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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한 게임 개발자가 너무 유능함-122화 (122/147)

퇴사한 게임 개발자가 너무 유능함 122화

78. 유태연이 선택한 게임

아포칼립스 피플의 강남 사옥 입주 작업은 빠르게 진행됐다.

넥플은 물론, 업계의 시선이 쏠렸다.

‘대체 어떤 게임이야?’

‘얼마나 대단하기에 유태연 대표가 저렇게까지 하는 거지?’

하지만 궁금증을 유태연 대표를 통해 풀 수는 없는 일이다.

그는 대기업 대표가 아닌가?

그래서 정정환 대표를 비롯한 직원들이 타겟이 됐다.

이전을 마치고 근무를 시작한 첫날.

“안녕하세요. 정정환 대표님. 저 최종학이라고 합니다.”

“전 김수환 피디라고 해요.

“아…….”

이른 아침부터 이름만 들으면 알법한, 정말 유명한 게임의 스타개발자들이 방문했다.

특히 최종학은 대한민국 게임 사상 기록적인 매출의 올린 스타개발자였다.

“아이고, 어떻게 우리 스튜디오에…….”

어쩔 줄을 몰라 하는 정정환.

그런 대표의 모습을 보면서도 아무 생각을 못 하고 그저 놀랍기만 한 직원들이었다.

“커피 한 잔 하시겠습니까?”

사내 카페테리아에 평소 얼굴을 보기 힘든 스타급 개발자들이 모두 모였다.

사실상 넥플 최정예 디렉터 군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

그중에는 홍민석 이영애 부부도 포함되어 있었다.

“게임 좀 보여주세요!”

“보고 싶어요! 부탁드립니다!”

“게임, 게임……!”

하나같이 기세가 어마어마하다!

‘역시 넥플 디렉터들은 달라도 뭔가 달라!’

게임에 대한 열정이 이렇게 굉장할 줄이야!

“스마트폰이 작아서…… 차라리 제가 플레이 영상을 공개해 드리겠습니다. 단, 외부로 유출하시면 안 됩니다. 여기 있는 여러분만 보셔야 합니다.”

고개를 끄덕이는 디렉터들.

정정환은 단체 채팅방을 만들어 자리에 함께한 이들을 초대한 뒤 그곳에 게임 영상 몇 개를 업로드했다.

디렉터들은 다운받은 영상을 진중하게 감상했다.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그래픽.

다양한 장르가 섞여 있는 시스템!

마을도 경영하고, 사건이 터지면 추리를 통해 범인을 잡거나 문제도 해결해 버리고.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시스템이 아니라는 게 좋았다.

마을에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이 있는데 어떤 상황에서도 그들을 보호하고, 호감도 스텟을 최대한 쌓아 자신에게 협조적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

그래야 나중에 어떤 사건을 해결할 때 그들의 도움을 받아 퀘스트를 클리어할 수 있었고 시나리오 진행도 가능했다.

“와…….”

“이거…….”

영상을 모두 감상한 디렉터들이 탄성을 터뜨린다.

“대표님이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알겠네. 이건 이 상태로도 충분히 좋은 게임인데 돈 많이 들여서 메이저 느낌 나게 만들면 더 잘될 게임이에요.”

“제가 생각해도 그래요.”

최종학의 말에 모두 공감했다.

“제대로 잘 만들면 오랫동안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게임이 될 것 같아.”

“나중에 시리즈로 다른 마을에서, 다른 주인공 캐릭터로 벌어지는 일들을 크로스 플랫폼으로 넣으면 굉장히 재미있겠는데요?”

“…….”

정정환은 또 한 번 큰 감동을 받았다.

바깥에서는 비웃음만 당했는데, 지금 여기서는 이름난 최고의 디렉터들이 모두 인정해 주고 있지 않은가?

‘과연 시장으로부터 인정받은 개발자들은 달라도 뭔가 다르구나!’

자신감과 함께, 이 넥플이라는 회사에 급속도로 애정이 생겨난다.

“제가 보기에는…….”

“제 생각에는…….”

그리고 디렉터들은 감상과 함께 순간적으로 떠올린 아이디어들을 제공한다.

그중에는 이미 기획 중이거나, 모종의 이유로 버릴 수밖에 없던 내용도 있었다.

그런데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좋은 아이디어가 더 많았다.

괜히 유태연이 선택한 넥플의 디렉터들이 아닌 것이다.

어느새 카페테리아는 그들을 중심으로 회의실처럼 변모했다.

한발 뒤에서 지켜보던 개발자들은 소곤거렸다.

“아포칼립스 폴리스라고? 저거 진짜 재미있나 본데?”

“저기 우리 AD님이 저렇게까지 흥분할 정도면 진짜 잘 만들었다는 뜻인데…….”

“으. 보고 싶다!”

* * *

아포칼립스 피플 개발자들은 태연으로부터 점심 식사에 초대받았다.

“제가 자주 오는 곳이에요. 가격 부담 갖지 말고 먹고 싶은 거 마음껏 드세요.”

개발자들은 잔뜩 긴장했다.

원래 유명한 사람이었지만 이제는 자신들의 최종 보스가 아닌가?

얼음 왕자를 연상시키는 미모.

꾸준한 운동과 경험치 상승 이벤트로 단련된 육체.

정장이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맵시와 온몸에서 풍기는 묵직한 카리스마 때문에 심장이 떨려 밥이 도무지 안 넘어간다.

그 상황을 눈치챈 태연은 어떻게든 분위기를 풀어주려고 말을 걸었다.

“오늘이 넥플에서의 첫 회사 생활이죠? 소감이 어때요? 무슨 일 없었어요?”

“아, 그, 그게…….”

그나마 태연에게 조금 익숙한 정정환이 더듬더듬 말을 시작한다.

최종학을 비롯한 디렉터들이 방문해서 카페테리아에서 함께 차를 마시며 대화한 일.

말을 하다 보니 그때의 감동과 흥분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제일 놀랐던 게 뭐냐면 대표님이 하셨던 말을 디렉터분들이 똑같이 했다는 거예요. 그제야 비로소 알 수 있었어요. 이 사람들이 유태연 대표님의 무시무시한 칼춤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가 있었구나!”

“칼춤이요?”

“아…….”

그제야 말실수를 인지하고 당황하는 정정환.

반면 직원들은 배를 잡고 폭소를 터뜨렸다.

아무리 그래도 당사자 앞에서 칼춤이라니…….

태연도 피식 웃었다.

“저 그렇게 살벌한 사람 아닙니다. 징계를 당한 사람들은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거죠. 들으시면 깜짝 놀랄 겁니다.”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한다.

사실 이건 경고의 의미이기도 했다.

나쁜 짓을 안 하면 무탈하게 회사 생활 잘할 수 있을 거라는.

그리고 아포칼립스 피플 멤버들은 전원이 세상 물정 잘 모르는 착하고 순수한 개발자들이었다.

그래서 사례를 듣고 오히려 분노를 터뜨렸다.

“그런 일이…… 진짜 못됐네요.”

“아니, 자기들 돈도 아니고 왜 그런 짓거리를 하는 거지? 이건 엄연한 범죄 행윈데…….”

“그런 건 용납하면 안 되죠! 개발자가 게임만 생각해도 시간이 없는데…….”

이 같은 반응을 보고 태연은 생각했다.

‘정정환 대표가 인복이 있군. 아니, 안목이 있다고 해야 하나? 하나같이 능력치도 좋은 사람들이 이렇게 심성까지 착하니…….’

경험이 부족하다지만, 조금만 단련시키면 좋은 디렉터가 될 수 있는 인재들이었다.

‘이런 경우는 실전이 최고지.’

식사가 끝나고, 인근 카페에서 같이 커피를 마시며 말했다.

“개발자 충원 시작하시고 여기 이분들에게 디렉터 한 자리씩 맡겨 보시죠. 제가 보기에는 다들 잘하실 것 같네요.”

“그럴까요? 실력과 재능은 뛰어난 친구들이지만 관리자급으로 일해 본 경험이 없어서…….”

“그건 가르쳐주시면 되죠. 당연히 처음에는 조금 헤맬 겁니다.”

“아무래도 그럴 수밖에 없겠지만…….”

두 사람의 대화를 듣는 직원들은 뇌에 정지라도 온 듯했다.

‘우, 우리가 장급이 된다고?’

‘파트장, 팀장…… 그런 거 말하는 거야?’

‘내, 내가……?’

멘탈이 나가 버린 동료들을 흘끔 보고 정정환이 말했다.

“프로그래머를 제외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던 친구들을 제가 데려다 하나하나 가르친 거라서…… 부족한 점이 정말 많을 겁니다. 제가 다 캐리하기에는 여력이 없을 것 같은데…….”

“그러면 다른 스튜디오의 도움을 받으면 되죠.”

“네?”

태연이 미소 지었다.

“우리 회사에서는 실력과 리더십이 충만한 인재들이 넘쳐납니다. 그들에게 연수 비슷한 것을 받게 하면 금방 감을 잡게 될 겁니다.”

넥플의 명물.

‘관리자 연수’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 * *

태연은 각 스튜디오의 장급들을 모아 놓고 말했다.

“……이런 일이 있으니 한 달 동안 연수 부탁드립니다.”

“……?”

모두의 얼굴에 물음표가 떠올랐다.

아니, 이렇게 갑자기요?

귀찮은데…….

그 기미를 파악한 태연이 진지하게 협박했다.

“허락하신 분에게는 그 한 달 동안 경험치 두 배 이벤트 적용해 드립니다.”

쫑긋!

‘경험치 두 배라는 말은…….’

‘월급 두 배?!’

“연수 종료 이후 평가가 좋으면 세 배.”

탁!

테이블을 내려치며 장급 인력들이 당당히 외친다.

“시켜만 주십시오.”

“하고 싶었습니다.”

“새 관리자급 인력 양성을 위해서라면 이 한 몸을 불태울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여기에 태연은 한 가지 더 딜을 걸었다.

“연수 퀄리티에 따라 마스 게임즈 한 달 동안 파견 보내드립니다. 뉴욕과 켈리포니아. 원하는 곳으로.”

말이 파견이지, 사실상 휴가나 다름없는 기간!

거기다 월급도 상향되는 것이 아닌가?

태연이 사내 장급 인력들에게 추가 지시를 내릴 때 종종 보상으로 거는 것들이어서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의 눈에 불이 켜졌다.

“최고의 프로그램을 짜서 컴펌부터 받고 진행하겠습니다!”

“해보자!”

“으쌰!”

태연은 미소 지었다.

‘내 사전에 대가 없는 추가 지시 사항은 없다.’

* * *

새로 합류한 게임 스튜디오, 아포칼립스 피플에 대한 인터뷰 요청이 쇄도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선택은 정정환 대표님의 몫입니다.”

“음.”

“어떤 선택을 하기든 마케팅, 사업 부서는 전력을 다해 대표님을 서포트하겠습니다.”

“그래도 응해서 요구를 수용해 주는 편이 회사에도 좋죠?”

“아무래도 그렇죠.”

마케팅 팀장이 가져다준 선택지에, 정정환 대표는 진지하게 고민하다 물었다.

“요청이 얼마나 되나요?”

“너무 많아서 중요한…… 정말 꼭 해야 하는 언론사와 기자분 몇몇을 추렸습니다.”

“추린 기준이 뭔가요?”

“영향력이죠. 우리 넥플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언론사도 두 군데 있습니다.”

굉장히 솔직한 대답이 마음에 들었다.

“어디 해보죠.”

“정말 괜찮으신 겁니까? 너무 우리 사정을 생각해 주실 필요는 없는데…….”

“우리 게임을 이렇게 대대적으로 알릴 수 있는 때가 왔는데, 거절할 필요는 없잖아요. 저 사실 이런 거 해보고 싶었어요.”

“그러시다면야…… 아, 아포칼립스 폴리스 말입니다. 저도 플레이해 봤고 대표님으로부터 말씀도 많이 들었는데…… 그래픽과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업그레이드시킬 예정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랬죠.”

“그러면 인터뷰를 어떤 방향으로 진행하실 생각이십니까?”

“솔직히 말씀드려야죠. 기자들을 포함해서 그들이 진짜 알고 싶어 하는 것은 유태연 대표님과 저 사이에 얽힌 ‘스토리’일 테니까요.”

“아…….”

“음, 지금 생각한 건데 이번 인터뷰를 기점으로 데모 버전을 공개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어요. 이런 게임인데, 넥플의 지원으로 이것보다 훨씬 멋지게 바뀔 거다! 그러니 많은 기대 해달라!”

정정환이 씩 웃었다.

“이렇게 하면 더 많은 관심이 쏠리게 되지 않을까요?”

“과연…….”

마케팅 팀장이 감탄하듯 말했다.

“이제 보니 대표님의 간택을 받은 이유가 게임이 아니라 대표님께 있었군요!”

“그런가요? 좋게 평가해 주셔서 고맙지만 저 원래 그렇게 대단한 사람은 아니에요.”

“아니요. 충분히 멋진 마케팅입니다. 과감하고…… 아이디어가 좋네요. 그러면 그렇게 진행해 볼까요?”

“네. 이런 건 잘 모르니 많이 도와주셔야 해요.”

“최선을 다해 서포트하겠습니다.”

마케팅 팀장이 가슴을 쳤다.

“그것을 위해 오늘 이 자리에 있는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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