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9화
- 개봉 2주 만에 천만 관객 돌파한 영화 ‘탑스타 어게인’
- 극장가에 적수가 없다! 차 배우 효과를 제대로 보여준 ‘탑스타 어게인’
- 최종 스코어는 몇만 관객? 조심스럽게 1600만 그 이상을 말하는 업계 관계자도 있어.
- 차 배우는 이번 영화로 역대 관객수 1위에 등극할 수 있을까?
- 해외 영화제에 출품하지 않고 극장가에 공개한 이유는 영화를 보면 알 수 있었다.
└ 맞지. ㅋㅋㅋ 다들 주우정 감독이 해외 출품 안 하고 극장가 공개한다고 했을 때. 다들 ??? 했는데 보고 나니 납득이 됨.
└ 예술적이거나 메시지를 담은 영화가 아닌 말 그대로 차 배우를 위한 영화였으니까요. 특히나 차 배우를 좋아하고 아는 팬들이라면 더 재밌게 볼 수가 있었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나 탑스타 어게인 보면서 몇 번을 웃고, 울었는지 모름. 옆에서 남친이 그러다가 큰일 난다고. 어디에 뭐 생긴다고 해서 정색하면서 혼냈어요.
└ 진짜 주우정 감독과의 재결합이라고 해서. 처음에 이번에는 진짜 해외 영화제 정복하려고 하나? 싶었는데 막상 만들어진 영화는 진짜 차 배우와 팬들을 위한 영화였음. ㅋㅋㅋㅋ
└ ㅇㅈ 특히나 가족들끼리 보기 좋은 영화라서. 이 추세라면 진짜 관객수 역대 1위에 등극하는 거 아닐까 싶음요.
2주. 정확하게 개봉 14일이 되는 날까지 집계된 누적 관객수가 1000만 관객을 돌파해 버렸다.
근 1년 사이에 1000만 관객 영화가 없기도 했었고. 이 말도 안 되는 흥행속도에 모두가 호들갑을 떠는 건 당연한 순서였다.
그 호들갑에 사총사 친구들이 빠질 리가 없지. 날이 제법 쌀쌀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점심시간이 되면 빠른 식사와 함께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는 우리였다.
오늘의 주제는 어제 영화관을 찾아 넷이서 같이 본 ‘탑스타 어게인’에 관한 것이었다.
“대박! 다시 봐도 너무 재밌던데? 첨 봤을 땐 우리가 농담처럼 하던 말들이 영화에 담겨 있어서 깜짝 놀랐잖아.”
“···맞아. 무엇보다 서준이 연기가 너무 좋았어. 지금까지 보았던 그 어떤 연기보다.”
“나는 개봉 첫날에 삼촌이랑 보면서 멍하니 입을 벌렸잖아. 저건 과연 연기인가, 나 자신을 보여주는 건가 이렇게. 삼촌도 의심했다니까.”
마지막에 김도윤의 말에는 살짝 흠칫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래도 배우 차서준의 인간미를 뛰어넘는 천재적인 면모를 6살 때부터 지켜본 서도현이었으니까. 저런 의심을 하는 것도 이상하지는 않았다.
어쨌거나.
지금 말도 안 되는 성적으로 흥행하고 있는 ‘탑스타 어게인’의 성공 요건에는 방금 사총사 친구들이 말한 부분이 없지 않았다.
흔히 차 배우를 볼 때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쟤 진짜 인생 2회차 아니야?’ 이 부분을 정말 재밌게, 때로는 감동적이게 녹여낸 영화였으니까.
“근데 주우정 감독님 대단하더라. 어떻게 보면 흔한 스토리의 영화가 될 수도 있었는데. 서준이를 주인공으로 쓰면서 확 중심을 잡아버리니까. 모든 이야기에 관객들이 흡입될 수밖에.”
“역시 미래의 감독님 지환이야. 안 그래도 삼촌이 영화를 다 보자마자 나한테 그 이야기를 해줬거든. 만약 이 영화의 주인공이 서준이가 아니었다? 그러면 이처럼 흥행할 수가 없었을 거라고.”
“괜히 주우정 감독님이 서준이만 생각하면서 완성한 시나리오라 한 게 아니었어.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차 배우 팬들이라면 어? 어어? 할 만한 것들로 채워져 있었잖아.”
미래의 감독님을 꿈꾸는 최지환이나, 이제는 도 배우로 불리는 김도윤은 영화 그 자체에 대해 떠들기 시작했다.
“···서준이 이번 영화가 진짜 대박인 게. 두 번, 세 번씩 보는 사람들이 엄청 많다는 거지.”
“맞아! 나도 지우랑 한 번 보고. 또 엄마, 아빠랑 한 번 보고. 어제 너네랑 같이 또 봤잖아.”
“다시 봐도 재밌다고 다들 난리야. 역시 우리 서준이야.”
친구들의 말처럼 말도 안 되는 흥행 속도 비결에는 여러 번씩 관람하는 팬들에게 있었다.
한 번 보고 나니 가족들이 생각나서 영화관으로 모시고 가는 셈. 그 덕분에 영화관들은 오랜만에 활기가 돈다고 활짝 미소를 짓고 있다고.
가족들이 함께 영화를 보러오다 보니. 덩달아 스낵 판매량이 껑충 뛰어오른 것이다. 어떤 기사에서는 영화관도 누리는 차 배우 효과라고 하던데.
“서준아, 도윤아.”
“응?”
“어?”
“우리 이제 얼마 지나면 고3이잖아. 지우야 앞으로도 아이돌 생활에 바쁠 테지만. 서준이랑 도윤이 너넨 어떻게 할 거야?”
안 그래도 애들에게 진로 관련 상담을 하려던 참인데. 마침 잘됐다.
“지환이가 말 잘 꺼냈네. 지우는 슬슬 미국에서도 반응이 온다고 하니까. 대학 진학보다는 일단 그룹 활동에 집중하는 게 좋을 거야. 회사에서도 그렇게 말했지?”
“···응. 멤버 형들도 다들 블랙홀 하나에 인생을 걸고 있는데. 나도 그래야지. 그리고 회사에서도 서준이 말처럼 이제 미국에서 뭔가 반응이 오고 있으니 더 힘을 내보자고 했어.”
정말 그랬다. 데뷔 초부터 배우 차서준. 해외에서는 준이라고도 불리는 내 친구가 멤버로 포함되어 있어 주목받았던 아이돌 그룹 ‘블랙홀’에 대한 반응이 오기 시작한 것.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팬덤이 생겨나고 있다는 소식도 들은 참이었다. 그렇다면 당연히 거기에 올인을 해야지.
모든 아이돌 소속사가 꿈꾸는 무대가 아니던가. 미국 음악 시장 빌보드(billboard).
김도경 시절에도 한국을 넘어 세계적인 가수가 된 아이돌 그룹이 하나 있었다. 이번에는 비슷한 그룹이 안 보이기에 역시 다른 세상이라 그런가 싶었는데.
혹시 하지우의 블랙홀이?
“당연히 지환이는 감독님이 되기 위해선 관련 학과에 진학해야 할 테고. 도윤이 너도 당연히 가야겠지?”
“응? 나도?”
내 물음에 김도윤이 화들짝 놀라며 되묻는다. 아마 그 어떤 대학 교수들보다 뛰어난 연기 스승인 내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
“당연하지. 항상 말했잖아. 배우에게 있어서 다양한 경험들은 더 풍부한 표현을 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될 거라고. 대학 생활은 고등학교와 또 다를 테니. 한 번 경험해 보는 게 좋아.”
“아니. 그러면 서준이 너도 나랑 같이···. 아니다. 내가 누구한테 어딜 가자고 하는 건지. 너 가면 교수님들 다 기겁하겠다.”
“인정! 과제 내주고 채점을 못 할지도 몰라!”
그런 이유라면 같이 대학을 가자고 하려던 김도윤이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당장 교수들 중에서도 연기에 있어 나를 가르치겠다고 나설 수 있는 사람이 없을 테니.
다른 곳도 아닌 세계적인 시상식에서 연기 하나로 남우주연상을 받는 배우가 차서준이었으니 말이다.
그때였다.
이대로 납득하던 김도윤이 고개를 홱 하니 들고선 나를 공격해 온 것은.
“저거 봐. 쟤 이번이 인생 2회차 일지도 모른다니까. 사실 대학도 이미 다녀와서 더 이상 공부도 지겨운 거지. 맞지?”
“그럴싸한데? 꼭 방금 서준이가 말하는 투가. 에휴, 내가 경험해 봤는데 한 번은 해볼 만한 것 같더라. 너네는 꼭 가 봐. 그런데 난 이번이 두 번째니 됐어. 이런 느낌이었어!”
“···인정.”
얘네들이 왜 이래 진짜.
···예리한데?
[차 배우의 오랜 찐팬이 탑스타 어게인을 보고 든 생각(음모론 살짝)]
요즘 극장가를 점령하다시피 한 탑스타 어게인 다들 보셨죠?
안 보신 분은 여기서 스포가 될 수 있으니 돌아가시길 바랍니다.
어쨌거나.
차 배우의 오랜 팬이라면 영화를 보는 내내 ??? 이런 물음표를 머리 위에 띄우지 않을 수 없을 거라 생각해요.
전생에 자기가 잘못했던 부분을 바로잡아 가는 윤선우. 그 모습이 누군가와 되게 비슷하지 않나요?
덕분에 영화가 상영되는 내내 재밌게 봤지만. 끝나고도 고개가 갸우뚱해지더라고요. ㅎㅎ
└ 그래서 주우정 감독이 차 배우를 위한 영화라며 오랫동안 준비한 거 같음. ㅋㅋㅋㅋㅋㅋ 보는 내내 어어? 어어어??? 이러면서 봤음. ㅋㅋㅋ
└ 차 배우 오랜 찐팬이면 진짜 영화 내내 집중해서 볼 수밖에 없지. 암, 그렇고말고. 농담처럼 여친과 나눈 말이 있음. ‘저거 연기 아닐지 몰라.’ ㅋㅋㅋㅋㅋ
└ 위에 분들의 말씀들도 어느 정도 인정. 그런데 만약에 차 배우가 인생 2회차라면. 굳이 배우 안 하고 주식 투자로 대박 나지 않았을까요? 로또 1등을 노리거나?
└ 맞지. 우리 차 배우만큼 소처럼 일하는 배우가 없었는데. 솔직히 그거 하나하나가 지금만큼 성공작들로 필모에 쌓인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됨. 특히 몇몇 작품은 그냥 자기 연기력으로 캐리했다고 봐야 되는데.
└ 국내에서만 인정받는 게 아니라. 해외에서도 수많은 제작사, 감독들이 찾는 배우가 차 배우잖아요. 진짜 세기에 한 번 나올 역대급 재능인 거 같아요. 인성도 역대급!
*
바쁜 하루 일정을 마치고 집에 들어선 순간.
팡! 팡!
“형아! 축하해!”
“오빠! 축하해!”
“멍!”
동생들이 축하 폭죽을 터트리며 나를 반겼다. 멍이는 폭죽을 못 터트리니 대신 머리에 고깔모자를 쓰고 꼬리를 흔들었다.
뒤이어 나타나는 축하 케이크를 들고 등장하는 우리 엄마, 아빠.
“아들, 탑스타 어게인이 한국 역대 관객수 1위에 등극한 걸 축하한다.”
“서준아, 정말 축하한단다. 얼른 들어오렴.”
드디어 그날이 오고 말았다. 꺾이지 않는 흥행 성적을 보이던 배우 차서준의 영화 ‘탑스타 어게인’이 국내 흥행 기록 1위에 올라선 날이.
참 신기했다. 이미 하루 동안 회사에서도, 또 만나는 사람마다 축하 인사를 수없이 받았는데. 그 어떤 것보다 가족들의 축하가 유독 기쁜 이유는 무엇일까.
“오빠. 오늘 오빠를 위해서 나랑 작은오빠랑 엄마랑 셋이서 떡볶이 만들었어.”
“형 축하해 주기 위해서. 배달 음식 시키는 것보다 만들어 주는 게 의미가 있을 거 같아서 그렇게 했어.”
“얘들아. 서준이가 계속 현관에 서 있잖니. 얼른 들어와서 씻고 나오렴. 오늘 동생들이 장도 보고 열심히 만들었단다.”
“···네. 그럴게요.”
역대 1위 관객수를 달성한 축하 저녁상이라고 하기엔 메뉴가 조촐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와! 이게 다 하준이랑 하윤이가 엄마와 함께 나를 위해 만든 떡볶이야?”
“응!”
“맞아!”
“멍!”
그 어떤 축하상보다 내게는 의미가 있었다. 동생들이 나를 위해 장보기부터 시작해서 요리까지 했다고 했으니까.
“마, 맛있는데?”
“그지? 너튜브 보면서 배웠어.”
“근데 맛 조절에 살짝 실패해서 엄마가 도와줬어.”
“···멍.”
내가 너무 맛있어하자. 찔린 것인지 하윤이가 슬쩍 양심고백을 해버렸다. 옆에서 멍이도 같이.
“어? 너무 맛있어서 내가 다 먹어버렸네?”
“만세!”
“오빠 최고!”
“멍!”
내가 자기들이 열심히 만든 떡볶이를 배가 빵빵해지도록 맛있게 다 먹어버리자. 하준이, 하윤이, 멍이가 두 손을 번쩍 들면서 기뻐했다.
잠들기 전. 내 방문을 똑똑 두들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준이구나.
“형아.”
“응?”
“멍‘s 라이프 애청자분들이 멍이 팬미팅은 안 해주냐고 묻는데. 멍이도 팬들을 만나고 싶대.”
응? 멍이가 그렇게 대답을 했어? 그게 무슨 멍멍이 소리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다른 집 강아지도 아닌 우리집 막내 멍이라면 가능성이 있었다.
“멍아.”
“멍!”
문 앞에서 두근두근하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었는지. 내가 멍아 하고 부르자마자 작게 멍! 하고서 대답하며 등장한다.
저거 봐. 쟤 강아지 아닐지도 몰라. 사람들이 ‘탑스타 어게인’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던 이유가 이 느낌과 비슷하지 않을까.
어쨌거나.
“멍아. 너도 팬들과 팬미팅 하고 싶어?”
“멍!”
“그래?”
“멍!”
하고 싶단다. 사실 멍이가 우리집 막내로 들어오면서 하준이의 수의사 선생님이 되겠다는 꿈이 더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오죽하면 전교 1등을 놓치지 않고 있을까. 해외 동물 관련 지식을 습득하려면 영어가 필수라면서. 영어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형으로서 당연히 도와줘야지.
“대신 크게는 안 돼. 아무래도 사람들이 많이 참석하게 되면 관리에 문제가 생기거든. 신청한 팬들 중 소수 당첨 인원들만 해서 만나는 거야. 알았지?”
“알았어!”
“멍!”
잘 자! 하면서 인사한 하준이가 멍이와 방을 나간 뒤. 나는 흐뭇한 표정으로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하준이, 하윤이가 나를 세상에서 가장 멋진 형, 오빠로 생각하는 것 같아서.
특히나 이런저런 고민이 있을 때. 엄마, 아빠. 심지어 서연이, 은서에게 상담하기 전에 조심스럽게 나를 찾아왔다.
“형아. 이건 다른 사람에겐 비밀이야. 서연이에게도 말 못 한 고민인데···.”
“오빠. 이건 진짜 정말정말 비밀이야. 은서에게도 말을 하지 못한 건데···.”
누가 남매 아니랄까 봐. 비슷한 대사를 꺼내면서 나에게 고민 상담을 하는 하준이, 하윤이었다.
보통 형이나, 오빠가 국내를 넘어 세계적인 스타가 되면. 자신에게도 쏟아지는 과도한 사람들의 관심에 삐뚤어질 법도 한데.
하준이, 하윤이는 마치 나를 본받는 듯 묵묵히 자신들의 꿈을 향해 노력해 나갔다. 그렇다면 당연히 내가 도와줘야지.
그때였다.
똑똑.
“오빠. 자?”
“아니. 들어와.”
하윤이가 슬그머니 내 방문을 두들긴 것은.
“오빠 요즘 많이 바쁘잖아. 그렇지?”
이런. 저 간절하게 원하는 것이 있음을 어필하는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면서. 어떻게 그렇다고 하겠어.
“아니. 이제 바쁜 일정은 다 끝났는데?”
“정말? 그러면 오빠 시간만 괜찮으면 나랑 같이 버스킹 갈 수 있어? 조금만 더 괜찮으면 연습도 쪼꼼만 같이 하고.”
솔직히 버스킹도 자주 다녔던 터라. 이제는 하윤이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음에도 그러지 않았다.
그 이유가 궁금해서 물어봤는데.
“오빠랑 같이 다니는 게 좋아. 사람들 앞에서 노래 부르는 것도 즐겁지만. 그 준비 과정에서 오빠랑 함께하는 게 정말 즐거워!”
이런 감동적인 대답을 들을 수 있었던 나였다.
최근 이런저런 바쁜 스케줄들을 소화하느라 하윤이에게 시간을 많이 내질 못했다.
그렇다면 해야지.
“그러면 우리 내일부터 시간 내서 버스킹 준비할까?”
“좋아! 오빠 최고!”
내 말에 두 손을 번쩍 들면서 나를 안아주는 하윤이었다.
이게 행복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