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퇴사한 게임 개발자가 너무 유능함-140화 (140/147)

퇴사한 게임 개발자가 너무 유능함 140화

87. 용산을 찾는 사람들

-넥플 용산 신사옥, 대중 친화적으로 잘 꾸며놨다고 어제 서울행 KTX 타고 방문해 봄. 거두절미하고, 게임 팬이 아니라도 방문을 추천함. 정말 잘 꾸며놨더라. 1층부터 3층까지 방문객을 위한 테마공간으로 만들어놨는데 유태연 대표가 왜 과천 테마파크에 참여했는지 알 수 있었음. 구성 진짜 잘해놨음.

대한민국 커뮤니티에서 굉장히 화제가 되고 있는 넥플 신사옥 방문기였다. 개장 첫날부터 수많은 이들이 줄을 설 정도로 많이 방문했고, 리뷰도 굉장히 많이 올라오는 중이었다.

이 같은 이슈에 뮤튜버, 라이브 스트리머들이 빠질 이유가 없었다.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내부를 둘러보는 스트리머.

솔로로, 혹은 팀으로 곳곳을 돌아다니며 정성 들여 콘텐츠를 촬영하는 뮤튜버들.

이렇게 이슈가 되니 해외에도 알음알음 퍼져 나갔다. 미국 최대의 커뮤니티 레딧에서 다음과 같은 글이 이슈가 됐다.

-DFW와 엘크로스 Re를 만든 한국 개발사, 넥플 본사를 방문했음. 규모도 규모지만 1층부터 3층까지, 유저 친화적으로 공간을 정말 잘 구성해 놨더라. 게임팬으로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게 바로 체험존이었음. 넥플의 과거와 미래를 모두 경험해 볼 수 있는 곳인데 지금 한정으로 진행 중인 VR룸이 특히…….

이 글에서 가장 이슈가 된 것은 다른 게 아니었다.

바로 체험존의 존재.

그중에서도 하루 방문객을 제안, 출입을 통제하는 VR 체험존이었다.

해당 리뷰글을 올린 유저는 네임드 스트리머로,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굉장히 많은 코어팬을 보유한 남자였다.

회사로부터 초청을 받고 공식으로 체험존에 입장한 것이다.

-처음 입장했을 때 사이버 펑크 세계에 입장한 느낌이었음. 규모가 크지는 않은데 정성 들여서 잘 꾸며놨더라. 일단 머리를 잘 썼음. 가장 중요한 VR 체험은…… 이건 정말 몇 세대를 건너뛴 혁신임! 그냥 모든 게 차원이 다름. 샘플 게임이 여러 가지가 있는데 난 Disny Fantastic World 게임을 진행했음. 근래에 해본 것 중 가장 좋아하는 게임이라…… 그런데 이 고글을 쓰고 플레이하니 느낌이 완전 다르더라고. 정말 환상적이었어. 출시일은 아직 미정…… OMG!

장문의 리뷰 글과 영상.

이게 북미를 기점으로 유럽 등의 지역에서도 크게 이슈됐다.

세계적으로 이름 꽤나 날리는 게임 스트리머들이라면 대부분 초청장을 받고 넥플 사옥을 방문했는데, 그들이 하나같이 하는 말이 비슷했다.

-몇 세대를 건너뛴 굉장히 혁신적인 작품.

-우리가 꿈꾸는 가상현실 게임에 가장 가까운 형태가 바로 한국, 넥플에 있었다.

-다른 건 모르겠고, 이 VR 체험 하나만으로도 한국행은 값어치가 있었음. 진정한 미래의 기술을 맛보고 왔다.

VR 기술을 연구하고 상품을 판매하던 회사들은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아니, 대체 뭘 어떻게 만들었기에 저 까다로운 게임 스트리머들이 하나같이 극찬을 하는 거야?!”

“우리도 한 번 체험해 보자고!”

VR 체험은 반드시 초청장이 있어야만 가능한 건 아니다. 사전 예약을 통해 날짜를 받으면 정해진 시간 동안 체험이 가능했다.

한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기술자들은 혼이 나간 표정이었다.

“어떻게 저런 걸 만든 거지?”

“세상에, 내가 고민하던 모든 문제를 해결한 제품이 저기 있었는데 그제 샘플일 뿐이래! 한국에 대체 누가 있는 거야?!”

“우리도 어떻게 하지 않으면 망하고 말 거야!”

이 같은 사태에 세계적인 언론과 기업들이 주목하기 시작했다.

* * *

넥플 용산 사옥을 공개한 직후 많은 것이 바뀌고 있었다.

일일 입장객 수가 날이 갈수록 더 많아졌고, 이에 따라 굿즈 판매 등을 통한 매출 기록 역시 올라갔다.

이에 넥플 수뇌부는 고민 끝에, 4층을 활용해서 VR 기술과 자사 IP를 결합한 VR 파크를 만들어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사실 과천 테마파크 시티에 도입할 기술들을 테스트해 보고 보완 작업을 하려는 의도였다. 그렇기에 돈을 벌 목적보다는 테스트와 관광 자원을 끌어들이는 목적이 강했다.

“광고용 전광판을 곳곳에 추가 설치해서 광고 사업을 적극적으로 진행하도록 합시다.”

바로 이것.

광고 수익만으로도 1층부터 4층까지의 운영 자금을 충당하고도 남는 것이다.

4층을 굉장히 저렴한 가격에 오픈하겠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아무리 그래도 투자 대비 실속이 너무 떨어지는 게 아닌가, 우려를 표했던 사람들은 그 말을 듣고 감탄했다.

‘수익을 이런 식으로도 창출할 수도 있구나.“

콘텐츠나 상품을 제공하고 이를 판매한 수익만을 생각했지, 이런 식의 발상을 떠올리지 못했던 그들이었다.

생각해보면 근래에, 뮤튜브를 비롯한 다양한 인터넷 콘텐츠 플랫폼에서 이와 같은 방식으로 큰 수익을 올리지 않았나?

이를 이런 식으로 현실에 적용할 수도 있었던 것이다.

생각만으로 그치는 것.

계획을 실행해서 결과를 내는 것은 차이가 굉장히 크다.

한편 태연은 또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뉴 에버월드 프로젝트를 비롯해 판테온, 판데모니움 등, 앞으로 개발할 모든 게임 콘텐츠에 VR을 적용해 보자.’

이게 문제가 아니다.

‘3D 스캐닝 기술을 조금 더 발전시켜서 활용할 수 있다면 내 게임 캐릭터를 회사가 제공하는 게 아니라 본인이 커스텀한 것으로 이용하는 것도 가능해질 거야.’

그렇게 되면 유저가 직접 만든 하나의 캐릭터로 넥플이 서비스하는 모든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넥플 유료 회원에 한해서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고, 커스텀 캐릭터 외에 부가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가입자 확보에 유리할 거야.’

중요한 그게 가능한 기술을 확보하는 것인데…… 여기서 태연은 믿는 게 있었다.

어린 나이에 넥플 미래 먹거리를 책임지게 된 VR 연구실장 자리를 맡은 천재, 안경원이었다.

과연, 이 같은 아이디어에 대한 그의 반응은 기대를 배신하지 않았다.

“오호, 그것참 재미있는 아이디어네요. 제가 보기에는 아이디어 구현 자체는 전혀 어렵지 않아요. 요는 복잡한 과정을 하나의 흐름으로 묶는 거죠. 데이터 관리야 뭐 별도의 서버로 운용하면 되는 문제니까요.”

천재가 태연의 아이디어에 큰 흥미를 보였다.

“그런데 그렇게 커스텀 캐릭터를 만들어도 문제가 하나 있는데…… 관리해야 할 유저 데이터가 많아질수록 향후 개발될 게임에 적용할 때 처리해야 할 작업의 양이 많아져요. 이걸 인력으로 일일이 잡아주는 건 불가능한데…….”

여기서 안경원은 태연이 이 아이디어를 통해 진정으로 하고자 하는 것을 깨달았다.

“3D 모델링과 애니메이션을 별도의 수작업 없이 손쉽게 진행할 수 있는 AI 시스템의 개발을 원하는 건가요?”

태연이 빙긋 웃었다.

“덤으로, 우리 넥플이 평생을 걸쳐 발전시켜 나가며 사용할 수 있는 독자적인 게임 엔진의 개발도. 그 AI시스템이 거기에 포함되어야지.”

“넥플의 차세대 게임 엔진이라, 그거 재미있겠네요!”

“덤으로 AI를 활용한 일러스트 제작 시스템도 있으면 좋을 것 같아.”

“AI 일러스트 제작 시스템이요?!”

“온전한 창작보다는 외부 이미지 소스를 합성, 개조해서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에 기인한 결과를 도출하는 프로그램인데…….”

태연은 그동안 머릿속에만 담고 있었던 아이디어들을 모두 쏟아냈다.

딥러닝 인공지능을 활용할 일러스트, 모델링, 애니메이션 창작 기술은 그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아이디어를 쏟아낸 뒤 몇 번이나 강조했다.

“이걸 활용해서 돈을 벌려는 게 아니야. 이걸 내부 창작에 활용하겠다는 거지.”

“아하, 시안 작업을 간편화하겠다는 의도군요. 아트웍을 자동화하겠다는 게 아니라.”

“모든 작업이 자동화가 가능해진다고 해도 그걸 회사에서 본격적으로 도입할 마음은 없어. 게임 개발은 협업 그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거든. 다 함께 만들어가는 재미도 있다는 거지.”

“당장은 그렇지만 기술이 더 발전하고 저작권에 문제가 없다는 게 확인되면 다른 방향으로도 사용할 수 있겠지.”

“넥플 차세대 게임 엔진에 이 모든 게 포함되어야 한다는 거죠?”

“바로 그렇지.”

잠시 생각을 좀 해보는 듯하던 안경원이 씩 웃었다.

“별거 아니네요. 개발하며 한 번 해보죠, 뭐.”

“무리할 필요 없어. 시간이 얼마가 걸리든 상관없으니 절대 무리하지 마. 필요한 인력이나 장비가 있으면 바로바로 요청하고.”

CD에서 mp3로, 그리고 스트리밍으로.

PC에서 스마트폰으로.

기술의 발전은 항상 흐름을 크게 비틀었다.

안경원의 천재성이 입증된 순간부터 태연은 그가 이 시대에 새로운 흐름을 가져다줄 핵심 인재로 생각했다.

그래서 힘이 닿는 한도 내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해줄 생각이었다.

‘이건 서두를 일이 아니야. 우선순위는 어디까지나 VR이다.’

안경원은 가상현실 시대를 열어 줄 귀한 인재!

혹사시킬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었다.

최대한 아끼고 보듬어줄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것은 안경원을 너무 무시한 처사였다.

“그런 게 뭐 굉장한 일이라고 무리씩이나…….”

씩 웃으며 정말 아무렇지 않게 놀라운 말을 던진다.

“이런 건 쉬엄쉬엄 작업해도 금방 끝낼 수 있어요.”

* * *

‘슬슬 버거워지는군.’

늦은 밤.

태연은 윤아를 재우고 조용히 빠져나와 테라스에 앉아 생각에 잠겨 있었다.

‘내가 처음 생각했던 넥플 대표이사 자리는 이런 게 아니었는데.’

처음에는 재미있는 게임을 많이 만들자는 생각뿐이었다.

막 정신없이 달리다가, 잠깐 멈춰 서서 뒤를 돌아보면 처음 계획과 상관없는…… 뭔가 엄청난 것들이 잔뜩 쌓여 있었다. 그리고 다시 앞을 보면 가야 길이 단순한 길목이 아닌, 험준한 산지였다.

‘다 내가 자초한 일이지.’

어이없어서 웃음 밖에 안 나온다.

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계속 일을 크게 키우고 있는 걸까?

테마파크, 게임 아카데미, 세계 진출…….

이제는 가상현실까지 직접 건드리고 있었다.

‘난 어디까지 가게 되는 걸까?’

이제는 자신의 미래를 상상할 수조차 없었다.

브레이크가 파열된 자동차를 탄 기분이었다.

멈추는 방법은 두 가지.

사고가 나든, 연료가 떨어질 때까지 집중해서 달리든.

‘사고를 기다리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결국 정해진 답은 후자뿐.

‘계속 달릴 수밖에 없다는 거지.’

그러면서 팔목을 만지작거렸다.

피부에 스며든 건지 능력만 남기고 사라진 건지 모를 신비한 팔찌.

모든 것이 거기서 시작됐다.

그 팔찌가 남긴 힘이 이전에는 상상할 수조차 없던 무한한 세계를 보여주고 있었다.

‘이것도 결국 배부른 고민이라는 거지.’

각설하고.

‘몇 세대를 앞선 VR 기술과 천재 개발자를 얻은 것까지는 괜찮아. 운이 굉장히 좋았어.’

문제는 이후의 일이다.

‘기존 VR 기기 제조 공정을 확보한 회사를 인수해서 일을 진행하면 편하겠지만…….’

그런 일이 쉬울 리가 없다.

일단 국내에서 독자적인 VR기기 개발 기술과 제조 공정을 확보한 기업 자체가 몇 없고, 그나마 있는 곳은 국내에 손꼽히는 대기업뿐이다.

‘그나마도 국내 시장은 사장된 분위기지.’

초창기에는 대기업들 중심으로 기술 개발과 제품 출시까지, 모든 것이 활발했다.

그러나 VR산업의 성장이 생각보다 더디자 대부분의 기업들이 철수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까지 한계를 절감하고 철수한 마당에, 지금 남아 있는 기업은 페이스북과 벨브 정도였다.

‘이런 상황이 오히려 큰 행운이 되겠군.’

전문 인력 확보가 쉬우니까.

부품 수급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페이스북과 메타의 오더를 받는 제조업체들이 그대로 남아 있으니까.’

기존 원천 기술 자체를 안경원이 직접 개발했으니 제조 공정을 만드는 것도 시간문제다.

돈과 인력을 퍼부어 계획을 진행만 하면 되는 것이다.

‘사실 여력이 부족하긴 하지만 이 일은 내가 책임지고 진행해야 할 문제야.’

총책임자는 태연 본인.

‘왜냐면 내가 시작하고 벌인 사업이니까.’

안경원을 소개해 준 사람은 이태영 이사지만 결정하고 사업 계획을 구상한 사람은 자신이다. 무엇보다도 대표이사가 아닌 누군가에게 주도권을 줄 만한 일이 아니다. 그만큼 거대하고 중요한 사업이었다.

‘마지막으로 회장님과 상의해 봐야겠군.’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 분명 존재할 것이다.

맨바닥에서 넥플이라는 거대 기업을 일으킨 거인의 조언과 넓고 방대한 시야가 필요한 시점이다.

‘내일 바로 움직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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