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한 게임 개발자가 너무 유능함 101화
67. 해외 런칭(2)
강남에 세계적인 게임 스트리머, 골드 파인애플이 방문했다!
“와, 실제로 보니 진짜 잘생겼다.”
“키도 크고 이목구비도…… 와아.”
골드 파인애플 정도면 단순한 스트리머가 아닌 사실상 연예인급의 위치였다. 어지간한 스타들보다 버는 돈도 많고 광고도 많이 찍으며 팬도 굉장히 많기 때문이다.
으스댈 법도 한데, 전혀 그런 기색 없이 사인과 사진 촬영에 응해준다.
“감사합니다.”
한국말로 정중히 감사의 인사까지 하면서.
“방송에서 그렇게 시끄럽더니, 다 컨셉이었구나.”
“실제로 굉장히 점잖고 매너 있네.”
* * *
게임 회사 방문이 처음은 아니었다.
게임 스트리머로 워낙 유명하다 보니 많은 회사에서 초대를 받은 경험이 있었다.
‘특이한 곳이네.’
일반적인 게임 회사들은 자사 IP를 활용해 다양하게 꾸민다. 규모가 큰 회사들일수록 그런 경향이 더욱 컸다.
‘머큐리 게임즈 본사는 사실상 테마파크 수준이었지.’
규모도 그렇고 내부 시설 하나하나가 어지간한 테마파크는 압도할 지경이었으니……
‘그런데 여기는 뭐가 없네.’
마치 게임 회사가 아니라 무슨 회계사 사무실에라도 온 느낌이었다.
심지어 카페테리아에도 게임 회사의 흔적이 조금도 남아 있지 않았다.
‘모던하고 심플하군,’
대략적인 회사 구경을 마치고 마침내 대표 집무실에 입성했다.
‘드디어……!’
가장 고대하던 순간.
한국을 대표하는 게임 개발자 유태연과의 만남!
덧붙여, 그에게 정말 모처럼 만에 ‘존경심’을 품게 한 장본인이기도 했다.
‘MMORPG의 희망이기도 하지.’
출입문이 열렸다.
햇살을 등지고 앉고 있던 정장의 남자와 시선이 마주쳤다.
그가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묵직한 위압감을 풍기며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그의 첫마디는 다음과 같았다.
“게임 개발자 유태연입니다.”
* * *
골든 파인애플은 태연과 대화를 하며 몇 가지 사실에 놀랐다.
첫 번째는 바로 영어 실력.
“영어를 잘하시는군요. 혹시 미국에서 오래 유학하셨나요?”
“아니요. 여행으로 가본 게 전부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영어를…….”
팔찌의 효능 덕분이다.
공부를 열심히 하면 쭉쭉 경험치를 올려줬으니.
하지만 이런 걸 말해줄 수는 없는 노릇이니.
“그냥 열심히 했습니다.”
“대단하네요. 발음도 굉장히 좋고 어휘력도…….”
두 번째는 게임에 대한 풍부한 지식과 경험이었다.
“아, 그 게임. 저도 재미있게 했던 게임입니다. 시간 날 때 틈틈이 역 기획도 했던 경험이 있군요.”
어떤 게임을 거론하던, 게임 및 개발 정보에 대한 내용이 술술 나온다.
오죽하면 이런 말을 할 정도였다.
“제가 지금까지 수많은 게이머와 개발자를 만나봤지만 당신처럼 박학다식한 사람은 없었어요.”
“게이머를 자처하려면 지금 거론된 게임 정도는 알고 있어야죠.”
“그렇죠! 그게 맞죠! 하하하!”
이 사람, 점점 마음에 든다.
점심 식사 자리에서도 게임 이야기가 이어졌다.
태연으로서도 신선한 경험이었다.
지금까지 이렇게 대화가 잘 통하는 상대가 처음이었던 것이다.
저녁 일곱 시.
퇴근 시간이 이미 지났지만 회사 로비에 사람이 가득했다.
“뭐야? 무슨 행사 있어?”
“이게 다 무슨 일이야?”
곧 사정을 알 수 있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트리머, 골드 파인애플과 태연이 곧 합동 방송을 시작한다는 것.
“피디님이 방송을……?”
“잘 하시려나? 보고 가야겠다.”
골드 파인애플의 제안으로 이루어진 일이었다.
“모처럼 대한민국 최고의 게임 회사에 방문했는데, 똑같은 스튜디오 말고 좀 특색 있는 곳에서 방송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덧붙였다.
“회사 직원들을 청중으로 초대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건물이 그리 크지 않았고 무엇보다 임대로 들어와 있는 거라 본사 같은 컨벤션 센터가 없었다.
그래서 아예 로비로 내려온 것이다.
보고 싶은 사람 편하게 와서 보라고.
어느새 로비가 사람으로 가득 채워졌다.
본사에서 근무하는 보안 요원들까지 동원돼서 현장을 통제했다.
잠시 후 로비 스튜디오에 태연과 골드 파인애플이 등장하자 환호성이 터졌다.
“잘생겼어요!”
“둘 다 멋지다!”
PC 두 대가 세팅되고 모니터가 총 네 대가 설치됐다.
가장 큰 모니터는 관객 전용, 두 대는 태연과 골드 파인애플, 그리고 나머지 한 대는 방송 전용이었다.
“게임도 하려나 본데?”
“무슨 게임일까? 당연히 엘크로스 Re겠지?”
“레이드, PVP 할 것 같은데…….”
“흠흠! 잠시 후 방송 시작할 때 너무 놀라지 말아주세요.”
“……?”
처음에는 무슨 소리인가 싶었던 태연은 곧 고개를 끄덕였다.
‘방송과 실제 모습이 다르다고 했지?’
그런데 내가 보기에는 크게 다를 바 없던데?
입을 꾹 닫고 큐 사인을 기다린다.
잠시 후.
“네! 안녕하십니까! 자, 여기가 어디일까요? 일단 집은 아니에요. 제 개인 스튜디오도 아니고요! 여기가 어디일까요? 제 방송 애청자분들이라면 당연히 알고 계시겠죠? 맞추시면 상품 드립니다! 진짜예요!”
방송이 시작됐다.
오오!
사방에서 탄성이 터져 나온다.
정말 실제와 방송의 갭이 굉장했던 것이다.
크게 다를 바 없으리라 여겼던 태연조차도 놀랄 정도였다.
‘스위치가 올라갔군.’
순박하던 사람이 방송이 시작되자마자 캐릭터…… 아니, 아예 인격 자체가 바뀌어 버렸다.
로비를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는 마이크가 필요 없을 만큼 우렁차다. 딕션도 굉장히 좋아서 멀리 있는 청중도 그 소리를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였다. 쉬지 않고, 단어를 흘리지 않고 랩을 하듯 멘트를 치는 모습은 그저 경이로울 뿐.
‘이게 바로 세계적인 게임 스트리머의 방송…….’
태연은 감격스러울 정도였다.
“이곳이 어디냐? 대한민국 최고의 게임 회사 넥플! 네. 요즘 제가 미쳐 있는 엘크로스 Re를 만든 바로 그 개발사에 와 있습니다. 제 앞에 개발자 여러분들이 가득해요! 소리 질러!”
카메라가 청중을 비추는 순간 큰 함성이 터져 나온다. 손을 흔들고 일어서서 방방 뛰고…… 다들 난리도 아니었다.
“어우, 열정적인 거 봐!”
태연은 상단에 표기된 실시간 시청자 수를 확인했다.
[976,345]
‘저게 정말인가?’
잠시 후 단위가 바뀌었다.
[1,034, 345]
시청자 수가 순식간에 백만 명을 돌파해 버렸다.
무려 실시간이다.
지금 전 세계에서 백만 명 이상이 이 라이브 스트리밍을 지켜보고 있다는 뜻이다.
‘이게 바로 톱 스트리머……!’
“자, 제 옆에는 굉장한 손님이 계신데. 일단 소개부터 할게요! 대한민국 시가총액 15위! 당당히 대기업 반열에 올라 있는 넥플의 대표이사이자 엘크로스 Re, Disney Fantastic World, 아틀란시아, 판테온, 판데모니움 등등. 수많은 게임을 프로듀싱한 스타 개발자!”
“우와와!”
화려한 이력이 그의 입에서 나열될 때마다 함성이 더 커진다. 채팅창 반응도 굉장히 요란스럽다. 글자가 안 보일 정도로 어마어마한 리젠율이었다.
“유태연 프로듀서를 소개합니다!”
마침내 화면에 태연의 모습이 잡혔다.
터질 듯 심장이 뛰는가 싶었지만.
‘침착하자. 냉정하게…….’
-웅웅!
팔목이 간질거리더니 한순간에 긴장감이 해소된다.
의문을 느낄 틈도 없이 태연이 입을 열었다.
“안녕하십니까. 게임 개발자 유태연입니다.”
그렇게 시작된 영어 토크쇼!
“게임 개발 이력이 화려한데,…….”
“게임 개발을 어떻게 시작한 걸까요?”
“지금 우리가 즐기는 엘크로스가 리메이크 버전이죠? 그 개발 과정이 매니아들 사이에서 굉장히 유명하던데…….”
태연은 다시 한번 놀랐다.
‘진행 솜씨가 굉장하군.’
보통 인터뷰어들은 사람들이 궁금해할 것들만 뽑아 물어보기 마련이다.
골드 파인애플은 차원이 달랐다.
대상의 스토리를 먼저 끌어낸다.
지루할 것 같은 부분은 놀랍도록 간단하게 축약해 버리거나 아예 건너뛰는데 이것을 본능적으로 캐치하는 재능이 깜짝 놀랄 정도로 대단했다.
‘이 사람은 뭘 했어도 성공했을 사람이었군.’
방송국에서 제대로 이름을 걸고 토크쇼를 진행했어도 엄청난 인기를 끌었을 것이다.
실제로 그 감상을 전했더니.
“하하하! 그런가요? 사실 그런 이야기 종종 듣긴 해요. 실제 제안도 받았고요. NBC였던가?”
“정말이요?”
“그런데 그냥 거절했어요. 왜냐면 그 제안을 받아 버리면 게임 이야기를 많이 못 할 것 같았거든요.”
“대화하면서 느꼈지만, 게임을 정말 사랑하시는군요.”
“아, 맞아. 여러분. 이분이 정말 굉장한 게…… 게임을 정말 많이 알아요. 심지어 저보다 더요!”
자연스럽게 게이머로서 주제를 전환한다.
적절한 시점에서 스토리 부여를 끊고 본격적인 게임 토크로 넘어간 것이다.
“자, 1부는 여기서 끝내고, 2부부터는 본격적인 게임 스트리밍을 해보겠습니다. 채널 고정하세요. 개발자와 함께 PVP, 레이드를 즐기고 아직 선보이지 않은 신규 업데이트 콘텐츠를 처음으로 공개할 예정이니까요! 네.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정말 환상적인 시간이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1부 끝!
“오오오!”
한 시간이 훌쩍 지났는데 사람이 감소하기는커녕 더 많아졌다. 로비 바깥에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있었던 것이다.
골드 파인애플이 일어서서 손을 흔들자 비명 같은 함성이 터졌다.
‘국내에 그의 팬이 굉장히 많구나.’
브랜드 파워가 상상 이상으로 굉장하다.
‘이 정도로 인기 많은 스트리머는 처음 보는 것 같군.’
팬 서비스 타임.
“사인해 줄게요! 자리에 앉아 계시면 제가 찾아갈 테니 질서를 지켜주세요!”
태연은 열정적인 그의 모습에 많은 것을 느꼈다.
‘그를 반드시 우리 게임의 얼굴로 삼아야겠다.’
* * *
2부가 시작됐다.
시청자 수는 조금 감소해서 824,450명.
“자, 레이드부터 해봅시다!”
그러나 게임 방송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금방 다시 회복됐다.
‘게임 실력이 굉장하군.’
태연이 보기에 그의 인기의 비결은 여러 가지였다.
방송 자체를 흡입력 있게 만드는 화술, 빼어난 진행 솜씨, 엄청난 텐션 등등.
그런데 알고 보니 모두 부수적인 요소일 뿐이었다.
“패링! 패링! 회피 후 반격!”
[크어엉!]
“그렇지!”
게임 실력이 굉장히 뛰어나다!
최고 난이도의 레이드 몬스터를 사실상 혼자서 가지고 놀고 있었다.
‘나도 질 수 없지.’
명색이 개발자가 아닌가?
태연 역시 적극적으로 레이드에 가담해서 실력을 보여준다.
레이드를 끝내고 바로 PVP에 돌입.
“개발자의 실력은 과연 어떨지, 제가 확인해 보겠습니다.”
음흉한 미소와 함께 시작된 1:1 결투는 골드 파인애플의 압도적인 승리였다.
“…….”
태연은 넋이 나갔다.
게임을 못한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피디님이 무참하게 발렸…… 아니 져 버렸어!”
“아니, 피디님이 절대 떨어지는 실력이 아닌데…….”
태연의 실력을 잘 알고 있는 엘크로스 Re 개발팀이 당황했다. 시작부터 끝까지, 처참하게 농락당하다가 져버린 탓이다.
그 후로 두 판을 더 도전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
“도전 받겠습니다!”
땅에 떨어진 개발자의 명예를 회복하리라!
스튜디오 최고수들, 심지어 전투 개발자들까지 도전장을 냈지만…….
“큽. 이럴 수가…….”
“말도 안 돼!”
“저런 컨트롤이 존재할 수가 있다니…….”
모두 패배!
-개발자들 게임은 잘 만드는데 실력은 영…….
-개못하네. 아오 답답해서…….
채팅창이 폭주한다.
“없습니까? 한국 게이머 실력 별거 없네요. 므하하하!”
계속되는 도발에 팬질을 하러 왔던 유저 몇몇이 분개해서 나섰다.
그러나 결과는…….
“크하하하! 이러다 한국 정복하고 가겠네.”
“크윽……!”
모두 패배!
지켜보던 모든 이들이 분통을 터뜨렸다.
태연도 울컥하긴 했지만…….
‘아무래도 뭔가 의도가 있는데?’
아까부터 눈치가 묘한 것이…….
‘아하.’
곧 태연은 그의 의도를 알았다.
“제가 제안 하나 하죠. 골드 파인애플을 이겨라. 라는 주제로 PVP 이벤트 한 번 해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오오오!”
터져 나오는 환호성.
“상금을 걸고, 유저라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최후의 승자가 골드 파인애플과 세 번의 결전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겁니다.”
태연이 물었다.
“도전, 받아주시겠습니까?”
골드 파인애플이 씩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