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퇴사한 게임 개발자가 너무 유능함-68화 (68/147)

퇴사한 게임 개발자가 너무 유능함 68화

46. 예상을 뛰어넘다(2)

원래대로라면 이번 테스트 결과는 외부에 유출할 수 없도록 되어 있었다.

비단 이번 테스트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까지 진행했던 모든 테스트가 그랬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상황이 그러했듯, 이번 테스트 결과 역시 개발자 커뮤니티를 통해 유출됐다.

-솔직히 진짜 기대 하나도 안 했음. 아동용 소프트 테스트한다는 마음이었는데…… 내가 어리석었다!

그렇게 시작된 후기는 게임에 대한 극찬으로 가득했다.

-시작부터 눈물이 주룩 나더라. “star light. Star Bright…….” 해본 사람들은 알 거야. 이 게임의 첫 대사야. 끝까지 플레이해 본 사람들은 절대 잊지 못하게 될 감동의 트리거이기도 하지! ㅠㅠ

오죽하면 보는 이들이 민망할 정도였으니…….

그런데 그게 시작이었다.

누군가 경고를 무시하고 당당히 유출 스타트를 끊어버리자 눈치만 보던 이들이 덩달아 급발진을 시작한 것.

-‘동화적’이라는 단어에 담긴 편견이 모두 사라지게 될 거임. 진짜 기존에 발매된 콘솔 타이틀과 결 자체가 다른 게임이었음.

-아이들을 고려했지만 절대 유치하지 않고, 어른들도 즐길 수 있지만 결코 난해하지 않음. 어떻게 이런 구성이 가능한 건지…….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넥플 개발자들은 한 가지 특징이 있다.

업계와 본인들이 몸담은 회사에 대해 굉장히 냉소적이라는 것.

오죽하면 넥플 개발자들을 가리켜 ‘모두까기 인형’이라고 칭하겠는가?

한마디로 애사심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인간들이 바로 넥플 개발자들이다.

그런 인간들이 무슨 신앙 간증을 하듯 눈물을 좔좔 흘리며 찬양 글만 늘어놓고 있으니…….

-아니, ㅅㅂ 니들이 그렇게 말하면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잖아!

-그래서 그 게임 발매 일자가 언제야?!

* * *

“당연하다는 듯 유출이 됐네요.”

“하여튼 보안 의식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어요.”

아침부터 넥플 엔터테인먼트는 소란스러웠다.

게임 테스트 결과가 누군가에 의해 상세히 유출되었으니…… 하지만 기분 나쁜 기색은 찾아볼 수 없다.

칭찬이 대부분이고, 이로 인해 게임에 대한 기대감이 커져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팀은 다르지만 같은 회사의 동료들이다.

일부 판테온 개발자 중에는 프로젝트 D의 개발자로도 활약하고 있었다.

스튜디오가 붙어 있어서 평상시에 친하게 지냈고 지금도 업무 전, 함께 모여 잡담을 하고 있었다.

판테온 개발자들 입장에서는 남의 일이 아닌 것이다.

잠시 후, 태연의 등장에 모두의 이목이 쏠린다.

“…….”

태연이 조용히 자신들을 둘러보는 모습에 뭔가 큰 이슈가 있음을 떠올렸다.

과연.

“모두 모여 있으니 여기서 말씀드려도 되겠네요.”

뭔가 있었다.

“프로젝트 D를 E3에서 발표하게 되었습니다.”

“……!”

엄청난 건수가!

* * *

사실 테스트는 넥플 라이브 본부에서만 진행된 게 아니었다.

디즈니 본사 아티스트를 대상으로도 진행됐는데, 이를 위해 사업 총괄을 비롯, 일부 개발자들이 미국으로 넘어가야 했다.

테스트 기간과 방식은 똑같았는데, 반응에서 약간 차이가 있었다.

“무척 만족스러워하더군요.”

“어, 그러니까 어느 정도나요?”

“여러분이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오죽하면 E3 출품을 먼저 추진했겠습니까?”

“아…….”

개발자들이 탄성을 터뜨렸다.

그만큼 게임 퀄리티에 만족하고 흥분했다는 뜻이었다.

“디즈니의 영화는 특징이 있죠. 남녀노소 모두가 감명 깊게 즐길 수 있다는 것. 또한 콘텐츠를 제작할 때 누구도 불편한 이가 없어야 한다는…… 소신을 넘어 강박 수준의 엄격한 규율을 가지고 있습니다.”

때로는 그런 면에 지나쳐서 엉뚱하게 평범한 소비자들을 불편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말이다.

“프로젝트 D의 개발 방향이 바로 그거였죠. 유치하지 않고 난해하지 않게. 중도를 지키며 가급적 많은 이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게임으로 만들자.”

태연은 씩 웃었다.

“이번에 그 성과가 어느 정도 빛을 발한 것 같습니다. 이태영 이사님을 비롯, 출장을 다녀온 분들이 현지 반응을 흥분하며 전할 정도였으니까요.”

소식을 전해 들은 모두의 얼굴에 뿌듯함이 가득하다.

아직 출시된 것도 아닌데 테스트에서부터 이렇게 반응이 심상치 않으니 뭔가 좋은 일이 벌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동화 작가이자 프로젝트 D 메인 시나리오 기획자인 배수현이 조심스레 물었다.

“스토리 진행 같은 것에 대해서는 별말 없었나요?”

아무래도 본인의 업무 영역이었기에 걱정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태연이 조마조마한 표정의 그녀에게 말했다.

“전해 듣기로…….”

꿀꺽.

“굉장히 만족스럽다고. 꼭 영입하고 싶은 인재라며 언제 자리 한 번 만들어 줄 수 없겠냐고 문의하더군요.”

“오오……!”

“역시 우리 배 작가님! 디즈니에게도 인정받았어!”

“어, 잠깐만. 이거 마냥 축하해 줄 때가 아닌데, 이러면 디즈니로 넘어갈 수도 있다는 거 아닌가?”

“어, 그러게?”

순수하게 기뻐하던 배수현이 주위의 말에 당황해서 손을 내저었다.

“아, 아니에요! 저 계속 이곳에서만 일할 거예요!”

“그런 거 장담하는 거 아닌데.”

“나중에 후회할지도 몰라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빨리 취소해요!”

웃음이 터져 나온다.

태연이 말했다.

“E3에 모두 다 갈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건 힘들 것 같습니다. 두 명 정도만 가면 될 것 같은데…….”

태연이 한쪽에 서 있는 이영애를 보고 말했다.

“영애 팀장님이 E3에 가셔서 게임을 소개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 저요?”

깜짝 놀라는 그녀와 주변 사람들.

“나머지 또 한 명은 홍민석 AD님이 가시면 될 것 같군요.”

“저도요?!”

깜짝 놀라는 AD 부부.

이영애가 조심스레 물었다.

“피디님이 가시는 게 맞지 않나요?”

“저는 이곳에서 해야 할 게 많습니다. 그리고…… 저보다는 이영애 AD님께서 나서는 게 여러 가지 면에서 효과도 더 좋을 것 같고요.”

“여러 가지 좋은 점이라면 무엇을 말하는 걸까요?”

“일단 저보다 영어로 훨씬 잘하시고 우리 넥플 엔터테인먼트의 임원이시니 대표 대리 역을 감당할 자격이 충분하죠.”

이 외에도 장점은 수도 없이 많았다.

빼어난 미모, 완벽한 영어 실력, 게임에 대한 이해도. 화술, 좌중을 사로잡는 카리스마의 소유자.

“E3 슈퍼스타로 등극하고 오시라고 보내드리는 겁니다.”

그제야 이영애와 사람들은 태연의 의도를 알 수 있었다.

스타 개발자로서 자질이 충만한 이영애를 띄워주려는 빌드 업의 일환이었다.

그리고 태연은 한 가지 강조했다.

“우리 회사에서는 자격이 있다면 누구라도 스타 개발자가 될 수 있습니다. 기회는 얼마든지 열려 있다는 것을 항상 명심하시길 바랍니다.”

모여 있던 개발자들의 가슴을 뛰게 만드는 선언이었다.

* * *

“유태연 이 자식 정말 굉장하지 않냐? 진짜 큰 기대하지 않았는데…… 게임 하다가 감동받아서 울기는 처음이다.”

“태연이 실력은 저도 충분히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솔직히 저도 이번 테스트 기간에 정말 놀랐습니다.”

넥플 최고 권력자 3인방이 한 장소에 모여 흥분하고 있었다. 게임에 대한 감동이 그들을 그렇게 만든 것이다. 이들 세 사람 중에서도 가장 흥분한 사람은 미국 출장을 다녀온 사업 총괄 이태영 이사였다.

“실 개발 기간 1년 남짓에 개발비용 20억. 이 사실을 원래 안 밝히려고 했는데 그쪽 본사에서 너무 감동받고 좋아하는 게 눈에 보이니까 저도 모르게 발설해 버렸지 뭡니까?”

“그래서 반응이 어때?”

“아주 난리 났죠. 뭐 언빌리버블, 어메이징…….”

“으하하!”

세 사람은 유쾌하게 웃었다.

과장이 1도 섞여 있지 않은 진실이라는 것을 그들뿐 아니라 회사 사람들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거 처음 본데요. 농담이 아니라 자기들은 몇 년간 천만 달러를 퍼부었는데도 이런 게임을 만들지 못했다고 하더라고요.”

“에이, 그건 좀…….”

“심했네.”

“아니, 제가 왜 이런 걸로 거짓말을 해요? 진짜 예전 게임 사업부 담당했던 사람이 그렇게 말했어요!”

한껏 차오른 뽕에 취해 웃고 떠들던 세 사람이 어느 순간 진지해졌다.

유진성 회장의 다음과 같은 말 때문이었다.

“이런 게 1만 장도 안 팔린다면…… 솔직히 우리 책임밖에 더 되겠냐?”

“말이 안 되는 일이죠.”

“이런 거 만들었는데 1만 장도 못 팔았다? 게임 회사 접어야죠, 그냥.”

순간 두 사람의 눈이 번뜩였다.

“너 미리 퇴사 밑밥 까는 거지?”

“아주 잔머리만 늘어서…….”

“…….”

“이번 거 잘 좀 한 번 해보자. 판테온을 제대로 보지는 못했는데…… 이게 오히려 많이 팔릴 수도 있어.”

“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굉장히 대중성이 있어.”

이태영 이사의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다.

손영상 이사가 덧붙인다.

“인터넷에서 본 이 말이 굉장히 공감되더라고.

아이들을 고려했지만 절대 유치하지 않고.

어른들도 즐길 수 있지만 결코 난해하지 않다.

“게임이 가지고 있는 재미에 더해 감동까지 잡았다는 뜻이 아니겠냐? 대중성도 있고…… 보통 이런 게 잘만 하면 엄청 터지라고.”

유진성 회장은 피식 웃었다.

“태연이 녀석은 이걸 그냥 ‘망신당하지는 않을 수준’ 정도로만 여기고 있는 것 같지만 말이야.”

지금도 그렇다.

이태영 이사가 미국 테스트 반응을 열변까지 토해가며 전해줬는데도 심드렁하더라.

심지어 본사에서 원작 성우 캐스팅 비용을 마련해 주겠다고 했는데도 거절했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습니다.

프로젝트 D는 그래픽뿐만 아니라 사운드까지도 데이터 리소스를 받아 재활용했다.

여기에 오리지널 캐릭터 성우들의 음성만 살짝 더하는 쪽으로 뮤지컬 파트와 전체 내용을 구성했다.

사실 게임에 일일이 성우 녹음 데이터가 필요한 건 아니다. 그보다 중요한 건 게임이 가진 본질적인 재미를 얼마나 잘 살리느냐였다.

그럼에도 아쉬워서 한 번 더 설득했다.

아니, 본사에서 비용 다 대주겠다는데…….

그래도 태연은 단호했다.

-평범한 성우도 아니고 할리우드에서 최고의 몸값을 자랑하는 톱스타들 아닙니까? 성우 캐스팅 비용이 제작비를 초월하게 될 텐데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습니다.

“자식이 무슨 단호박을 삶아 처먹은 것도 아니고…….”

“뭐, 틀린 말은 아니니까요.”

“누가 그걸 몰라? 그래도 우리가 돈을 대는 것도 아니고, 저쪽에서 다 감당해 주겠다는 거였잖아. 그리고 그 말 뜻이 뭐야? 이를 활용한 마케팅까지 적극적으로 도와주겠다. 뭐 이런 뜻이었을 텐데 그걸 거절했으니…….”

손영상 이사의 두둔에 유진성 회장이 열을 냈다.

“어휴 아까워. 어휴…….”

가슴을 치며 한숨을 쉬는 모습에 손영상 이사가 시원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냥 태연이에게 맡겨주시죠. 녀석이 총괄 프로듀서 아닙니까?”

“뭐…… 그래야지.”

“분명 이런 상황을 충분히 예상했을 거고, 감안해서 대책을 강구해 놨을 겁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런 자신감, 담담한 모습은 있을 수 없지!

그렇게 말하는 손영상 이사의 얼굴에 태연에 대한 믿음으로 가득했다.

* * *

회의를 마치고 자리에 앉은 태연은 심각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이건 내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은 반응인데……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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