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퇴사한 게임 개발자가 너무 유능함-17화 (17/147)

퇴사한 게임 개발자가 너무 유능함 17화

11. 메인 이벤터(2)

“우와!”

모험에 대한 성과는 아주 만족스러웠다.

일반 플레이에 이어 VR 기기 착용 후 플레이를 하는 유저들은 테스트 내내 탄성을 감추지 못했다.

태연은 그런 반응에 뿌듯한 얼굴로 말했다.

“저걸 정식으로 도입하려면 많은 걸 고려해서 작업을 진행해야겠지만 우선은 저것만으로도 크게 만족하고, 호평을 해줄 겁니다.”

타지카와 사토시는 수긍하듯, 말없이 씨익 웃어 보일 뿐이었다.

시연을 마친 이들은 잔뜩 들뜬 얼굴로 부스를 벗어났다. 어떤 이들은 운영자들에게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혹시 게임 운영자세요?”

“네. 저는 GM 얌순이에요.”

“그러시구나. 그러면 묻고 싶은 게 몇 가지 있는데…….”

대부분은 몬스터 이터 온라인 관련 질문이었다. 그러나 간혹, 엉뚱한 이야기를 하는 이들도 있었다.

“저기, 판테온은 시연 못 해요?”

“저 한계돌파 유저인데 한정판 패키지 가져 왔거든요. 여기에 유태연 디렉터님 사인 좀 받을 수 있을까요?”

“저는 제국의 검…….”

태연의 전작을 좋아해서 사인받으러 왔다가 나란히 서 있는 사람이 타키자와 사토시 프로듀서라는 걸 알고 경악한 사람도 많았다.

이로 인해 부스 안에서 사인회 줄이 생성되는 진풍경이 잠시 펼쳐지기도 했지만 안전 요원들에 의해 금방 해산되었다.

“타지자와 프로듀서님 사인회는 신작 발표 이후 따로 시간과 장소를 마련해서 진행할 예정입니다!”

이 소동은 게임 페스티벌 전용 어플로 실시간 정보를 받아보던 유저들에게 핫이슈로 퍼져 나갔다.

-지금 넥플 부스에 타키자와 프로듀서 있다!

-유태연 피디랑 같이 있다는데?

-혹시 볼 수 있을까 싶어서 한정판 패키지 모두 챙겨왔는데 다행이다! 꼭 사인받아야지!

게임 유저들에게 세계적인 프로듀서의 존재감이란, 인기 아이돌과 같았다.

수많은 몬스터 이터 온라인 팬들이 넥플 부스 안에 있는 타키자와 프로듀서를 보려고 모여들었다.

그 광경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태연이 담담히 서 있는 그의 옆구리를 쿡 찌르며 말했다.

“인기 좋으시네요. 누가 보면 아이돌인 줄 알겠어요.”

“…….”

“부럽다. 질투 난다.”

쉴 새 없이 옆구리를 찔러대는 태연의 행동에 담담함을 고수하려던 타키자와 프로듀서는 결국 폭소를 터뜨리고야 말았다.

스스럼없이 장난을 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워진 두 사람이었다.

* * *

오후 열한 시.

메인 이벤트 스테이지 주위에 수많은 관람객들이 밀집해 있었다. 거대한 디스플레이에 넥플을 비롯, 자회사, 협력사 로고들이 차례대로 떠올랐고 다양한 게임 홍보 영상들이 재생되었다.

무대용 스피커에서 뿜어져 나오는 웅장한 오케스트라 선율이 전율과 감동을 일으킨다.

그 광경을 멍하니 지켜보던 관람객들은 어느 순간, 암전이 찾아오자 눈을 크게 떴다.

잠시 후, 넥플 개발 총괄 이사 손영상이 등장하자 사람들은 환호를 내질렀다.

1세대 유저라면 모를 수가 없는, 대한민국 최초, 최고의 스타개발자!

“안녕하세요. 게임을 사랑하는 유저 여러분들, 저는 게임 개발자 손영상입니다!”

사람들이 손영상의 이름을 연호했다.

그는 미소를 머금고 말을 이었다.

“이런 뜻깊은 자리에 게임 개발자이자 넥플 개발 총괄로서 설 수 있게 된 것에서 큰 기쁨을 느낍니다.”

멘트가 본격적으로 이어지자 환호가 잦아들었다. 사람들은 그의 말에 집중했다.

“인사는 이 정도로 된 것 같으니 거두절미하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넥플에서 준비 중인 15종의 신작 게임을 소개하겠습니다!”

다시 스테이지에 암전이 왔다. 그리고 곧 거대 디스플레이에 게임 영상이 하나씩 펼쳐졌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기다렸던 게임이 나올 때마다 환호성을 터뜨렸다.

그러다 몬스터 이터 영상이 나오자 비명과도 같은 소리를 토해냈다.

그렇게 영상이 끝나고, 손영상이 다시 말했다.

“말씀드렸다시피 넥플은 현재 총 14개의 신작을 개발, 지원 중이며 올해에는 총 세 개, 모바일 두 개와 PC 한 개를 런칭 준비 중입니다. 기대되시죠?”

“네!”

“뭐가 젤 기대되세요?”

“몬스터 이터요!”

“무조건 몬이!”

터져 나오는 외침은 거의 동일했다. 당황스러울 법도 하지만, 충분히 예상했던 상황인지 손영상은 자연스러운 미소로 넘겼다.

“자, 그러면 지금부터 신작 3종의 발표를 시작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미치겠네.’

긴장감이 가라앉지 않았다.

무대 아래에서, 무선 이어 마이크를 착용한 채 대기 중이던 태연은 타는 듯한 갈증에 다시 한번 물을 마셨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타키자와 사토시가 말했다.

“무대에서 급한 상황이 오면 어쩌려고 계속 물을 마셔요?”

“목이 너무 타서…….”

태연이 머쓱해하자 그는 피식 웃었다.

이런 모습이 낯설었던 것이다.

그의 경험 속에 태연은 항상 자신만만하고 당당한 남자였으니까.

“관객들을 그냥 꼬꼬마들이라고 생각하세요. 평가받는 자리라고 생각하지 말아요. 딱딱해지면 재미없어요.”

그는 툭 치며 관객 반응을 가리켰다.

“봐요. 순수하고 귀엽지 않아요?”

과연 그랬다.

오프라인 행사에서 관객들의 반응은 인터넷과 무척 달랐다. 담당 개발자의 작은 농담에서 잘 웃었고, 가끔 멋진 영상이 나오면 주저 없이 박수와 환호성을 보냈다.

“저렇게 말 못하는 개발자들도 해내고 있잖아요. 태연은 더 잘할 거예요.”

그 말에 자신감을 얻은 태연은 마음을 굳게 다잡았다.

그리고 마침내.

“자, 많이 기다리셨습니다. 오늘 발표회의 하이라이트, 몬스터 이터 온라인 프로듀서 타키자와 사토시 씨와 한국판 프로젝트 매니저 유태연 씨를 소개합니다!”

미소를 교환한 두 게임 개발자는 힘차게 무대에 올랐다.

-와아아아아!

지금까지와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거대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시작됐다!

-몬스터 이터 온라인이다!

현재 메인 스테이지 행사는 다양한 루트를 통해 생중계되고 있었다. 행사에 참여하지 못한 네티즌들은 기다리던 순서가 다가오자 의자를 바짝 당기고 한 것 기대감을 돋궜다.

그러다가.

-어?

-타키자와 프로듀서다!

-행사에 왔다더니, 발표자로 같이 서네?

-우오오오!

무대에 오른 두 사람 중, 타키자와 사토시를 보고 잔뜩 격양된 모습을 보인다. 어두운 행사장 객석에 카메라 플레시가 마구 터져 나오고, 우레와 같은 함성 소리가 울려 퍼진다. 네티즌들 역시 채팅창으로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안녕하세요. 한국 버전 프로젝트 매니저 유태연입니다.”

“프로듀서 타키자와 사토시입니다.”

인사말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발표가 시작되었다.

두 개발자는 멘트를 적절하게 주고받으며 한국판 정식 발매를 위한 그동안의 여정을 소개했다.

기존 발표자들과 달리 설명문 어투가 아닌, 자유로운 대담 형식이었고 태연이 통역까지 도맡았기에 흐름이 무척 부드러웠다.

-저 한국 개발자 말 잘하네.

-개발자가 아니라 MC인 거 아냐?

-내용 재미있다.

발표 분위기뿐 아니라 스크린을 통해 공개하는 작업 내용도 무척 알찼다. 음성과 텍스트는 물론, 완벽한 현지화를 위해 그룹 차원에서도 크게 신경 쓰고 있다는 사실을 어필했다.

전담 운영팀, 고객센터 운영 등등.

무엇보다 유저들을 환호하게 했던 것은 한국 런칭 기념, 추후 업데이트에서 한국 개발팀과 협력하여 특별 시나리오 퀘스트 및 콘텐츠를 추가할 예정이고, 현재 작업 중이라는 부분이었다.

지금까지 몬스터 이터 시리즈에서 수많은 몬스터와 지형, NPC가 등장했지만 한국적 특색을 다룬 적은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작정하고 다뤄볼 예정이라는 것이다.

이질적인 느낌이 들지 않도록 유태연 프로젝트 매니저와 철저히 협력해서.

-우오오오!

-한 건 했구나!

-설마 망치지는 않겠지, 제국의 검, 한계돌파 플레이 해보니까 독특하기는 해도 퀄리티는 괜찮던데.

한국 유저들이 환호함은 물론이다.

마지막으로, 글로벌 업데이트 내용 분에 대한 프레젠테이션까지 끝나고 문답 시간이 진행됐다.

객석에서 무서운 기세로 손이 들어 올려졌다.

지목받은 남성 관객이 물었다.

-시연회용으로 VR 버전도 준비했던데, 본 서버에 본격적으로 도입할 계획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여러 직업 중 유난히 소드 마스터 클래스의 스킬 이팩트가 화려하고 애니메이션 연출도 다채롭고 강해서 타키자와 프로듀서가 차별한다는 의혹이 돌고 있습니다. 밸런스 패치 예정도 알려주세요!

-우오오!

-맞아! 소드마스터만 너무 차별해!

-해명하라! 해명하라!

그 말에 태연은 피식 웃으며 통역을 해줬다. 타키자와 사토시는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VR 본격 도입은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가 몇 가지 남아 있어서 아직 확답을 드릴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제가 소드 마스터 유저인 건 맞습니다.”

“우우우우우!”

“전 소드 마스터를 사랑합니다! 다른 거 다 해봤는데 소드 마스터만큼 애착이 가고 재미있지는 않았어요!”

“우와 프로듀서가 대놓고 직업을 차별한다!”

“왜 소드 마스터만 예뻐하냐!”

“권호도 좀 사랑해 줘라! 권호가 불쌍하지도 않냐! 딜러면서 공격력이 세지도 않고 크리티컬 확률도 낮은데!”

야유가 마구 터져 나왔다.

그러나 진심으로 비난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다들 이때다 싶어 마구 드립을 던지는 것이다. 물론 그 속에 뼈가 담겨 있었다.

그가 태연과 무언가 상의를 시작하자 다시 객석 분위기가 차분해졌다.

한참 후, 태연이 나서서 대답했다.

“사실 방금 지적하신 내용은 저 역시 충분히 공감하고 있었던 부분입니다. 그래서 타 직업군 밸런스 패치 및 스킬 이팩트와 애니메이션 개선에 대해 제가 직접 의견을 냈고 지금은 함께 협력해 수정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아, 보스 몬스터 AI도 상향 업데이트 작업 중입니다.”

“와아아아!”

“유태연! 유태연!”

유저들이 열광했다.

밸런스 패치 및 일부 직업군의 재미없는 이팩트와 애니메이션 개선은 계속 이어져 온 바람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것이 이번에 본격적으로 개선될 예정이라니, 기대감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또 하나.

태연이 갑자기 디스플레이를 가리킨다. 암전 상태였던 디스플레이가 갑자기 빛을 발하더니, 새로운 영상을 재생했다.

멍하니 지켜보던 유저들은 자신들이 알던 것과 다른, 새로운 모습으로 움직이는 캐릭터들을 보고 열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은 이번이 아닌 다음 분기 패치에 적용될 예정입니다.”

유저들은 아낌없이 환호했다.

인터넷 생중계를 보고 있던 유저들 역시 마구 채팅을 난사했다.

영상을 통해 공개된 새로운 동작들은 귀엽고, 역동적이고, 또한 멋이 있었다.

무엇보다도.

“여러분이 그토록 기다리시던 각성기, 협력기가 드디어 추가됩니다!”

타키자와 사토시의 깜짝 발표에 유저 대부분이 하나둘씩 정신줄을 놓는다.

“멋지고 화려하고 강하고 각 직업군의 특성을 완벽히 살린 각성기! 그리고 다양한 조합으로 구동되는 협력기! 최선을 다해 마무리 작업 중이니 기대해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마지막 발표까지, 넥플의 모든 이벤트가 끝났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무대를 떠나지 못하고 쉬지 않고 환호를 터뜨렸다.

* * *

발표는 성공적이었다.

무대를 내려온 두 개발자에게, 넥플 관계자들이 다가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런 격렬한 반응을 경험해 보는 건 처음이에요. 태연 덕분에 진귀한 경험을 여러 번 하게 되네요.”

“에이, 타키자와 씨가 게임 잘 만들어서 그런 거죠. 진심으로 부럽네요. 당장은 어렵겠지만 언젠가는 저도 타키자와 씨처럼 세계적인 콘텐츠로 자리매김한 IP의 게임을 만들고 싶어요.”

태연은 이번 무대를 통해 많은 것을 느꼈다.

바로 몬스터 이터의 힘, 그것을 지금까지 총괄해 온 타키자와 사토시의 스타성과 유저들의 굳은 신뢰.

진심으로 부러웠다.

그렇게 되고 싶었다.

타키자와 사토시는 빙긋 웃으며 태연을 격려했다.

“머잖아 그렇게 될 수 있을 거예요. 태연은 열정적이고 순수하면서 재능도 넘치는 개발자니까요. 전 당신 같은 사람을 지금까지 본 적이 없어요.”

“고마워요.”

태연 역시 진심으로 웃어 보였다.

점심 식사 후, 사인회가 시작되었다.

태연은 이번에도 타키자와 사토시의 곁을 지켰다. 수많은 이들이 사인지에, 혹은 각자 소장품에 사인을 받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였다.

개중에는 태연에게 사인을 요청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극소수였다.

이번 이벤트의 주인공은 누가 뭐라고 해도 몬스터 이터 디렉터이자 프로듀서인 타키자와 사토시였다.

그 날 저녁, 태연은 그가 일본으로 돌아가는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 대접해 줬다.

“정말 멋진 기억과 추억을 안고 돌아갑니다. 다음에는 제가 초대할 테니 거절하지 말아주세요.”

그렇게 그를 떠나보내고, 태연은 다시 돌아와 2일 차 행사를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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