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퇴사한 게임 개발자가 너무 유능함-67화 (67/147)

퇴사한 게임 개발자가 너무 유능함 67화

46. 예상을 뛰어넘다(1)

[김윤아와 올스타의 갈라쇼 월드 투어! 성황리에 대단원의 막을 내리다!]

[체조쇼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김윤아의 갈라쇼!]

월드 투어를 성공적으로 끝마친 김윤아가 돌아온다!

이른 아침부터 공항에 수많은 팬들이 몰려 들었다.

모두가 한국의 위상을 전 세계에 떨치고 돌아온 체조여신 김윤아를 환영하러 나온 인파였다.

잠시 후 출국장이 열리고 한 무리의 인파가 쏟아져 나왔다. 아무 생각 없이 발을 내디뎠던 사람들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놀라 크게 당황한다.

각종 응원도구와 촬영장비, 꽃다발 등등.

다양한 물건을 놓고 대기하던 이들.

“어? 왔다!”

“김윤아다!”

트레이닝복을 입고 스텝들과 모습을 드러낸 김윤아를 발견하고 크게 소리를 지른다.

-와아아아!

“……!”

공항이 떠나갈 듯한 울림에 김윤아 본인조차도 크게 당황했다. 전성기 시절 이후 이렇게 많은 인파를 대하기는 오랜만인 탓이다.

그러나 대중 앞에 서는 것이 익숙했던 그녀는 곧 평정심을 회복한다.

미소 지으며 손을 흔들고, 대기 중이던 매니지먼트 직원들이 전해주는 꽃다발과 선물을 받으며 활짝 웃어 보인다.

그러는 와중에도 그녀의 눈은 빠르게 군중들을 훑고 있었다.

누군가를 애타게 찾는 듯한 모습.

곧 그녀의 얼굴이 환해졌다.

평범한 성인 남성보다 한 뼘 정도는 큰 키. 정장과 안경이 잘 어울리는 차가운 분위기의 미남자.

“……!”

순간 그녀는 주위 상황조차 잊고 오로지 남자의 품으로 뛰어들었다. 적잖은 시간 헤어져 있던 부부가 다시 재회하는 순간 박수와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윤아는 눈물이 글썽거리는 얼굴로, 태연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나 돌아왔어.”

“무사히 돌아와줘서 고맙다.”

그 한마디에 윤아는 활짝 웃었다.

모든 언론 일면에 실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소였다.

* * *

취재와 팬 서비스 타임까지 마친 뒤 비로소 차에 탑승할 수 있었다.

“이제야 살 것 같다!”

온몸을 쭉!

힘껏 기지개를 켜는 윤아.

태연은 운전을 하며 물었다.

“살이 좀 빠졌네. 밥 좀 잘 챙겨먹으라니까…….”

“그러는 오빠는 잘 먹고 운동도 열심히 했나 보더라? 아까 잠깐 안아보니 온몸에 근육이 장난 아니던데?”

그녀의 느낌은 정확했다.

태연은 그녀가 알려준 운동 루틴을 하루도 빼먹지 않고 열심히 했고 챙겨 먹기도 잘했다.

덕분에 경험치가 쑥쑥 올라 육체가 레벨 업 수준으로 좋아졌다.

‘효과음이 없고 레벨이 표기되지 않았을 뿐이지, 실제로 상승했을지도 몰라.’

열심히 노력한 보람을 만들어 주는 팔찌다.

태연은 씩 웃으며 말했다.

“투어는 재미있었어?”

“응! 무슨 일이 있었냐면……!”

* * *

윤아의 수다는 늦은 밤이 되도록 끊이지 않았다.

전화나 메시지로는 전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그만큼 많았다는 뜻이다.

그녀가 제풀에 지쳐 잠들까지, 태연은 미소로 경청했다. 넓고 화려하지만 서늘하고 허전했던 집이 비로소 온기로 가득 채워진 느낌이 들었다.

‘역시 나는 그녀가 옆에 있어야 해.’

윤아 역시 같은 마음이었던 모양인지, 자면서도 본능적으로 떨어지려고 하지 않았다. 태연이 잠시 일을 보기 위해 몸을 일으키려고 하면 귀신같이 감지하고 눈을 깨어났으니까.

‘투어가 끝났으니 좀 풀어져도 괜찮겠지? 내일은 윤아를 위해 하루를 보내야겠어.’

행복한 주말을 보낸 태연은 최고의 컨디션으로 회사에 출근했다.

“피디님, 오늘따라 기분이 굉장히 좋아 보이시네요.”

“주말에 윤아 느님과 같이 삼성동 뉴월드 쇼핑몰에 방문하셨던데, 즐거운 시간 보내셨나 봐요? 표정이 밝으니 보기 좋아요!”

이른 아침, 회사에서 마주치는 사람들마다 이같은 인사를 건네온다.

자리로 돌아온 태연은 거울을 보고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렇게 티가 나나?’

표정 관리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아니었던 모양이다.

금일, 회장 주관 본사 회의 주제는 다음과 같았다.

“프로젝트 D. 사내 테스트 한 번 해야지?”

VR RPG Disney Fantastic World!

VR기기를 착용하면 더 재미있고, 그게 아니라도 콘솔용 RPG로 즐길 수 있는 게임이다.

현 시점에 90% 정도 작업이 완료 됐고 지금은 디테일을 다듬고 있다.

겸사 겸사 버그도 잡아가면서.

유진성 회장의 물음에 태연이 수긍했다.

“네. 테스트 준비는 이미 완료됐습니다. 본사 라이브팀이 일주일 동안 시간을 내주기로 했습니다.”

테스트는 오전과 오후에 번갈아 진행되는데 이는 라이브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하기 위함이다. 하나의 라이브 스튜디오에서 오전반과 오후반으로 나눠 각자 테스트에 집중해 주기로 한 것.

태연의 설명에 임원 전원이 크게 감탄했다.

“야, 손 이사. 원래 테스트를 이 정도로 협조해 주는 경우는 많이 없지 않냐?”

“많이 없는 게 아니라 아예 없습니다. 보통은 하루, 길어야 이틀 동안 본인 업무 하며 틈틈이 해주는 게 끝이죠.”

“내가 알기로도 그런데…… 이렇게까지 협조를 얻어낼 수 있었던 비결이 대체 뭐야?”

질문을 던지는 회장뿐만 아니라 대부분 사람들의 얼굴에 호기심이 가득하다.

태연은 무덤덤하게 대답했다.

“담당 피디들을 모아 부탁했더니 흔쾌히 수락해 주더군요.”

“……아하.”

그 한마디로 상황이 짐작됐다.

유진성 회장이 물었다.

“판매량은 대략 어느 정도로 잡고 있어? 백만 장? 이백만 장? 그것도 아니면 오백만 장?”

물론 이런 게임이 아무리 잘 만들어진다고 해도 수백만 장이나 팔릴 일은 없었다.

그저 태연이 곤란해 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 장난을 치는 것뿐이다.

그러나 태연은 태연했다.

“국내 판매량은 정말 많이 팔려야 1, 2만 장 수준이겠죠.”

모두가 깜짝 놀랐다.

유진성 회장이 물었다.

“아니, 겨우 1만 장이라고?”

“말씀드렸지만 그 수치도 최대한 높게 잡은 겁니다.”

세계적으로 수백만 장을 이상을 팔아치우는 대작 AAA 타이틀이라도 국내에서는 10만 장은커녕 5만 장조차 넘기기 어렵다.

이태영 사업 총괄 이사의 부연 설명에 유진성 회장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국내 콘솔 시장이 그렇게 작아?”

“애당초 국내 시장만 생각한다면 콘솔 게임을 만들면 안 되죠.”

“저도 그런 이유 때문에 콘솔 게임 개발을 쉽게 도전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국내 개발 수준이 해외를 겨냥해서 성공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손영상 이사도 첨언했다.

“으음.”

“…….”

회의실 분위기가 무거워졌다.

설마 콘솔 시장이 그 정도로 암울한 상황일 줄은 몰랐던 것이다.

태연이 말을 이어받았다.

“처음부터 북미와 일본 시장을 겨냥하고 만든 게임입니다. 스팀 판매량도…… 음, 아주 조금은 기대하고 있습니다.”

“너 너무 냉정한 거 아니냐?”

“프로듀서는 냉정해야 합니다.”

“그래. 너 잘났다.”

유진성 회장은 투덜거리며 물었다.

“그러면 질문을 바꾸자. 개발 비용은 뽑을 자신 있어?”

“그 부분은 자신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의 총 개발 비용이 20억도 안 되기 때문입니다.”

요즘 쏟아지는 양산형 수집 모바일 게임 제작비용에도 못 미친다는 뜻이다.

“그 정도밖에 안 들었어?”

“프로젝트 D는 애초부터 개발 인원이 많지 않았습니다. 그래픽, 사운드 리소스 역시 거의 대부분을 디즈니 본사로부터 제공받아 필요한 것만 리터칭하고 폴리싱 작업을 마친 수준입니다. 그리고 실질적인 개발 기간은 1년 남짓입니다.”

그 의미를 아는 이들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말도 안 될 정도로 빠른 시일에, 굉장히 효율적으로 개발 중이라는 뜻이었다.

“그거 괜찮겠냐?”

이제는 불안감이 느껴진다.

충분히 이해는 가는 일이었다.

태연은 살짝 힘을 실어 대답했다.

“망신당하지 않을 수준은 됩니다.”

그 말에 사람들은 생각했다.

‘너무 큰 기대를 가지면 안 되겠군.’

* * *

본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프로젝트 D 테스트를 실시한다고 했을 때 큰 기대감은 없었다.

‘아무리 유 피디님 이어도 이건 좀…….’

‘뭐, 그쪽 아이피로 만든 게임이라면 보나 마나…….’

지금까지 디즈니로 IP로 만든 게임은 수없이 많았다. 그런데 그중 진성 게이머들이 정말 기대감을 가지고 플레이할 만한 게임은 몇 개 없었다.

대부분이 퍼즐, 혹은 저연령층을 타깃을 잡았던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이 게임은 시작부터가 다르다!

빈민가에서 나고 자란 흑인 소년 잭의 이야기.

동화 작가 꿈을 가지고, 힘든 환경 속에서도 굳세게 자라던 잭에게 위기가 닥쳐온다.

어머니가 과로로 쓰러져 버린 것.

과거, 제페토 할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잭 역시 별빛에 기도한다.

-별빛님 별빛님.

-허락해 주신다면 딱 한 가지만 소원을 빌고 싶어요.

-우리 어머니를 다시 건강하게 해주세요.

-어머니를 건강하게 만들 수 있다면 전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어요.

이 순간 울려 퍼지는 오케스트라 버전의 가 플레이들의 가슴을 세게 두드린다.

아이가 어머니의 건강을 위해 기도하는 장면이 무척이나 감동적이고 아름답게 연출됐다.

기도하다 지쳐 잠든 잭에게 요정이 나타나 축복을 해준다. 제페토와 피노키오를 축복했던 바로 그 요정이었다.

요정의 축복은 잭과, 잭이 끌어안고 잔 책에 같이 내려진다.

‘아니, 인트로 뭐야?!’

‘어째서 시작부터 감동적인데?’

개발자들은 당황했다.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굉장히 잘 뽑혔기 때문!

‘특히 그래픽이……’

‘와, 이 그래픽 실화냐?’

‘리소스 받아서 재활용한 수준이 아닌데……?’

특히 카툰 렌더링 그래픽은 소문으로 접한 리소스 재활용이 연상되지 않을 만큼 뛰어났다.

게임은 디즈니 명작 콘텐츠와 오리지널 스토리가 절묘하게 결합된 형태로 진행된다.

-일어나. 잭! 어서 일어나!

낯선 음성에 잠에서 깬 잭.

자신의 동화책이 빛을 발하고 있었다.

요정의 축복이 잭과 책을 소통하도록 만들어준 것이다.

책은 드디어 말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며, 급히 도움을 청한다.

여기서 잭은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자신의 소중한 동화책이 실은 단순한 책이 아니라 다른 세계에서 벌어진 일을 기록해 놓은 마법책이라는 것.

그리고 자신에게 기록된 세계가 알 수 없는 원인으로 큰 위기에 처했다는 것.

-이 이야기책에 기록된 영웅들을 찾아가 그들을 돕는다면 어머니를 치유할 수 있는 방법도 찾을 수 있어!

어머니가 나을 수 있다는데.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신이 어려서부터 소중히 여겨온 책의 도움 요청이 아닌가?

이렇게 잭의 여정이 시작된다.

전체적인 시나리오는 동화적인 느낌이 강하다.

하지만 그게 유치하다는 뜻은 아니다.

사건 전개 과정에서 벌어지는 연출은 잘 만들어진 콘솔용 어드벤처, RPG 게임들을 상회할 만큼 수준이 높았다.

카툰 랜더링으로 완성된 예쁘고 화려한 그래픽.

디즈니 애니메이션 특유의 감동이 곳곳에 잘 녹아들어 있는 연출.

기존의 뮤지컬 파트가 잭의 활약으로 살짝 수정되어 연출된 것도 재미 포인트였다.

잭이 캐릭터들과 진한 우정을 나누는 장면 역시 감동적인 부분이었다.

정신없이 플레이를 즐기다 보니 정작 본업은 뒷전!

테스트에 임하는 라이브 본부 직원들은 말 그대로 정신없이 게임에만 몰입했다.

식사나 커피를 마시며 잠시 휴식을 취할 때도 온통 게임에 대한 이야기만 나눌 정도였으니…….

일주일이라는 시간은 그렇게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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