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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한 게임 개발자가 너무 유능함-138화 (138/147)

퇴사한 게임 개발자가 너무 유능함 138화

85. 또 다시 확장

태연은 불필요한 것을 싫어하고 효율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었다.

풋내기 게임 개발자 시절 시작된 이 성향은 한 거대 기업의 대표이사가 된 직후에도 이어졌다.

수시로 내부를 점검하며 불필요한 프로젝트나 인원이 보이면 가차 없이 칼을 댔다.

그렇다고 무작정 쫓아냈다는 것은 아니었다. 능력치, 성향에 맞는 곳으로 전환배치를 해줬다.

이럴 때 상태창이 큰 도움이 됐다.

이 같은 성향이 때때로, 업계인들이나 취업 희망자들에게 불평불만을 안겨주곤 했다.

[넥플은 신규 직원 채용을 잘 하지 않는다.]

바로 이 같은 문제 때문에.

갈대나무 숲, 혹은 업계인들이 모여드는 커뮤니티는 날마다 이 같은 문제가 거론되곤 했다.

-넥플, 좋아질수록 문턱 또한 점점 높아진다. 이제는 뭘 어떻게 해야 들어갈 수 있는지 감도 안 잡혀. 예전에는 내부자 추천을 잘만 이용하면 쉽게 입사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어림도 없어.

└유태연 대표가 사람을 잘 안 뽑음. 효율적인 걸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는 성향이라 그런 듯.

└효율충이긴 한데 무자비하고 비인간적인 건 아니라 어지간해서는 직원 안 내보냄. 능력이나 성향에 맞는 직종으로 전배 시켜주려고 노력 많이 함. 이런 인간미라도 없었다면 내가 보기에 지금 직원 중 50%는 잘려 나갔다.

└ㄹㅇ…… 넥플 신규프로젝트 장급으로서 말하는데, 회사에서 근무 중인 정직원 절반 이상은 그냥 월급 루팡들임. 그 사람들 다 내보내면 인건비 절약되고 극한의 효율을 세울 수 있어서 오히려 좋음.

└효율이고 나발이고 다 필요 없고 넥플 입사하고 싶다. 입사하게 해줘! 형! 보고 있어? 나 이번이 세 번째 도전이야. 입사시켜 주면 개처럼 일할 테니 제발……!

신규 입사자 비율이 이전에 비해 크게 줄었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력 채용은 계속 이뤄지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한 가지 문제가 생겼다.

-자리가 없다!

-판교도, 강남도 자리가 없어!

이로 인해 신규 인력 채용은 올스톱!

넥플은, 태연은 고민에 빠졌다.

* * *

회의 중 한 임원이 말했다.

“사실 지금처럼 유지보수팀과 개발팀을 분리해서 운영하는 것은 상당히…… 아니, 굉장히 효율이 떨어지는 일입니다. 다른 것보다 대표님이 필요할 때 다른 곳에 계신 경우가 많아서…….”

“제 생각에는 판교를 벗어나는 한이 있더라도 흩어져 있던 팀들을 통합할 수 있는 사옥을 구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하나였다.

보다 더 크고 아름다운 사옥이 필요하다!

“흩어져 있는 팀들을 모을 필요는 있죠. 사실 저도 판교와 강남을 오가는 게 불편하던 참이긴 했습니다.”

“이 기회에 서울로 가시죠. 마침 용산에 정말 좋은 매물이 하나 나왔습니다.”

시선이 사업 총괄 이태영 이사에게 향했다.

그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대다수의 개발자들이 판교 출퇴근을 싫어합니다. 교통도 힘들고 주위에 회사 건물 말고 아무것도 없고…… 직원들을 생각해서라도 서울로 가는 게 좋습니다.”

“용산 매물은 무슨 소리죠?”

“세이브 아십니까? 엔터테인먼트 기업인데…….”

“당연히 알고 있습니다. 대형 엔터테인먼트 회사 아닙니까? 제 아내 친구 되시는 분들이 그 회사 소속 아이돌로 있어서 잘 알고 있습니다.”

“김윤아 님 친구분인 세이브 소속 아이돌이라면…….”

“본 블랙 말씀하시는 겁니까!?”

본 블랙.

이 중에는 나이가 지긋한 이들도 있었는데 그들조차도 알고 있을 만큼 세계적으로 유명한 걸그룹이었다. 그 유명한 빌보드 차트를 제집처럼 드나드는 유일한 그룹이기 때문이다.

근래에 방송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는 김윤아가 가끔씩 톱스타들을 집에 데려와 식사를 대접하는데, 본 블랙 멤버들은 꽤나 자주 방문하는 이들이다.

“그 세이브 신사옥 바로 옆에 또 다른 대형 빌딩이 있는 거 아시죠?”

“네. 굉장히 크고 거대하더군요.”

“그곳을 임대해서 사용하는 게 어떻습니까?”

“임대라고요?”

“우리 회사 주 수입원이 외화 아닙니까? 환전 문제도 있고 그렇게 되면 세금을 중복으로 부담해야 하는 문제도 있습니다.”

씩 웃는다.

“그 빌딩의 주인이 제 오랜 지인이나 시세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임대가 가능합니다.”

어쩌지?

유진성 회장하고 논의해 볼까?

잠시 그 생각을 했지만 고개를 저었다.

요즘 유진성 회장은 유진성 랩 일에 푹 빠져 신인을 발굴하는 맛에 홀딱 넘어간 상황이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를 해봐야 나오는 답은 뻔하다.

-네가 대표잖아. 네가 알아서 해! 난 바빠!

그걸 알고 있으니 이태영 이사 또한 자신에게 이런 제안을 하는 것이리라.

“확장 이전을 추진해 보시죠.”

* * *

뉴스가 떴다.

[넥플, 판교와 강남을 떠나 용산으로 확장 이전!]

이 소식이 꽤나 큰 이슈로 부상했다.

지금까지 판교 테크노벨리라는, 대한민국 최대 IT 단지에서 랜드마크로 자리 잡고 있던 대기업 아닌가?

그런 거대 집단이 아예 다른 지역으로 이전을 해버린다니

당황한 정부 관계자들이 달려 필사적으로 만류하고 붙잡기 위해 다양한 조건을 제시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당장 일할 수 있는 거대 단지가 필요한데 판교에는 그런 매물이 없었다. 있어도 이미 판교를 떠나야겠다는 마음을 굳힌 상태였다.

출퇴근 전쟁에 질린 것은 태연 역시 마찬가지였다.

‘어차피 과천 사업 단지가 완성되면 여길 정리하고 떠나야 했고 말이지.’

과천에 상당한 규모의 부지를 확보했다. 혹시라도 자리가 모자라는 일이 생기면 또 건물을 올리면 된다.

‘우리 하나 떠난다고 판교가 어떻게 될 곳도 아니고 말이야. 신경 끄자.’

그런데 공교롭게도 네로 소프트가 성수동으로 이전한다는 소식이 떠돌기 시작했다.

얼마 후 언론을 통해 공식으로 발표됐다.

[네로 소프트. 1조에 성수동 K마트 건물 매입! 본사 사옥으로 활용할 예정!]

[요즘 핫한 패션, IT 기업들이 성수동으로 몰리는 이유는……?]

판교의 또 다른 랜드마크이자 넥플 최대 경쟁사였던 네로 소프트도 판교를 떠난다는 것이다.

점심 식사 자리에서 최종학이 진지하게 한마디 했다.

“와우, 이렇게 되면 판교 진짜 큰일 나게 생겼는데…… 당장 넥플 떠난다는 소식이 판교에 자리 잡고 있던 많은 협력사들이 이전을 준비한다던데…….”

네로 소프트까지 떠난다면 판교 테크노벨리의 심장부가 텅 비게 되는 것이다.

랜드마크 격인 기업 하나가 떠나는 것과 둘이 떠나는 건 확실히 체감이 다르다.

‘설마 여기서 너도나도 ‘탈 판교’ 하겠다며 대대적인 탈출 러시가 벌어지는 건 아니겠지?’

* * *

넥플 판교 사옥이 매물로 나오자 시장 반응이 뜨거웠다. 이름 좀 있는 기업들이 새로운 사옥으로 쓰고 싶다며 연락을 해온 것이다.

그중에는 국내 메신저 시장을 장악하다시피한 기업, 최대의 포털사이트도 있었다.

최종적으로 넥플의 사옥은 메신저 기업에 낙찰됐다.

‘상당히…… 아니, 굉장히 좋은 가격이군.’

물론 판교 땅값이 비싸고 넥플 사옥이 워낙 좋은 위치에 있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었다. 거기에 연식도 그리 오래되지 않은…… 최신식에 가까운 상태였다.

더욱이 무슨 하자가 있거나 상황이 급해서 떠나려는 것도 아니었다.

대기업들에게 높은 가격에 처분할 수 있는 건 당연했다.

용산으로의 확장 이전 작업이 빠르게 진행됐다.

사람들은 대한민국 최대의 엔터테인먼트 기업, 세이브와 넥플이 이웃사촌이 되었다며 굉장히 흥미로워하는 눈치였다.

여기서 태연과 세이브 간판 그룹은 본 블랙과의 인연도 조명받았다. 세이브와 본 블랙은 SNS 공식 계정을 통해 이웃사촌을 환영했다.

그러나 누구보다도 이 같은 신속한 확장 이전을 반긴 이들은 바로 취업과 이직을 준비하던 업계인들이었다.

-확장 이전 끝나면 다시 고용이 활성화되겠지?

└ㅇㅇ 내 친구가 인사팀에 근무 중인데 조만간 대대적인 구인 공문이 올라올 거라고, 이직 고려하면 대기하라고 하더라고.

└ㅇㅋ 이번에는 꼭 이직에 성공하고 만다. 넥플!

└나도 넥플 입사하고 싶음. 내 꿈의 기업임.

* * *

“따로 인테리어 공사를 할 필요가 없겠네요. 내·외관이 굉장히 깔끔하고 세련되게 잘 지어졌어요.”

“그래도 손을 볼 곳이 아예 없는 건 아니야. 보안 시스템도 강화할 필요가 있고 특히 카페테리아와 구내식당이…….”

용산 사옥에 방문한 태연과 이태영 이사는 내부를 둘러보며 많은 대화를 나눴다.

애초 트레이트 센터로 지어진 건물이라 기업에 최적화된 건물이었다.

“넥플 판교 사옥도 충분히 좋고 멋지다고 생각해 왔었는데…… 여길 보니 제 생각이 참 짧았다는 게 느껴져요.”

“과천 신사옥과 사업 단지는 이것보다 훨씬 크고 멋지게 지어질 거야.”

워낙 넓고, 공간 배분도 잘 되어 있었기에 넥플 전 직원이 입주하고도 남았다.

임대라고는 하지만 넥플의 모든 인력이 생활할 공간이었다. 그래서 과도하지 않는 선에서 업무, 복지 시설에 신경 썼다.

“전망을 활용한 카페테리아, 라이브러리, 피트니스 시스템이 있고…… 아, 바깥에 산책이 가능한 공중 정원도 있어. 이건 딱히 손을 필요 없이 그대로 이용하면 될 것 같아. 굉장히 잘 조성되어 있더라고.”

또한 촬영 스튜디오도 더욱 확장됐다.

특히 최신 기술, 장비가 적용된 3D 스캐닝 장비는 실제 모델 스캐닝을 통한 3D 모델링 작업에 엄청난 도움을 줄 것이 분명했다.

“기술 발달이 좋긴 하네요. 저 때는 모델링과 애니메이션을 일일이 손으로 잡아줘야 했었는데…….”

“지금도 그런 식으로 작업하는 사람들이 많잖아. 개성과 디테일을 더 부각시키고 싶어서 일부러 그런 식으로 작업하는 스튜디오도 많다던데…….”

“그런 것도 이런 최신 장비의 도움을 받아서 진행하는 거예요. 그게 아니라 옛날 방식으로 모든 것을 처음부터 쌓아 올려야 한다면 비용도 그렇고 시간, 인력 등등 소모되는 게 너무 많거든요.”

“그렇군.”

“요 근래 헐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에서는 에픽, 유니크 엔진을 비롯해 최신 장비와 소프트웨어들을 놀랍도록 잘 활용해서 최고의 블록버스터 영화를 만들어 냅니다. 제가 미국에 있는 동안 보고 배운 게 있으니 우리 회사에도 조금씩 적용시켜 보려고 합니다.”

가성비 게임도 좋지만, 이 바닥에서 왕도는 트리플 AAA급 게임이다.

“우리는 이미 너무 뒤처졌습니다.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최대한 빨리 따라잡아야 합니다.”

태연의 의지에 이태영 이사가 빙긋 웃었다.

“대표 하나 잘 둔 덕에 회사 수준까지 전반적으로 쭉쭉 높아지는군. 나도 이 악물고 열심히 따라붙지 않으면 안 되겠어.”

어느새 날이 어두워졌다.

“아직 반도 제대로 못 봤는데…… 크긴 엄청나게 크네.”

“이사님과 제가 말이 너무 많았던 것도 한몫했을 걸요?”

“흠, 식사나 하고 갈까? 이 근방에 죽이는 한우 오마카세 집이 있는데.”

‘단순히 식사나 하자는 것이 아니군.’

태연은 시간을 확인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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