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퇴사한 게임 개발자가 너무 유능함-111화 (111/147)

퇴사한 게임 개발자가 너무 유능함 111화

69. 마스 게임즈(2)

모바일 게임. 정령사 키우기 개발팀에 최종학, 성태희 커플이 합류했다.

“아니, 이런 걸 만들고 있었으면서도 나에게 아무 말도 안 했단 말이야?”

게임의 실체를 확인한 최종학이 크게 놀랐다.

“괜찮아 보이냐?”

“괜찮은 정도가 아니라 이건…….”

최종학이 게임 화면을 보고 침을 꿀꺽 삼켰다.

“대박인데?”

“이를테면 어떤 점이……?”

“귀엽고 종류도 굉장히 다양한 정령과 교감하고 수집한다. 일단 이것만으로도 콘텐츠가 끊길 일이 없어. 수집과 교감은 정말 거대한 카테고리야. 그동안 왕도로 여겨질 만큼 많은 성공 공식을 만들어낸 주제이기도 하고. 이를테면 음악의 머니 코드 같은 거지.”

“음.”

태연을 포함한 개발진 모두 최종학의 말에 귀 기울였다.

모바일에 한해, 이 중 최고의 권위자가 바로 최종학이었으니까.

“물론 아쉬운 것도 보여. 이를테면 호감도. 이거 내가 보기에는 교감 카테고리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해줄 중요한 시스템인데 폼이 너무 작아. 이걸 최대한 풍성하게 키워야 해.”

“이유는?”

“그래야 정령이라는 캐릭터에게 ‘생명력’을 듬뿍 불어넣을 수가 있어. 이를테면 연애 시뮬레이션에서 반드시 공략해야 할 이성 캐릭터의 존재처럼 만들어야 한다는 거야.”

“그러면 폼이 너무 커질 텐데…….”

“뭐가 걱정이야? 외주 쓰면 되는데.”

“음…….”

“그리고 당장 다 해야 한다는 건 아니지. 앞으로 이런 식으로 세계관이 확장될 예정이라는 것을 유저들에게 인식시켜 주는 게 중요하니까. 그게 바로 기대감이라는 녀석이라고. 이 게임을 해야 하는 당위성을 부여해 주는 거야. 내가 원하는 정령을 수집하겠다. 이게 아니라 그 정령의 마음을 얻고야 말겠다! 이런 방향으로 가도록 해야지.”

이어지는 이야기를 들으며 사람들은 감탄했다.

태연을 포함해서.

‘모바일 한정으로 내 역량을 넘어섰구나.’

자신이 가르쳤거나 함께 일했던 수많은 게임 개발자들 중에서도 최종학은 단연 특별한 존재였다.

마음이 가장 잘 통하는 개발 동료였고, 자신의 모든 것을…… 그야말로 남김없이 싹싹 긁어간 수제자였다.

매출 6,000억 대박은 단순히 운만 좋아서 달성 가능한 기록이 아니었다.

“정령들과의 연애 시뮬레이션 느낌으로 가야 해. 그 부분에 많은 힘을 쏟아야 이 정령의 마음을 얻어 계약을 하게 되었을 때 쾌감도 커지는 법이라고.”

“과연…….”

“듣고 보니 그렇네.”

김윤아조차도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하고 있었다.

태연이 말했다.

“좋아. 오늘부터 네가 기획팀장이다.”

“응?”

“지금 말한 대로 살을 붙여서 보기 좋게 만들어봐. 그리고 그 구축 과정을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해시켜줘. 네가 머릿속에 그린 그림을 확실히 볼 수 있도록.”

그리고 주위를 둘러본다.

“이제부터 업무는 영어로 진행합시다. 윤아도 문제없지?”

“응! 나 영어 잘해!”

그냥 잘하는 게 아니라 현지인 수준으로 구사한다.

어려서부터 훈련이니 대회니, 온갖 이유로 해외에서 살다시피 해온 덕분이다.

“기획서, 프레젠테이션을 영어로 해야겠지?”

태연의 의도를 눈치챈 최종학과 성태희가 속으로 탄성을 터뜨렸다.

* * *

미국에서 마스 게임즈의 소문은 빠르게 퍼지고 있었다.

-머큐리 게임즈 게임 서비스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는 것 같지? 엘크로스 쪽 일 처리는 진짜 마음에 들고 운영도 안정적인데 다른 게임은 여전히 엉망이더군

└회사가 달라서 그래. 엘크로스는 마스 게임즈에서 전담하고 있어.

└거긴 또 뭐하는 데야?

└한국의 넥플이란 회사하고 머큐리 게임즈의 합작 회사. 앞으로 유태연 디렉터가 만든 게임들은 그곳을 통해 따로 서비스될 예정이라더군.

└오…… 그런데 그런 게 어디에 나와 있어? 기사 링크 좀…….

└홈페이지 있으니 확인해 봐.

머큐리 게임즈는 규모와 어울리지 않은 극악의 게임 운영과 불친절한 서비스 응대로 악명이 높았다.

엘크로스의 북미 팬들은 처음 머큐리 게임즈에서 이 게임을 운영한다는 말에 질겁했다. 그런데 막상 서비스가 되니 알던 것과 너무나 달랐다.

그런데 아예 다른 회사에서 운영을 전담하고 있단다.

마스 게임즈.

넥플과 머큐리 게임즈의 합작 회사이며, 넥플의 대표이사이자 엘크로스의 프로듀서인 유태연이 설립한 회사였다.

두 회사의 굳건한 동맹의 상징!

운영 실력이 탁월하고 회사 문화가 굉장히 좋다는 이야기가 퍼지자 세계 각국에서 방문, 혹은 컨설팅 요청이 쏟아졌다.

세상에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어도 기술과 노하우가 없어서 그러지 못하는 게임 회사도 많았다.

‘마스 게임즈가 기대 이상으로 성장하겠군.’

한국 넥플에서 아무리 서비스를 잘해봐야 타국에 소문이 퍼지고 컨설팅 요청 등의 제안이 쏟아질 일은 없었다.

미국이니까. 머큐리 게임즈와 연결된 회사니까. 미국 본토에서 크게 성공 중인 엘크로스를 서비스하고 있는 곳이니까.

‘이래서 다들 미국에 진출하고 성공하고 싶어서 안달하는 거였어.’

머리로는 이미 알고 있었다.

직접 체감하는 건 차원이 달랐다.

‘게임 운영 전담 및 컨설팅 파트를 만들어 사업 확장에 전념하는 것도 좋겠지.’

그동안 노하우로 쌓은 운영 커리큘럼을 정리하고 완성, 아카데미를 만들어 교육해 주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리고 결국 그렇게 하다 보면 운영뿐만 아니라 게임 개발 교육 전체를 책임지는 아카데미로 확장될 것이다.

‘노하우를 뿌리기만 하는 건 한계가 있어.’

체계적인 인재 육성 시스템을 만들어 몸에 깊숙이 때려 받아야만 한다.

‘마스 게임즈는 세계 제일의 게임 아카데미가 될 수도 있다.’

자신만의 힘이라면 불가능하지만 넥플과 머큐리.

‘그리고 내 동료들이 함께라면 가능하지.’

결국 중요한 건 인력인데, 태연이 뽑아 곁에 두고 있는 동료들은 하나같이 최고의 실력자들이다.

‘상태창 능력이 있으면 최고의 인재들을 뽑을 수 있어.’

좋은 교사가 좋은 학생을 육성할 수 있는 법.

학생을 가려 받을 수는 없지만 교사는 철저히 검증된 사람만이 할 수 있다. 상태창이 그 시간과 수고를 크게 줄여줄 것이다.

“…….”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던 태연이 씩 웃었다.

‘그렇게 되면 참 재미있겠군.’

* * *

물이 들어올 때 최선을 다해 노를 저어야 한다.

엘크로스 Re의 유례없는 흥행에 넥플은 마케팅에 전력을 다했다.

해외 퍼블리셔들도 마찬가지.

이미 북미 지역에 런칭한 머큐리 게임즈는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돈을 쏟아부어 엘크로스 Re를 알리고 있는 중이었다.

-새로운 세계로 진입하라!

-또 다른 세상에서 즐기는 최고의 스타일리쉬 액션 MMORPG!

심지어 지상파 TV 광고에도 나오더라.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다.

-타임스 스퀘어 전광판과 슈퍼볼 광고를 살 예정입니다.

머큐리 게임즈 부사장이 엄청난 발언을 했다.

‘슈퍼볼 광고만 우리나라 돈으로 수백억은 필요할 텐데…….’

이렇게까지 한다고?

이해할 수 없어서 물었다.

“너무 과한 거 아닙니까?”

-천만에.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지금 머큐리 게임즈 수익이 굉장한데 중요한 건 이게 시작일 뿐이라는 겁니다.

그는 잔뜩 격양되어 있었다.

-타임스 스퀘어, 슈퍼볼 광고를 통헤 전 세계에 알릴 예정입니다. 최고의 MMORPG 게임이 바로 여기에 있다는 것을!

“…….”

-저 혼자 충동적으로 저지른 게 아니라 내부 싱크탱크들과 차고 넘칠 정도의 논의 끝에 결정한 내용입니다.

“아…….”

-엘크로스 Re는 지금보다 훨씬 더 거대해질 겁니다.

북미 지역의 국민 게임으로 만들겠다는 각오를 듣고 태연은 생각했다.

‘미국 사람들이 확실히 베포가 남달라.’

어쩌면 저게 맞고 내가 지나치게 현실적인 게 아닐지…… 태연은 그런 생각을 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노를 젓는 것은 최종학 역시 마찬가지였다.

“다음 달에 판데모니움 전사 테스트 진행하는 거 알죠? 과거에 시범 운영을 했던 적이 있긴 한데 그 기억은 잊고 새로운 마음으로 임하세요. 내용도 그렇고 일단 그래픽부터가 완전히 달라졌잖아요.”

판데모니움의 새 디렉터, 최종학은 개발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내부 주요 인력을 모아 놓고 말했다.

“지금 회사 분위기가 굉장히 좋은 거 알죠? 지나치게 서둘러서는 안 되겠지만 이 시류에 탑승하려면 개발 속도를 올릴 필요가 있어요.”

모두 공감하듯 고개를 끄덕인다.

한설아 AD가 말했다.

“시기는 굉장히 중요하죠. 그 어떤 잘 만들어진 게임이라도 시기를 잘못 타면 완전히 망해 버리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바로 그거에요. 지금 시운이 우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어요. 정확히는 태연이 형…… 이 아니라 대표님이 그렇게 만들어놨죠.”

엘크로스 Re의 흥행 가도만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아틀란시아 대변혁 프로젝트!

그 이전에 어메이징 레이싱 등등.

잘못된 길에서 헤매던 게임들을 원상복귀 시켜 놓은 일을 기점으로 유저들의 깊은 신뢰와 인지도를 얻고 있었다.

이 같은 상황이 언제까지 계속 이어질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니 좋은 시기에 빨리 신작을 발매해야 한다.

“다음 주에 광고 영상 나오면 내부 시연회 후 본격적으로 마케팅 시작할 예정이에요. 각 팀 담당자들은 미리 프레젠테이션 준비해 두세요.”

최종학이 깜짝 놀랄 이야기를 했다.

“판데모니움 프레젠테이션은 꽤나 거하게 진행할 예정인가 보더라고요.”

* * *

넥플 마케팅 팀장이 회의 때 제안했다.

“대표님. 애플 밴치마킹 할 의도였다면 제대로 하시죠. 아예 장소를 잡아 사람들을 초청해서 발표회를 열도록 하는 게 어떨까요?”

비단 판데모니움에 대한 이야기만이 아니었다.

현재 넥플에는 출시일, 혹은 대규모 업데이트를 앞두고 있는 게임이 상당히 많았다.

“애플이 매년 신제품들을 발표하듯, 우리도 발표회를 열어서 게임을 공개하고 그 게임들을 체험해 보고 굿즈도 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도록 하시죠.”

그의 눈빛과 목소리에 확신이 가득했다.

“이제 우리는 그렇게 해도 됩니다.”

“……!”

회의실에 둘러앉은 이들이 소리 없이 전율했다.

그중에서 특이 유진성 회장과 두 이사는 격동을 감추지 못하고 드러냈다.

“이것을 도약의 기회로 삼을 수 있습니다. 아니, 그렇게 해야 합니다!”

설렘 가득한 시선이 태연에게 쏟아졌다.

고민 끝에, 태연은 담담하게 말했다.

“추진해 보시죠.”

신작 런칭, 혹은 대규모 업데이트를 준비하던 넥플 피디들에게 공문이 전달됐다.

-넥플 발표회를 준비할 것.

자세한 기획이 첨부되어 있었다.

피디들은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기회가 왔다.’

흐름을 읽지 못할 정도로 무능한 피디는 현재 넥플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미 엉뚱한 짓을 저지른 대가로 잘려 나가거나 경찰에 고발되었기 때문이었다.

마지막에 대표의 직인이 찍혀 있었다.

넥플을 뿌리부터 바꿔 버린 사내.

-대표이사. 유태연

고민 중인 게 아니라 실행하기로 작정했다는 뜻이다.

넥플 시계가 빨리 돌아가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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