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한 게임 개발자가 너무 유능함 139화
86. 또 다른 천재
“문제가 생겼어.”
“무슨 문제요?”
“우선 이 영상부터 봐봐.”
메신저로 영상 파일을 보내주는 이태영 이사.
순식간에 다운을 끝내고 내용을 확인했다.
기계 공학 연구 단지로 보이는 장소였다.
“카이스트야.”
“아.”
“그 영상에 안경 낀 샌님 녀석 보이지?”
금테 안경을 낀…… 선한 인상의 꽃미남 청년이 보였다.
“우리 정엽이 불알친구야. 백강혁이라고…… 녀석 아버지와 내가 어린 시절부터 또 불알친구였어.”
“아하.”
“그 녀석을 주목해.”
볼륨을 높였다.
-마지막 테스트입니다.
-지금까지 테스트에서 별문제 없었지만 그래도 마지막까지 방심해서는 안 되죠, 혹시 모를 실수가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자. 테스트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는 투명한 고글을 착용했다.
그런데 고글의 형태가 조금…… 아니 많이 특이했다.
케이블이 연결되어 있었고, 얼굴을 덮고 띠가 머리를 감싸는 형태였다.
-스위치 온.
화면이 바뀐다.
‘가상현실?’
익숙한 형태였다.
‘디즈니 판타스틱 월드? 그러면 그 고글이 설마 VR이었다는 거야?’
단순한 콘솔 게임이 아니라 VR MMORPG였으니 VR 모드가 당연히 지원된다.
그런데 퀄리티가 남달랐다.
시중에 있는 그 어떤 제품과도 비교할 수조차 없을 만큼 뛰어나다.
시점 전환도 자유롭다.
1인칭 모드에서 3인칭 모드. 쿼터뷰 전환까지 굉장히 자유로운데…….
‘프레임이 굉장히 부드러워!’
그리고 입체감과 생동감이 뛰어나다.
‘VR 기기를 개발한 거야!’
그것도 굉장히 뛰어난…….
화면 속 캐릭터가 고글 벗는 시늉을 한다.
게임 화면에서 다시 현실 화면으로 넘어간다.
눈부신 꽃미남이 고글을 벗은 채로 말했다.
-기능 테스트는 이 정도면 충분한 것 같은데 몇 가지 소소한 문제가 있네요. 다만 이건 돈…… 보다 많은 돈이 필요해서…… 뭐, 일단 여기까지 합시다!
태연이 고개를 치켜들었다.
“언제 영상입니까?”
“어제. 촬영한 사람이 내 아들 정엽이 놈이야.”
“당장 만나러 가야겠습니다. 이 기술을 확보해야 합니다.”
이태영 이사가 씩 웃는다.
“안 그래도 그 문제 때문에 널 보자고 한 거야.”
“네?”
“이 녀석이 자네의 열렬한 팬이라고 하면서 나보고 자리 좀 주선해 달라고 하더라고.”
* * *
“카이스트에 재학 중인 안경원입니다. 1학년이고 개인적으로 컴퓨터 공학, 특히 가상현실 구현에 관심이 많습니다.”
가까이 보니 지금 당장 연예인으로 데뷔한다고 해도 비주얼 하나만으로 엄청난 이슈를 모을 것 같은 미청년이었다.
“유태연입니다.”
안경원이 직접 서울로 올라왔기에 태연은 강남 사옥에 초청했다.
워낙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나누게 될 터라 카페 같은 장소는 만남에 적합하지 않았다.
이태영 이사가 자랑하듯 말했다.
“이 녀석이 어린 시절부터 천재로 이름을 날리던 놈이야. 초딩 녀석이 콘솔 게임기 해킹과 최신 스마트폰 캐리어 언록을 매번 세계 최초로 해냈고, 중학교 때는 100개국 1,000여 개 이상의 팀이 참석한 세계 해킹 대회에서 혼자 1등을 차지했거든.”
“아…….”
“고등학교 때 이미 실리콘 밸리, 서성 그룹에 초청받아 거대 프로젝트에 용병으로 참여하고 그랬어. 심지어 애플, 구글, 페이스북 같은 데는 당장 자기네들과 계약하자고, 돈은 달라는 대로 주겠다고 해도 거절했던 녀석이야.”
태연은 크게 놀랐다.
그 정도면 누가 봐도 천재 아닌가?
“그런 좋은 제안을 거절한 이유가 있습니까?”
“말로가 뻔히 보여서요.”
빙긋 웃는 안경원.
“제 스스로 공학에 재능이 있다는 건 잘 알고 있어요. 저도 그쪽을 좋아하고, 제 나름대로의 길을 걸을 각오를 일찌감치 하고 있었죠. 하지만 이 외적인 분야에서 저는 평범해요. 누구랑 말다툼하는 것도 싫어하고, 리더십도 그저 그런 편이에요.”
“아…….”
“전 제 주제를 굉장히 잘 알고 있어요. 사실 VR 고글 역시 가상현실을 주제로 담은 영화, 소설, 만화책을 보다가 감명받아서 혼자 시작한 프로젝트예요. 가상현실 게임 한 번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공학적 재능을 빼면 굉장히 평범한 대한민국 청년이라는 뜻이다.
‘한마디로 외부의 적으로부터 재능이라는 보물을 지키고 키워나갈 수 있는 능력이 없다는 뜻이군.’
“그래서 예전부터 이 문제로 아저씨에게 고민 상담을 하고 있었는데 개발이 생각보다 빠르게, 굉장히 잘돼서…… 그래서 대표님을 만나 뵙게 해달라고 한 거예요.”
“제가 무슨 도움을 드릴 수 있을까요?”
“대표님은 제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리더시거든요.”
태연을 향한 눈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반짝이고 있었다.
“저 대표님 팬이라 그동안 어떤 길을 걸어오셨는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다 파악하고 있어요! 전 대표님과 대 가상현실 게임 시대를 열어 가고 싶어요!”
나름의 일생을 건 선택이라는 것이다.
“마침 제가 정말 믿고 의지하는 몇 안 되는 어른인 태영 아저씨가 무한한 신뢰를 보내시는 분이죠. 전 이 아저씨 사람 보는 눈이 얼마나 까다로운지, 심계가 얼마만큼 깊은지도 잘 알고 있어요.
맑은 눈동자에 순수한 열기가 이글거리기 시작한다.
“그런 아저씨의 신뢰를, 정말 얼마 안 되는 시간 만에 끌어낸 건 굉장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사실 유태연 대표이사님의 진정한 능력이라고 봐요. 단시일에 사람의 신뢰를 얻어내는 것!”
“표현에 과장 있지만 나도 틀린 말은 아니라고 봐. 나도 널 지켜보면서 똑같은 감정을 느꼈거든. 실제 지금 우리 회사 주축 개발자가 네 예전 동료들이고 그 외에 실무진도 네 말이라면 껌뻑 죽잖아.”
태연은 민망함에 몸부림이라고 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난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아닌데…….’
어째 점점 갈수록 이상한 이미지로 포장되는 것 같다.
태연은 헛기침을 터뜨리고 말했다.
“테스트 기기는 몇 대나 챙겨왔죠?”
“세 대 챙겨왔습니다! 이게 샘플의 전부에요. 제가 하나하나 부품 수급해서 손으로 직접 조립한…….”
태연은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테스트부터 해보고 계속 이어서 이야기하도록 합시다.”
지금 넥플에는 각 분야, 엘리트 길을 걸어온 엄청난 스팩의 직원들이 많았다.
카이스트는 물론, 워털루, MIT 등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공대 출신 석박사들도 존재했다. 태연은 그들을 불러 기기 테스트를 함께 진행했다.
결과는…….
“이건 정말…… 일개 학부생이 만들었다고 믿기 어려울 정도의 진보입니다. 이건 혁신이에요!”
“기술 발전을 몇 세대나 진보시켜 버렸군요. 혼자서 이 정도라면……. 작정하고 인력을 모아 연구실을 차려주면 여기서 더 개량시키는 것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전문가들도 경악을 금치 못한다.
한편 태연은 그것을 보며 조금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현재 테마파크에서 가장 인기 있는 신규 어트랙션들은 다크 라이드와 VR, 최신 3D 맵핑 기술을 결합한 것들이지. 여기 이 기술을 적용한다면 과천 파크 단지의 전반적인 수준을 진화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목표가 미디어 매체에 등장하는 진짜배기 가상현실 게임의 구현이라고 했다.
“대표님. 이 친구 진짜 천재예요. 이 기술도 그렇고…… 무조건 잡으셔야 합니다.”
“돈을 달라는 대로 주는 한이 있더라도 잡으셔야 합니다. 놓치면 두고두고 큰 후회로 남을 겁니다.”
심지어 최종학, 박경연, 박명훈.
이 삼인방은 눈이 뒤집혀서 이런 말을 했다.
“형. 종신 고용. 무조건 종신 고용……!”
“돈이든 주식이든 달라는 거 다 주고 잡아요, 무조건!”
“유팀. 저 친구 진짜 천재야! 저 나이에 혼자 말도 안 되는 걸 만들었어! 토니 스타크 알지? 그 정도의 천재라고!”
다들 입을 모아 말한다.
어떻게든 붙잡아놓으라고.
태연은 그것을 넘어 이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맵을 구상하는 중이었다.
‘당연히 잡아야지.’
머뭇거릴 이유가 없었다.
“계약합시다. 연봉도 주고 주식도 주고 전용 개발 연구소, 집…… 뭐, 달라는 거 다 해줄게요.”
“정말요?!”
밝아지는 얼굴.
태연이 손을 내밀며 말했다.
“저와 함께 가상현실 게임의 시대를 열어 봅시다. 돈이든 뭐든, 필요한 건 제가 모두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풍파가 오면 막아 줄 테니 마음껏 하고 싶은 일 해보시죠.”
* * *
내부 인테리어 공사가 끝나고 강남과 판교 사옥의 대대적인 이전 작업이 시작됐다.
‘덩치가 워낙 커서 이사 비용도 어마어마하게 들어가는군.’
신혼집을 판교에서 강남으로 이전했을 때도 적잖은 돈이 들어 놀랐던 기억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 이전 작업은 그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돈이 들었다.
워낙 많은 인력이 투입되기도 했고, 초고가의 장비도 워낙 많았기에 각종 보험료에 특별 비용까지 부가됐다. 태연은 처음 청구서를 보고 눈을 의심했었다.
‘과천으로 또 한 번 이사하게 될 것 같은데…… 생활해 보고 용산 사옥이 괜찮으면 매입을 추진하는 것도 좋겠어.’
내부 정리를 할 게 워낙 많아 채용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는데도 사람 불어나는 속도가 무서울 정도였다. 작정하고 사업 확장과 채용을 시작하면 사옥 하나 분량 정도는 순식간에 채워질지 모른다.
‘모든 일은 계획대로 돌아가지 않으니까.’
당장 이번만 해도 안경원 영입을 시작으로 VR 연구소를 만들지 않았나? 당장 이 사업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확장하게 될지 생각하면 머리가 아찔할 정도였으니…….
‘어림잡아도 한동안은 VR 연구, 인프라와 사업 확충 관련으로 어마어마한 비용을 제출하게 되겠지.’
다른 곳에서 그만한 지출을 충당해야 한다.
그 다른 곳은 당연히 게임 매출이다.
태연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기업 운영이라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야.’
* * *
“와, 여기 건물 진짜 좋다!”
“공중 정원 가봤어요? 거기 조성 정말 잘 해놨어요. 용산 전체가 눈에 들어오고…… 아, 한강과 공원도 굉장히 잘 보여요!”
“맨해튼이 따로 없네. 아니, 용산이 언제 이렇게 좋아졌지?”
“그동안 출퇴근하는 거 진짜 힘들었는데…… 이제 고생 끝! 행복 시작이네!”
용산 신사옥에서의 첫 출근!
직원들은 신기하면서도 행복한 표정이었다.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출퇴근이 훨씬 간편해졌기 때문이었다.
이번에 신사옥으로 옮기며 회사에서 눈이 번쩍 뜨일 공지를 올렸다.
[통근 버스 운영 건.]
출퇴근 셔틀버스 복지가 다시 지원된단다.
정직원에 한해 누구나 이용 가능하고, 한 대만 달랑 운영하는 게 아니라 지방에 거주하는 이들까지 고려해서 여유 있게 운용할 계획이란다.
이렇게 되면 출퇴근에 대한 부담감이 굉장히 줄어드니 직원 입장에서는 쌍수 들고 환영할 일이었다.
또 다른 이유는 구내식당이 개편되어 실리콘 밸리 빅테크 기업들처럼 뷔페식으로 운영된단다.
아침 식사를 못 하고 출퇴근하는 이들을 위해 시리얼바도 운영하고, 전용 편의점을 신설해서 굉장히 할인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 준단다.
이외에도 복지가 크게 개편되어 이용성, 편의성이 크게 향상되었으니 직원들은 태연의 치세를 환영했다.
이 모든 것이 태연의 대표 취임 이후, 회사의 매출이나 성장세가 가파르게, 지속적으로 올라가고 있는 덕분이었다.
덧붙이자면, 돌아오는 연봉 협상 시즌 때 모두가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는 내부 소문이 돌고 있는 중이라 분위기가 더욱 좋았다.
* * *
안경원이 메인인 VR 연구소는 사옥 최상층에.
크로마키, 3D 스캐닝 등의 최첨단 장비들이 마련된 스튜디오는 지하층에 마련되었다.
연구소가 최상층에 들어온 이유는 철저한 보안을 위함이었고 스튜디오가 지상에 들어온 것은 최대한 외부 노출이 차단 장소가 작업에 유리하기 때문이었다.
이외에 신규 개발, 유지 보수 팀이 적절히 배치되었고, 추가로 중간층에 직원들을 위한 구내식당과 별도의 카페테리아, 1층부터 3층까지는 외부 방문객들을 위한 굿즈 샵, 포토존, 게임 박물관, 게임 체험관, 넥플 카페, PC방 등이 마련됐다.
이는 바로 옆자리에 마치 쌍둥이 빌딩처럼 서 있는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기업, ‘세이브’를 참고하고 진행한 사업이었다.
태연은 넥플 신사옥을 대중 친화적인 장소로 만들고자 했다. 그래서 PC나 모바일이 아니라도, 언제든 편하게 와서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났으면 하는 바람을 가졌다.
그 결과는 빠르게 나타났다.
[넥플 용산 신사옥 탐방기!]
[용산에 가면~ 세이브도 있고~ 넥플도 있고~]
[볼거리, 즐길거리가 풍부한 넥플 신사옥! 방문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