티에 들어가고 싶거든요. 여러분의 실력을 직접 확인하고 가장 강해 보이는 분이 있는 파티에 들어갈래요.”

“지가 뭐라도 되는 줄 아나 보지? 별걸 다 시키네.”

“그러게 말이야. 쓸모도 없어 보이는 계집애 파티에 받아 준다고 하면 고맙다고 따라오면 될걸.”

여성 유저들은 소녀가 재수 없다며 욕을 했다. 하지만 남성 유저들은 소녀의 옥구슬 같은 목소리에 더욱더 매료되어서 의욕을 불살랐다.

“우오오! 그 약속 꼭 지키는 겁니다! 폭염 장막! 불꽃의 검!”

“아름다운 소녀여! 내 그대에게 나의 강함을 증명해 보이겠소! 광란의 소용돌이!”

“흥, 머저리들. 너희들은 나한테 안 된다고? 강철 피부! 일점 돌파!”

“실력 없는 것들이 지껄이기를 좋아하는 법이지. 벼락 꽂기!”

몬스터에게 달려든 남성 유저들이 저마다 보유한 최고의 스킬들을 난사하면서 위용을 뽐냈다.

콰르릉! 쿵쾅! 콰직!

폭풍이 휘몰아치고, 벼락이 내리꽂히며, 불길이 치솟고, 벽이 꿰뚫리는 등, 거대한 던전이 뒤흔들릴 정도로 강력한 스킬들이 난무했다.

무시무시한 몬스터들이 걸음아 나 살려라, 하며 도망치는 해괴한 광경이 연출될 지경!

이러한 혼란을 유발시킨 장본인, 금발 소녀는 광란의 소용돌이라는 스킬을 시전한 마법사를 주시하고 있었다.

‘바람 계열 마법에 있어서는 최고라 해도 부족함이 없다더니, 과연 명불허전이네. 굳이 찾아온 보람이 있었어.’

비상식적으로 높은 통찰력 스탯과 ‘스킬 관찰’이라는 스킬을 이용해서 광란의 소용돌이 스킬을 간파한 그녀가 나직이 속삭였다.

“스킬 복제.”

[스킬 <광란의 소용돌이> Lv.3의 복제에 성공하였습니다.]

[스킬 <광란의 소용돌이> Lv.3을 1회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사용하기 전까지는 영구적으로 보유할 수 있습니다.]

<광란의 소용돌이>

Lv.3

초당 1,530~2,380의 피해를 입히는 소용돌이를 5초 동안 생성합니다. 소용돌이에 휩쓸린 대상의 민첩성이 80퍼센트 하락합니다.

스킬 마나 소모:700

스킬 재사용 대기 시간:300초

금발 소녀의 이름은 유페미나.

직업은 복제술사다.

복제술사의 전용 스킬인 ‘스킬 관찰’과 ‘스킬 복제’는 대상이 사용한 스킬을 순간적으로 분석하고 복제시켜 준다. 그렇게 복제한 스킬이 그 무엇이든 간에, 소녀는 스스로 원할 때 1회에 한해서 직접 사용할 수 있었다.

‘능력 복제 스킬의 사용 횟수는 일일 3회에 한정한다’라는 치명적인 단점이 존재하기는 했지만, 그러한 단점을 감안하더라도 대책 없이 사기적인 스킬이었다.

‘이걸로 피아로를 잡을 수 있겠어.’

유페미나는 오로지 자신을 차지하기 위해 기술 승부를 펼치고 있는 남성들을 뒤로하고 던전을 떠났다. 그리고 빠르게 이동하여 케산 협곡에 도달했다.

“찾았다.”

협곡을 샅샅이 뒤진 끝에 작은 동굴을 발견한 유페미나는, 그 안으로 발을 들이기에 앞서서 마음의 준비도 할 겸 퀘스트 내용을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읽어 보았다.

<적기사단의 배신자 처단>

난이도:S

과거 아스모펠의 동료였던 피아로는 끔찍한 배신 행위를 저질렀다. 이에 아스모펠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게 되었고, 반드시 피아로에게 복수하리라 다짐했다.

하지만 하늘은 무심하여 아스모펠은 큰 병을 앓게 되었다.

결국 스스로 복수하는 것을 포기할 수밖에 없게 된 아스모펠은 당신에게 복수의 대행을 맡긴다.

퀘스트 클리어 조건:케산 협곡에 은둔 중인 피아로를 찾아 처단하라.

퀘스트 클리어 보상:칭호 <복수의 대행자>

*복수의 대행자:잔혹함 능력치가 개방됩니다. 공격력 +100. 스킬 ‘살인 충동’ 생성.

퀘스트 실패 시:레벨 ?2. 아스모펠과의 신뢰도 하락.

현재 190레벨인 유페미나는 과거에도 한 번 S급 퀘스트를 클리어해 본 경험이 있다. 그렇기에 누구보다도 S급 퀘스트의 끔찍한 난이도를 절실히 잘 알고 있었다.

‘피아로… 사하란 제국 최강의 기사였던 사내.’

아스모펠은 피아로가 얼마나 막강한 기사인지 누차 설명했었다. 그 검술이 극의에 올랐으며, 특히 ‘필멸’이라는 궁극의 기술을 펼치면 결코 죽음을 피할 수 없으니 조심하라고 신신당부했다.

유페미나는 긴장감을 이겨 내지 못하고 마른침을 삼켰다.

이 퀘스트를 위해서 무려 63일 동안의 준비 기간을 가지고 철저하게 대비했건만 여전히 두려웠다.

“나를 믿자. 나는 할 수 있어. 스킬창.”

유페미나가 기본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스킬은 고작 9개밖에 안 된다. 190레벨 플레이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빈약한 스킬 트리다. 하지만 현재 그녀의 스킬창에는 무려 50개의 스킬들이 빼곡하게 나열되어 있었다.

게다가 모조리 최상위급의 스킬들이었다.

그것들은 유페미나가 이번 퀘스트를 클리어하기 위해서 준비해 놓은 스킬들이었다. 그녀는 지난 63일 동안 온 대륙을 누비면서 상위 랭커들을 찾아 헤맸다. 그리고 그들의 스킬을 이처럼 복제해 왔다.

오로지 오늘을 위하여!

“시작하자.”

마음을 다스린 유페미나가 동굴 안으로 발을 들였다.

어지간한 보스 몬스터보다도 강력하다는 피아로를, 그녀는 진심으로 혼자서 상대할 생각이었던 것이다.

오만일까? 아니다. 적당한 자신감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야말로 Satisfy 최초의 에픽 직업 전직자였으니까 말이다.

타인의 스킬을 복제, 사용할 수 있는 희대의 사기 직업, 복제술사!

그것이 Satisfy에서 최초로 등장한 에픽 직업의 정체였다.

“아스모펠이 보낸 추적자인가?”

동굴의 깊은 곳까지 도달하자, 어둠 속에서부터 음침한 음성이 들려왔다. 그리고 알림창이 떠올랐다.

[영원한 은둔자 피아로가 출현합니다.]

[피아로의 살기에 압도당해 공포 효과가 적용됩니다.]

[피아로가 설치해 놓은 함정이 발동합니다.]

슈슈슈슈슉!

카차차차창!

유페미나가 밟고 있는 대지에서부터 상어의 이빨을 연상시키는 날카로운 창날들이 솟구쳤고, 좌우 벽면에서는 수십 개의 화살이 쇄도했다.

그와 동시에, 어느새 발도한 피아로가 정면에서부터 빛처럼 빠르게 쏘아져 오고 있었다.

급히 공중으로 몸을 날린 유페미나가 준비해 두었던 스킬 중 하나를 사용했다.

“타르탄!”

타르탄은, 현재로서는 수호 기사 랭킹 1위 ‘범프’만이 사용할 수 있다고 알려진 현존 최강의 방어 스킬이다.

쿠오오오오!!

거대한 강철의 거인이 아무것도 없던 허공에서 환상처럼 나타났다. 그리고 유페미나의 작고 가녀린 몸을 감싸 안았다.

이에 모든 창날과 화살이 유페미나의 몸에 닿지 못하고 거인에게 가로막혀 무력화되었다. 하지만 피아로의 섬광 같은 일격만큼은 오히려 거인을 꿰뚫어 버렸다.

과거 아시아권에서 사용되던 장검을 연상시키는 외관의 검이 유페미나의 심장에 닿기 직전!

“카운터 배리어!”

최강의 돌격 기사, ‘미아레드’의 필살 기술이 유페미나에 의해서 재현되었다.

푸욱!

“쿨럭!”

피아로의 검이 유페미나의 심장에 맞닿는 순간, 피아로가 공중으로 튕겨 나가면서 입에서 피를 토했다. 원래라면 유페미나가 입었어야 할 데미지가 ‘카운터 배리어’에 의해 고스란히 피아로에게 반사된 탓이다.

“이런 잔기술을 부리다니!”

광분한 피아로가 상처를 개의치 않고 공중에서 몸을 회전시켜 균형을 잡았다. 그사이 유페미나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광란의 소용돌이!”

쿠콰콰콰콰쾅!!

아직 피아로의 몸이 지면에 닿지 못하고 허공을 맴돌고 있을 때, 맹렬한 기세의 폭풍이 발생하면서 피아로를 덮쳤다.

몸을 기댈 곳 없었던 피아로는 폭풍에 제대로 된 저항조차 못하고 그대로 휩쓸려 버렸다.

하지만 고작 이 정도로 죽을 상대가 아님을 유페미나는 잘 알고 있었다. 방심을 거둔 그녀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전력을 다했다.

“폭염의 전차! 폭군의 위엄! 빛의 철퇴! 어둠의 창! 파멸의 전주곡!!”

유페미나가 오직 이 순간을 위해서 63일 동안 준비해 두었던 수십 개의 최상위 스킬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작렬한다.

온갖 속성의 강맹한 기운들이 동굴을 산산이 부숴 버렸고, 그렇게 피아로는 형체도 없이 동굴의 잔해에 묻혀 버렸다.

‘해치운 건가? 아니야. 퀘스트 클리어 알림창이 떠오르질 않아.’

유페미나의 지력 스탯은 굉장히 높다. 거기에 특급 마나 물약까지 준비해 두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상위 스킬을 연달아 사용하기엔 마나가 턱없이 부족했다.

‘물약의 재사용 대기 시간을 벌어야 돼.’

피아로는 아직 살아 있다. 언제 저 돌무더기를 꿰뚫고 튀어나와 거센 반격을 가할지 모를 일이다.

그 전까지 바닥난 마나를 보충해 둬야만 했다.

그렇게 판단한 유페미나는 피아로와의 거리를 최대한 벌려 놓기 위해서 ‘플라이’ 마법을 사용했다.

그녀가 하늘 높이 떠오르는 그때, 마침 피아로가 동굴의 잔해로부터 기어 나왔다.

수백의 군세라도 몰살시킬 수 있었을 위력의 스킬 폭격을 받은 사람이라고는 믿을 수 없이 그는 비교적 상처가 적었다.

“계집… 그 강함을 인정하여 나 또한 전력을 다해 주마.”

타앗!

피아로가 도약했다.

퍼엉! 퍼엉!

마치 보이지 않는 계단을 밟고 오르기라도 하듯, 거대한 파공성을 연달아 터뜨리며 공중을 뛰어오르는 피아로와 유페미나의 거리가 순식간에 좁혀졌다.

“피할 수 없는 죽음을 선사해 주마!”

피아로의 검끝에 붉은 기운이 서렸다.

아스모펠이 수차례 주의를 주었었던 필멸 스킬의 전조였다.

저 스킬이 발동되면, 유페미나는 죽음을 피할 수 없게 된다.

63일간의 고생이 수포로 돌아간다는 뜻이다.

파앗!

피아로와 유페미나와의 거리가 급기야 지척까지 좁혀지면서 두 사람은 서로의 숨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그리고 유페미나의 물약 재사용 대기 시간이 아슬아슬하게 초기화되었다.

급히 마나 물약을 복용한 유페미나가 필멸에 대비해서 준비해 두었던 비장의 한 수를 사용했다.

“악몽의 투영!”

“……!”

유페미나에게 쇄도하던 검이 거짓말처럼 멈췄다. 그리고 유페미나를 집어삼킬 기세로 노려보던 피아로의 시선이 아무것도 없는 허공으로 돌아갔다.

콰르르릉!!

원래는 유페미나를 갈랐어야 할 적색 검광이 괜한 허공을 수십 차례에 걸쳐서 가른다.

환각에 제대로 빠진 것이다.

지금 피아로는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증오하고 두려워하는 악몽과 맞서 싸우고 있었다.

“네놈이 제 발로 나를 찾아온 것이냐! 아스모페에에에엘!!”

타오르는 불길을 머금은 듯한 검이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휘둘러졌다. 그에 하늘은 마치 석양 질 무렵처럼 붉게 물들어 갔다.

유페미나는 그처럼 피아로가 재정신이 아닐 때를 노리고 다시금 스킬 폭격을 시도했다.

한데 변수가 발생했다.

[짧은 시간 동안 과도한 힘을 사용하여 육체와 정신력에 한계가 찾아왔습니다.]

[한동안 스킬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모든 스탯이 50퍼센트 하락합니다.]

“뭐, 뭐라구?! 말도 안 돼! 퀘스트 성공이 목전이라고!”

한 번에 최상위급 스킬들을 연달아 사용한 탓에 육체와 정신에 부하가 걸린 듯하다.

처음 겪는 일이었고, 이런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생각조차 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유페미나는 제대로 대처할 수가 없었다.

당황한 그녀가 혼란에 빠진 사이, 피아로는 서서히 환각 상태에서 벗어나고 있었다.

‘이대로는 안 돼!’

복제술사의 육체 능력은 미미하다. 스킬을 봉쇄당한 상태로는 피아로에게 맞서 싸울 수단이 없었다.

이제 유페미나에게 남은 선택지는 오직 하나. 퀘스트를 포기하는 것이었다.

“우웃……!”

63일간의 고생이 결국 수포로 돌아가게 됐다.

너무나도 분했지만, 어차피 퀘스트는 실패한 것이고, 여기에 개죽음까지 당했다간 더욱더 최악이 되는 것이다.

눈물을 삼킨 유페미나는 애써 미련을 털어 내고 자리를 떠났다.

그 직후 환각에서 깨어난 피아로가 유페미나를 놓쳤음을 깨닫고 이를 갈았다.

“악독한 계집… 오늘의 치욕을 언젠가 반드시 갚아 주겠다.”

[퀘스트 실패!]

[레벨이 2 하락했습니다.]

[레벨이 188이 되었습니다.]

[아스모펠과의 신뢰도가 하락하였습니다.]

피아로로부터 간신히 도망친 유페미나는 떠오르는 알림창을 확인하면서 좌절했다.

두 달이 넘는 기간 동안 최선을 다해서 대비했건만, 그 모든 노력이 이처럼 처참한 결과로 되돌아왔으니 실망감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오래간만에 새로운 칭호를 얻을 기회였는데…….”

칭호는 많을수록 좋다. 그 효과가 중첩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칭호를 얻기란 쉽지가 않았다.

대부분의 칭호는 퀘스트를 통해서 얻어지는데, 클리어 보상으로 칭호를 주는 퀘스트 자체가 흔치 않았다.

최상위 랭커인 유페미나조차도 현재 보유하고 있는 칭호는 단 2개밖에 없을 정도이다.

“우우.”

유페미나는 솟구치는 화를 억제할 수가 없었다.

증오로 가득 찬 그녀에게 메로 상단으로부터의 심부름꾼이 찾아왔다.

“일을 하나 맡아 주시지 않겠습니까? 에리나 님.”

복제술사라는 직업의 특성상, 유페미나는 여러 개의 신분을 가지고 있었다.

그중에서 에리나는, 유페미나가 어느 고급 대장장이 NPC의 기술을 복제해서 에픽 등급 아이템을 만들어 냈을 때 잠시간 사용했던 신분이었다.

‘나를 그 이름으로 알고 찾아왔다는 것은, 대장장이와 관련된 퀘스트를 주려는 건가?’

유페미나의 예상은 정확했다.

[퀘스트 <아이템 제작 승부!>가 생성되었습니다.]

<아이템 제작 승부!>

난이도:알 수 없음.

세상은 당신의 진정한 정체를 모른다.

메로 상단 또한 당신을 그저 실력 좋은 대장장이라고만 여기고서 접근해 왔다.

그들은 당신에게 윈스톤에서 개최될 아이템 제작 승부를 맡기고자 한다.

상대는 한때 북부에서 명성 높았던 고급 대장장이 칸의 후계자다. 그 실력을 가늠할 수 없다는 점이 변수다.

퀘스트 클리어 조건:아이템 제작 승부에서 승리하라.

퀘스트 클리어 보상:1,500골드. 칭호 ‘승부사’.

*승부사:투지 능력치가 개방됩니다. 행운 능력치가 개방됩니다. 스킬 ‘주사위 굴리기’ 생성.

퀘스트 실패 시:메로 상단과의 관계가 악화.

[퀘스트를 수락하시겠습니까?]

‘칭호를 주는 퀘스트!’

새로운 칭호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놓쳐서 좌절하고 있는 이때,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또 보상으로 칭호를 주는 퀘스트가 생성됐다.

그것도 행운 스탯을 개방시켜 주는 칭호가!

‘행운 스탯, 꼭 가지고 싶었었는데.’

행운 스탯은 굉장히 유명했다. 행운이 높아질수록 Satisfy에 존재하는 모든 이로운 효과의 확률을 상승시켜 주었기 때문이다.

작게는 길에 떨어진 돈을 줍게 되는 일부터 시작해서, 크게는 숨겨진 퀘스트나 보물을 발견하게 된다거나 등등.

이름 그대로 유저에게 행운을 전해 줬기 때문에 정말로 많은 사람들이 탐을 내는 스탯이었다.

개중에는 당연히 유페미나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리고 주사위 굴리기 스킬이라는 게 뭔지도 궁금하네. 재밌을 것 같은데?’

복제술사라는 직업의 최대 단점은 보유한 스킬의 종류가 적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유페미나의 스킬 소유욕은 굉장히 높았다.

‘1,500골드나 준다는 점도 마음에 들고… 수락할까?’

보상들이 하나같이 깨알 같다. 유페미나에게 있어서 이번 퀘스트는 피할 수 없는 유혹과 같았다.

마침 퀘스트를 실패한 직후였기 때문에 이번 퀘스트를 통해 만회하고 싶은 기분도 있었다.

하지만 성급하게 퀘스트를 수락하기에는 걸리는 부분이 존재했다.

‘난이도가 알 수 없음이라니…….’

유페미나는 한 가지 가설을 세웠다.

‘칸의 후계자라는 인물의 대장장이 기술 등급이 세간에 공개되지 않은 상태라 난이도 설정에 무리가 있는 건가?’

그럴듯할 가설이었다.

‘뭐, 너무 걱정할 필요 없겠지. 애초에 제작 승부에서 난이도가 어떻든 간에 상관없잖아?’

복제술사인 유페미나에게는 대장장이 기술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녀가 제작 승부에 나서게 될 경우, 그녀는 상대방이 아이템 제작에 돌입하는 그때 상대방의 대장장이 기술을 분석하고 복제해서 그와 똑같은 대장장이 기술로 승부에 임해야 한다.

즉, 그녀에게 있어서 아이템 제작 승부라는 것은 순전히 운으로 겨루는 승부라는 뜻이다.

똑같은 등급의 대장장이 기술로 제작을 하게 되면 운이 좋은 쪽이 더 높은 등급의 아이템을 제작하게 되고, 이에 따라서 승부가 판가름 나게 될 테니까 말이다.

‘운만 좋으면 쉽게 클리어할 수 있는 퀘스트지만, 반대로 운이 나쁘면 실패할 수도 있는 퀘스트란 뜻이지.’

확실한 성공을 자신할 수 없는 퀘스트다.

위험부담이 크다.

하지만 보상이 너무 탐났다.

결국 유페미나는 퀘스트를 수락했다.

“그 승부, 나에게 맡겨 주세요.”

이로써 그리드와 유페미나 두 사람의 승부는 성립됐다.

만약 세상 사람들이 그리드와 유페미나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면, 두 사람의 승부가 전 세계에서 가장 핫한 이슈로 떠올랐을 것이다.

최초의 에픽 직업 전직자와 레전드리 직업 전직자의 맞대결이니만큼 주목도가 어마어마했을 테니까.

하지만 아쉽게도 아직 세상은 두 사람의 정체를 모른다.

그렇게 희대의 승부가 은밀하게 펼쳐지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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