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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한 게임 개발자가 너무 유능함-100화 (100/147)

퇴사한 게임 개발자가 너무 유능함 100화

67. 해외 런칭(1)

“호호, 그래서 제가…….”

“아, 그건 그렇게……!”

늦은 저녁.

태연과 윤아의 집이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었다.

홍민석, 이영애 부부의 방문 덕분이었다.

배운 게 많아 박식하고 타고난 성품이 몹시 우아하며 포용력도 굉장히 좋은 이영애는 김윤아의 좋은 대화 상대가 되어 주었다. 빠르게 가까워지고 있는 게 눈에 보일 정도였다.

이런 두 사람의 감시 아닌 감시를 받으며 홍민석은 그림 과외를 해주고 있었다.

표정이 얼마나 우울했던지, 태연이 눈치를 보다 조용히 속삭였다.

“과외비는…… 조용히 현금으로 드리겠습니다.”

“……!”

“한 달 용돈이 50만 원이시라고요? 팀원들 커피 한 잔씩만 돌려도 털릴 액수인데…… 진작 말씀하시지 그러셨습니까?”

“남자 체면에 어떻게…….”

홍민석 얼굴의 씁쓸하게 변했다.

그러더니 급히 눈치를 보며 속삭인다.

“저기, 그러면 피디님은 어떻게…… 경제권이 누구에게……?”

“저에게 있습니다.”

“오오……!”

“윤아는 전적으로 저를 믿고 모든 것을 맡깁니다.”

“괴, 굉장하십니다!”

경제권을 쥐고 있다니?!

태연을 향한 홍민석의 시선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아무튼 제가 잘 챙겨드릴 테니 힘 좀 내시죠. 계속 축 처져 있으니 보기가 안쓰럽습니다.”

그 말에 홍민석이 기운을 차렸다.

“자, 어디까지 했었죠? 힘내서 진도 좀 나가 볼까요?”

* * *

첫 과외의 성과가 상당히…… 아니, 굉장히 좋았다.

‘실력이 쑥쑥 올라가는 느낌이군.’

세계에서도 인정받은 아트 디렉터의 1:1 과외는 독학과 차원이 달랐다.

태연의 현재 역량 수준을 정확히 꿰뚫어 봤고, 무엇을 어떻게 하면 빠르게 실력을 늘려줄 수 있는지를 파악했다.

가르치는 솜씨도 굉장히 좋아서 딱 한 시간 과외받았을 뿐인데 실력 상승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나 역시 최선을 다해야겠군.’

그림 과외가 끝나고 곧바로 태연의 과외가 시작됐다.

“실무를 하면서 가르쳐 드리도록 하죠.”

게임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실제 게임을 만들면서 알려줄 생각이었다.

나란히 앉은 두 학생.

“나도 해볼래. 가르쳐 줘!”

아니, 김윤아를 포함한 세 명의 학생은 기대감으로 눈을 반짝인다.

“게임 만드는 거 별거 아닙니다. 학교 공부보다 쉬우니 정신 똑바로 차리면 금방 이해하고 따라올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무수히 많은 게임 개발자들을 양성해 왔던 태연이었다.

그중 대다수가 업계에서 인정받고 있다. 수제자인 최종학은 자신의 역량을 넘어 매출 6,000억 원이라는 신기록을 세우기까지 했다.

“지금부터 모바일 게임, 정령사 키우기 첫 개발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 * *

어쩌다 보니 가족 프로젝트가 되어 버렸지만 태연은 차라리 잘됐다고 생각했다.

‘뛰어난 아트 디렉터인 홍민석, 이영애 부부가 게임 개발에 눈을 뜨게 되면 나에게도 좋지.’

추후에는 그들을 게임 개발을 총괄하는 디렉터, 혹은 프로듀서로도 쓸 수 있을 테니까.

그리고 또 하나.

‘윤아가 게임 개발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좋은 일이야.’

그녀가 게임 개발자가 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눈곱만큼도 없다.

‘이것을 계기로 ‘콘텐츠 기획’에 대해 새로운 시야를 갖게 되겠지.’

지금까지 그녀는 경험과 센스에 의존해서 갈라쇼 같은 공연을 선보여왔다. 물론 안무가, 공연 기획 전문가들이 붙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그녀가 주체였다.

모든 콘텐츠는 리더의 역량에 그 퀄리티가 좌우된다.

그녀의 기획 역량이 증가하면 분명 훨씬 뛰어나고 창의적인 공연을 만들 수 있다.

‘윤아 역시 그런 마음으로 개발 공부에 참여한 것일 테고 말이야.’

교환 과외가 끝나고 가볍게 바비큐 파티를 벌였다.

테라스에 작은 정원이 마련되어 있었고 바로 앞에 한강이 펼쳐져 있었다. 결정적으로 최상층 펜트하우스였기에 고기를 굽는다고 피해받을 사람도 없다.

“집 진짜 좋네요. 이런 집에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게요.”

두 부부는 이런 환경을 몹시 부러워했다.

이럴 때 무슨 말을 해줘야 할지, 난감해하는 윤아와 달리 태연은 담담하게 말했다.

“두 분도 이런 집에서 살 수 있게 될 겁니다.”

“……?”

쏟아지는 의뭉스런 시선.

태연은 고기를 구우며 담담히 말을 이어갔다.

“내년 연봉 협상 때 두 분의 연봉이 대대적으로 상향 조정될 예정입니다. 그리고 이영애 AD님은 프로젝트 D 흥행의 주역이자 아트 디렉터로서 상당한 액수의 인센티브를 받게 될 예정입니다.”

“자, 잠시 만요. 지난번 받은 돈은……?”

“그건 게임 인센티브가 아니라 회장님이 하사한 별도의 포상금입니다.”

“아……!”

“모두에게 같은 돈을 지급하는 건 공평하지 않죠. 엄연히 기여도 다른데요. 이영애 AD님은 사실상 프로젝트 핵심 개발자였으니 그것을 감안한 액수를 지급해 주신 겁니다.”

“그, 그랬군요.”

“물론 인센티브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하게 될 일들과 그것들이 성공했을 때의 보상을 생각하면…….”

태연은 주위를 한 번 둘러보고 말했다.

“충분히 이런 집에 살 수 있을 만한 돈을 얻게 되겠죠.”

“…….”

다시 고기를 구우며 아무렇지 않게, 굉장히 엄청난 말을 한다.

“제가 말했죠? 같이 부자 되자고. 두 분이라면 금방 그렇게 될 수 있을 테니 지금처럼 절 믿고 따라오시면 됩니다.”

* * *

-VR RPG. Disney Fantastic World! 700만 장 달성!

-아틀란시아 전기. 월 매출 100억 달성! 전성기를 되찾다!

반가운 소식이 계속해서 들려오고 있었다.그중에서 가장 주목 받는 이슈는 다음과 같았다.

-엘크로스 월 매출 700억!

-구독 및 동접률의 폭발적인 상승!

-정식 수출도 하지 않았는데……? 해외 유입의 비결은?

-새로운 흥행 신화를 써내려가는 엘크로스 Re. 국산 게임의 자존심을 세우다!

엘크로스 Re의 흥행!

쏟아지는 기사에 국내 유저들은 다음과 같은 반응을 보인다.

-게임 잘 만들었고 운영도 굉장히 준수한 편임.

-솔직히 한국어 몰라도 이해가 가능하도록 설계된 게임.

-전 세계적으로 MMORPG 가뭄이었잖아. 정말 모처럼 이런 게임이 나왔으니 매니아들이 환장하고 달려드는 것도 당연하지.

해외 게임 커뮤니티에서는 빨리 게임을 정식 수출해 달라는 요구를 쏟아내는 중이다.

-한국어를 몰라도 된다지만…… 그래도 제대로 이해하며 마음 편히 즐기고 싶다.

-어디든 좋으니 빨리 퍼블리싱 계약해서 우리나라에 런칭해 줘. ㅠㅠ

이런 분위기는 국내 커뮤니티에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중이었다.

이른바 국뽕 콘텐츠였다.

이와 관련해 가장 인기가 폭발적인 사람은 미국 게임 스트리머 골드 파인애플이었다.

그의 라이브 방송에 전 세계적으로 수십 만 명의 유저가 몰려들었는데, 이같은 인기가 해외 유입에 큰 기여를 하고 있기도 했다.

이에 넥플에서는 게임 광고 제안을 보냈다.

-돈을 줄 테니 제대로 CF를 촬영해보지 않겠느냐?

원래 골드 파인애플은 이런 광고를 수락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의 관심사는 재미있는 게임을 플레이하고이를 방송하며 팬들과 소통하는 게 전부였다.

하지만 그는 처음으로 고민했다.

그리고 조건을 걸었다.

-이 게임을 만든 유태연 프로듀서가 내 방송에 출연해 준다면 광고 촬영을 수락하겠다.

지금까지 타 업체의 광고 제안을 모조리 거절해 왔던 그였다.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이태영 사업 총괄이 태연을 설득했다.

“북미 게이머들에게 골드 파인애플은 슈퍼스타와 같은 존재야. 그를 광고 모델로 기용할 수 있다면 런칭에 큰 도움이 될 거야. 수락하자! 너 방송도 나름 잘하는 편이잖아!”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제안이다.

태연 역시 그의 존재를 이전부터 잘 알고 있었다.

심지어 구독을 하며 후원을 했던 적도 있었다. 순수한 게이머라면 모를 수가 없는…… 전 세계 게임 업계의 유명인사였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하죠. 저 역시 조건을 수락하겠습니다.”

그렇게 성사된 광고와 합동 방송 이슈는 게임 커뮤니티에 크게 이슈가 됐다.

소식을 전해들은 골드 파인애플은 굉장히 기뻐하며 말했다.

-제가 한국으로 가겠습니다!

* * *

게임 폐인 골드 파인애플의 한국 방문은 전 세계 게이머들 사이에 큰 이슈거리였다.

출국을 며칠 앞둔 날.

그는 라이브 방송으로 다음과 같은 말했다.

“조만간 한국 넥플 본사에 가서 유태연 디렉터를 만날 거야. 혹시 그에게 궁금한 내용 있으면 지금 말해 봐.”

온갖 내용이 쏟아진다.

의외로, 가장 큰 비중이 컸던 내용은 엘크로스 Re에 대한 것이 아니었다.

-D.F.W 후속작 출시 계획이 궁금해.

“D.F.W가 뭐야?”

엘크로스 Re를 통해서 유태연의 존재를 접했던 그였다. 그런데 자신이 푹 빠진 이 게임이 아닌, 완전 생뚱맞은 게임이 거론되니…….

호기심에 뮤튜브 게임 플레이 영상을 찾아본다.

탄성을 터뜨렸다.

“아, 이게 그 사람이 만든 게임이었어?”

수백만 장이 팔린 흥행작이었기에 게이머인 그가 모른다는 게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다만 관심사가 아니었을 뿐.

온갖 게임을 건드려 보긴 하지만 그가 가장 추구하는 장르는 MMORPG였다.

“엘크로스 Re를 만든 사람의 전작이라는 거지? 심지어 700만 장이나 팔린…… 나도 한번 해봐야겠군.”

즉각 스팀에서 다운받아 게임을 플레이 해본다.

“오, 오오오! 이거 괜찮은데?”

-VR 모드로 하면 신세계를 볼 수 있음.

-볼륨 빵빵하게 키우고 해라. 뮤지컬 파트도 있음!

“그래? 잠깐만, 그러면 모드를 변경해서…….”

MMORPG 전문 스트리머인 골드 파인애플이 D.F.W에 입덕한 순간이었다.

* * *

이른 아침. 인천 공항으로 넥플 사업팀 직원들이 이동했다.

광고 촬영을 위해 한국에 방문하는 인기 스트리머, 골드 파인애플을 마중하기 위함이다.

“방송에서 보면 유쾌하다 못해 굉장히 시끌벅적한 캐릭터던데, 실제 성격은 어떨까요?”

“실제 성격은 완전 정반대라는 소문이 있어요. 방송용과 완전 딴판이라고 하더라고요.”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출국장이 열리며 사람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온다.

그 중심에 훤칠하게 키가 큰 백인 미남자가 있었다.

요란했던 방송과 달리, 금발은 깔끔하고 차분하게 정돈되어 있었고, 하얀 티셔츠와 청바지, 스니커즈를 핏이 딱 떨어지게 착용했다.

얼핏 보면 스트리머가 아니라 유명 모델, 혹은 연예인인가 생각될 정도로 포스가 넘친다.

직원들의 얼굴이 환해졌다.

“아, 저기 나오네요.”

“어서 가서 마중을…….”

그때 한편에서 비명이 울려 퍼졌다.

“우워어억!”

“골드 파인애플이다!”

“당신의 팬이에요!”

“……!?”

한 무리의 사람들이 환영 플래카드를 꺼내 미친 듯 흔들어 대고 있었다. 넥플 사업팀 직원들은 예상치 못한 광경에 당황했다.

‘아니, 연예인도 아닌데……?’

‘마중 나온 팬이 저렇게 많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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