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퇴사한 게임 개발자가 너무 유능함-46화 (46/147)

퇴사한 게임 개발자가 너무 유능함 46화

30. 집행

소속된 정규 직원 숫자만 5,000명 이상.

인건비는 한 해에 7,000억이 넘어가고 공채 신입 직원 평균 연봉은 무려 5,000만 원 수준이었다.

이것이 바로 대한민국 게임 업계를 주름잡는 넥플.

그러나 규모가 큰 만큼 그 안에 있는 부정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게임 개발을 동경해서 입사한 많은 이들이 큰 상처를 입고 이직하거나 업계를 떠나 버렸다.

-몸집 불리는 데 혈안이 되어 있는 괴물.

-수많은 부조리가 있고 그것을 고칠 방안이 분명히 있을 텐데 누구도 그 문제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복지 좋고 평균 연봉도 괜찮고…… 그냥 돈 모은다고 생각하고 꾹 참고 다니십쇼.

이것이 직업 관련 커뮤니티와 사이트에 가득한 넥플의 평.

어떤 누군가는 ‘괴물’이라고 칭하기도 했다.

적어도 넥플 일반 직원들에게 있어서 그 회사의 주축이 되는 임원들은 탐관오리와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그런 넥플에 큰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개발비 횡령으로 인한 관리자 급 직원들의 줄퇴사 사건!

그것으로 시작으로 각 부처에서 대규모 피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개발 부서뿐만 아니라 인사, 총무, 사업, 업무지원, 홍보 등등. 모든 부서의 장들이 자신의 담당 구역을 뒤집어엎어 버렸다.

-이게 대체 무슨 일임?

-아니…… 회사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갑자기 조직장들 다 왜 이래?

갑작스러운 변화에 대다수, 영문 모르는 직원들은 당혹스러워하기만 했다.

그러나 조직 운영에 관심이 많고, 그 흐름에 주목하던 이들은 변화의 이유를 명확히 알고 지목했다.

-유태연 피디다.

-새 라이브 본부장으로 취임한 유태연 피디가 앞장서서 회사를 뒤집어엎고 있는 거야!

곧 새로운 조직이 수면 위에 떠올랐다.

-여섯 명으로 구성된 임시 감찰팀이 회사 전체를 까뒤집어 탈탈 털고 있다!

그리고 그 조직의 수장은 바로 유태연!

그들과 대면한 이들로부터 또 다른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여섯 명의 감찰팀 사람들, 하나같이 굉장히 냉정하고 무서운 사람들이다!

-감정이 없는 기계처럼 냉정하게 일을 처리하더라.

-처벌에 가차 없음.

이 같은 흐름에 제일 당황하는 사람들은 바로 넥플 엔터테인먼트 직원들.

그들은 모이기만 하면 대화를 나눴다.

“아니…… 홍 AD님 그렇게 무서운 분 아닌데? 되게 따뜻하고 자상한 분인데……?”

“영애 팀장님도 진짜 성격 좋은 분이잖아요. 설마 그분이 그렇게 가차 없는 성격의 소유자였다니…… 믿겨지지가 않는데…….”

그동안 함께 일하며 겪어온 것은 카리스마와 결단력이 넘치면서 그 속에 따뜻한 인간미를 갖추고 있는 리더들이었다.

그런데 지금 퍼진 소문은 완전 다른 인격을 묘사하고 있지 않나?

한편 유태연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우리 피디님이야 뭐…… 충분히 그럴 수 있지.”

“필요하면 그보다 더한 일도 아무렇지 않게 해내실 수 있는 분이야.”

“몰살의 유 PD라니, 누가 지었는지 정말 찰떡이라니까.”

그렇게 언급되는 태연은 사상 초유의 사태에 직면해 있었다.

* * *

회의실에서 마주한 사내들이 덜덜 떠는 모습이 태연은 그저 기가 막힐 뿐이었다.

자신이 불러냈을 때부터 이런 상황이었다.

심지어 얼굴조차 제대로 쳐다보지 못하고 있었다.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는데…….’

하여튼 소문이 문제다.

태연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말없이 바라보기만 했다.

어느 순간.

“죄, 죄송합니다. 모두 자백하겠습니다!”

“……!”

침묵의 압박감을 이기지 못한 운영팀원이 입을 열기 시작했다. 운영팀장이 깜짝 놀라 그를 바라보지만 시선조차 주지 않은 채 이야기를 시작한다.

“운영팀의 권한을 남용해 골드와 아이템을 무단 생성해서 거래하고 부당 이득을 취했습니다. 그, 그리고……!”

그것으로 무려 수천만 원의 이득을 취한 뒤 여기 있는 이들이 서로 나눴다.

한마디로 이들은 배임 행위를 한 것이다.

‘흔한 일이 아니야. 이것은 유저의 신뢰를 저버린 일이다.’

본인들이 사용하는 선에서 끝났다면 말을 안 한다.

비싼 아이템을 만들고 팔아서 금전적인 이득을 취했다는 점이 중요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것은 해당 게임의 운영팀 한 명이 익명으로 보낸 투서 덕분이었다.

[고민이 많았지만 유태연 피디님을 믿고 한 가지, 엄청난 사실을 고발하려고 합니다.]

조사 결과 모든 것이 사실로 드러났다.

이것이 어느 때보다 태연의 안색을 차갑게 만든 원인이었고, 공식석상에서 호명된 이들이 얼굴만 보고 덜덜 떨게 된 이유였다.

“……이렇게 된 겁니다.”

자백을 마친 운영팀원이 힘겹게 고개를 치켜들고 물었다.

“이, 이제 저희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자백했으니 선처해 달라.

그것이 사내가 원하는 내용이다.

그는 자신들이 받은 돈은 겨우 200만 원뿐이며, 나머지 수천만 원에 해당되는 금액은 모두 팀장 혼자서 먹었고 그동안 공범 운운하며 협박했노라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건 쉽게 넘어갈 수 없는 사태입니다.”

“그, 그러면……?”

“게임 매출이 크게 하락하고 이미지가 떨어지고…… 단순히 그런 수준에서 끝날 일이 아니라는 겁니다. 어쩌면…….”

태연의 눈이 침중해졌다.

“국정 감사에도 오르내릴 수 있는 일입니다.”

단순한 협박이 아니다.

“왜냐면 유저들이 엄청나게 분노할 테니까요.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크게 공론화시킬 것이고, 그렇게 되면 분명 정부 차원에서 움직일 겁니다.”

“……!”

어느새 태연을 바라보던 운영팀 모두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이제야 아시겠습니까? 본인들이 저지른 일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일이었는지.”

해당 게임의 프로듀서를 비롯, 팀장급 인원들이 회의실에 불려왔다. 감찰팀 다섯 명도 포함이었다.

태연으로부터 사태를 보고받은 이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사태의 심각성을 대번에 파악한 것이다.

그중, 누구보다도 사태의 위중성을 가장 명확히 파악한 사람은 이 중 최고의 엘리트 코스를 걸어왔던 인사총무팀장이었다.

“분명 경찰에 고발이 들어갈 겁니다. 그리고 국민들의 권익을 크게 손상시켰다는 이유로 회장님이 다시 한번 국정감사에 불려갈 가능성이 큽니다. 안 그래도 단단히 찍혀 있는 분이니까요.”

“……!”

사태의 주범인 운영팀원의 얼굴은 시체마냥 푸르딩딩해졌다. 특히 담당 프로듀서는 부고 소식을 전해 받은 사람마냥 하늘이 무너진 얼굴을 하고 있었다.

멍한 눈으로 운영팀원들을 바라보던 그는…….

“이, 이이…… 멍청한 자식들아!”

기어코 분노를 터뜨렸다.

“왜, 왜 그런 짓을……!”

“이, 이러시면 안 됩니다!”

“진정하세요! 진정……!”

스튜디오의 팀장들이 한참 동안을 뜯어말려서야 진정시킬 수 있었다.

아니, 제풀에 지쳐서 스스로 주저앉은 것이라 봐도 무방했다.

멍하니 있던 프로듀서가 겁에 질린 얼굴로 물었다.

“저, 저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모두의 시선이 태연에게 향했다.

“유저들에게 사과하고 퇴사하셔야죠.”

“……!”

당연한 수순이었다.

결국 총괄 책임자의 관리 감독 소흘에서 비롯된 문제였으니까.

“그렇게 해도 유저들의 분노를 가라앉히기 어려울 겁니다. 그러니 라이브 본부장인 제가 나서서 모든 사정을 설명하고,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한 뒤 함께 정직 처분을 받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해도 유저들의 분노를 과연 가라앉힐 수 있을지…….

태연은 그 생각뿐이었지만…….

“아, 아니…… 굳이 그렇게까지 하실 필요까지는…….”

“애당초 이 일을 밝혀낸 사람이 피디님인데 어째서…….”

그 말을 들은 다른 이들은 경악하고 있었다.

태연은 담담하게 말했다.

“제가 바로 라이브 본부의 수장이니까요.”

“……!”

“누가 밝혀냈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제가 책임지는 팀에 그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이 중요하죠.”

내가 벌인 일도 아니고, 취임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으니 책임질 필요가 없다고?

그래서야 라이브 본부의 ‘장’이라는 직책이 운다.

“수장인 제가 나서서 유저들에게 용서를 구하는 게 옳은 겁니다. 이 일은 석고대죄를 해도 부족하죠. 그 정도로 엄청난 사건입니다.”

“…….”

태연이 보이는 막중한 책임감에 회의실의 누구도 입을 열지 못했다. 심지어 운영팀원들조차도.

잠시 고민하던 태연이 말했다.

“라이브 방송을 미리 공지하고 회견을 준비합시다.”

* * *

회견 전, 사내 방송실을 둘러보던 태연이 한마디 했다.

“스튜디오를 만들어서 한 주간의 라이브, 신규 개발 소식을 전해주는 방송을 진행하는 것도 좋겠군요.”

사실 그런 용도로 만들어진 공간은 아니었다.

하지만 조금 더 투자를 해서 보다 건설적인 일을 해낼 수 있다면 나쁠 것도 없다.

“방송팀장님.”

“네!”

“회장님께는 제가 말씀드릴 테니 같이 기획 한 번 짜보도록 하죠.”

“알겠습니다!”

그의 표정이 환했다.

내심 바래왔던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대화를 나누는 동안 오늘 회견의 관계자가 모두 집결했다.

문제가 터진 라이브 스튜디오의 각 팀장들과 PD. AD였다.

잠시 후.

“카운트 다운 후 방송 시작합니다.”

방송 팀장의 긴장감 섞인 외침.

“5. 4. 3. 2. 1”

큐 사인과 함께 라이브 방송이 시작됐다.

카메라와 마주한 태연은 언제나처럼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

“안녕하십니까. 유태연입니다.”

* * *

유진성 회장은 태연의 방송을 시청 중이었다.

“저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었는데…….”

무슨 정직 처분이냐고, 아무리 말려도 듣지를 않았다.

화면 너머, 냉막한 얼굴에 고집이 가득 담겨 있는 것 같다.

“살다 살다 저렇게 강직한 녀석은 처음이야.”

남들이 모두 가지고 있는 부귀영화에 대한 욕심, 혹은 승진에 대한 야망 따위는 전혀 보이지 않는 이상한 녀석이다.

‘그 정도 되는 녀석이니 김종학 부회장과 김윤아 정도 되는 사람들을 반하게 만든 것이겠지만…….“

자신도 마찬가지고.

‘그래도 강직함이 지나쳐.’

-……지금까지 여러분께 설명드린 일련의 일들은 라이브 본부장인 저의 책임입니다.

수만 명이 시청 중인 라이브 방송.

어느새 넥플의 최고 유명 인사가 된 유태연이 진심을 담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 옆에 사건이 터진 스튜디오의 책임자들도 있었지만 유진성의 눈에는 오로지 태연만이 보였다.

-넥스트 헌터 총괄 디렉터이자 프로듀서인 저 서인환은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습니다.

-저 역시 넥플 개발본부장으로 책임을 지고 3개월 정직 처분을 받겠습니다.

“허어, 기어코…….”

방송은 그렇게 끝나는 듯 싶었지만…….

-누구 마음대로 정직 처분이냐? 난 인정 못 한다!!

└어디서 개수작을…… 책임 빌미로 쉬려는 거 누가 모를 줄 아심?

└피디 사퇴야 당연한 거지만 본부장은 사정이 다름. 정말 유저들에게 미안하면 책임지고 넥스트 헌터 사태 마무리하고 예전처럼 정상 운영으로 되돌려 주세요!

└넥스트 헌터뿐만 아니라 넥플이 서비스 중인 게임 중 운영 엉망인 거 많음. 그것도 다 엎어 주세요!!!

└유 피디님이 지금 쉴 때가 아니에요!

방송 종료 직후.

수많은 유저들이 득달같이 들고 일어났다.

공식 홈페이지를 비롯해 SNS, 유튜브 계정…… 심지어 넥플 사내 커뮤니티까지도.

유진성 회장은 즉각 태연을 불러 말했다.

“봤지? 정직 처분이고 뭐고 때려치우고 일해, 인마! 너 해야 할 일 많아!”

태연은 나지막히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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