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탑스타 어게인!-217화 (217/220)

217화

한국에서 ‘탑스타 어게인’ 예고편이 공개되어 떠들썩할 무렵.

나는 엄마, 아빠, 하준이, 하윤이, 그리고 멍이와 함께 여름휴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어디로 다녀왔냐고?

전에 애견 독채 펜션에 놀러 갈 때 말이 나왔던 하와이로.

여행 내내 가족들이 너무 행복해 보여서 열심히 준비한 보람이 있었다. 사진이랑 동영상도 핸드폰 용량이 가득 찰 정도로 찍을 수 있었고.

“집이다!”

“집이야!”

“멍!”

10일간의 긴 여행에 지쳤을 만도 한데. 하준이, 하윤이는 비행기와 차 안에서 푹 자면서 충전했는지. 집에 들어서자마자 팔팔해진 얼굴로 외쳤다.

“자, 집에 돌아왔으니까. 하준이, 하윤이는 엄마를 도와드려야겠지?”

“네!”

“응!”

아빠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하준이, 하윤이가 캐리어 하나씩을 들고 움직인다.

여행 동안 입었던 옷들을 세탁기에 돌려야 하니. 엄마를 도와 옷들을 정리할 모양.

아빠와 나는 여행하는 동안에 새롭게 생긴 짐들과 선물을 구분해야 했다.

“우리 아들 덕분에 이번 여행도 너무 즐거웠어. 정말 고마워.”

여행 내내 즐거웠는지. 아빠가 내게 다가와 살포시 안아주며 조용히 말씀하셨다.

“저도 너무 즐거웠어요. 이번에도 제가 준비한 방은 마음에 드셨어요?”

“크흠. 아들, 아빠는 엄마랑 단둘이서 오붓하게 자는 것도 좋긴 한데. 그래도 명색이 가족 여행이니 하준이, 하윤이, 멍이도 같이 자면···.”

이번 하와이 여름휴가 역시 방을 두 개씩 잡았다. 하나는 엄마, 아빠를 위한 오붓한 방. 다른 하나는 나와 하준이, 하윤이, 멍이가 함께 자는 떠들썩한 방.

심지어 자유 여행이다 보니. 엄마, 아빠가 늦게 일어나시는 동안. 내가 하준이, 하윤이, 멍이를 데리고 아침도 먹고, 산책도 하고 했었다.

그때였다.

내가 아빠의 요청에 대답을 하기도 전에 뒤에서 엄마의 말이 들려온 것은.

“그 옷 빨아야 하니까 얼른 방에 가서 갈아입은 다음에 세탁기로 가져와요.”

아빠의 내년 여행을 위한 ‘한 방에서 가족들 다 같이 자기’ 계획은 시작도 전에 실패해 버렸다.

아빠, 방금 절 안으면서 말씀하실 때. 엄마가 슬쩍 뒤로 다가오면서 다 들으셨어요.

아직 올해 크리스마스도 남았는데. 작년에 너무 행복했다고 엄마가 올해도 예약 가능하냐고 물어보셨는데.

미안해요, 아빠.

“서준아. 너도 그 옷 빨아야 하니까 벗으렴.”

“네. 방에 가서 갈아입고 나올게요.”

여행의 피로가 누적되어 있으니. 저녁은 편하게 배달을 시키기로 했다.

엄마를 도우면서 까르륵 웃음을 터트리는 하준이, 하윤이, 멍이에게 다가갔다.

“저녁으로 먹고 싶은 메뉴가 있는 사람?”

“나나!”

“나도!”

“멍!”

내가 저녁을 시키기 위해 묻자. 하준이, 하윤이. 그리고 멍이까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손을 들었다. 정확하게 멍이는 앞발을 들었고.

“그래.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으니까. 배 많이 고파?”

“응. 비행기에서는 신이 나서 몰랐는데. 차를 타고 집에 도착할 때쯤 되니까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어. 나도 그렇고 여기 멍이 배에서도 꼬르륵.”

“맞아. 여행 동안에 배가 터지도록 먹었지만. 그래도 한국에 돌아왔으니까 든든하게 먹어야 된다고 생각해 오빠.”

결론은 많이 시키자는 것이었다. 대게는 사랑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하준이, 하윤이었으니.

그렇게 저녁 메뉴는 하준이, 하윤이, 멍이가 가장 사랑하는 대게로 결정이 되었다. 하와이에서도 몇 번 먹었던 것 같은데.

“형아. 한국 대게와 하와이 랍스터는 맛이 달라. 그러니 하와이에서의 맛을 잊기 전에 얼른 한국에서도 먹어서 맛을 비교해 봐야 된다고 생각해.”

“맞아. 작은오빠의 말처럼. 오늘 저녁은 대게로 먹어서 하와이에서 먹던 것과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알고 싶어.”

이렇듯 나름 합리적인 주장을 하는 동생들 덕분에 저녁 메뉴가 확정이 되었다.

세탁기가 바쁘게 돌아가고. 거기서 나온 빨래들은 다시 건조기로 향했다. 그 사이 주문한 대게가 도착해서 두 손을 번쩍 들고 동생들이 반긴 건 덤.

“맛있어?”

“응! 그런데 하와이에서 먹었던 게 더 맛있었던 거 같기도 하고 그래.”

“나도. 뭔가 이국적인 곳에서 먹으니까 특별한 맛이 났던 거 같아.”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맛있다며 연신 대게를 와구와구 먹는 하준이, 하윤이었다.

“멍!”

어디서 먹든지 간에, 대게는 무조건 맛있다고 외치는 멍이까지.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난 뒤. 우리 가족은 거실에 태블릿 PC를 중심으로 동그랗게 둘러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엄마. 이때 기억나세요? 둘째 날인가 그랬는데 멍이가 파도 보면서 장난치다가 못 피하고 맞았잖아요. 그러면서도 머엉! 하고 외쳐서 엄청 웃었고요.”

“맞네. 엄마도 기억났어. 그래서 멍이가 파도 무서워 했잖니.”

“맞아요! 그러다가 저랑 하윤이랑 형이랑 물놀이하는 게 재밌어 보였는지. 용기 내서 들어오더니 같이 엄청 잘 놀았어요.”

사진과 동영상을 많이 찍어두길 잘했다. 여행하는 동안 있었던 즐거웠던 추억들을 되새김질하는 시간이 생겼으니.

멍이도 옆에서 듣다가 기억났다는 듯이 멍! 하고서 외친다. 바다에 또 가요! 이런 느낌이랄까.

바다에서 물놀이를 하는 사진들, 해변가에서 멍이와 함께 술래잡기를 하는 하준이, 하윤이 사진들. 그리고 하나씩 중간에 나오는 우리 가족의 행복한 모습이 담긴 영상.

그렇게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다가 하준이가 흥분한 것은 음식 사진이 나왔을 때였다.

“형아. 여기 진짜 맛있었어. 다음에 또 하와이 놀러 가게 되면 여기 또 가고 싶어. 그때는 내가 용돈 모아서 형한테 사줄 거야.”

“정말? 하준이가 용돈 모아서 사줄 거야? 그러면 하준이가 사주는 걸 먹기 위해선 내년에 하와이에 또 가야 되겠네?”

하준이의 내년을 기약하는 말에 잠시 듣고 있던 엄마, 아빠의 입에서도 웃음이 터졌다.

방금 했던 말처럼 1년 동안 열심히 용돈을 모은 하준이의 선물을 받기 위해선. 내년에도 하와이로 떠나야만 했으니까.

“응. 형아랑, 엄마, 아빠만 내년에 시간이 된다고 하면. 저기에 또 가고 싶어요. 너무 맛있었어요. 대게만큼요.”

이런. 정말 맛있었나 보다. 방금 저녁으로 대게를 먹으면서 역시 대게가 세상에서 제일 맛있어! 라고 외쳤던 하준이의 입에서 저런 말까지 나올 정도면.

“그러면 내년에도 여름휴가로 하와이에 갈까?”

“응! 나 열심히 용돈 모을래.”

“나도!”

“멍!”

응? 멍이도?

자기도 용돈을 모으겠다고 멍! 하고 외치는 멍이 덕분에 다시 웃음이 터진 우리 가족이었다.

“오빠.”

“응?”

“지금 오빠 영화 예고편 공개가 되어서 사람들 난리도 아니야. 은서도 보더니 얼른 영화관에서 나랑 같이 보고 싶대.”

그랬다.

‘탑스타 어게인’ 예고편이 처음으로 공개된 뒤. 사람들의 반응이 뜨겁다 못해 타오른다고 들었다.

김정범조차 예고편이 끝내주게 뽑힌 거 같다고 칭찬할 정도였으니. 그걸 본 다른 사람들의 반응은 굳이 살펴볼 필요도 없었다.

“예고편 나온 거 같이 볼까?”

“좋아!”

“얼른 보자!”

“멍!”

*

하와이에 다녀왔으니 선물을 잊으면 안 된다. 연사모 형들도 챙겨야 하지만, 그보다 먼저 챙길 사람이 있었다.

바로 삼촌이자, 구름엑터스 대표인 서도현을 위한 여행 선물은 잊어선 안 되지.

내가 대표실 문을 열면서 서도현을 부르자. 서류를 검토하던 서도현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나를 반겼다.

“삼촌.”

“왔구나. 여행은 즐거웠고?”

“네. 하준이랑 하윤이가 너무 재밌었다고. 내년에도 또 가자고 하더라고요.”

내 대답에 서도현이 미소를 짓는다. 그러더니 내 손에 들린 걸 본 순간 왜 그걸 사 왔냐는 듯 말을 꺼냈다.

“그냥 재밌게 가족여행 다녀오라니까. 그런 선물 같은 건 안 사 와도 된다고 했는데.”

“에이, 다른 사람도 아니고, 삼촌 선물을 어떻게 빼먹겠어요. 비싼 건 아니에요. 다만 삼촌에게 필요할 것 같아서 가져왔어요.”

내가 선물로 준비해 온 건 술 한 병이었다. 막 엄청 비싼 고가의 주류는 아니고. 기념 선물로 차 배우가 줬다고 하면 시율 누나가 좋아할 것 같아서 준비했다.

그런데.

“술이네?”

“네. 저번에 제가 준비한 선물로 삼촌과 시율 누나가 이어졌잖아요. 그래서 이번 여행 다녀오면서 다시 술을 선물로 준비했어요.”

이상하다. 분명 내가 자신과 김시율을 위해 술을 선물로 준비했다고 한 순간. 누구보다 기뻐했을 사람이 서도현인데.

난감? 이걸 어떻게 말하지? 이런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런. 어쩌지.”

“왜요? 무슨 일 있어요?”

혹시 여행을 다녀온 사이에 헤어지기라도 한 것일까? 그렇다고 하기엔 떠나기 전까지 두 사람의 사이가 너무나도 좋았었는데.

내가 걱정을 담은 눈으로 바라보자. 잠시 뒷머리를 긁적인 서도현이 어색한 표정으로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심지어 내 눈까지 피하면서.

삼촌이 저렇게 난감해하는 모습은 진짜 몇 년 만에 보는 것 같은데. 대체 무슨 일이지?

“그게···. 사실 나도 어젯밤에서야 알게 된 사실인데. 음. 그러니까 이게···.”

대체 무슨 일인데! 내가 답답한 마음에 무슨 일인데요? 하고 말을 꺼내려는 순간.

“거참, 서준이 네게 말하긴 조금 부끄러운 내용이기도 한데. 사고가 있었다. 시율이랑 나 사이에. 그러니까 속도위반을 하게 된 셈이지.”

응? 서도현의 설명이 이어질수록 내 입이 멍하니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삼촌!”

“응?”

“이건 축하해야 할 일이죠! 뭐가 부끄러워요. 나 같으면 당장 저 문 열고 뛰쳐나가서 자랑했을 거예요.”

명절이 지날 때마다 김도윤에게 내가 듣던 말이 무엇이던가.

“삼촌이 이번 명절에도 눈칫밥만 먹다가 도망쳤어. 이제 우리 엄마도 합세해서 삼촌 구박하더라.”

사회적으로는 이제 성공한 대표이자, 배우계의 거물인 구름엑터스 대표 서도현이었다.

하지만.

집에서는 그저 나이를 먹을 때까지 일에 미쳐 사는 부모님을 속 썩이는 못난 아들이었을 뿐.

그랬는데 지금 서도현의 나이엔 축복이나 다름없는 속도위반이 시율 누나와 삼촌 사이에 터진 것이다.

“결혼식은 언제 하시려고요?”

“아직 갑작스럽게 알게 되어서 정해진 건 없는데. 하게 되더라도 서준이 너랑 도윤이가 참석하게 될 에미상 이후가 되지 않을까 싶은데.”

잘됐다.

서도현과 김시율을 위해 어떤 선물을 준비해야 되나 갑작스러운 고민이 생겼는데. 선물을 준비하기에 충분한 시간까지 생겼다.

“삼촌! 축하드려요!”

“고맙다. 농담처럼 기자들이 서준이 널 보고 사랑의 큐피드라고 하던데. 그 도움을 내가 받게 될 줄이야.”

진짠데. 그것도 100퍼센트의 성공률을 자랑하는 차서준 연애 조작단이었다.

*

- 다시 한번 에미상을 정복한 차 배우. ‘학교 생존’으로 시상식에 다시 올라.

- 10개 부문 에미상 후보에 오른 ‘학교 생존’ 6관왕 수상!

- 에미상의 Creative Arts 시상식과 메인 시상식을 장식한 ‘학교 생존’

- 넷티비 드라마 ‘학교 생존’으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 차서준.

- 에미상 남우주연상 수상 소감을 말하는 배우 차서준. 언제나 수상 소감의 마지막은 “사랑하는 하준이, 하윤이, 멍이와 이 영광을 함께하고 싶습니다.”

└ 미쳤다!!! 왕자의 난에 이어 학교 생존으로 또다시 남우주연상을 받다니!!!

└ 도 배우 물개박수 치는 거 엄청 귀여움. ㅋㅋㅋㅋㅋㅋ 솔직히 차 배우 표정만 보면. 이번 에미상에서 남우주연상 받았을 때보다 저번 백상에서 도 배우 조연상이 더 기뻐 보였다면 착각일까?

└ 착각 아닐 듯.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때처럼 차 배우가 물개박수를 친 적이 없었는데. 다른 사람도 아닌 6살 때부터 같이 배우를 꿈꾼 친구를 위한 축하였으니.

└ 에미상 남우주연상 수상 소감에서 마지막에 한국말이 울려 퍼진 게 이번이 2번째임. ㄷㄷㄷ 왕자의 난 때랑 마지막 수상 소감이 비슷한데. 이번에는 멍이가 추가됨. ㅋㅋㅋㅋㅋ

└ 멍이도 우리 차 배우의 소중한 가족입니다. 멍's 라이프 애청자라면 다들 아실 텐데. 촬영 마치고 돌아온 차 배우를 가장 격렬하게 반기는 막내가 멍이임. ㅋㅋㅋ

└ 그러니 차 배우가 막내인 멍이도 잊지 않고 말한 거겠죠. ㅎㅎ 그런데 소감 도중에 서도현 대표를 언급하면서 한 축하한다는 말은 뭘까요?

다시 한번 에미상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차서준에 대한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을 때.

[님들. 대박 사건 터진 거 암? 이번 주말에 구름엑터스 대표 결혼식 있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그게 왜? 서 대표 나이가 얼만데. 이제야 결혼하는 거면 많이 늦은 감까지 있는 건데.

└ 서 대표 신부가 바로 차 배우 팬클럽 열성팬이거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 몇 년 전부터 차 배우 찐팬들만 아는 네임드팬 금동이맘 딸이라는 소식은 덤임. ㅋㅋㅋㅋㅋ

└ ㄹㅇ? 그 금동이맘 딸도 차 배우 오랜 팬인데. 서도현 대표를 알게 돼서 결혼까지 이어졌다고? 그게 어떻게 말이 됨?

└ 자세한 건 나중에 썰이 풀려야 알겠지만. 저 두 사람이 이어진 데에도 차 배우가 연관되어 있다는 소문이 있음. ㅋㅋㅋㅋㅋ

└ 소문이 아니라 사실이에요. 심지어 저거 관련 이야기는 구름엑터스 팀장 하나가 술자리에서 사실 확인까지 해준 이야기임. ㅋㅋㅋㅋㅋㅋㅋ

└ 역시 사랑의 큐피드 차 배우. 연사모 형들을 모두 보내고 나니까. 자기를 발견하고 키워준 서 대표까지 보내주는구나. 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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