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한 게임 개발자가 너무 유능함 147화
93. 첫 번째 꿈이 열리다(1)
넥플 최고 기대작 중 하나. 판데모니움의 런칭이 코앞에 다가온 시점이었다.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많은 게이머, 관련 매체는 한 가지 사실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과연 판데모니움이 2년째 세계 매출 기록을 갱신 중인 ‘그 게임’의 기록을 갈아치울 수 있을까?
* * *
네로 소프트의 신화 시리즈는 ‘한때’ PC와 모바일. 두 가지 플랫폼에서 톱 기록을 가지고 있었다.
모바일에서의 기록은 깨졌고, 앱 스토어 매출 랭킹 1위 자리에서도 밀렸지만 이후 순위 경쟁은 치열하게 전개됐다.
그만큼 신화 시리즈는 충성도 높은 고래 유저들을 다수 보유한 프랜차이즈였다.
그러나 정확히 2년 전. 갑자기 전 세계 동시 출시된 한 모바일 게임에 의해 밀려났다.
정령사 키우기.
제목 그대로, 정령사를 키워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수많은 정령들을 콜렉팅하고, 유저들끼리 배틀하며 시나리오를 전개하는 모바일 게임이었다.
제작사는 Y&K 게임즈.
듣도 보도 못한 소자본 작은 회사였다.
그런데 무려 월드 와이드 동시 출시였고, 해외 파트너가 무려 머큐리 게임즈였다. 그리고 무려 AR이 지원되는 게임이다!
이런 부분들이 많은 이들의 이목을 모았다.
‘뭐야, 이 게임?’
‘뭐하는 회산데 머큐리 게임즈가 붙은 거지?’
정령사 키우기라는 게임이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인 곳은 북미였다.
머큐리 게임즈 이름값 덕분에.
‘뭐하는 곳인데 그 머큐리가……
‘이런 듣도 보도 못한 회사에 지원을 한다고? 그 머큐리 머니즈가?’
워낙 유명세가 높은 회사였다.
자연히 시선이 가게 된다.
그 거대한 회사가 아무 이유 없이 지원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여러 사람의 휴대폰에 인스톨되고, 손을 거치게 되며 입소문이 점점 퍼져나갔다.
-정령사 키우기 해본 사람? 포켓몬하고 비슷하면서도 달라. 수집하고 키우는 재미가 있고 일단 그래픽이 진짜 예뻐!
-이거 재미있는데? 아무리 봐도 소규모 그룹이 만든 인디 게임 수준이 아니야.
빼어난 그래픽 퀄리티!
아기자기한 맛이 가득한 비주얼은 그 자체로 유저들을 끌어들이는 마력이 있다.
처음에는 비주얼에 끌려서 플레이를 하다가, 점차 거리를 돌아다니며 다양한 정령과 아이템들을 콜렉팅하고, 트레이딩하는 재미에 푹 빠지게 된다.
거리를 직접 돌아다니지 않아도 플레이는 가능하다.
시나리오, PVP, 서포터 등등, 다양한 플레이 모드를 지원하기 때문이다.
가장 관심을 받은 것은 서포터 모드.
이는 바깥에 돌아다닐 수 없거나, 그러기 힘든 이들을 위한 모드였다.
다른 유저들과 파티를 맺고 원격을 맺어 ‘옵저버’로 보다 수월한 탐색을 지원한다.
계약 맺기를 거부하는 정령, 혹은 몬스터들과 부딪히게 될 때 파티 사냥도 지원한다!
붐이 조성되는 건 한순간이었다.
점점 이용자 수가 불어나더니 어느 시점부터는 거대 커뮤니티들을 위주로 거대한 세계관 구성의 징조가 보였다.
게임 아닌 현실.
정령사 키우기를 사랑하는 유저들의 세계 말이다.
정보 공유가 활발해졌다.
정령사 키우기를 전문적으로 플레이하는 스트리머가 증가했다.
마음이 맞는 이들 간의 파티 플레이, 정규 모임 같은 활동이 점점 증가한다.
포켓몬과 콜렉팅 게임의 본고장 일본에서 이 같은 방식이 먹히지 않을 리가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한국 게임을 하다니!?
북미에서 뜨는 것도 분해 죽겠는데!
일본 뉴스와 커뮤니티 곳곳에서 아우성을 쳤다.
한국을 싫어하고 적대하는…… 소위 말하는 극우 세력이었다.
이에 평범한 일본 유저들은 대꾸한다.
-국적이 뭔 상관이야? 재미있으면 하는 거지!
-요즘 이거 안 하면 어디 대화에 끼지도 못한다. 일단 내 또래 10대 애들은 다 이 게임한다!
-난 오히려 이 게임 하는 것 가지고 비난하는 녀석들이 신기한데…… 아니, 이런 사랑스러운 정령들을 보고서도 참을 수 있다고? 네놈들 인간 맞냐?!
보는 것만으로도 절로 미소가 나오고, 소유욕을 마구마구 증진시키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정령 캐릭터들이라니!
서브 컬쳐에 열광하는 이들은 말할 것도 없고 일반인 유저들도 호기심에 접근했다가 깊이 빠져들고 말았다.
이는 일본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흐름이었다.
오죽하면 도쿄의 한 유력 일간지에서 이런 기사를 낼 정도였다.
[주변 모든 사람이 정령사 키우기에 홀려 있는 것 같다. 너도나도 정령사 키우기 이야기만 하고 있다. 이 신기한 게임은 남녀노소, 모두를 홀리고 있다.]
그해 10월.
결국 정령사 키우기는 35개 국가의 양대 앱 스토어 매출 1위를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 시점에 주요 SNS 플랫폼들의 최대 이용자, 사용시간을 돌파했고 북미권에서는 신드롬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정도로 인기가 굉장했다.
매출 10억 달러를 돌파했다.
다음 해.
인기가 식기는커녕 오히려 점점 더 높아져 갔다.
이렇게 되니 베일에 가려진 한국의 제작사, Y&K 게임즈에 대해 관심이 쏟아졌다.
-대체 뭐하는 곳이지?
-꾸준한 퀄리티로 업데이트를 하는 거 보면 일반적인 소규모 인디 개발사와는 차원이 달라. 대체 뭐하는 곳이야?
모든 관심이 제작사인 Y&K 게임즈에 쏠렸다.
이런 엄청난 게임을 만들고, 그렇게 초대박을 쳤으면서도 대외 활동을 도무지 하지 않는다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스타 개발자.
모든 개발자의 꿈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유명세를 싫어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이 업계에서는 유명세가 곧 경력의 증명이니까.
그걸 마다하다니.
-이쯤 되면 개발에 참여했던 누군가라도 커뮤니티에 등장할 법한데…….
-대체 뭐하는 회사지?
의문이 최고조에 달했을 무렵.
한국, 강남 서초동에 정령사 키우기 스토어가 오픈했다.
콜렉팅 가능한 모든 캐릭터의 굿즈가 있었고, 심지어 IP를 적극 활용한 아케이드 게임도 몇 대 있었다.
전 세계 수많은 이들의 관심을 모은 것은 바로 이 다음 부분이었다.
-베일에 싸여 있던 정령사 키우기 개발사 Y&K 게임즈. 그 정체는 유태연, 김윤아 부부의 개인 회사!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초 인기 게임! 정령사 키우기의 개발자는 한국의 스타 개발자 유태연!
전 세계가 다시 한번 뒤집힌 순간이었다.
그 직후 넥플 주주들은 반 농담 삼아 태연을 원망했다.
-정령사 키우기가 넥플 이름으로 출시된 넥플 게임이었다면 주가가 미친 듯 치솟았을 텐데……!
-그 게임, 넥플 게임이었어야 해! ㅠㅠ
-내 주식.ㅠ.ㅠ
진심으로 욕을 하거나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었다.
굳이 넥플을 놔두고 따로 회사를 차려서 게임을 출시하다니……?
-원래 내부 프로젝트였는데 게임이 잘될 것 같으니 빼돌린 거 아니냐?
의문이 제기되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이에 대한 의문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풀렸다.
원래 태연이 혼자서 심심풀이로 진행하던 개인 프로젝트였다는 것.
아내인 김윤아가 게임 제작을 배우면서 합류하게 되었다는 것.
이후 넥플의 유명 개발자인 이영애, 홍민석, 최종학 성태희…… 세 팀의 커플들이 사교 모임으로 같이 만들었다는 것까지.
-혼자 만들었다고?
-김윤아…… 피겨퀸이 게임퀸이 되려는 건가?!
-그 외에 이영애, 홍민석, 최종학…… 다들 하나같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톱 개발자들이잖아!
└태희 님 무시함? -_- 왜 빼놓는 거냐.
└실력은 인정하지만 앞서 언급된 사람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는 아니지. 실력으로나 경력으로나.
└미모로는 최고다!!
└게임 여신을 무시하지 마라!
└그런데 미모라면 이영애 님도 빠지지 않음. 청순가련 그 잡채!!!
정말 소규모 그룹이었다는 것에 놀라는 한편, 어떤 이들은 그럼 그렇지. 라는 반응을 보였다.
언급된 개발자들이 모두 넥플의 기둥이나 할 수 있는 스폐셜 리스트들이었으니.
* * *
미친 기세로 성장 중인 정령사 키우기!
더 이상 일개 모바일 수집형 게임이 아니다.
매출 규모도 굉장하지만 그보다 더 대단한 것은 실제 사회에 끼치는 영향력이었다.
미국, 일본 경찰이 가장 즐겨 하는 게임인데, 그 이유는 담당 구역의 온갖 곳을 돌아다니게 만드는데 재미 있고 또 다양한 연령층이 즐겨서 소통의 도구로 좋기 때문이다.
방구석, 혹은 지하실에만 처박혀 있던 너드들로 하여금 자리를 박차고 거리로 뛰어나오게 만들 정도니 지역 사회에 대한 공헌이 굉장하다!
과연 이 기적적인 게임을 깰 수 있을까?
다른 게임이었다면 고개를 저었겠지만…… 무려 판데모니움이다.
넥플 제작, 프로듀서는 유태연!
정령사 키우기를 만든 장본인 말이다.
이미 그 형태는 충분히 알고 있다.
프로모션으로 이미지와 영상들이 몇 차례 공개되기도 했으니까. 이미 몇 차례 클로즈 베타 테스트를 진행하기도 했고.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나고.
마침내 판데모니움 OBT가 시작됐다.
* * *
이른 아침부터 판데모니움 개발실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최종적으로 150명의 개발자들이 모인 스튜디오는 타 개발실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
“……!”
우산, 첫 번째.
개발자 절반 이상이 외국인들이다!
실력 위주로 뽑다 보니 그렇게 됐는데, 현시점 한국에서는 게임 대국 일본과 북미, 유럽 유저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 정도로 실력 있는 개발자들이 그리 많지 않았다.
뽑아서 키우는 방식으로 가려면 너무 늦었고, 또 그렇게 해야 할 이유도 없었다.
회사는 인재 양성소가 아닌, 인재를 스카우트해서 사용하는 곳이니까.
그리고 그래픽 팀 주축인 한설아 AD, 시이나 미나미 원화팀장의 영향도 있었다.
두 사람이 과거 일했던 세계적인 메이저 스튜디오 출신 동료들을 대거 끌어온 것!
덕분에 스튜디오는 일어, 영어, 한국어가 뒤섞여 난무하는…… 정말 기이한 곳이 되어 버렸지만 용케도 개발은 잘 이뤄졌다.
일단 태연을 비롯한 팀장급 인력들이 일어, 영어에 능통했던 것도 있었고 대부분 멤버들이 어마어마한 스팩의 고학력 엘리트들이었다.
그런 이유로 현재 판데모니움 스튜디오는 최소 3개국어가 가능한 엘리트가 아니면 이력서도 내밀지 못하는 마굴이 되어 버렸다!
각 팀장들이 소리친다.
“자, 10분 후에 서버 오픈입니다.”
“마지막으로 업데이트 내역 체크해서 정말 크리티컬한 것만 보고하세요! 5분 드립니다!”
“오타, 사소한 리소스 수정 따위는 일단 놔두시고……!”
태연이 그 광경을 보고 피식 웃었다.
“정신이 하나도 없군.”
오픈 전에는 어디라도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는 법인데, 무려 세계 여러 나라의 인재들로 구성된 다국적 글로벌 스튜디오였다.
일어, 영어, 한국어가 정신없이 오가는데 웃기는 건 용케도 소통이 잘 된다는 거다.
‘아무래도 이 팀은…… 계속 이 구성으로 유지할 수밖에 없겠어.’
이 150명의 개발 인력은 서로에게 익숙해졌다.
문제가 많아 보이지만, 그 이상으로 장점이 많다.
다른 팀에게는 없는…….
‘판데모니움이 성공만 하면 된다.’
[1분 후에 서버 오픈합니다.]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마침내…….’
개발 초창기, 어쩌면 그 이전부터 바래왔던 것이 드디어 이루어지려고 한다.
그래서 감회가 더 남다르고 긴장도 된다.
“유저들이 재미있어 해야 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