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한 게임 개발자가 너무 유능함 33화
20. 제1회 월드 챔피언십(2)
[종목은 2인 1조 스피드 헌팅.]
[예선은 이틀 동안 진행.]
대회 정보들이 풀리기 시작했다.
대부분은 많은 유저들이 예상했던 방식에서 벗어나지 않았지만.
[본선부터는 특별 룰 도입]
[한정된 숫자의 ‘가디언’을 상대보다 빨리 처치해서 다량의 골드를 확보, 좋은 버프를 구매하자. 이후 상대보다 빠르게 몬스터 공략에 성공하면 승리!]
[경기 중 디버프 장애물이 발생하므로 주의!]
[레이드 몬스터 패턴 및 각성기 추가]
[대회 한 달 전 공식 업데이트 진행 예정.]
본선부터는 경기 방식이 달라졌다.
이 부분이 많은 유저들의 관심을 샀다.
-대회 공지 본 사람? 본선은 특별 룰 도입된다 함. AOS 요소를 도입한 것 같은데……?
└저 룰대로라면 새로운 맵도 추가되겠네. 초반에 같은 맵에서 버프 먹기 경쟁하고 따로 이벤트 맵으로 찢어지는 형식인가?
└디버프 장애물에 패턴, 각성기 추가라니…… 이를 갈았구나;;;
└빨리 업데이트됐으면 좋겠다. 나도 해보고 싶어.
사실상 새로운 대규모 콘텐츠가 추가되는 상황이었다. 딱히 대회가 아니라도 업데이트 자체에 대한 기대감 역시 커졌다.
경기 한 달 전.
[몬스터 이터. 예고했던 대규모 업데이트 진행!]
업데이트가 시작됐다.
유저들은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업데이트 사이즈가 워낙 커서 추가 점검이 있을 것 같긴 하지만…… 이번에는 특별히 봐준다. 버그 없이 제대로 하자!
└지금부터 업데이트 완료될 때까지 숨 참고 기다린다. 흡……!
놀랍게도 업데이트는 예고한 시각에 끝났다.
수많은 이들이 게임에 접속하자마자 챔피언십 본선용 콘텐츠에 접속했다.
[영웅의 대지]
몬스터 이터 온라인에 새 바람을 일으킬 콘텐츠의 등장이었다.
* * *
유저들은 플레이를 즐기고 개발팀은 버그를 수정한다.
업데이트 초창기의 당연한 공식이었다.
‘충분한 테스트를 거쳤다고 생각했지만 역시…….’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다.
게임을 만들고 서비스하다 보면 특히 더 체감하게 되는 금언이었다.
‘아무리 꼼꼼하게 봐도 사람인 이상 실수하게 된단 말이지.’
피드백이 쏟아진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크라잉 소프트와 넥플 플러스. 두 회사가 풀가동 되고 있었다.
심지어 전 세계 동시 업데이트였기에 각국에서 쏟아지는 버그 제보를 취합하는 일만 해도 보통 일이 아니다.
출근해서 정신없이 쫓기듯 일을 하다 보면 어느새 퇴근 시간!
성격상 야근을 강요할 수 없었던 태연은 직원들을 퇴근시키고 남아서 업무를 진행하기도 했다.
그 같은 노력들은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이거 생각보다 재미있네. 경쟁 요소도 있고 장비 스펙보다는 팀워크와 컨트롤에 더 영향을 받는 콘텐츠라서 더 좋아.
└제작진이 유저 피드백을 굉장히 적극적으로 수용해 주는 부분이 제일 마음에 들어.
└ㅇㅇ 엔간한 버그들은 제보한 다음 날 바로바로 수정됨.
└모든 게임이 운영 이렇게만 해주면 정말 좋을 텐데…….
콘텐츠가 호평을 받으니 몬스터 이터를 플레이하는 스트리머들도 빠른 속도로 늘어났다. 게임을 분석해서 다양한 공략 방법을 공유하며 대전을 즐긴다. 시청자와 소통한다.
이것이 큰돈을 들인 마케팅보다 훨씬 효과가 좋았다. 심지어 이 영웅의 대지 플레이를 해보겠다며 가입해서 정액제를 결제하는 이들의 수도 늘어났다.
타키자와 사토시는 격양된 모습으로 말했다.
-영웅의 대지 반응이 굉장하네요. 전담 인력을 증원해서 개발에 힘을 더 실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야죠. 이게 몬스터 이터 밥줄이 될 텐데요.”
여기서 만족할 게 아니라 계속 보완해서 더욱 알찬 콘텐츠로 발전시켜야 한다.
‘직업 간 밸런스가 특히 중요하지. 앞으로 신규 캐릭터를 런칭할 때 특히 영웅의 대지 콘텐츠를 의식해서 밸런스를 맞춰야 할 거야.’
지금도 힘들지만, 만약 이번 대회가 흥하게 된다면 앞으로는 더 힘들어질 거다.
개발 과정에 있어서 신경 써야 할 것들이 갈수록 많아질 테니까.
‘어떻게 보면 나는 지옥문을 열기만 하고 빠져 버리는 셈이지.’
* * *
가장 좋은 테스트는 개발팀이 유저들과 섞여 함께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이다.
‘이게 바로 게임 개발자의 장점이자 단점이지.’
좋아하는 게임을 질리도록 할 수 있으니까.
문제는 그러다가 정말 질리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것. 실제 대부분의 개발자들은 처음에는 좋아서 접근을 해도 나중에는 너무 질려서 테스트 외에 게임 플레이를 일정 안 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심지어 게임 자체에 대해 실증을 내는 경우도 많다.
‘과거 동료들 중에도 그런 경우가 있었지.’
아직까지 넥플 플러스 직원들 중에 그런 경우는 없어 보인다.
“우리 점심 내기 한 번 합시다!”
“상금 걸고 사내 대회 같은 거 하면 재미있을 것 같은데…… 피디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오히려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낸다.
애초 태연이 직원 채용 기본 조건을 몬스터 이터 열혈 유저 출신으로 잡은 덕분이었다.
좋아하는 게임 개발 관여하며 플레이도 테스트 핑계로 원 없이 할 수 있다니 그 자체가 최고의 복지라 생각하는 이들도 많았다.
“사내 대회라. 그러면 뭐 소소하게 상금 천만 원 정도 걸고 제1회 유태연배 대회 한 번 진행해 볼까요?”
“오오오!”
“상금 천만 원?!”
“그거 좋다!”
천만 원이 적은 돈은 아니지만 직원들 사기 진작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투자할 수 있는 돈이었다.
……라는 지극히 가벼운 마음으로 던진 부메랑이 설마 이렇게 크게 다가올 줄은 몰랐으리라.
* * *
“어, 저기 몬스터 대회 한다고 들었는데 우리도 참여할 수 있나요?”
“피디님. 설마 넥플 플러스 스튜디오만 챙기시는 건 아니죠? 판테온 개발하는 직원들도 챙겨주실 거죠?”
“에이, 설마 판테온, 몬스터 이터 직원들만 챙겨주실까. 분명 프로젝트 D 직원들도 챙겨주실 거야. 하하하!”
“…….”
어디서 소문이 새어나간 건지, 태연이 관리하는 스튜디오 직원들이 참가 신청을 적극 문의해 온다.
심지어.
“상금 천만 원 걸고 몬스터 이터 사내 대회 한다며? 그거 나도 참가해도 되나?”
“손영상 이사님도 몬스터 이터 플레이하십니까?”
넥플 개발 총괄이자 태연을 스카우트해 온 장본인 중 한 명이었다.
넥플에서의 위치는 일인지하 만인지상!
“이거 왜 이래? 나도 알아주는 겜돌이야!”
“아, 그, 그렇군요.”
“아무튼, 설마 넥플 플러스 직원들만 챙길 건 아니지? 들어보니 판테온, 프로젝트 D 개발팀도 참가할 예정이라던데.”
“……아직 결정된 이야기는 아닌데요?”
“그래? 그러면 결정하고 나도 참가 허락해 줘!”
“아니, 이게 넥플 플러스 직원들 사기 진작용으로 계획한 이벤트라서…….”
“다들 관심 보이고 참가하고 싶어 하는데 넥플 플러스만 챙겨주겠다고 하면 다른 스튜디오 사기가 떨어질 텐데 그건 감당할 수 있고?”
“…….”
“아예 회사 이벤트로 챙겨줄 테니까 제1회 유태연배 몬스터 이터 대회. 한 번 제대로 해보자고.”
귀가 쫑긋한다.
“회사 이벤트로 챙겨준다는 말씀은…… 상금을 지원해 주겠다는 겁니까?”
“상금뿐이야? 먹을 거, 장소, 대회 시간…… 다 챙겨주겠다는 거지.”
“그래도 됩니까?”
손영상 이사는 황당한 얼굴로 반문한다.
“이 친구 하는 소리 보게? 나 누군지 몰라?”
바보 같은 질문이었다.
넥플 넘버 투 앞에서 그런 게 가능한 거냐고 물었다니…….
“알겠습니다. 그러면 아예 넥플 공식 이벤트로 진행해 보겠습니다.”
“진작 그래야지.”
그렇게 해서.
[유태연배. 제1회 몬스터 이터 넥플 챔피언십 개최!]
……사기 진작용이었던 대회는 걷잡을 수 없이 규모가 커져 버렸다.
* * *
‘아니, 우리 회사에 이렇게 몬스터 이터 유저들이 이렇게 많았어?’
심지어 헌터 랭크에 딱히 제한을 두지 않았기에, 이번 기회에 계정을 만들어서 플레이를 해보겠다는 사람들도 많았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 이거 혼자 감당하기가 어려워.’
그래서 도움을 청했다.
“기획팀장님. 대회 준비 좀 도와주세요!”
마침내 시작된 사내 몬스터 이터 대회!
당일 날 수많은 회사 직원들이 사내 PC방에 모여들었다.
크게 지어진 PC방이 가득 찼는데도 공간이 부족해서 대회를 나눠서 치러야 할 지경이었다.
“오늘을 위해서 특별 훈련까지 했다.”
“1등 상품은 반드시 내가 가져간다!”
“난 더도 말고 3등을 노려야지.”
손영상 이사가 대회를 서포트해 주며 상금 규모가 훌쩍 커졌다.
1등은 상금 1,000만 원에 최신 그래픽 카드, 유급 휴가 1주일.
2등은 상금 500만 원에 유급 휴가 3일.
3등은 상금 300만 원에 유급 휴가 1일.
갑자기 결정된 사내 대회치고는 꽤나 푸짐한 상품이었다.
대회 참가 자체에 의미를 둘 생각이었던 직원들을 불타오르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대회는 생각 이상으로 열기를 띠었다.
치열한 예선을 거쳐 선발된 열두 명의 본선 진출자들은 모두가 상당한 실력자들이었다. 솜씨가 워낙 좋으니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가 있었다.
해설자로 새워 놓은 몬스터 이터 운영팀 직원들의 활약도 눈부셨다.
모두가 즐기는 현장 분위기를 차분하게 살피며 태연은 속으로 생각했다.
‘본 대회 예행연습으로 딱 적당하군.’
덧붙여 반드시 수정해야 하거나, 추가해도 좋을 것 같은 내용들도 떠올릴 수 있었다.
* * *
태연 입장에서는 천만다행스럽게도, 우승의 영광을 거머쥔 사람은 원화팀 남자 직원 페어였다.
“우승의 영광을 우리 아트팀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정말 재미있었어요. 앞으로 이런 기회가 자주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2위, 3위는 각각 타 스튜디오 직원들이 차지했지만 딱히 아쉽지는 않았다.
‘대회도 재미있었고, 넥플 플러스 직원들에 1위를 차지해서 자존심을 지켰으니까.’
중요한 건 대회가 재미있었다는 것.
‘이러니저러니 해도 게임 대회는 보는 사람도, 하는 사람도 즐거워야지.’
며칠 후, 태연은 직원들을 모아 놓고 말했다.
“대회를 지켜보면서 무엇을 수정하고 보완하면 좋을지 쭉 정리해 봤어요. 새롭게 추가하면 좋을 내용, 수정이 시급한 내용을 분류해서 정리했습니다. 당연히 타키자와 사토시 PD와의 동의를 받은 내용입니다.”
탄성이 터진다.
다들 그저 대회를 즐기고만 있었을 때 태연은 혼자 뒤에서 여러 가지 일을 진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발표를 마친 뒤, 태연이 말했다.
“새로 추가할 내용은 월드 챔피언십 끝나고 대규모 업데이트에 포함할 거예요. 수정이 시급한 내용은 각 팀별로 이번 주까지 작업 끝마쳐주셔야 합니다.”
리더가 앞장서서 달리고 있는데 따라가지 않을 직원들은 없었다.
심지어 이번에도 정리해 놓은 작업을 분배만 하고 끝난 게 아니라 본인도 파트 구분 없이 상당 부분을 가져갔다.
“피디라고 손 놓고 있으면 안 되겠죠. 제가 이 정도 가져가서 작업 끝낼 테니 여러분들은 나머지를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또다시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마침내.
[몬스터 이터 온라인 : 제1회 월드 챔피언십 오픈!]
전 세계 수많은 몬스터 이터 유저들이 부산 벡스코로 몰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