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한 게임 개발자가 너무 유능함 103화
67. 해외 런칭(4)
“대회 신청자가 너무 많은데요? 아예 컨벤션 센터를 빌려서 엘크로스 Re 페스티벌을 여는 게 훨씬 좋을 것 같습니다.”
“돈이 너무 많이 들지 않습니까? 그렇게까지 해야 할 일이 아닌데…….”
“입장권 받으면 되죠. 지금 엘크로스 Re 인기가 워낙 뜨거워서, 입장권 가격 책정을 조금 저렴하게 하면 불티나게 팔릴 겁니다.”
“…….”
“코스츔 파티도 열고, 골드 파인애플 라이브 방송에서 살짝 공개했던 공성전, 공중전, AOS 모드 체험관도 만들고…….”
사업팀장의 말에 회의실에 앉아 있던 모두가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인다.
이태영 사업 총괄 이사가 힘을 실어준다.
“그렇게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엘크로스 Re가 대세라는 걸 확실히 못 박을 수 있는 효과도 있을 것 같습니다.”
태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시죠. 진행 과정은 이태영 이사님께서 직접 총괄해 주시고 저에게 업무 진행 상황을 실시간 공유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태영 이사는 어느 때보다도 씩씩한 얼굴로 대답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골드 파인애플을 이겨라.
소규모로 기획했던 PVP 이벤트가 초대형 페스티벌로 확장된 순간이었다.
* * *
[엘크로스 Re 페스티벌, 일산 컨벤션 센터에서 개최!]
[PVP 대회, 신규 콘텐츠 체험, 코스츔 페스티벌, 굿즈 판매 등등, 다양한 볼거리, 체험 이벤트도…….]
엘크로스 커뮤니티는 환호성을 터트렸다.
-와우, 페스티벌을 한다고? 난 일단 참석1
-뭔가 일이 또 커진 기분이긴 한데 난 찬성! 무조건 간다!
-우리는 첫 길드 정모 거기서 하기로 했음. 기대된다.ㅎㅎ
게임 단독으로 페스티벌을 여는 경우는 정말 흔치 않다. 물론 소규모 정도야 얼마든지 가능하겠지만 게임쇼 못지않은 규모는 정말 인기 있는 게임이 아니면 불가능했다.
이에 우려를 보내기도 한다.
-너무 이른 거 아니야?
-아무리 그래도 이제 시작 단계인데…….
-티켓이 절반 정도나 팔리면 다행이지.
그런데 이런 우려가 무색한 일아 벌어졌다.
[엘크로스 Re 페스티벌 입장권. 오픈 5분 만에 매진!]
입장권 예매가 5분 만에 끝나 버린 것!
-와, 이게 실화냐?
-5분 컷이라고? 무슨 유앤아이나 실탄 소년단 콘서트도 아니고…….
당혹해하거나 의구심을 드러내는 사람들.
-기가 막히네. 무슨 신생 게임 페스티벌 입장권 수만 개가 5분 만에…… 이거 제대로 된 거 맞아? 사기 아니야?
의구심이 무색하게
국내외, 유명 커뮤니티에서 티켓과 함께 한국행 비행기 티켓 인증이 쏟아졌다.
해외 구매자들이 굉장히 많다는 뜻이다.
구매에 실패한 이들은 더더욱 황당해했다.
-아니, 아직 정식 수출 하지도 않았는데…… 이 정도 열성을 지닌 해외 유저가 이렇게 많다고……?
└해외 넥플 공식 홈페이지 통해서 가입 결제가 가능해서 그런 거임.
└아직 번역 수출 안 됐잖아.
└한국어 클라이언트 설치해서 게임 하는 거임.
└개인적으로 해외 유저들 좀 어떻게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데…… 무슨 파티 구하면 애들이 다 이상한 언어를 써서 당혹스러울 때가 많음.
└일본어, 영어는 그나마 낫지. 중동이나 남미 쪽에서 접속하는 애들도 많더라. 그쪽 언어는 진짜 생소함…….
└머큐리 게임즈 통해서 해외 서비스한다는데, 빨리 좀 진행해 줬으면 좋겠음.ㅠ ㅠ
└한국 섭에서는 한국인만 보고 싶어…….
* * *
국내외 유저들의 반응과 반대로, 엘크로스 스튜디오는 비상이 걸린 상황이었다.
“개발 중인 공성전, 공중전, AOS 모드 체험관 만든다는 이야기 들었죠? 그쪽 작업부터 진행합시다!”
“지금 제보된 버그 수정 작업 빨리빨리 좀 진행해야 할 것 같거든요? 기획, 프로그램 팀 서둘러 주세요! 다음 주 월요일부터 본사 QA팀이 지원 올 테니 파트장님들은 작업 어떻게 분배해서 진행할지 리스트 작성해 주시고요!”
마치 OBT 직전을 방불케 하는 분위기였다.
다들 하나같이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티타임을 가질 여유조차도 없었다.
기획팀장이 큰 소리로 독려한다.
“티켓 수량 5분 만에 매진됐다는 거 다들 알고 있죠?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우리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이 페스티벌에 참가하러 올 텐데 미진한 모습 보이면 안 되잖아요. 자존심이 걸려 있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합시다!”
-네!
마치 군대를 방불케 할 정도의 패기 넘치는 대답.
기획팀장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인 뒤 회의실로 입장했다.
“회의해야 하니 장급 인력들 모두 모여 주세요. 피디님 전달 사항입니다!”
십수 명에 달하는 개발자들이 넓은 회의실에 모여 있었다.
태연이 물었다.
“다 모였나요?”
-네!
“갑자기 큰 행사를 진행하게 되어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 게임을 더 크게 알릴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우리 게임이라면 그 어떤 명작에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했거든요.”
태연의 담담한 말이 불을 지른다.
“여러분과 제가 만든 게임은 지금보다 더 크게 성공할 자격이 있습니다. 그만큼 잘 만들어졌고 재미있으니까요.”
개발자로서 큰 자부심이 다시 한번 재각인되는 순간!
“사실 크게 의도한 건 아니지만, 우리 앤드 콘텐츠, 그중에서도 특히 PVP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생각 이상으로요.”
모두가 고개를 끄덕인다.
“이렇게 된 이상 콘텐츠도 콘텐츠인데, PvP 개발에 더 공을 쏟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들이 하는 건 다 하고, 안 하는 것도 한 번 해봅시다. 그래서…….”
잠시 머뭇거리던 태연이 내뱉는다.
“나중에 정말 월드 챔피언십이라는 호칭을 달아도 부끄럽지 않을 정도의 E스포츠로 성장시켜 봅시다.”
깜짝 놀라는 개발자들.
내 게임이 E스포츠라니…… 개발자로서 꿈만 같은 일 아닌가?
“이번 대회를 통해 문제점, 혹은 더 나아질 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들이 쏟아질 거예요.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분들은 정신 똑바로 차려서 피드백과 반응에 집중하세요. 어떤 것을 깎아야 할지, 키울지가 눈에 보일 테니까요.”
-네!
“페스티벌이 무사히 끝나면 대표이사로서 책임지고 전원에게 유급 휴가와 휴가비를 드리겠습니다. 개발자로서 더 큰 자부심도 같이 드릴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지만…….”
태연이 작게 미소 지었다.
“그건 여러분들 하기에 달린 거겠죠?”
* * *
약칭 D.F.W.
Disney Fantastic World가 독일에서 열린 거대 게임쇼에서 상을 휩쓸었다.
Best Action AdventuRe Game
Best Family Game
Best Role Playing Game
세계적인 게임쇼에서 중요한 상을 휩쓸었으니 국내 언론이 이례적으로 조명할 정도였다.
특히 메이저 언론들은 도박판처럼 여겨지던 국내 게임계에서 이런 게임이 출시되었다는 것에 놀란 반응이었다.
물론 유저들은…….
-뭘 새삼스럽게…….
-충분히 예상했던 결과였음. 작품성으로 보나 뭐로 보나 최고의 게임이잖아.
-축하할 일이긴 하지만 놀랍거나 그러지는 않음. 출품 소식 들었을 때부터 그럴 것 같았거든.
태연했다.
이미 예정된 결과였다는 것.
이는 해외 게임 커뮤니티에서도 마찬가지였는데, 그만큼 게임성이 인정받고 있다는 뜻이었다.
덧붙여 넥플과 디즈니가 합작으로 구성한 시연회장은 가장 많은 이들로 붐빈 것으로 이슈가 됐다.
특히 가족 단위의 방문객이 굉장히 많았고 어린이들은 아예 행사장을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게임이 재미있었던 것도 있지만 특별 한정판 굿즈를 많이 팔았고, 심지어 캐릭터 인형, 성우들까지 출동해서 이벤트를 했던 것이 유효했다.
이를 반영한 듯 넥플 주가가 전 거래일보다 10%가량 상승했다.
-요즘 우울한 일이 있다가도 넥플 주가 상승하는 거 보며 웃습니다.
-넥플 뭐하냐? 유태연 대표 종신 계약서 쓰지 않고…… 절대 어디로 보내지 마라.
-넥플 반짝 상승이라며 떠들던 놈들 다 어디 갔냐? 아 진짜 기분 좋다!
넥플 주주들은 축제 분위기!
그중 가장 기뻐하는 사람은 역시…….
“으하하. 봐. 내 눈이 정확하다니까?”
유진성 회장.
비록 주식이긴 하지만 재산이 마치 치트키를 쓰듯 엄청나게 불어났으니 웃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
회의 내내 싱글벙글이었지만 임원들 역시 심정이 비슷했으니, 그 날 회의는 굉장히 분위기 좋게 마무리됐다.
태연을 집무실로 부른 유진성 회장이 다짜고짜 끌어안으며 말했다.
“내가 요즘 네 덕분에 산다. 너 절대 어딜 갈 생각 하지 마. 영원히 나랑 일하는 거야. 알았지?”
“…….”
“나 절대 너 어디 안 보낸다. 죽어 못 보내니까 혹시라도 어디 갈 생각 하고 있다면 포기해. 으하하!”
“…….”
* * *
‘성가신 일이 너무 많아.’
개발에만 전념하고 싶은데…… 어쨌든 대표이사였기에 신경 써야 할 일들이 많았다.
버거운 건 아니다.
주위에 도와줄 사람이 많이 보고 배우면 되니까.
문제는 개발 외적인 일에 할애해야 하는 시간이 점점 많아진다는 점이다.
‘당장에라도 때려치우고 싶지만…….’
대표이사직을 승낙한 순간부터 물릴 수 없는 일이 되었다.
그리고 근래에 하나 깨닫게 되는 일이 있었다.
‘무슨 일이든 장단이 있군,’
배워야 할 것도, 처리해야 할 일도 많다.
아무리 주위에서 일을 도와줘도 결국 회사의 대소사는 대표이사의 책임이고 관할이다.
하지만 좋은 점도 있다.
연봉 같은 대우를 말하는 게 아니다.
‘최소한 개발 스튜디오에 대해서만큼은 절대 권력을 쥘 수가 있지.’
덕분에 답답했지만 내 소관이 아니라 지켜보기만 해야 했던 일들을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주도할 수 있게 됐다.
이곳저곳을 마구 들쑤셔도 아무도 뭐라고 못 한다.
대표이사니까.
‘그것 하나만큼은 정말 마음에 든단 말이지.’
덧붙이자면, 만들고자 하는 게임에 대한 예산, 인원 편성을 마음대로 할 수도 있다.
심지어 마케팅도 원하는 방향으로 픽스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게 게임 개발자들에게 있어 얼마나 큰 권력인지는 태연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좋은 쪽으로 생각하면 할 만한 것 같기도 하고.’
본사 대표 집무실 자리에 앉은 태연은 한 번 심호흡을 했다.
모니터에 띄워진 전자 결재 서류와 이메일.
가득 쌓여 있는 일거리를 보니 충분한 준비 운동과 마음의 각오를 하지 않고서는 업무를 시작할 수가 없었다.
‘준비 완료. 자, 일하자.’
시간은 오후 다섯 시 삼십 분.
서둘러야 제때 퇴근할 수 있었다.
특히 오늘은 그래야 할 중요한 이유가 있었다.
‘빨리 끝내고 장을 봐서 돌아가야 윤아 손님들에게 저녁 식사를 만들어 대접할 수가 있어.’
수백억 상당의 마케팅, 개발 비용 결재보다 더 중요한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