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탑스타 어게인!-213화 (213/220)

213화

하윤이의 버스킹에 새로운 멤버가 합류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우리집 막내 멍이었다.

멍이가 버스킹 멤버에 합류하게 된 계기는 간단했다. 하윤이가 집에서 나와 함께 연습할 때마다. 멍이가 항상 그 앞에 앉아 노래를 감상했던 것.

“멍아. 누나 노래가 좋아?”

“멍!”

연습을 마친 하윤이가 멍이를 품에 안고 묻자. 멍이가 당연한 질문을 한다는 듯이 멍! 하고 답했다.

잠시 그런 멍이의 머리를 슥슥 쓰다듬던 하윤이가 무언가 떠올랐는지 나를 불렀다.

“오빠.”

“응?”

“멍이가 오빠랑 연습할 때마다 이렇게 앞에 앉아서 얌전히 감상했잖아. 같이 버스킹 가면 안 될까?”

하윤이가 부르는 노래 듣는 걸 좋아하는 멍이를 버스킹에 데려가고 싶었는지 저렇게 말한 것이다. 옆에서 멍이도 좋은 생각이라는 듯 멍! 하고 거들었다.

“멍이도?”

“응. 내가 노래 부를 때면 멍이가 항상 다가와 귀를 쫑긋하면서 들었잖아. 우리 멍이가 똑똑해서 노래 부를 때는 짖지도 않고.”

“그건 그런데. 요즘 바깥이 제법 추운데 멍이 괜찮을까?”

멍이를 데려가는 건 문제가 될 게 없었다. 만약 다음 버스킹에 함께 갔다가 시끄럽게 한다면 다음부터는 안 데려가면 될 테니까.

문제는 아직 쌀쌀한 바깥 날씨에 있었다. 혹여나 버스킹을 하는 동안 멍이가 덜덜 떨다가 아프면 안 되니.

그런 우리의 걱정을 알아들었음일까. 멍이가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방 밖으로 뛰어나갔다.

“멍아?”

뒤에서 하윤이의 부름조차 무시한 채. 그리고 멍이가 다시 방으로 돌아왔을 때. 나는 멍하니 입을 벌릴 수밖에 없었다.

“오빠! 멍이가 산책할 때마다 입는 외출용 옷을 가지고 왔어.”

“···그러게. 우리 멍이가 정말 똑똑하네?”

정말이었다. 갑자기 벌떡 일어나 방 밖으로 나섰던 멍이가 가지고 온 것은. 산책을 나갈 때마다 멍이에게 입혔던 따뜻한 애견용 옷이었다.

“멍이야, 그거 입고서 누나랑 같이 버스킹 갈 거야?”

“멍!”

그렇게 멍이 본인의 적극적인 합류 의사 덕분에. 하윤이의 버스킹 멤버에 합류하게 된 것이었다.

하윤이의 뒤를 졸래졸래 따라가는 멍이의 꼬리가 말하고 있었다. 나 지금 너무 행복해요.

버스킹 장소에 도착하니. 기다리던 사람들의 입에서 비명이 터졌다. 멍이의 귀여움에 다들 카메라를 꺼내기 시작한다.

“멍아. 오늘 누나가 노래를 부르는 동안에 시끄럽게 하면 안 돼. 알겠지?”

버스킹 장소에 도착한 하윤이가 쪼그려 앉아 멍이에게 당부의 말을 건넸다.

하윤아. 그렇게 말해도 멍이가 알아듣지는 못할 텐데.

“멍!”

알아들었어? 마치 멍이는 걱정하지 말라는 듯 하윤이의 손에서 목줄을 입에 물고 얌전히 구석으로 움직였다.

그런 멍이의 똘똘한 행동에 사람들이 놀라는 건 덤. 아직 놀랄 일이 하나 더 남았는데.

“어? 하윤이가 기타를 치려고 하나?”

“그러게. 원래 차 배우가 항상 기타를 쳤는데. 오늘은 하윤이가 기타 치면서 노래도 부르는 건가?”

“그런가 봐. 차 배우가 멍이와 함께 관객이 되어버렸어.”

“멍이랑 차 배우 너무 귀엽다. 준비하는 하윤이도 너무 귀여워.”

원래 마이크 세팅이 끝나고 나면. 자연스럽게 내가 기타를 들고서 하윤이의 옆에 앉았다.

사람들은 당연히 이번에도 내가 그럴 거라 생각했겠지만. 나는 세팅을 도와준 뒤 자연스럽게 멍이 곁으로 향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제가 여러분들을 위해서 깜짝 선물을 준비했어요.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열심히 노력했으니까. 혹시나 중간에 실수하더라도 귀엽게 봐주세요. 그러면 노래 시작할게요.”

이전보다 많아진 관객들을 앞에 둔 채. 하윤이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어제 하윤이 버스킹에 재밌는 일이 두 가지나 있었음]

하윤이의 뮤직 박스에 버스킹 공지가 떠서 열심히 달려갔지.

그런데 도착하고 나니까 새 멤버가 있더라고.

누군지 암?

바로 차 배우네 막내 강아지 멍이. ㅋㅋㅋㅋ

신기한 게 차 배우랑 하윤이가 버스킹 준비하는 동안. 멍이가 조용히 목줄 물고서 구석으로 가더라. ㄷㄷ

멍‘s 라이프에 올라오는 영상처럼 엄청 똘똘한 것 같았음.

그리고 하나 더.

원래 버스킹할 때 하윤이가 노래 부르고, 차 배우가 항상 기타를 쳐줬는데. 오늘은 하윤이가 혼자서 기타도 치면서 노래 불렀음.

그걸 지켜보는 차 배우를 보는데. 뭔가뭔가 대견하면서도 아쉬움? 그런 게 느껴졌음. ㅋㅋㅋㅋㅋㅋㅋㅋ

└ 응? 하윤이가 혼자서 기타 치면서 노래도 불렀다고? 그러면 우리 차 배우 백수 되는 거임? ㅠㅠ

└ 그럴 리가. ㅋㅋㅋㅋㅋㅋㅋ 하윤이 혼자서 버스킹 준비를 하기는 어려우니까. 우리 차 배우가 버스킹 멤버로 무조건 같이 가겠지.

└ 아닠 ㅋㅋㅋ 위에 두 명 무슨 소리를 하는 거임. 우리 차 배우의 본업은 이름 그대로 배우입니다. 너무나도 귀여운 하윤이의 버스킹을 돕는 것뿐이에요. ㅋㅋㅋ

└ 여기서 정보 하나. 차 배우의 본명은 차서준이다. 그리고 하나 더. 지금 차 배우가 출연했던 넷티비 드라마 학교 생존이 여전히 엄청난 인기를 보이고 있는 중이다.

└ 나도 어제 저기에 있었는데. 멍이 너무 귀엽더라. ㅋㅋㅋㅋㅋㅋ 괜히 강아지 좋아하는 사람들이 멍's 라이프 채널 구독하고 꾸준히 보는 게 아님. 말도 알아듣는 거 같고 진짜 귀여웠음. ㅋㅋㅋㅋ

└ 응? 오늘 차 배우 제주도에서 봤다는 썰이 있던데. 이건 또 무슨 말임?

*

새로운 멤버 멍이와 함께 하윤이의 버스킹을 다녀온 다음 날.

나는 김한결, 박민우와 함께 제주도를 찾았다. 정확하게는 스케줄이 아닌 셋이서 놀러 온 것이다.

작년에 연말 콘서트를 준비하면서 농담처럼 놀러 가자고 했던 말이 현실로 펼쳐졌다. 과감하게 추진한 김한결 덕분에.

“선글라스 효과가 없는 거 같은데?”

“당연하죠. 솔직히 형들 좋아하는 어머님들이라면. 아무리 얼굴을 꽁꽁 가려도 한눈에 알아볼걸요.”

내 말에 박민우가 그건 그래 하면서 고개를 젓는다. 당장 운전석에 앉아서 운전하고 있는 사람이 누구던가. 트로트 황제라고 불리는 김한결이었다.

“한결이 형이 너무 즐거워 보이는데요?”

“비밀 하나 말해줄까? 원래 내가 이번 여행 일정을 다 짜려고 했는데. 저 형이 심심했는지 다 알아보고 예약까지 다 해버렸어.”

“정말요? 그런데 왜 일정이 다 비밀이에요?”

“하나하나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고 하던데. 지금 가는 식당도 네비 찍으면서 알았잖아.”

어쩐지. 전에 혹시 제주도에서 먹고 싶은 거 있냐면서 물어보더라.

그 목소리가 제법 신이 나 보여서 이것저것 말해주긴 했었다.

“마침 내가 시간이 널널했잖아. 그래서 매니저에게 물어보면서 열심히 준비했지. 이번 여행은 내가 다 준비했으니 따라만 와.”

“저거 봐. 만약 우리가 갑자기 일정이 생겨서 못 간다고 했으면. 저 형 엄청 서운해 했을지도 몰라. 연락도 안 받았을 듯.”

“부정은 못 하겠네.”

제주도에 도착함과 동시에 향한 곳은 식당이었다. 조금 늦은 점심이지만 꼭 거기를 가보고 싶다는 김한결의 말에 결정된 것이다.

“어머? 이게 누구야?”

무슨 말이 필요할까.

식당에 들어섬과 동시에 우리를 알아본 사장님이 한걸음에 달려왔다.

“혹시 조용한 곳으로 안내받을 수 있을까요?”

“당연하죠. 이쪽으로 오세요.”

싱글벙글이 된 사장님이 우리를 안내했다. 사실 아무 곳에 앉아서 먹어도 상관은 없으나. 이번에는 여행으로 온 만큼 편안하게 대화를 나누고 싶었다.

우리 셋의 조합은 어딜 가든지 간에 시선이 쏟아질 수밖에 없으니. 다행히 김한결, 박민우, 차 가수의 팬들은 매너들이 좋았다.

이렇게 무언가 하는 도중에는 구경만 하다가. 다 끝난 이후에 슬쩍 사인 가능한지를 물어보곤 했으니.

“맞지? 선글라스를 껴도 한눈에 알아보신다니까. 역시 한결이 형이야. 식사 다하고 사진을 한 10장은 찍어드려야 하지 않겠어?”

주문을 받은 사장님이 사라진고. 박민우가 김한결을 보면서 역시 트로트 황제 하고선 농담을 던졌다.

그런데.

“내가 민우 씨 팬이거든. 실물이 훨씬 더 잘생겼네. 나 작년에 연말 콘서트도 비행기 타고 다녀왔잖아. 혹시 식사 다하시고 사진 한 장 같이 찍을 수 있어요?”

주문한 음식을 가지고 등장한 사장님이 박민우의 팬이라고 말해버렸다. 그 말에 고개를 숙인 채 웃음을 참는 한결이 형은 덤이었고.

“누구 팬이라고? 말한 거 지켜야 되는 거 알지? 다 먹고 사진 10장 찍어드리는 거 잊지 마.”

“갑자기 소주 땡기네. 서준이 너 운전할 줄 알아?”

알다마다. 심지어 운전 경력이 10년이 넘는 베테랑이기도 했다.

문제는.

“아뇨. 민우 형. 저 아직 미성년자에요. 운전대 잡으면 당장 대문짝하게 신문에 실릴걸요.”

“맞네. 혹시나 모른다고 술 한 모금도 입에 안 대는 애한테 내가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정신 차려. 한잔하고 싶음 마시고 대리 부르면 되지.”

“아냐. 방금 제주도에 도착했는데. 시작부터 취하면 쓰나. 거기에 형들 술 취하면 서준이가 외로워서 안 돼.”

그렇게 말하며 사장님! 여기 사이다 두 병 주세요. 라고 외치는 박민우였다.

“크. 여기 국물 죽이네. 역시 한결이 형이 제대로 찾았다니까.”

“좋다. 사진 하나만 더 찍자.”

셋이서 떠난 제주도 여행이 제법 마음에 들었는지. 쉴 새 없이 사진을 찍자고 하는 김한결이었다. 남는 건 추억과 사진뿐이라나 뭐라나.

정신없이 먹다가 슬슬 배가 차오를 무렵.

“서준아. 너 차기작으로 영화 한다고 했지?”

“네. 주우정 감독님이라고. 옛날에 어렸을 때 영화 목소리를 같이 했던 감독님과 하기로 했어요.”

“나 그거 봤어. 그 당시 서준이 엄청 귀엽던데.”

“나랑 같이 봤지. 그때 그 귀염귀염하던 애가 이렇게 커버리다니.”

그걸 봤어? 어쨌거나 갑작스럽게 차기작 이야기를 꺼낸 게 아닐 터였다. 무슨 이유가 있을 텐데.

내 생각이 맞다는 듯. 김한결이 차기작 이야기를 꺼낸 이유를 말하기 시작했다.

“카메오 필요하면 말해. 그 감독님이 서준이 널 위해 몇 년 동안 깎은 시나리오라면서. 거기에 몇 년 만의 한국 영화 복귀작이잖아. 나도 도와줘야지.”

“응? 형이?”

“어. 민우 넌 어때?”

같이 카메오로 출연하자는 김한결의 말에 박민우가 화들짝 놀란다.

안 그래도 몇 년 전에 ‘트로트 왕자’ 출연할 당시에 살짝 연기를 했던 적이 있었다.

무슨 영상을 촬영하는 거였는데. 그때 박민우의 끔찍한 발연기를 보고서 깜짝 놀랐었지. 나중에 TV로 본 시청자들은 더 놀랐었다. PD가 편집을 안 했더라고.

“나 대사 없는 역이면 괜찮긴 한데. 말하는 거는 한결이 형한테 맡길래. 어우. 내가 옛날에 연기 한 번 했다가 집에서도 제발 부끄러우니 하지 말라는 소리까지 들었잖아.”

박민우의 진심이 담긴 몸동작과 말투에 김한결과 내가 그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그러면 영화 배역들 캐스팅할 때. 크게 중요하지 않는 카메오로 나랑 민우 섭외하는 거다. 알았지?”

“알겠어요. 형들 정말 고마워요.”

어찌 고맙지 않을까. 예능 프로에서 섭외하려고 해도 정말 힘들다는 김한결이 먼저 나서서 해주겠다는데.

거기에 끔찍한 발연기로 트라우마까지 생겼다는 박민우 역시 돕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우리 사이에 뭘 그런 걸 가지고. 그보다 한결이 형. 다음 코스는 어디야?”

마치 별것 아니라는 듯 웃음과 함께 넘기는 형들이기에 더 고마웠다.

“다음? 근처 바다 둘레길 좀 걷고. 소화 다 되면 저녁 먹어야지.”

“크. 역시 한결이 형이 여행 좀 할 줄 안다니까. 나 이번 제주도 여행 때 실컷 먹으려고 살도 3킬로나 빼고 왔어요. 여기서 채워가야 돼.”

3일 동안 제주도 여행을 하는 동안.

사진을 무려 수백 장 찍고. 배가 터지도록 이것저것 먹는 식도락 여행을 한 우리였다.

“쪘어?”

“어. 정확하게 빠졌던 3킬로가 다시 채워졌네.”

“다음에 또 가자.”

이거. 아무래도 한결이 형, 민우 형과 함께하는 여행이 해마다 이루어질 것 같다.

*

“제주도 여행 잘 다녀왔어?”

“네. 한결이 형, 민우 형이랑 다녀왔어요. 몰래 간 건데 기사도 떴더라고요.”

“나도 그 기사 봤어. 솔직히 우리 차 배우는 아무리 정체를 숨기려 해도 모를 수가 없지.”

나는 김시율을 만나 점심을 먹고 있었다. 제주도에 형들과 놀러 갔다 오면서 사 온 선물을 주기 위해서.

“우리 차 배우가 날 위해서 여행 선물을 사 오다니. 너무 감동이야.”

“에이. 누나가 저 아역 배우로 데뷔했을 때부터 엄청 응원해주셨잖아요.”

무슨 선물이냐고?

“서준이 넌 갑자기 무슨 저녁을 먹자고···.”

내 연락에 문을 열고 들어오던 서도현이 화들짝 놀란다.

“시율 누나. 마침 삼촌이랑 저녁 먹기로 해서 불렀는데. 괜찮죠?”

“···응. 괜찮아.”

이미 등장한 사람에게 어떻게 안 괜찮다고 하겠어. 어쨌거나 묘한 분위기의 두 사람이었다.

최근 바빴던 서도현이 다시 대표실에 앉아 있는 걸 보고난 뒤. 답답한 마음에 오늘 이 자리를 마련했다.

옆에서 제3자의 눈으로 지켜보니. 두 사람이 서로 끌리면서도 답답하게 행동하더라고. 오랫동안 제대로 된 연애들을 못 해서 그런가.

그래서 준비했다.

“이거 제주도 여행하면서 가지고 온 술이에요. 마침 여기서 마셔도 괜찮다는 허락도 받았고요. 누나 택시 타고 오셨죠?”

“응. 이래서 택시 타고 오라고 했구나?”

아직 차서준 연애 조작단은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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