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한 게임 개발자가 너무 유능함 117화
74. 유태연이라는 남자
유태연과의 만남을 끝마친 대통령은 두 장관들과 잠시 대화 시간을 가졌다.
“처음 유태연 대표에 대한 보고를 받고 이게 사실인가, 눈을 의심했어요. 넥플에서 짧은 시간 이룬 성과들이 하나같이 굉장했으니까요.”
“저도 같은 기분입니다.”
“저 역시 처음 보고를 받았을 때 무슨 소설 속 주인공 설정을 가져온 줄 알았지요.”
두 장관이 공감했다.
재계 서열 15위였던 넥플을 단숨에 10위권에 진입시킨 저력!
그런데 정말 대단한 것은 그게 전부가 아니다.
“그런 실적을 내면서 회사에서 근무하는 수많은 직원들로부터 엄청난 지지를 받고 있더군요. 실리와 인망을 동시에 챙기는 게 정말 쉽지 않은 일인데…….”
고용노동부 장관이 말했다.
“간담회 때 유태연 대표가 이런 말을 했었죠. 자신이 하는 모든 일들은 그저 게임을 즐겁게 만들기 위함이라고.”
“아……!”
“음!”
탄성을 터뜨리는 대통령과 문화체육부 장관.
고용노동부 장관은 흔들림 없이 굳건했던, 유태연의 눈동자를 떠올리며 말을 계속했다.
“그런 자리에서 단 한 번의 동요가 없었어요. 그런 자리에서는 제아무리 대기업 오너라도 긴장하게 마련인데 말이죠.”
“여기서도 그러더군요. 저와 처음 만나 대화하는 내내 긴장감이라든지, 그런 걸 전혀 드러내지 않았어요. 아무튼…….”
대통령이 묻고 싶은 말은 이거였다.
“머큐리 게임즈에서 유태연 대표를 영입하려 했다던데, 그게 사실입니까?”
“일단 미국에서 돌고 있는 정보는 그렇습니다. 실력에 반해서 엄청난 조건을 걸고 제안을 했는데 거절당했다고 하더군요. 현지에서도 놀라는 분위기랍니다.”
“음…….”
“그래도 영입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마스 게임즈의 존재가 그 증거입니다.”
“넥플과 머큐리 게임즈 합작 회사지요?”
“네. 현재 여기에서 넥플에서 개발해서 미국에서 수출한 게임의 운영을 전담하고 있다더군요.”
문화체육부 장관은 자신이 파악한 마스 게임즈에 대해 설명했다.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미국에서 게임 개발 전문 인력 육성 계획을 추진 중입니다.”
“게임 아카데미 같은 건가요?”
“같으면서도 조금 다릅니다. 제가 파악해 보기로는 단순 학원 개념을 벗어나 자사의 개발 전문 인력을 육성하기 위한 초석으로 보여집니다.”
“서성그룹의 사내 대학교 같은 개념으로 보면 되는 걸까요?”
“그렇게 보셔도 될 것 같습니다.”
대통령은 탄성을 터뜨렸다.
서성전자공과대학교.
대한민국 재계 순위 1위인 서성그룹의 사내 대학으로, 서성그룹의 핵심 기술 연구를 위해 설립된 곳이다.
입학과 졸업이 굉장히 어렵기로 유명하지만 그만큼 높은 대우를 받는다.
“혜안이 깊은 사람이군요. 추진력도 굉장하고요. 그러면, 국내에서도 그 교육 기관을 런칭할 계획이 있을까요?”
“아직 확실한 건 알 수 없지만…… 제가 보기에는 그 역시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까 물어볼 걸 그랬네요. 아무튼, 차후 국내 게임 업계가 유태연 대표를 중심으로 성장, 발전하리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로 보여지네요.”
“그 능력이 관광 사업에서도 발휘된다면 주도 분야가 엄청나게 확대되겠지요.”
“아주 긍정적인 일입니다. 거기에 심성이 맑고 굳은 듯 보이니 더할 나위 없이 기분 좋아요.”
“자신이 받아야 할 인센티브를 모두 쪼개 고생한 부하 직원들에게 나눠준다고 합니다.”
“이익을 공평하게 공유한다는 것은 말이 쉽지 막상 실천은 어려운 일이죠. 이익이 크면 클수록 더욱더 그렇고요.”
“맞습니다. 심지가 굉장히 올곧은 사람임은 확실합니다.”
“그래서 말인데…… 유 대표를 국가 차원에서 도울 일이 있을까요?”
“어, 으음…….”
문화체육부 장관이 고용노동부 장관을 슬쩍 쳐다본다. 난감해서 대답을 떠넘기는 것이다.
고용노동부 장관은 어이가 없어서 속으로 픽 웃으며 말했다.
“방금 전 유태연 대표가 당부했던 부분만 잘 처리해 줘도 충분할 것 같습니다. 그 외에는 딱히 정부가 나서서 거들어 줄 일은 없습니다. 그래서도 안 되고요.”
“음.”
아쉬운 듯 고개를 끄덕이는 대통령.
그리고 문화체육부 장관을 보며 묻는다.
“국감 시작되면 여론으로부터 한소리 좀 들을 것 같은데, 괜찮겠어요?”
게임물관리위원회 이슈에 대한 내용이다.
국감 소환이 결정된 것이다.
문화체육부 장관이 한숨을 내쉬었다.
“뭐…… 어쩌겠습니까? 어쨌든 제 소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니 감당해야죠.”
“조치 제대로 하세요. 절대 봐주지 말고.”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문화체육부 장관의 음성에 힘이 실렸다.
“절대 뒷말 나오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 * *
국정감사에 소환된 게임물관리위원회는 맹렬한 공격을 당했다.
-용역 업체가 배상 요구 금지 각서를 요구했고 이에 응해줬던 건에 대해서 말인데요. 지난 경찰 조사 때 협회는 피해 사실이 없다고 증언을 했고,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난 전적이 있었죠?
-그렇죠.
-그런데 제가 다른 의원들과 함께 가서 직접 확인해 본 바로는 프로그램이 뷰어 기능 말고 작동되는 게 없었거든요?
-그건 완성 단계가 아니었습니다.
-최초 계획, 감사 보고에 따르면 그게 분명 완성 단계였는데요?
-원래 모든 일이라는 게 예기치 못한 상황 탓에 예정대로 풀리지 않고 그러지 않습니까? 이 역시…….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여아를 가리지 않고 모든 의문 사항을 거론하며 미친 듯이 때려댄다.
처음에는 뻔뻔한 태도로 일관하던 전문위원들의 표정이 갈수록 일그러졌다.
-그리고 또 하나, 샘물 이야기2 라는 게임을 ‘전체 이용가’로 등급 분류하셨네요? 지금 이 게임 때문에 난리던데요. 누가 봐도 불법 사행성 도박 게임이라고…….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사행성으로 2번이나 등급 분류를 거부했는데 업체 측에서 지적을 모두 수용했기 때문에…….
-예전에 부루마블 모바일 게임은 사행성 이유로 청소년 이용 불가 판정을 내리지 않았습니까?
-…….
-그리고 제가 샘물 이야기2. 그 게임 해보니 불법 사행성 도박 게임 맞던데요? 저뿐만 아니라 모든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불법이라 말하고 있는데…… 이건 또 무슨 경우입니까?
-…….
처참하게 깨지고 박살 나는 광경에 인터넷 생중계를 지켜보던 유저들이 환호성을 터뜨렸다.
자신들이 그동안 따지고 싶었던 부분들이 모두 수용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속 시원하다!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이 모두 나오고 있네. 이게 웬일이냐? 그냥저냥 대충 넘길 줄 알았더니…….
방송을 지켜보던 태연은 하얗게 질린 얼굴의 중년 사내를 보며 중얼거렸다.
‘역시 별거 없군.’
방송을 끄고 일어서서 기지개를 켠다. 그리고 창밖, 강남의 풍경을 바라본다.
‘끝났다.’
모든 것은 순리대로 흐르리라.
‘아무래도 대통령님과 두 분 장관들이 나를 좋게 봐준 모양이야.’
이 문제가 해피엔딩으로 끝난다고 넥플에 이익될 일은 없다. 사실 그런 걸 바라고 총대를 멘 것도 아니었다.
그저 한 사람의 유저로서, 권익이 부당하게 침해되는 현장을 참지 못해 나선 것뿐이다.
‘과거와 달리, 지금의 나에게는 어느 정도 힘이 있으니 충분히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지.’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상관없다.
게이머로서 침해당한 권익을 다시 인정받은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으니까.
태연은 다시 앉아 업무를 시작했다.
집무실 분위기는 여느 때처럼 평온했다.
* * *
[게임물 관리 위원회 해체. 비위 정황 드러나…….]
[게임 산업 진흥 법률 대대적으로 수정한다! 셧다운 제도 사라지나……?]
[대한민국 유저들의 단합력이 힘을 발하다!]
게임 커뮤니티는 축제 분위기가 펼쳐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와 상관없이 넥플은 점점 가까워지는 거대 행사들을 앞두고 숨 가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일산 컨벤션 센터에서 엘크로스 Re 페스티벌이 개최됐다.
전 세계 수많은 게이머들이 모여들었고 열광 속에 각종 행사와 PVP 대회 본선이 진행됐다.
전 세계에서 모여든 본선 진출자들은 열과 성을 다해 대회에 임했다. 캐스터들은 목이 터져라 부르짖는다. 명장면들이 쉴 새 없이 연출되니 관객들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정신없이 몰입한다.
언젠가 나도 저 무대에 서고 싶다는 마음을 키우며.
세계적인 게임 스트리머, 골드 파인애플은 명성에 걸맞는 실력을 뽐냈다.
그는 개인, 단체전에 모두 출연했다.
개인전에서는 압도적인 실력으로 순식간에 결승까지 올랐지만 단체전에서는 팀원간 밸런스 붕괴로 아쉬운 패배를 경험해야 했다.
팀전에서는 아무리 한 명이 뛰어나고 팀워크가 잘 안 맞으면 패배할 수밖에 없는 법이고, 엘크로스 Re는 기본에 충실하게 설계된 게임이었다.
이번 엘크로스 Re 페스티벌은 대회만 열리는 게 아니다.
각종 행사도 진행됐다.
코스프레 대회가 열렸고, 업데이트 내역 발표와 함께 개발이 진행 중인 각종 앤드 콘텐츠들을 체험할 수 있는 존도 마련되었다.
가장 주목을 받은 것은 엘크로스 Re 콘솔 버전.
아직 정식 출시가 가능한 수준은 아닌 테스트 빌드였다.
그런데 퀄리티가 범상치 않았다.
버전 업한 최신 에픽 엔진의 모든 기능을 활용했고, 근래에 출시된 최고 사양의 그래픽 카드 및 하드웨어 기술을 모두 적용하여 AAA급 퀄리티로 구현했다.
금속 재질의 오브젝트는 빛의 반사 정도에 따라 서로 다른 광질을 구현하고, 다채로운 기상 변화에 플레이 방식이 크게 영향받는다.
가장 압도적인 것은 조작감!
입력에 대한 반응 속도가 굉장히 빠르고, 이펙트, 애니메이션 등등……. 모든 것들이 현재 서비스 버전보다 훨씬 업그레이드된 것이다.
“세상에…… 무슨 이런 게임을 만들어놨어?”
“이 회사는 뭐하는 회사야?”
“이거 장난 아닌데? 퀄리티가 굉장하잖아?!”
게임을 플레이해 본 유저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만큼 뛰어난 퀄리티였다.
사실상 다른 게임이라 볼 수 있었던 것이다.
체험 버전을 플레이해 본 입장객들이 급히 도우미에게 몰려가서 물었다.
“저 콘솔 버전은 대체 언제 출시되는 건가요?”
“최소한 2년은 기다리셔야 합니다.”
“아니, 그렇게 오래 기다려야 한다고요?”
“플레이 해보셨으면 아시겠지만 엔진도 다르고 적용되는 리소스의 양이나 질, 적용한 기술의 수준부터가 다르거든요.”
“그건 그렇지만 아무리 그래도 3년은 너무 긴데…….”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불만.
행사에 도우미로 참여한 엘크로스 개발자는 당당히 말했다.
“심혈을 기울여 최대한 멋진 게임을 선보여 드리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입니다.”
이목이 집중된다.
개발자는 자부심을 가지고 씩씩하게 대답했다.
“기다려 주시면 저거보다 훨씬 더 멋진 게임으로 보답해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