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퇴사한 게임 개발자가 너무 유능함-106화 (106/147)

퇴사한 게임 개발자가 너무 유능함 106화

67. 해외 런칭(7)

그동안 단점으로 지적되어 왔던 운영이 좋아졌다!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내가 알던 머큐리 게임즈가 아닌데?

-피드백이 굉장히 빨라졌음. 특유의 불만 있으면 네가 때려치우던가. 식의 대응도 찾아볼 수가 없음.

-운영자들이 다들 친절하고 성실하던데……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곧 그 이유가 알려졌다.

넥플과 머큐리 게임즈가 공동 회사를 설립하고, 엘크로스 Re 운영팀을 정식 직원으로 채용했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 최대의 커뮤니티, 엘크로스 Re 쓰레드를 통해 알려졌다.

-최근 엘크로스 Re 운영에 대해 칭찬이 많던데, 일원으로서 뿌듯하다. 궁금한 거 있으면 물어봐. 답변해 줄게.

운영자 인증샷과 함께 올라온 게시물.

무수히 많은 질문과 답변이 달리기 시작했다.

-인증샷에서 카드키 보니 머큐리 게임즈가 아니라 Mars 게임즈던데, 혹시 외주 회사야?

└그게 아니라 넥플 디렉터의 제안으로 머큐리 게임즈와 공동으로 설립된 회사임. 엘크로스 Re 북미 운영팀은 모두 이 회사 소속이 될 예정.

마스(Mars) 게임즈 직원임을 인증한 유저에 의해 많은 사실이 밝혀졌다.

태연의 제안으로 엘크로스 Re 운영, 서비스를 위한 협업 회사가 설립되었다는 것.

앞으로 넥플이 만들고 서비스할 게임에 대해서는 이 회사가 따로 특별 관리를 한다는 점.

-가장 놀랐던 점이 뭐냐면 이 회사는 운영자 역시 개발자로 대우해 준다는 거야. 운영 역시 온라인 게임 서비스의 중요한 구성으로 인정해 준 거지. 덕분에 연봉도 높고 복지도 굉장히 좋아.

한 달에 한 번씩 운영 능력 향상을 위한 특별 세미나도 열린다. 신청자들에 한해 기획, 프로그래밍, 아트를 배우고 성적이 좋으면 전환배치도 가능하다!

-더 놀라운 건 이게 끝이 아니라는 거야. 기숙사, 구내식당, 통학 버스…… 여러 가지를 제공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더라.

누군가 말했다.

-운영자들을 위한 천국인데?

마스 게임즈에 대한 소문이 순식간에 퍼져 나갔다.

불을 지른 직원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게임 운영자라는 직업에 자부심을 갖고 평생 직업으로 삼고 싶은 사람은 우리 회사에 지원해. 입사가 좀 까다로워서 그렇지 일단 합격하기만 하면 신세계를 경험할 수 있을 테니까!

* * *

[엘크로스 Re 북미 매출 대박!]

[유럽, 중·남미, 동아시아 서비스 준비에 청신호!]

[유태연 디렉터. 현지화 퀄리티 보장을 위해 시스템 구축에 신경을 쏟고 있다. 서비스를 기다리는 유저들은 조금만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 달라. 당부.]

금의환향이었다.

“대표님이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태연이 회사에 몸을 드러내자 회사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태연이 해낸 일은 엘크로스 Re의 흥행이 전부가 아니었다. 애매한 성적으로 해외 진출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던 게임들의 퍼블리싱 계약과 지원을 따낸 것이다.

그리고 그 운영은 한미 합작 회사, 마스 게임즈를 통해 이뤄질 예정이다.

물론 모든 게임이 계약된 게 아니고, 오랜 서비스를 통해 충분한 인지도를 쌓아온 인기 게임들에 한한 일이지만 그것도 굉장한 일이다.

그 누구도 해내지 못한 일을 불과 몇 달 만에 이뤄낸 것이니.

넥플의 주가는 대기권을 돌파해 우주로 치솟을 기세였다.

우리 사주를 묵혀두고 있던 직원들, 넥플이 보이는 새로운 가능성에 전 재산을 투자한 직원들.

이 두 부류는 유태연을 신처럼 받아들어 모시는 중이다.

“유태연! 유태연!”

가는 길마다 울려 퍼지는 콜에 태연조차도 민망해 할 수밖에 없었다. 뭐라고 할 수도 없고…… 걸음을 빨리 옮기는 모습에 사람들은 웃음과 환호를 터뜨렸다.

“우리 태연이 왔구나!”

“유 대표! 고생 많았어!”

임원 회의.

유진성 회장을 비롯한 두 이사가 격렬히 반겨줬다.

그야말로 엄청난 전공을 세우고 귀환한 역전의 용사가 아닌가?

넥플의 주가뿐만 아니라 이름값까지 나날이 치솟는 상황이다. 태연이 예쁘게 보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뜨거운 포옹으로 맞아 준 유진성 회장이 말했다.

“끝나고 따로 이야기 좀 하자. 일단 업무 보고 진행해라.”

“네.”

지면으로 보고 받는 것과 당사자를 통해 실제로 이야기를 듣는 것은 큰 차이가 있었다.

“그래서 그때…….”

회의실의 임원들은 마치 모험담을 듣는 기분이었다.

나오는 내용 하나하나가 범상치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정작 유진성 회장의 표정은 굉장히 오묘했다.

회의 시작 때만 하더라도 재롱부리는 귀여운 자식을 바라보는 표정이었다면, 지금은 분노와 질투심, 초조함으로 가득하다.

그 이유를 알고 있는 두 이사만이 조용히 웃을 뿐이었다.

“……여기까지입니다.”

보고가 끝나자 박수가 터져 나온다.

“질문받겠습니다.”

몇 번의 문답 후 회의가 끝났다.

유진성 회장이 굳은 얼굴로 말했다.

“나랑 이야기 좀 하자.”

“너 솔직히 말해. 거기서 무슨 제안 받았어?”

“……?”

“널 가만 놔뒀을 리가 없어! 나 모르게 무슨 제안 받고 승낙하고…… 그랬던 거 아니야?”

태연은 옆자리에 앉아 있는 두 이사에게 물었다.

“회장님 또 왜 이러는 겁니까?”

“의심병 도진 거지 뭐.”

“난 무슨 조울증에라도 걸리신 줄 알았어. 네 활약 보고 받고 기뻐하다가 갑자기 우울해하더니 신경질 부리고…… 난리도 아니었어.”

유진성 회장이 버럭 소리쳤다.

“이 자식들이…… 마! 내가 언제 그랬어?”

“그랬죠.”

“그러셨습니다.”

“익……!”

단호한 대답에 말문이 막힌 유진성 회장.

총구를 태연에게 돌린다.

“빨리 대답해 봐! 너 가서 이상한 제안 받고 수락한 거 아니지?”

초조함이 가득하다.

태연은 한숨을 내쉬었다.

“뭐, 세계적인 재벌로 만들어줄 테니 미국으로 귀화하라는 제안을 듣긴 했습니다.”

“내가 그럴 줄 알았어!”

테이블을 두드리며 박차고 일어서는 유진성 회장.

“들었지? 내가 이럴 줄 알았다니까! 저런 놈 가만 놔두면 그게 병신이지”

흉흉한 얼굴로 캐묻기 시작했다.

“그래서, 뭐라고 대답했어? 자세히 좀 말해봐!”

“진지하게 고민해 보겠다…….”

“뭐 인마? 고민? 무슨 고민?! 너 진짜 이럴래?”

“…….”

“나 뒷목 잡고 눕는 꼴 보고 싶어?!”

“……는 말은 하지 않았고 그냥 거절했습니다?”

“뭐, 뭐?”

“전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그런 건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내가 관심사는 아니다. 난 한국이 좋다.”

“…….”

유진성 회장은 말문이 막혔고 따뜻한 커피를 들이켜던 두 이사는 소리 죽여 웃었다.

태연은 커피의 향을 음미하며 말했다.

“역시 한국 커피가 맛있군요. 미국은 물이 달라서 그런지 커피맛도 영…….”

“이 자식이…… 감히 날 가지고 장난을 쳐? 너 나 드러눕는 꼴 보고 싶어서 수작 부리냐? 그런 거야?!”

“그나저나 이태영 이사님. 마스 게임즈 한국 지부와 대표 선임 문제로 대화를 좀 해야 할 것 같은데…….”

“오, 그래. 안 그래도 그 문제로 미팅 좀 해야 하는데…….”

“자식들아! 나 무시하지 말라고! 내가 회장이야! 회장!”

길길이 날뛰는 유진성 회장을 뒷방 노망난 노인 취급하며 대화하는 두 사람.

‘참 신기한 광경이란 말이지.’

손영상 이사는 눈앞에 펼쳐진 꽁트같은 광경에 눈을 떼지 못했다.

* * *

넥플 본사, 강남 사옥 앞에 커피차가 도착했다.

“저게 뭐야?”

“누가 보낸 거야?”

[유태연 대표님을 응원합니다!]

[넥플 여러분. 함께 갑시다! - 넥플 주주 일동!]

“아, 주주들이…… 응? 주주?”

“주주 카페도 있었어?”

“몰랐어요? 넥플 주주 카페 엄청 큰데. 저도 가입되어 있는 곳이에요.”

“그래? 너도 주주니까 가입해야겠네.”

한편 맞은편에 위치한 네로 소프트 사옥의 분위기는 완전히 달랐다.

아침부터 왠 트럭이 사옥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전광판에 다음과 같은 문구가 써 있었다.

[유저를 개돼지로 아는 네로 소프트 개발진은 각성하라!]

“저긴 또 저러네. 한동안 잠잠하더니…… 이번에는 또 무슨 일이야?”

“특정 뮤튜버들에게 광고료 지급하고 프로모션 한 것 때문에 저러는 거예요.”

“그게 무슨 소리야?”

“유명 게임 뮤튜버들이 프로모션으로 광고료 받고 이를 게임에 재투자하면 일반 유저와 비교해서 훨씬 유리해지잖아요. 그게 불공정하다고 시위하는 거죠.”

“아…….”

“솔직히 서비스한 지도 오래된 게임이 저런 프로모션하는 것 자체가 이해가 안 가는 일이에요. 내 돈 들여서 게임에 투자하는 일반 유저 입장에서는 호구 된 기분이 들지 않겠어요?”

“그렇지. 그건 문제 있지.”

누군가는 무심하게 한마디를 던진다.

“요즘 넥플 말고 제대로 된 게임 회사가 없어.”

그리고 앞에 있는 사옥 입구를 보며 중얼거린다.

“우리 회사 포함해서 말이지.”

그 시야에 넷펀즈라는 사명이 큼직하게 각인되어 있었다.

* * *

모바일 게임으로 승승장구하던 넷펀즈가 언제부터인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내놓는 신작 게임은처참하게 망했고 M&A를 통해 신작 발매 역시 실패했다.

연이은 실적 악화의 원인으로 제기된 것은 김준환 대표이사의 무능!

사실 신작 게임이 실패하는 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모두 성공해서 좋은 실적을 내주면 좋겠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그 정도는 감안할 수 있었다.

하나만 크게 성공하면 모든 실패가 커버될 수 있으니까.

문제가 된 부분은 연이은 대규모 M&A의 실패였다.

알고 보니 친분에 의한 ‘챙겨주기’였다 카더라.

실제 지분을 인수하고 투자한 회사의 대표들이 카이스트 선후배 관계였다는 것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점점 의혹사항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중에는 실제로 밝혀진 것도 몇 개 있었다.

이런 상황에 들려온 넥플의 승승장구 소식. 주주, 게이머들의 커피 트럭 배달 등의 훈훈한 미덤 거리들은 회사 분위기를 극도로 악화시켰다.

“준환이 그 자식 잘라야겠어.”

넷펀즈 창업자, 정석환 의장이 마침내 칼을 빼 들었다.

주주들의 의견을 모으는 것 정도는 아무 일도 아니다. 굳이 자신이 손댈 필요 없이 이미 주주들 사이에 해임에 대한 여론이 쏟아지는 상황이었다.

‘문제는 후임인데…….’

최근 넥플의 행보를 보며 느낀 점이 있었다.

자신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리더’의 존재가 정말 중요하다고.

“유태연 대표를 영입할 수 있다면 참 좋겠지만 힘들겠지?”

못 먹는 감이라도 일단 찔러보기라도 할 생각이다. 하지만 안될 가능성이 높으니 차선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최종학.’

매출 6,000억이라는 신기록을 세운 천재 개발자.

‘경쟁사인 플레이 펀즈에서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소문이 있지만…… 배팅이라면 우리도 지지 않지.’

김준환과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 레퍼런스 체크를 했다.

‘명문대 경영학도 출신에 개발 능력 뛰어나고, 함께 일하는 개발자들로부터 인망도 두텁고…….’

어느 것 하나 빠지는 점이 없더라.

“누구에게 맡길 게 아니라 내가 직접 움직여야지.”

제일 먼저 전화를 건 사람은 유태연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저 넷펀즈 정석환 의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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