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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한 게임 개발자가 너무 유능함-125화 (125/147)

퇴사한 게임 개발자가 너무 유능함 125화

79. 챌린지 리그의 목적(3)

아포칼립스 폴리스 개발팀 세팅과 작업은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었다.

‘상당한 실력이야. 센스도 좋고 리더십도 있어. 무엇보다도 배움에 대한 갈망이 있는 사람이야.’

마치 오랫동안 굶주렸던 사람처럼.

정정환 대표는 가르치는 족족 흡수하여 그것을 나름의 방식으로 활용한다.

‘분명 최종학 같은 천재 타입은 아니지만 뚝심으로 착실하게 역량을 쌓아 올린다.’

‘신경 써서 케어하면 최소한 망할 게임은 만들지 않겠군.’

성공은 하늘이 내리는 것이니, 이 정도만 해도 대단한 인재라고 할 수 있다.

‘좋은 인재를 건졌어.’

아포칼립스 피플 스튜디오 바로 옆에 얼마 전 입주한 세 개의 개발팀이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넥플의 자회사인 ‘챌린지 리그’ 소속의 스튜디오들이다.

태연이 피드백을 해 줬던 수정안을 토대로, 게임 발매를 앞두고 미친 듯 작업에 몰입하고 있었다.

태연은 소규모 그룹을 이끌고 있는 세 명의 젊은 개발자들을 보며 웃었다.

‘저들 역시 공들여 키우면 나름 훌륭한 인재가 될 거야.’

중요한 건, 저들이 단순한 개발자가 아닌 ‘디렉터’와 ‘프로듀싱’이 가능한 인재들이라는 것이다.

“PD급 인재를 얻는 데 1, 2억 수준이면 결코 많은 돈이 아니지.”

챌린지 리그를 어떻게 운용해야 할 지 가닥이 보이는 것 같다.

점심 시간.

태연은 최종학, 박명훈에게 이 같은 사실을 공유했다.

“인재 확보를 위한 통로라…….”

“하긴, 젊은 PD급 인재를 얻는 데 1, 2억이면 많은 돈은 아니죠!”

역시, 인재 확보와 육성의 중요함을 잘 알고 있는 두 사람은 태연의 생각에 공감했다.

“게임이든 소프트웨어든, 개발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창작자들이고 그들을 컨트롤할 수 있는 참 리더의 존재란 보물이라고 할 수 있지. 우리는 인재를 발굴해서 키워야 해. 그것만이 살길이야.”

그 말에 최종학이 진지하게 물었다.

“그러면…… 나도 보물인가?”

“…….”

“응? 빨리 말해봐. 형에게 있어 나도 보물이야? 응?”

“나도 궁금해지네요.”

다 큰 사내들이 초롱 초롱 눈을 빛내는 광경을 보고 태연은 말없이 한숨을 내쉴 뿐이었다.

* * *

챌린지 리그 출범 이후 몇 달의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몇 가지 변화가 발생했다.

그중 가장 큰 것 하나는

신입 경력을 막론하고 입사자들은 한 달 동안 스마일 배지를 착용하고 다니도록 된 것이다.

여자들이야 마냥 신기해할 따름이지만 남자들, 그중에서도 특히 만기 전역자들은 비명을 질러야 했다.

“아니, 이게 뭐야? 스마일 배지라고? 저보고 이런 걸 착용하라고요?”

“하하…… 이제 와서 스마일 배지라니……!”

그들은 착용한 이후로도 수시로 스마일 배지를 보며 현타를 겪는 모습을 보였다.

상황을 잘 모르던 여자 직원들이 소곤거린다.

“왜 저래요?

“아, 나도 김 대리님에게 들은 건데 저 배지가 자대에 배치받은 병아리 신병들이 100일 동안 착용하는 거라고…….”

“아…….”

“병장으로 전역한 사람들이 신입 직원이라고 똑같은 배지를 다시 착용하게 됐으니…… 얼마나 민망하고 그렇겠어?”

“그런 일이 있었네요. 난 귀여워서 좋던데. 그리고 저 배지, 그냥 놀리려고 착용시키는 게 아니지 않나요?”

“그렇지. 회사 적응 도와주려는 의미니까.”

안 그래도 대한민국에서 복지로 유명했던 넥플이었다. 유태연 대표 이사 체제 이후 급성장을 하며 복지가 훨씬 좋아졌다.

그리고 신규 인원도 무척이나 많아졌다. 오죽하면 그들을 수용하기 위해 판교 본사 부근에 비슷한 규모의 사옥을 매입했을 정도니.

병아리 배지를 착용한 이들은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회사 시설을 어떻게 이용해야 할지 몰라 해맬 때 도움을 받을 수 있고, 모든 복지 시설을 기존 직원보다도 더 할인된 가격에 사용할 수 있다. 혹은 무료로.

그냥 스마일 배지가 아니라 칩이 들어 있는 나름 최첨단 인식표인 것이다.

이것은 장급이나 디렉터급에도 동등하게 적용된다. 군대 전역한 지 오래된 이들은 넥플의 엄청난 복지 시설을 큰 혜택 받으며 이용할 수 있다는 것으로 기뻐했다.

근래에 챌린지 리그로 입사한 이들 중, 정정환을 비롯한 피디급들이 여기에 속하는 이들이었다.

유진성 랩 출신이라는 동질감에 금방 친해진 그들은 종종 모여 함께 내부 복지 시설을 이용하곤 했는데 가장 자주 간 곳이 카페와 패스트푸드점, 아이스크림 가게였다.

오늘 그들은 카페에 모여 다 함께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정식 출시 축하해요!”

“정말 고생 많았어요!”

축하를 받은 대상은 챌린지 리그로 입사한 지 4주가 약간 안 된 개발 피디였다.

유진성 랩 시절부터 2년 동안 만들어 온 인디 게임을 바로 오늘, 마침내 출시한 것이다.

아직 작업 중인 피디 한 명이 부러운 얼굴로 묻는다.

“지금 기분이 어때요?”

“다음 도전을 생각하면 조금 두렵기도 한데…… 당장은 홀가분한 기분이 더 커요.”

대답하는 피디의 얼굴에 미소가 그득하다.

그는 아이스 커피를 쭉 들이켠 뒤 말했다.

“어쩌다 보니 챌린지 리그 스튜디오 중에서는 우리가 두 번째로 게임을 발매하게 됐네요.”

“그만큼 열심히 하셨잖아요. 제가 보니까 여기 입사 후 3주 동안 진짜 집에도 안 가고 작업만 계속 하시던데…… 몸은 좀 괜찮아요? 며칠 쉬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정정환의 물음에 해당 피디가 씩 웃는다.

“안 그래도 팀원들에게는 며칠 쉬고 오라고 유급 휴가 줬어요. 내일부터 휴가 시작이에요.”

“내일부터…… 아, 휴가비는 받았어요?”

“네? 무슨 휴가비요?”

눈을 끔뻑이는 그에게 입사 선배인 정정환이 혀를 차며 말했다.

“교육 제대로 안 받으셨구나. 게임 런칭에 성공한 팀은 회사에서 일주일 유급 휴가 주면서 휴가비도 같이 지급하거든요.”

“어, 그래요? 난 왜 기억이 안 나지? 얼마나 주는데요?”

“인당 천만 원씩 지급해 줘요.”

“……!”

모든 피디들이 화들짝 놀랐다.

“처, 천만 원?!”

“그게 휴가비……?!”

“아니, 무슨 돈을 그렇게 많이 줘요?”

정정환이 괜히 자신이 뭐라도 된 듯 어깨를 으쓱한다.

“이 회사가 그만큼 돈을 잘 벌고 있다는 뜻이죠. 사원 복지에도 관심이 많고.”

“아무리 그래도…….”

“수고비 개념도 포함된 것 같고…… 그리고 일주일 유급 휴가에 천만 원. 이건 누가 봐도 가고 싶은 곳 하나 택해서 마음 놓고 여행 즐기다 오라는 의미잖아요. 사진이나 영상 콘텐츠 만들어서 사내 인트라넷에 공유하면 복지 포인트도 얻을 수 있어요.”

“그건 알고 있는데…… 정말 줘요?”

“네. 우리 팀에서도 받았어요. 저저번 주에 다들 각자 휴가 떠났고 일주일 즐기고 저번 주에 복귀했거든요. 그리고 휴가지에서 만들어 온 영상 콘텐츠 막 올렸는데…… 얼마더라? 만 포인트 정도 주던데요.”

“만 포인트면…… 와, 많이 주네. 그 정도면 편의점에서 거의 장을 볼 수 있는 수준 아닌가?”

“그래서 저도 그 포인트로 장도 보고 팀원들 데리고 사내 캡슐 노래방 가서 한두 시간 놀다 오고 그랬어요.”

“진짜 꿀팁이네. 휴가비 당장 가서 신청하고 팀원들에게 사진이든 뭐든 콘텐츠 하나라도 만들어오라고 당부해야겠어요.”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거기까지.

슬슬 모두가 눈치를 보고 있었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은 정정환.

한 신규 피디가 조심스레 물었다.

“저…….”

“네?”

“3주 전에 발매한 아포칼립스 폴리스…… 결국 스팀 1위에 올랐던데…… 매출이 어느 정도 되나요?”

아포칼립스 폴리스 오리지널 버전이 출시됐다.

데모 버전 다운로드 수나 호평이 워낙 컸기에 업계는 물론 게임 커뮤니티 전체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결과는 놀라웠다.

공개 나흘 만에 수천 건에 달하는 리뷰가 올라왔고 평론가, 게임 스트리머, 유저들 사이에 엄청난 호평을 받았다.

차트 순위가 빠르게 올라가더니 이번 달 초, 결국 1위를 차지하고 말았다.

현재 대한민국 게임 업계에서 가장 핫이슈가 되고 있으니 매출이 궁금해지는 건 당연했다.

정정환은 태연하게 아이스 커피를 마신 뒤 말했다.

“그리 높진 않아요. 3만 원짜리 싱글 패키지 게임이니까요. 경쟁 구도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래도 최고 인기 게임 가장 위에 랭크된 게임이잖아요!”

“스팀 이용객이 얼만데 거기서 최고 인기 게임으로 뽑혔을 정도면……!”

쏟아지는 기대감.

정정환은 잠시 고민하다가 주위를 둘러봤다.

그리고 목소리를 낮춰 말한다.

“……!”

금액을 들은 이들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정정환이 분명히 말했다.

“이게 딱 한 달간의 매출이에요.”

“…….”

침묵.

개발 피디들은 경악한 얼굴로 멍하니 서로를 바라본다. 정정환은 어깨를 으쓱거렸다. 한 피디가 더듬더듬 말했다.

“얼리 액세스가 아니라 바로 정식 출시를 한 이유가 있었네요. 이만큼 매출을 뽑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어서 그랬네!”

“그것보다는 이미 데모 버전을 풀었던 전적이 있잖아요. 넥플 공식 사이트나 우리 아포칼립스 피플 커뮤니티 카페를 통해 온갖 피드백이 쏟아졌어요. 그거 수용하고, 대표님이랑 평가위원분들 피드백 받아서 작업하고 보니 굳이 얼리 액세스로 출시할 필요가 없겠더라고요.”

“그러고 보니 대표님과 최종학 피디님, 박명훈 CP님이 출시 전까지 굉장히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셨죠?”

“특히 박명훈 CP님은 무슨 아포칼립스 피플 직원인 줄 알았어요. 스튜디오에 상주하면서 같이 일하시던데…… 어땠어요?”

이에 대한 대답은 바로 오늘, 게임을 출시한 신규 개발 피디가 해줬다.

“개발 실력이 정말 끝내주는 분들이에요. 아, 이러니까 넥플 3대장이구나. 이런 생각이 들던데요.”

근래에 넥플에 대해 재미있는 별칭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중 하나가 넥플 3대장.

유태연, 최종학, 박명훈.

세 명의 인물을 가리키는 단어였다.

개발력, 리더십, 인성, 사내에서의 권력 등등.

모든 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해서 붙여졌다.

작금에 이르러는 넥플을 대표하는 스타개발자로서, 업계뿐만 아니라 매체에서도 엄청나게 주목을 받고 있었다.

“박명훈 CP님은 라이브 총괄답게 향후 서비스 방안까지 미리 염두에 두시고 기획을 진행하세요. 최종학 피디님은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천재 수준이고 대표님의 디테일은 뭐…… 말 안 해도 다들 알고 계시잖아요?”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

정정환도 그 말에 공감했다.

“아포칼립스 폴리스가 지금 완성도로 출시될 수 있었던 것은 세 분의 도움이 엄청나게 컸어요. 공통점이라면…… 어떻게든 더 재미있는 게임으로 만들어 보려고 계속 고민한다는 점? 만족을 모르세요, 그분들은.”

정정환은 현시점에서 확신할 수 있는 게 있었다.

“우리 챌린지 리그는 대한민국 수많은 인디 개발자들을 위한 등용문이 될 거예요.”

한마디 덧붙였다.

“바로 메이저로 가는 등용문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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