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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특별한 치유의 조건 (27/110)


27. 특별한 치유의 조건
2022.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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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목 높여 불렀지만 반응이 없다. 지금 도영에게는 누가 들어오는지 알아챌 여력이 없어 보였다.

계속 눈을 감은 채 거친 숨 사이로 작은 신음만 흘린다. 미처 갈아입지 못한 수술복과 가운은 땀으로 흠뻑 젖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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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교수님! 제 말 들리세요?”

크게 부르고 흔들어 봐도 겨우 눈꺼풀을 희미하게 들어 올리기만 했다. 그리고, 이내 그 미약한 반응조차도 사라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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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혜수는 급히 맥박과 호흡을 확인했다.

그런 뒤에는 주머니에 들어 있던 체온계를 꺼내 귀에 갖다 댔다. 보통 이렇게 붉은 얼굴로 끙끙대는 사람들은 대부분 고열이 원인인 경우가 많았으니까.

하지만 36.8도. 체온은 정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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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대체 왜?”

무엇이 원인인가 곰곰이 생각해 보던 혜수는 도영이 오른팔을 움켜쥐고 있는 것을 알아챘다. 그것도 왼쪽 손등의 핏줄이 불거질 정도로 강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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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팔이 아프신 건가?’

당장 확인해야겠다. 혜수는 도영의 왼손을 치우고 가운을 벗기기 시작했다.

손을 떼어 내는데도 힘들었는데 땀 때문에 축축해진 옷을 벗기는 것은 더 힘들었다. 커다란 몸은 안간힘을 써야 겨우 움직일 정도로 무거웠고 옷은 끈질기게 달라붙었다.

한참을 끙끙대며 이리저리 움직인 결과, 수술복 아래로 길고 단단한 팔이 드러났다.

오른팔을 본 혜수는 저도 모르게 헉, 소리를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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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닉 스패즘(tonic spasm:긴장성 연축)!”

팔을 이루는 근육들은 제멋대로 수축하고 있었다.

신경이 관장하는 부위 별로 보이는 증상은 조금씩 달랐다. 어느 근육은 가늘게 떨리고 있었고, 어느 근육은 수축한 채로 뻣뻣하게 굳어 있었고, 어느 근육은 멀리서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강하게 수축 중이었다.

어느 것 하나 일정한 것이 없었고, 어느 것 하나 잠잠한 상태인 것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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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근육이 이렇게 내 의지와 상관없이 쉼 없이 수축하면 당사자는 굉장한 통증을 느낄 수도 있다는 걸 꼬꼬마 의사인 혜수도 잘 안다.

그렇다면 도영이 이렇게 힘들어하고 있는 것도 저 팔 때문인 것이 가장 가능성이 높다.

지금 도영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경련의 완화와 진통제. 순식간에 판단을 내린 혜수는 급히 몸을 일으켜 도영의 책상으로 뛰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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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 진통제가 있을 거야.’

이런 경련은 하루아침에 생겼다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도영은 이 증상을 다스리기 위해 오랫동안 관리해 왔을 것이다. 도영의 방 안에 있는 운동 시설을 보면 더욱 잘 알 수 있지 않은가. 근육의 손실을 막기 위해 꾸준히 운동을 했던 것이겠지.

초조히 눈으로 책상을 훑는데, 탁상 달력 옆 작은 유리로 된 서랍장 안에 일렬로 놓인 약병들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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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건가?’

서랍을 열어 약병들을 모두 꺼냈다.

예상대로 약들은 근이완제와 온갖 종류의 진통제들이었다. 혜수에게도 익숙한 이름들이다.

‘이건 아세트아미노펜. 이건 록소프로펜. 나프록센. 트라마돌…….’

라벨을 보며 약을 고르는데 병원에서 쓰는 진통제들 중 가장 강력하다는, 말기 암 환자들에게 쓰는 진통제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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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약까지 드셨던 거야?’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약의 이름들만 봐도 도영이 평소 얼마나 고통스러워했는지 짐작이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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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얼마나 아프셨을까.’

혜수는 약 몇 가지를 조합해 도영에게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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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교수님. 눈 좀 떠보세요. 네? 약 드셔야 해요.”

하지만 소용없었다. 통증 때문에 정신을 반쯤 잃은 도영이었다. 세게 흔들어도 눈만 조금 떴다 감을 뿐 몸을 일으키지 못했다.

입도 벌리지 않으니 약을 넣어줄 수도, 물을 넣어줄 수도 없었다. 게다가 이 상태라면 물을 넣어준다 해도 삼킬 수 없을 것이다.

고민하던 혜수는 병동으로 뛰어 올라갔다. 먹을 수가 없으니 수액으로 넣어줘야 했다. 주사로 맞는 것이 먹는 것보다 훨씬 약효가 빨리 돌 테니 그게 낫겠다 싶었다.

병동으로 가서 간호사의 도움을 받아 수액과 항경련제와 진통제 몇 가지를 챙겼다.

핫팩과 거즈도 챙긴 혜수는 서둘러 다시 의국으로 내려가 도영의 방으로 갔다.

도영은 이전과 같은 모습으로 소파에 누운 채 밭은 숨을 내쉬고 있었다. 여전히 불러도 눈만 간신히 뜨고 뚜렷한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혜수는 도영의 멀쩡한 왼팔을 펴고 토니켓을 묶었다. 굵은 혈관이 툭 불거졌고, 지체 없이 카테터를 도영의 팔에 꽂아 넣었다.

수액을 연결한 뒤 약들을 섞었다. 곧 투명한 약들이 도영의 팔로 빨려 들어갔다.

그다음엔 팔에 따뜻한 찜질 팩을 대어주었다. 혹시나 경련이 멈추는데 효과가 있을까 해서.

또 가져온 거즈를 물에 적셔왔다. 도영의 땀을 닦아주며 간절히 빌었다.

자신이 넣어준 약들이 조금이나마 도영의 통증을 덜어주기를. 조금만 더 편하게 해줄 수 있기를.

시간이 지나고 가져온 약들이 바닥을 보일 때쯤.

도영의 호흡이 점차 편안해져 갔다. 붉게 상기되었던 얼굴도 원래의 피부색으로 돌아가 있고 비 오듯 흘리던 식은땀도 잦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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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다행이다.’

다만 오른팔의 근육들은 전보다 덜하기는 하지만 여전히 수축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경련이 완전히 멎으려면 시간이 더 지나야 하는 듯했다.

그래도 통증이 줄어드니 정신이 드나 보다.

도영이 눈꺼풀을 천천히 들어 올린다. 저를 걱정스럽게 보고 있는 혜수의 얼굴을 바라본다.

깜빡깜빡 눈꺼풀이 몇 번 감겼다 떠지고, 도영이 다시 눈을 감았다.

신음과 섞인 음성이 길게 토해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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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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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도영의 목소리가 너무 작아 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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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달싹이는 도영의 입가에 귀를 갖다 대고 나서야 혜수는 알아들을 수 있었다.

내가 알아서 할 테니 넌 당장 이 방에서 나가라는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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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통증은 좀 줄은 듯했지만 근육은 여전히 떨고 있다.

언제 또 심해질지도 모르는데 도영을 그냥 두고 나가기엔 망설여진다. 이렇게 아파하는데. 견디지 못할 정도로 고통스러워하는데. 그러다 이번엔 정말로 정신을 잃으면 어쩌려고.

하지만 도영은 계속해서 희미한 목소리로 말했다.

날 내버려 두라고. 신경 쓰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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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지? 어떡해야 해?’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그때, 도영이 다시 오른팔을 움켜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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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윽.”

팔의 근육이 또 떨리기 시작했다. 다시 경련이 심해지는 모양이었다. 통증 또한 강해지는지 도영은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고통스러워하기 시작했다. 아랫입술을 피가 맺힐 정도로 강하게 짓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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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혜수는 저도 모르게 도영에게 다가가 떨리고 있는 오른손을 덥석 잡았다. 덜덜 떠는 손가락 마디마디에 제 손을 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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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떡해…….”

아이러니하다. 아름답다고만 생각했던 손이 지금은 격렬한 통증의 원인이라니.

사람들이 신의 손이라 부르며 추앙하는, 아픈 사람들의 목숨을 구하는 손이 지금은 제 주인을 위협하고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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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엄지로 손등의 오목한 부분을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손을 잡아준다고 해서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그냥 단순히, 제 손의 온기에서 도영이 조그만 위로라도 얻었으면 해서 한 행동이었다.

혜수는 도영의 손을 겨우 반쯤 가린 제 손 위에 이마를 대고 작게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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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지 말아요, 교수님.”

그런데, 그런 채로 일 분쯤 지났을까.

거짓말처럼 경련이 멎었다. 제멋대로 수축하던 근육들이 일순 잠잠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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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여태껏 경련을 좀 잠재워 보고자 따뜻한 팩도 올려보고 물에 적신 거즈로 닦아도 보고 가운도 덮어줘 보고 이 방 안에서 할 수 있는 건 다했었다.

그래도 아무런 효과가 없어 이건 시간이 지나야 되나 보다 하고 있던 참이다.

그런데 이렇게 갑자기 없어지다니.

혜수는 도영의 팔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근육의 수축은 씻은 듯이 없어진 상태다. 자그마한 떨림 하나 보이지 않는다.

‘원래 이렇게 갑자기 사라지는 건가?'

한동안 지켜봐도 잠잠하다. 정말 경련이 완전히 멎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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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하네. 나중에 논문을 좀 찾아봐야겠다.’

어찌 됐든 다행이다. 도영을 괴롭히던 것이 사라졌으니.

혜수는 그래도 멈추지 않고 도영의 팔과 손을 쓸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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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이에요. 교수님. 아프지 마세요.’

잠시 뒤, 고른 숨소리가 들려온다. 도영이 눈을 굳게 감은 채 잠이 들어 있었다.

그제야 혜수는 도영의 몸에서 손을 뗐다. 굽혔던 몸을 펴고 일어나 주변을 정리했다. 다 들어간 수액을 제거하고 거즈며 바늘이며 버릴 건 쓰레기통에 버렸다.

주위를 얼추 정리하고 다시 도영의 앞에 앉았다. 도영은 여전히 미동도 없이 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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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정말 괜찮아진 건가 보다.’

머리맡에 켜둔 스탠드의 노란 조명이 도영의 얼굴을 반쯤 비춘다.

그 때문인지 도영의 얼굴이 평소와 다르게 보인다. 어쩌면 조금 전 목격한 도영의 아픔을 겹쳐 보아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조명 아래에 놓인 풍성한 속눈썹과 콧대, 그 아래로 이어지는 입술을 지났다. 강인하고 매력적인 턱을 지나 단단한 어깨로 시선이 내려갔다.

더 아래에는 조금 전까지만 해도 무섭게 수축하며 주인을 위협하던 오른팔이 있다. 길고 매끈한 손은 언제 그렇게 경련했었냐는 듯 아름답기만 했다.

직업이 외과 의사인데 하필 팔이 문제라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얼마나 오랜 기간 동안 이렇게 고통을 홀로 견뎌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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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고 단단한 사람인 줄로만 알았어.’

그러고 보니 도영을 처음 만났던 날, 둘이 힘을 합쳐 쓰러진 할아버지에게 응급처치를 할 때 도영의 왼쪽 팔이 더 강하게 수축했던 것이 기억난다.

보통은 양팔에 고르게 힘을 배분할 텐데 왼쪽에만 도드라지게 힘을 줘 특이하다고 생각했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일부러 왼쪽 팔에 더 힘을 실었던 것이다. 오른팔에 갑작스러운 힘을 주게 되면 경련이 올 수 있으니.

도영은 단순히 물건을 든다거나 일상생활을 할 때는 왼손을 썼지만, 중요한 행동을 할 때는 오른손을 썼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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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러셨구나. 왜 진작 눈치채지 못했을까.’

착잡한 마음에 저도 모르게 도영의 오른손을 다시 잡았다. 손가락 하나하나에 제 손을 얽었다. 길고 매끄러운 손가락이 부드럽게 감겨왔다.

조금 전 했던 것처럼 엄지로 도영의 손등 오목한 부분을 찬찬히 쓸어주고 작게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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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요, 교수님.”

그렇게 혜수는 한참을 도영의 곁에 앉아 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Rrrrrr, Rrrrrr.

시끄럽게 울리는 벨 소리에 혜수는 후다닥 통화 버튼을 눌렀다.

병동에서 혜수에게 왜 바이탈을 체크하러 오지 않냐고 부르는 전화였다.

간호사들도 혜수의 한 시간 바이탈 벌을 알고 도와주는 것이다. 혹시나 까먹으면 더 가혹한 벌이 떨어질 것이 뻔하니까.

혜수는 가능한 목소리를 낮추어 소곤거렸다. 겨우 잠든 도영을 깨우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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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알겠어요. 지금 갈게요.”

여태 잡고 있던 도영의 손을 천천히 내려놓았다. 소파를 짚으며 몸을 일으키려는데 순간 몸이 휙 뒤로 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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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으로 급격히 쏠리는 힘 때문에 도영의 위로 넘어지려는 것을 간신히 버텼다.

다행히 도영과 부딪히지는 않았지만 혜수의 눈 바로 앞에 도영의 얼굴이 있을 만큼 매우 가깝게 붙어 있게 되었다.

그런데, 도영이 눈을 뜬 채 저를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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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놀라서 몸을 뒤로 물리려 했지만 불가능했다. 어느새 손목이 도영에게 꽉 붙들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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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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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가.”

잔뜩 잠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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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으신 거예요?”

고통에 잠겼었던 눈동자는 온통 축축했지만 여전히 짙고 깊었으며, 곧게 혜수를 향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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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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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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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가냐고 물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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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동에요…….”

진득한 목소리가 귀에 감겨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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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더 있다가 가. 10분만. 아니 5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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