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퇴사한 게임 개발자가 너무 유능함-32화 (32/147)

퇴사한 게임 개발자가 너무 유능함 32화

20. 제1회 월드 챔피언십(1)

홍민석과 이영애.

두 AD 부부와 함께 저녁 식사를 하던 중이었다.

“피디님. 얼마 전 여자 친구분과 함께 판교 백화점 방문하셨어요?”

“……!”

이영애 AD의 예상치 못한 기습에 태연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 표정을 보고 홍민석이 말했다.

“거봐. 내가 말했지? 여자 친구 맞다니까!”

“동생이나 다른 지인인 줄 알았는데…….”

“여자 친구일 거라고 했잖아. 동생이나 그냥 지인을 보물단지마냥 애지중지하지는 않지. 그리고 얼굴에 자상한 미소가 가득했다니까?!”

“자기는 남자가 그런 걸 잘도 아네.”

“내가 괜히 아트 디렉터가 아니야.”

아내 앞에서 으스대는 홍민석에게 더듬거리며 묻는다.

“그때 백화점에 계셨던 거예요?”

“네! 블루라임 매장 들어가는 것도 봤어요!”

“……남 염탐했다는 이야기를 굉장히 당당하게 하시는군요.”

“매장에 들어가려던 시점에 목격한 거예요. 아는 척하려고 했는데 방해해서는 안 될 분위기라 조용히 응원만 하고 자리를 떠난 거죠. 얼마나 배려가 넘치게요?”

유행어로 너스레를 떠는 홍민석 AD.

그런데 이영애도 그렇고, 부부 모두 아직도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혹시나 싶은 마음에 물었다.

“혹시…… 봤어요?”

“뭐가요?”

“여자 친구분 얼굴이요?”

아무리 부부라지만…… 음흉한 것까지 이렇게 닮아도 되는 건가?

모른 척 반문하는 모습에 태연은 한숨을 내쉬었다.

“보셨군요.”

홍민석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미소를 지우고 다가와 속삭이듯 말했다.

“여자 친구분 정체 확인하고 정말 깜짝 놀랐어요. 체조 여왕 김윤아라니…… 세상에!”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이왕 들킨 거.

태연은 조용히 만남의 과정을 털어놨다.

말을 마치고 엄중히 말했다.

“이거 절대 어디 가서 말씀하시면 안 돼요. 퍼지면 무조건 두 분에게 책임을 물을 겁니다!”

이영애가 부담스럽게 반짝거리는 눈빛으로 물었다.

“김윤아 씨랑 결혼하실 거죠?”

“네.”

“부모님께 인사도 드렸고요?”

“얼마 전에…….”

“커플링이나 약혼반지 없는 거 보니 바로 청혼으로 넘어 모양인데, 프러포즈 언제 어떻게 할 거예요? 설마 이미 했어요?”

궁금한 것도 많다.

‘그러고 보니 이영애 AD님은 일상물 웹툰을 연재한 전적도 있지?’

그 웹툰 내용 대부분이 연애, 사랑에 대한 이야기였다. 로맨스에 관심을 보이는 건 당연한 반응이었다.

“아직 안 했어요. 시기를 고민 중인데…… 솔직히 말하면 뭘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안 잡히네요. 저번에 떠봤는데 떠들썩한 이벤트는 질겁하더라고요. 오글거리는 게 싫다고…….”

“김윤아 씨 원래 체조 여왕이니, CF퀸이니 그렇게 띄워주는 것도 싫어하는 성격이잖아요. 최대한 담백한 게 좋을 것 같아요.”

이런저런 팁을 알려준다.

마침 김윤아 팬에 연애의 달인을 자처하는 두 부부였던지라 모태솔로인 태연이 생각해도 참고될 것이 많았다.

“참고로 저는 맨해튼 스카이라운지 레스토랑에서 디너 코스로 멋진 요리 먹고, 오붓한 시간 보내다가 분위기가 무르익었을 때 반지로 청혼했어요.”

“저도 로맨스를 좋아하긴 하지만 오글거리거나 쓸데없이 요란한 걸 싫어하는 성격이거든요.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부담 없이 무난하고 좋았어요.”

“적극 추천합니다!”

레스토랑에서의 반지 청혼이라.

태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에 드는데……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조금 더 자세한 팁을 주시죠.”

* * *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몬스터 이터는 언론과 유저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고 있었다.

넥플은 본격적으로 스타 개발자 만들기에 돌입했다.

몬스터 이터의 흥행을 자사 자체 개발작 흥행으로 연결하기 위한 빌드 업이었다.

[게임 업계의 숨은 실력자 유태연 프로듀서를 말한다.]

넥플에 입사해서 판테온, 프로젝트 D를 준비하고 몬스터 이터 퍼블리싱 권한을 가져와 한국에 런칭 하기까지.

모든 과정이 상세히 공개되기 시작했다.

전작 한계돌파와 제국의 검이 다시 한번 조명을 받으면서 유태연이라는 개발자에 대한 기대감 또한 대폭 상승했다.

태연으로서는 이 모든 상황이 부담스러울 따름이었다.

‘이런 분위기는 달갑지 않은데…….’

기대감이 커지는 만큼 후속작에 대한 기준치도 높아진다.

아니, 이미 그렇게 되고 있었다.

‘지금 분위기만 봐서는 판테온이 세계 시장에서도 통할 대작 게임이어야 할 것 같은데…….’

이제 시작한 프로젝트인데, 갑자기 이목이 쏠리며 기대감이 폭발적으로 상승하고 있었다.

‘이러다가 체하겠다.’

별수 있나?

미친 듯이 개발에 집중해서 기대치에 부응할 게임을 만들어야지.

‘그러기 위해서는 좋은 후임 프로듀서를 정해서 몬스터 이터 인수인계를 성공적으로 끝마쳐야 해.’

* * *

태연은 넥플 플러스 직원들을 모아 놓고 공지했다.

“미리 말씀드립니다. 전 첫 번째 업데이트 끝나면 지금 이 자리에서 물러날 예정입니다.”

“……!”

모두가 놀란 표정이었다.

“그러니까 여러분과 함께 일할 날이 대략 3개월 정도 남았네요. 매 분기마다 한 번씩 대규모 업데이트가 들어가니까요.”

담담할 줄 알았는데, 다들 섭섭하거나 혹은 충격을 크게 받은 표정이었다.

“기획팀장님이 제 업무를 이어받을 겁니다. 다른 직책과 다르게 기획팀장 되실 분은 그것까지 고려해서 뽑은 거예요.”

모두의 시선이 안경을 착용한 30대 남성에게 쏟아진다. 얼핏, 정말 흔한 판교 개발자 외형이었다.

“게이머로서는 넥플 플러스 몬스터 이터 최고수시고, 개발자로서는 지금까지 다섯 개가 넘는 게임들을 맡아서 성공적으로 서비스한 경험이 있는 유능한 분이시죠. 성격 좋은 건…… 다들 아시죠?”

모두가 고개를 끄덕여 인정한다.

“오늘부터 제 업무를 조금씩 인수인계할 예정이에요. 기획팀장님이 저 대신 회의에 참여해서 리드하시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시면 됩니다.”

불안감이 가득하다.

아무래도 최고 리더가 바뀐다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건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지.’

더 이상의 긴말은 필요치 않았다.

“그리고 또 하나, 조금 갑작스러울 수도 있는데…… 한국 서버 오픈 기념 대회를 우리나라에서 치르기로 했어요.”

“……!”

기존까지의 혼란, 우울임이 대번에 가실 정도의 엄청난 이슈였다.

개발자와 운영진 전부 열혈 유저였기에, 그들은 놀란 얼굴로 더듬거리며 물었다.

“모, 몬스터 이터가 대회를 한다고요?”

“타키자와 사토시 씨가 낸 의견인데, 제가 상부에 찔러 봤더니 해보고 싶은 대로 한 번 해보라며 오케이 사인이 떨어졌어요.”

이어진 미소가 모두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그러니까, 몬스터 이터 월드 챔피언 첫 개최지가 한국이 되는 셈이네요. 해낼 수 있겠죠?”

“…….”

얼어붙은 회의실.

첫 국제 공식 대회.

심지어 월드 챔피언십이라는 칭호가 붙을 정도의 거대한 대회였다.

“스, 스폰서는……?”

“넥플 크라잉 소프트 공동이죠. 우리가 뭐 스폰서를 따로 구해야 할 정도로 자금이 부족한 회사도 아니고.”

“그, 그러면 대회 방식은 어떻게……?”

“우리 게임이 헌팅 액션 게임이잖아요. 몬스터 레이드 미션이고 제한된 무기, 누가 더 효율적으로, 빨리 사냥하냐를 겨루는 대회가 돼야겠죠?”

눈치를 보던 이들이 하나씩 질문을 쏟아냈다.

“누구나 모두 참여할 수 있는 대회인가요?”

“네. 대신 만렙 길드 가입이 되어 있어야 하고, 헌터 랭크 20 이상은 되어야죠.”

“혹시 상품도 정해졌……?”

슬슬 열기를 띠기 시작한다.

몬스터 이터의 첫 공식 국제 대회라니!

유저로서, 그리고 한국 개발팀으로서 굉장히 흥분될 일이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미 어느 정도 이야기가 진행된 모양이었다.

“아, 이벤트용 리소스는 우리가 만들어 제공하기로 했어요. 아시다시피 크라잉 소프트 팀은 다음 업데이트 리소스 제작에 한창 바빠서…….”

“……!”

다시 한번 정적에 휩싸였다.

한 직원이 더듬거린다.

“어…… 대회 운영은 처음이라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데…….”

모든 이들이 시선이 기획팀장에게 쏟아진다.

그 역시 당황하며 더듬거렸다.

“저, 저는 MMORPG 전문이라 대회 같은 걸 해본 적이…….”

“PK 콘텐츠 없었어요?”

“있었는데 그런 걸 할 정도의 여유는 없어가지고…….”

태연은 피식 웃었다.

“걱정 마세요. 저 운영 경험 많아요.”

“……?”

“제국의 검이 PVP로 특히 유명했던 게임이었거든요. 그 외에 한계돌파에서도 하우징 페스티벌, 요리 페스티벌 같은 온갖 대회 개최한 경험도 있고…….”

“아아……!”

“제가 리딩할 테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태연의 자신감에 모두가 안심한 표정을 지었다.

“자 그러면 바로 업무 배분 들어갈게요. 일단 레벨 디자인 팀은…….”

회의를 마치고 돌아온 태연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갑자기 대회라니…….’

솔직히 말하면 예정에 없던 일이었다.

그런데 타키자와 사토시 프로듀서가 적극 추진했다.

-저는 이 게임을 혼자서 처음 기획하던 시절부터 E스포츠화를 꿈꾸고 있었습니다. 그 마지막 퍼즐이 바로 한국이었죠.

왜냐면 한국이야말로 게임 강국이고, 국제 E스포츠 대회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비중이 남다르기 때문이란다.

한국이 없는 대회는 뭔가 메이저 느낌이 나지 않는다나?

‘진심인지 립 서비스인지 알 도리가 없지만 그렇게까지 말해주는데…….’

그래서 결국 승낙해 버렸다.

덕분에 엄청난 긴급 미션을 부여받은 셈이다.

‘나도 이런 규모 있는 대회를 치러보는 건 처음이란 말이지.’

그래도 걱정은 되지 않는다.

규모는 작지만 다양한 대회 운영 경험이 있고 무엇보다도…….

‘모르는 건 잘하는 사람 찾아서 물어보면 되지.’

게임과 일에만 매여 사느라 친구는 만들지 못했지만 목숨 걸고 함께 게임을 만든 동료들은 많았다.

‘이 인맥이 내가 죽어라 일하면서 모은 유일한 재산이었지.’

태연은 주저 없이 옛 동료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저예요. 유 피디. 혹시 내일 오전에 시간 괜찮으면…….”

* * *

[몬스터 이터 : 최강의 헌터를 가리는 대회가 열린다!]

몬스터 이터를 서비스하는 넥플 플러스와 크라잉 소프트가 공동으로 발표한 소식에 게임 커뮤니티가 뒤집어졌다.

-헐, 첫 공식 국제 대회라니……!

-참가 자격이 헌터 랭크 20 이상이라고? 진입 장벽이 너무 낮은 거 아닌가? 아무튼 난 출전!

이전부터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게임이었고, 국내 오픈 성적과 평판 또한 굉장히 좋은 상황이었다.

한국 서버 오픈 기념으로 월드 챔피언십을 개최한다니…… 몬스터 이터 팬들은 환호성을 터뜨렸다.

[세계 최대의 인터넷 방송 플랫폼에서 생중계!]

[대회 개최지는 e스포츠의 성지 부산 벡스코!]

[종목은 단 하나. 2인 1조 레이드]

전 세계 수많은 몬스터 이터 유저들은 참가 신청 페이지가 열리기만을 기다렸다.

마침내.

[몬스터 이터 제 1회 월드 챔피언십 이벤트 페이지 오픈!]

기다렸던 그 순간이 도래했다.

전 세계 수많은 헌터들이 참가 신청을 위해 공식 홈페이지로 몰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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