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4화
무슨 설명이 필요할까.
배우 차서준.
이 이름만 언급되어도 투자자들이 돈을 싸들고 달려들 판인데. 거기에 우정출연 하겠다고 나선 배우, 스타들의 이름이 입이 떡 벌어지게 만들 정도란다.
나중에 이 소식이 알려졌을 때의 반응을 예상해 볼 필요도 없었다. 내게 이야기를 들은 주우정 감독의 저 표정만 보더라도 알 수 있었으니까.
“진짜? 그 데이븐과 가르시아 알렌도 영화 촬영 기간에 맞춰서 한국에 와 카메오로 나와 주겠다고 했다고? 그것도 우정출연으로?”
“네. 저번 영화를 각각 찍었을 때. 두 사람 몸값이 얼마인지는 감독님도 알고 계시잖아요. 우정출연 아니면 몸값 감당 안 돼요.”
“···대박이네.”
넋이 나간 듯한 주우정 감독의 반응이. 이 소식을 접할 투자자들의 반응 미리보기가 아닐까.
거기에 앞서 알려진 트로트 황제 김한결과 박민우까지. 저 두 사람만 포함되어도 국내 흥행은 문제가 없지 않을까 싶을 정돈데.
거기에 할리우드에서도 탑급으로 대우받고 있는 데이븐과 가르시아 알렌까지 카메오로 나오겠다니.
나를 바라보는 주우정 감독의 시선 속에는 사랑이 듬뿍 담길 수밖에 없었다.
“서준아, 대표님께 들었을지 모르겠지만. 이번 영화에서 배우 차서준에 대한 러닝 개런티를 최대한 높게 책정할 생각이다.”
“저도 그 내용 들었어요. 고맙습니다, 감독님.”
“고맙기는. 내가 오히려 고마운 상황인데.”
지금 배우 차서준의 몸값을 얼마일까. 당장 전작인 넷티비 드라마 ‘학교 생존’의 회당 출연료가 몇억에 달한다는 뉴스가 나갔었다.
넷티비 측에서 비밀로 해야 한다는 조항 때문에 추측만 난무하고 있었지만. 실제로 사실이기도 했다.
그러한 사실을 대략적으로 아는 주우정 감독이기에. 거액의 출연료와 함께 최대한 높은 수준의 러닝 개런티를 준비한 것이다.
단순히 과거의 인연으로 함께하자는 것이 아닌. 최대한 배우 차서준에게 걸맞은 대우를 해주면서 성공을 만들어 보겠다는 것.
“감독님.”
“응?”
“저는 빨리 봄이 왔으면 좋겠어요. 얼른 영화 촬영 시작하게요.”
기다림이 느껴지는 내 말에 주우정 감독이 웃음을 터트렸다. 사실 나보다 더 안달이 난 사람이 눈앞에 있는데.
나야 대본을 보고서 몇 달만 발을 동동 구르며 기다리는 상황이지만. 눈앞의 주우정 감독은 ‘탑스타 어게인’을 완성하기 위해 몇 년을 쏟아부었으니.
“예전에 베를린에서 잠 못 들던 밤이 생각나네.”
주우정 감독의 말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그 당시 손까지 덜덜 떨던 초보 감독은 어느새 유명 감독이. 어린 배우는 이제 최고의 배우가 되어 있었다.
“감독님. 우리 이번 영화로 다시 한번 사람들을 놀라게 만들어 봐요.”
“그래. 꼭 그렇게 해보자.”
그리고.
주우정 감독이 나를 마주보며 웃으며 말했다.
소문 하나가 떠돌기 시작했다. 배우 차서준이 차기작을 결정했단다. 그것도 할리우드가 아닌 한국에서 말이다.
이 소식만으로 난리가 나기 충분할 텐데. 거기에 과거 ‘목소리’로 함께했었던 주우정 감독이라는 소식이 알려지자. 팬들은 흥분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차기작 소문을 확정 짓는 기사들이 일제히 터지기 시작했다.
- 배우 차서준, 주우정 감독의 영화 ‘탑스타 어게인’ 차기작 확정.
- 주우정 감독이 몇 년을 깎았다는 소문의 시나리오. ‘탑스타 어게인’은 어떤 영화?
- “차 배우를 곁에서 오랫동안 지켜보면서 만든 시나리오. 기대해도 좋은 영화 만들 것.” 주우정 감독의 출사표.
- 차 배우의 차기작 소식에 아쉬움을 표한 할리우드 명감독들.
- “시나리오를 보는 순간 저를 위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배우 차서준의 소감에 ‘탑스타 어게인’을 향해 쏠리는 팬들의 관심.
└ ㄹㅇ임? 다른 배우였으면 몰랐겠는데. 우리 차 배우가 찍는 영화 제목이 탑스타 어게인이라니까 너무 기대가 되는데. ㅋㅋㅋㅋㅋ
└ ㅇㅈ 옛날부터 농담처럼 우리 차 배우에게 사람들이 했던 말이 있었잖아. ‘쟤 6살 아닐지 몰라.’ 이 비밀을 파헤쳐 줄 영화일지도. ㄷㄷㄷ
└ 나 주우정 감독 영화 팬인데. 주 감독만의 특별한 감정선에 차 배우가 다시 함께하다니. 어떤 영화가 만들어질지 너무 기대가 되네요.
└ 탑스타였던 주인공이 과거로 돌아와 하나하나 다시 바로 잡는다는 이야기라던데. 다른 배우였으면 모르겠지만. 차 배우랑 함께라니 이건 대박 냄새가 남. ㅋㅋㅋㅋ
└ 지금 차 배우 차기작 소식으로 다들 난리인데. 투자사들 사이에 재밌는 소문이 떠돌고 있음. 이번 차 배우 영화 카메오 출연진들이 아주 화려할 거라는데?
*
차서준의 차기작 영화 ‘탑스타 어게인’으로 사람들이 떠들썩해하고 있을 때.
정작 나는 가족들과 함께 여행을 떠나고 있었다.
“엄마, 아빠. 오늘 이렇게 멍이까지 함께 여행을 떠나니까 너무 즐거워요.”
“나도! 멍이가 아까부터 신이 났는지 꼬리 움직이는 거 봐요.”
“멍!”
1박 2일 여행을 떠나자는 말에 오늘만을 기다렸던 하준이, 하윤이, 멍이었다.
멍이도 이제 우리집 식구인데. 가족 여행은 무조건 함께 가야지.
본격적으로 영화 촬영이 시작되면 정신없이 바빠질 테니. 여유가 있는 지금 마지막 여행 기회인 이번 주말을 놓칠 내가 아니었다.
“아빠. 운전 괜찮으세요?”
“그럼! 이렇게 우리 가족들이랑 여행을 가니까 너무 행복한데?”
“서준아, 걱정하지 마렴. 아빠가 피곤하면 엄마가 대신 하면 된단다.”
특별히 근사한 곳으로 가는 게 아니었다. 서울 가까운 곳에 독채 펜션으로 1박 2일을 다녀오는 힐링 여행을 계획한 것이다.
참고로 오늘 저녁은 가는 길에 포장할 대게와 바비큐 파티가 있을 예정이었다.
“멍이도 대게 먹을 생각에 신나지?”
“멍!”
지금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강아지가 우리 멍이가 아닐까.
대게 사랑꾼인 하준이, 하윤이 덕분에. 대게의 참맛을 알아버린 멍이었다.
막 눈이 돌아가서 식탁 위에 뛰어들기보단. ‘나도 한 입만···.’ 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며 애처롭게 꼬리를 흔들곤 했다.
그러다가 대게 살을 식혀서 건네주면 세상 행복한 표정으로 잘 먹겠습니다는 의미로 멍! 하고선 와구와구 먹었다.
“영화 촬영 시작할 쯤에 데이븐도 가르시아랑 한국에 온다면서?”
“아빠한테도 연락했어요? 안 그래도 이번에 한국에 오면 날 잡아서 아빠, 엄마, 하준이, 하윤이도 보고 싶다고 하던데.”
“시간 날 때 같이 보자고 연락이 왔어.”
제법 영어가 능숙해진 아빠였다. 사실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연사모 형들이과 데이븐, 가르시아 알렌과 안부 연락 정도는 하는 사이기도 했고.
보통 어깨가 으쓱해져서 주변에 이리저리 자랑하고 다닐 법도 한데. 아빠는 여전히 아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까 조심하고 계셨다.
“엄마, 아빠. 우리 가족 올여름 휴가도 하와이로 갈까요?”
“정말?”
“진짜?”
“멍?”
내가 하와이를 꺼내자마자 하준이, 하윤이의 눈빛이 반짝반짝한다.
무슨 소리인지 이해 못 한 멍이는 고개를 갸웃하며. 신이 난 동생들을 바라보았고.
“괜찮은 생각인데?”
“그죠? 아빠가 여름휴가를 쓰실 때쯤이면 영화 촬영도 끝났을 때니까. 우리 멍이도 같이 하와이 한 번 가봐야죠.”
“맞아! 멍이야, 하와이에 놀러 가면 엄청 재밌어.”
이제 우리집 막내가 된 멍이도 함께 가자고 하자. 너무 좋다며 두 손을 번쩍 드는 하윤이.
“형아. 그런데 멍이를 비행기 타고 하와이까지 데려가려면 준비해야 될 것들이 엄청 많아. 몇 달 전부터 등록이랑 칩도 시술해야 되고, 예방 접종이랑 각종 검사들 해야 돼. 그래도 멍이를 호텔에 맡기고 가는 것보다 함께 간다면 정말 즐거울 거 같아.”
응? 하준아? 너의 그 말에서 누군가의 모습이 보였다면 착각이겠지?
어쨌거나 정말로 수의사 선생님을 꿈꾸는 하준이답게. 강아지와 함께 해외여행을 떠나기 위해 필요한 정보들이 술술 나왔다.
내가 알기론 저거 관련된 영상을 얼마 전에 서연이랑 찍었다고 했었지.
“여기서 잠깐 차 안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아빠가 대게 포장한 거 가지고 올게.”
“아빠! 나도 같이 갈래요.”
주차를 하고 바로 옆에 있는 가게에서 포장 주문한 대게를 가지고 온다는 아빠의 말에. 하준이가 손을 번쩍 들고서 따라 내린다.
미리 주문, 결제까지 모두 해둔 대게를 가지고 온 아빠의 표정이 당황으로 물들어 있었다.
“서, 서준아? 이렇게나 많이 주문했어?”
“네. 하준이, 하윤이, 멍이도 다 대게 엄청 좋아하잖아요. 도착하자마자 대게로 간단하게 점심 먹고. 저녁에 바비큐랑 남은 대게 먹으면 좋을 거 같아서 많이 주문했어요.”
그렇게 대게를 한가득 트렁크에 실은 뒤. 우리 가족은 목적지인 독채 펜션을 예약한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어? 오빠. 강아지들이 뛰어놀고 있어.”
“우리 멍이가 마음껏 놀 수 있는 애견 독채 펜션으로 예약했어. 중앙에 커다란 강아지 놀이터도 있는 곳으로.”
그랬다. 우리 멍이가 사람들 눈치를 보지 않고 마음껏 뛰어다닐 수 있는 애견 독채 펜션으로 예약한 것이다.
벌써부터 꼬리가 빠르게 흔들리는 멍이만 보더라도 잘한 선택이란 걸 알 수 있었다.
“멍이가 친구들 만나고 싶은가 봐.”
“근데 멍이 겁이 많아서 막상 다가오면 도망치던데.”
국민 연예인이라고 불리는 배우 차서준의 막내 강아지 멍이었다. 특히 하준이가 운영 중인 너튜브 채널 멍‘s 라이프는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상황.
당연히 산책을 나가면 멍이는 인기 스타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정작 다른 집 강아지들이 다가오면 멍이가 도망쳐 버리곤 했었다.
“어? 멍이 아니야?”
“멍이 맞는 거 같은데?”
하준이, 하윤이가 멍이를 데리고 잔디 놀이터로 뛰어가자. 강아지와 함께 놀고 있던 사람들이 멍이를 알아보고 소리쳤다.
“멍!”
자신이 멍이가 맞다는 듯 특유의 멍! 하고 외치는 멍이의 대답까지.
잠시 셋이서 놀게 놔두고. 나는 엄마, 아빠를 도와 짐을 옮겼다.
딱히 크게 옮길 것은 없었다. 갈아입을 옷을 담은 캐리어 하나. 그리고 저녁 바비큐 파티를 위해 준비한 박스 하나. 마지막으로 대게까지.
그렇게 엄마, 아빠를 도와 짐 정리를 하고 다시 밖으로 나왔는데.
“멍! 멍!”
신이 나 멍!을 두 번이나 외치는 멍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이지?
“형아. 멍이 친구 생겼어!”
하준이가 문을 열고 나오는 날 보더니 순식간에 달려와 소식을 알려주었다.
멍이에게 친구가?
“진짜네?”
“처음에는 평소처럼 막 겁먹어서 피하고 그랬는데. 유독 저 친구랑은 겁도 안 먹고 꼬리 흔들면서 엄청 잘 놀아. 엄청 신기한 일이야.”
정말이었다. 다른 강아지들이 있으면 하준이, 하윤이에게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는 멍이었는데. 어느새 저쪽에서 새로 사귄 친구랑 노느라 정신이 없었다.
오죽하면 하윤이가 걱정이 되어 뒤를 졸졸 따라다닐 정도.
“근데 형아. 엄청난 비밀 하나 알려줄까?”
마치 이건 절대 멍이가 들어선 안 되는 특급 비밀을 알려주겠다며. 하준이가 내 귓가에 가까이 다가와 소곤거렸다.
“저 친구 여자아이래. 멍이랑 나이도 비슷한 거 같아. 마침 우리 아파트에서 멀지 않은 곳에 산대.”
응?
뜻하지 않게 차서준 연애 조작단이 우리 멍이도?
어쨌거나.
이번 가족 여행은 너무나도 행복함의 연속이었다.
“형아. 우리 여기 여름에 또 놀러 올 수 있어? 영화 촬영 때문에 안 될까?”
“저기 수영장 때문에 그래?”
“응. 멍이가 저기서 물놀이 하면 엄청 좋아할 것 같아서. 그 모습을 영상에 담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데.”
애견 펜션답게. 각각의 독채 앞에 강아지와 주인이 함께 들어가 놀 수 있는 미니 수영장이 있었다.
아직 날이 물에서 놀기엔 추운 날씨라 사용이 불가능하지만. 그걸 보고서 하준이가 여름에 또 오고 싶다고 이야기한 것이다.
“그러면 여름에 물놀이하기 좋은 주말에 한 번 또 오자.”
“역시 형아가 최고야. 나 오늘 멍's 라이프에 올릴 영상들도 많이 찍어서. 다음 주에 서연이랑 같이 편집하기로 했어.”
어쩐지. 도착하자마자 핸드폰을 들고서 멍이 영상을 많이 찍던 하준이었는데. 멍's 라이프에 올릴 영상을 찍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렇게 신나게 놀다 보니. 어느새 해가 떨어지고 저녁을 먹을 시간이 왔다.
“맛있어?”
“응! 엄마, 아빠도 얼른 드셔 보세요. 여기 제가 드릴게요.”
저녁 바비큐 파티는 멍이도 신이 나서 참여를 할 정도였다.
그리고.
“안녕하세요. 이렇게 초대해 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
“아까 멍이랑 저희 솜이가 엄청 잘 놀더라고요.”
멍이가 오늘 처음 사귄 친구인 솜이네 가족도 초대해서 함께 시간을 보냈다.
가족 여행이니 잘 먹어야겠다는 생각에 너무 많이 준비해 온 것. 그래서 시작하기 전부터 솜이네 식구를 초대한 것이다.
솜이네는 막 결혼한 신혼부부가 키우는 강아지였는데. 솜이가 등장하자 멍이의 꼬리가 미친 듯이 반겼다.
“멍!”
처음 보는 멍이의 모습에 엄마, 아빠도 그만 웃음을 터트리고 말 정도였다.
“자, 사진 찍습니다!”
“브이!”
행복한 가족 여행의 마무리는 역시 사진이었다.
*
봄이 왔다.
쌀쌀하던 추위가 물러나고. 그 자리를 방울방울 따스한 꽃들이 화사하게 채우기 시작할 무렵.
모두가 애타게 기다리던 그날이 다가왔다.
- 배우 차서준, 주우정 감독 ‘탑스타 어게인’ 크랭크인.
- 차 배우를 위한 영화 ‘탑스타 어게인’ 언제 개봉?
- 연사모 미국 멤버 할리우드 스타 데이븐 개인 SNS 글 화제. "가르시아 알렌과 함께 준을 보러 갈 겁니다.”
- 화려한 카메오들의 출연이 예정된 영화 ‘탑스타 어게인’ 촬영 시작.
영화 ‘탑스타 어게인’ 촬영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