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탑스타 어게인!-206화 (206/220)

206화

아빠의 퇴근 시간이 다가오면 우리집에는 재밌는 풍경이 펼쳐진다.

“멍이야. 거기 숨어 있어야 돼. 알았지?”

“멍!”

하윤이의 당부에 멍이가 아주 작은 목소리로 멍 하고 대답한다.

그러고는 둘이 현관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서 키득키득 웃는다.

“다녀오셨어요!”

퇴근한 아빠가 현관문을 열고 등장하면. 나와 하준이가 먼저 달려가 아빠를 안아주었다.

그다음 아빠가 현관을 넘어 집으로 들어서는 순간.

“아빠!”

“멍!”

하윤이와 멍이가 짜잔 하고선 나타나 아빠를 향해 달려들었다. 하윤이는 아빠를 향해 두 손을 쭉 뻗었고. 멍이는 꼬리를 프로펠러처럼 열심히 흔들었다.

그런 하윤이와 멍이를 본 아빠의 얼굴에 행복한 미소가 그려진다.

“어이쿠. 우리 하윤이 오늘 하루 즐겁게 보냈어?”

“응! 멍이랑 아까 산책도 다녀왔어요.”

“멍이도 집 잘 지켰구나.”

“멍!”

아빠가 멍이의 머리를 쓰담쓰담 해주자. 흔들리던 꼬리가 저러다 툭 떨어지는 게 아닐까 걱정될 정도로 더 빠르게 움직인다.

마지막을 장식하는 건 엄마.

나는 재빨리 하준이와 하윤이를 안아 빙그르르 뒤로 돌았다. 내 양팔에 안긴 동생들의 입에서 까르륵 웃음소리가 터졌다.

잠시 후.

엄마가 보글보글 끓인 찌개와 각종 반찬, 그리고 고기까지. 배가 빵빵해지도록 먹고 난 다음 TV 앞에 앉아 과일을 먹었다.

“체육 대회요?”

“이번에는 다음 주 토요일이 어떠냐고 하는데. 우리 아들 혹시 스케줄 있니? 회사에서 그걸 가장 먼저 알아봐달라고 하더라고.”

아빠 회사에 특별한 전통 하나가 생겼다. 바로 회사 단체 행사로 체육대회를 1년에 한 번씩. 그것도 임직원 가족들과 함께하는 일종의 작은 행사를 여는 것이었다.

회사에서도 다들 이쯤이면 할 때가 되었는데. 이런 말이 나오던 찰나에 다음 주말이 언급된 모양.

날짜를 확정 짓기 전에 가장 먼저 한 일이 바로 차서준의 스케줄 확인이었다. 사내 체육대회를 사장님보다 차서준의 스케줄에 맞춘다는 웃지 못할 농담도 있을 정도였다.

“따로 잡힌 일정은 없어요. 이번에도 토요일에 하는 거예요?”

“왜 그러니?”

“매년 토요일에 하는 거 같은데. 그러면 직원들이 싫어하지 않을까요? 주말에 개인적인 약속이 있는 사람들도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응? 다들 토요일이라고 하니까 더 좋아하던데?”

좋아한다고? 순간 의아했으나 금방 이해할 수 있었다. 날 바라보면서 우리 아들 덕분이지. 라고 얼굴로 말하는 아빠 때문에.

“금요일에 하자고 하면. 오히려 직원들이 들고일어나서 토요일에 해야 한다고 할지도 모르거든.”

보통 회사 행사를 주말. 그것도 토요일에 하는 경우라면 당연히 직원들의 불만이 터져 나와야 정상이었다.

하지만.

평일에 하게 되면 문제가 하나 있었다. 직원들의 가족들도 함께하는 행사인데. 아이들이 학교에 가느라 정작 행사에 참여를 못 하게 된다는 것.

그 아이들에 배우 차서준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 아주 큰 문제인 셈이다.

“엄마도 작년에 다른 직원 와이프들이랑 대화를 해봤는데. 일 년 중에 오늘만 기다렸다고 해서 얼마나 웃었는지 몰라.”

“그러엄. 친척들도 전부 가고 싶다고 해서 진땀을 빼는 직원도 있다고 하던걸?”

재밌는 일화가 있었다면서 아빠가 조금 더 썰을 풀었다. 그걸 들은 엄마가 웃음을 터트리신다.

“그리고 아빠네 부서에 새롭게 들어온 막내가 있는데. 올해 체육대회만 기다렸다고 말했어.”

“우리 서준이 때문에요?”

“그렇지. 대리들도 언제 하냐고. 빨리 하자고 그렇게 주장들 했다던데?”

이런. 직원들이 싫어해야 할 사내 체육대회인데. 어쩌다 보니 일 년 중에 부모님에게 가장 큰 효도를 할 수 있는 날이 된 셈이다.

“서준아.”

“네?”

“혹시 체육대회에 직원 가족들이 사진 찍어달라고 부탁하고 그래서 불편하진 않니?”

“전혀요! 오히려 체육대회 한 번 하고 나면. 직원들이 아빠를 엄청 좋아한다잖아요. 일 년에 두 번. 아니, 세 번씩 해도 괜찮아요.”

내 말에 아빠가 웃음을 터트리셨다.

“아빠는 항상 우리 아들에게 고마워. 아빠 마음 알지?”

“저도 사랑해요!”

아빠가 내게 먼저 직원 결혼식 축가니, 사내 행사인 체육대회 참석이니 부탁했을 리가 없다.

혹여나 아들과 관련하여 구설수 하나라도 생길까. 회사에서도 항상 조심하는 아빠였으니까.

내가 먼저 아빠에게 하고 싶다고 말했었다. 이런저런 일들을 나서서 하고 나면 회사에서도 아빠의 입지가 달라질 테니까. 일종의 효도인 셈이다.

“우리 아들 덕분에 아빠가 회사에서 아주 중요한 인재가 되었어.”

“정말요?”

“그럼. 당장 아빠가 회사 그만둔다고 하면. 직원들이 집까지 쫓아올지도 몰라.”

혹시나 아빠가 회사를 나가지 않을까 그렇게들 배려를 해준다고 들었다.

아빠가 이직이라도 하는 날이면. 회사 직원들도 단체로 따라갈까 위에서도 잘해준다고.

농담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연락이 그렇게 온다고 들었다. 지금 받는 연봉의 두 배, 세 배를 줄 테니 자기네 회사로 오라고 말이다.

“우리 아들이 복덩이네?”

“나는?”

“나는?”

“멍?”

아빠가 나를 칭찬하자. 옆에서 우물우물 과일을 먹던 동생들이 손을 번쩍 들고서 묻는다.

응? 멍이도 앞발 하나를 들고 따라 했다. 그 모습이 제법 귀여워 우리 가족의 입에서 그만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혹시 이번에도 준비할 거니?”

“네! 큰돈이 드는 것도 아닌데. 받으면 다들 그렇게 좋아하잖아요. 준비한 보람이 느껴져서 올해도 준비할 거예요.”

특별한 건 아니었다. 아빠를 잘 부탁한다는 일종의 뇌물. 회사 행사에 참석한 직원들, 그리고 그 가족들에게 기념이 될 수 있는 티셔츠 하나씩을 선물하는 것.

서준T의 아빠 사내 체육대회 버전이라고 보면 이해하기 쉬웠다. 그 자리에서 한 명 한 명 사인까지 해주었는데. 그걸 받기 위해서라도 저 먼 시골에서 오신다고.

“매년 제주도에서 오시는 분. 올해도 오신대요?”

“아마 그럴 거 같은데. 차 가수의 열렬한 팬이라고 직원이 말했거든.”

제주도에서 태어나, 서울로 유학을 온 뒤 아빠 회사에 취직한 직원이 있는데. 차서준을 보기 위해 체육대회가 있는 날이면 비행기까지 타고 오시곤 했다.

그러니 어떻게 준비하지 않을 수 있을까. 나를 보기 위해 비행기까지 타고 오는 팬이 있는데.

*

[차 배우 사내 체육대회 썰 들었음? ㅋㅋㅋㅋ]

업종 관계자들이 가장 가고 싶어 하는 회사가 바로 차 배우네 아빠가 다니는 곳이라는 말이 있음.

왜냐고?

직원들 결혼식이 있으면. 차 배우가 가서 축가 불러줘.

또 축하해야 할 일이 있으면 차 배우가 축하해줘.

영화 개봉하면 회사에서 단체로 영화 관람하는데. 끝나고 나면 차 배우랑 같이 단체 회식도 한다고 함.

이보다 완벽한 복지가 어디 있겠음. ㅋㅋㅋㅋ

이번에도 사내 체육대회를, 그것도 토요일에 했는데. 올해도 단 한 명의 불참자가 없는 출석률 100퍼센트 행사가 되었다고 함. ㅋㅋㅋ

다녀온 사람 중에 지인이 서준T 받았다고 자랑하는데. 너무 부럽더라. ㅠㅠ

└ 내가 저기 회사 직원이라도 있는 약속 취소하고 달려간다. ㅋㅋㅋㅋㅋㅋ 가족들도 다 참석할 수 있는 행사라며. 이보다 더 좋은 효도 기회가 어디 있겠음. ㅋㅋㅋ

└ 그래서 매년 늘어나는 직원수보다. 저 행사에 참석하는 가족들의 숫자가 엄청나게 많이 늘어난다고 함. 저게 최고의 복지지. ㅋㅋㅋㅋㅋ

└ 아빠가 회사 부장님이시라던데. 차 부장님 아들이 국민 연예인. ㄷㄷㄷ 나 같아도 행사 무조건 참여함. 토요일이 문제임? 차 배우랑 사진도 찍고 영상도 찍고, 심지어 서준티도 받는데. ㅋㅋㅋㅋ

└ 직원 가족들도 참석하는 행사인데. 그냥 차 배우 특별 팬미팅이라는데? ㅋㅋㅋㅋㅋㅋ 저거 한 번 하고 나면 차 배우 아빠 어깨 엄청 으쓱했겠네.

└ 저 회사 관련 재밌는 썰이 하나 있는데. 동종업계에서 차 부장 모시려고 안달이 나 있고. 회사에선 차 부장 지키려고 복지가 어마어마하게 좋아졌다는 웃픈 썰이 있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이것이 차 배우 효과다. ㄷㄷ 아빠 회사 복지까지 책임지는 차 배우의 위력이란. ㄷㄷㄷ 우리 아들도 나중에 커서 배우가 되고 싶다는데. 차 배우처럼 컸으면 좋겠네요.

*

분명 넷티비 드라마 ‘학교 생존’ 촬영이 끝난 것이 엊그제만 같은데. 시간이 정말 빠르게 지나가 버렸다.

“삼촌. 소식 들으셨어요?”

내가 구름엑터스 대표실 문을 열고 들어가며 외치자. 전화를 받던 서도현이 다음에 또 통화하자며 전화를 끊는다.

당장 대화를 나누고 있던 사람보다 내가 더 중요하다는 뜻.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안 그래도 삼촌도 듣고 놀라던 참이었다.”

“진짜 더 열심히 준비해야 할 것 같아요.”

“당연하지. 배우 차서준이 아닌 가수 차서준을 보기 위해서 오는 팬들일 텐데.”

정말 그랬다. ‘트로트 왕자’ 이후 끈끈해진 김한결, 박민우, 차서준이 함께하는 연말 콘서트 티켓팅이 어제 오픈되었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냐고?

└ 아니!!! 1, 2000석도 아닌 3만 석 콘서트 티켓이 오픈되었는데. 그 많은 티켓 다 어디 가버렸냐고!!!

무슨 말이 필요하겠어. 그냥 말 그대로 대박이 나버렸다.

작년에 티켓을 구하지 못해 오지 못했다고 아쉬워한 분들이 많았다는 소식에 좌석을 조금 더 확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진.

“확실히 한결이 형의 티켓 파워가 어마어마한 것 같아요.”

“당연하지. 배우에 차서준이 있다면. 트로트계에는 김한결이 있다는 말까지 있을 정돈데.”

“올해 전국 투어 콘서트를 했는데. 연말에도 이렇게 많은 사랑을 보내주실 줄은 몰랐어요.”

내 말에 서도현이 웃음을 터트린다.

“김한결, 박민우를 보러 오는 팬들도 있겠지만. 차 배우. 아니지, 차 가수를 보러 오는 팬들도 많을걸.”

“맞아요. 팬클럽에서도 너무나도 기다렸다는 글들이 많이 올라오더라고요.”

“그렇지. 서준이 네가 작년 콘서트 이후로 딱히 가수로는 활동하질 않았으니. 행사도 안 다니고.”

행사 섭외 요청이 진짜 어마어마하게 쏟아지긴 했었다. 아쉽게도 ‘학교 생존’ 촬영에 집중하기 위해 다 거절했지만.

비싼 행사 섭외비를 받고 몇 곡 부르고 와서 촬영하면 되지 않겠냐는 말들도 있었지만.

그럴 순 없었다. 당장 ‘학교 생존’ 캐스팅 과정에서 받은 회당 출연료가 얼마인데. 몇 천만 원 받는 행사보다 촬영에 집중해야 할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근데 삼촌. 작년보다 훨씬 빠르게 표들이 매진될 줄은 몰랐어요.”

내 말에 서도현이 몰랐냐는 날 바라본다.

“서준이 너 그 말 못 들었어?”

“무슨 말이요?”

“최고의 효도 선물이 김한결, 박민우, 차서준. 한우준 콘서트 티켓이라는 말까지 떠돌고 있는데.”

“아, 저도 그 이야기에 대해선 듣긴 했어요. 이미 주변 반응으로 확인도 했고요.”

어떻게 못 듣겠어. 당장 티켓을 받고 세상 행복한 표정을 짓는 김정범의 얼굴을 보고 왔는데.

김우승, 박우형도 티켓을 받고 그렇게 좋아할 줄은 몰랐다. 서도현의 말처럼 최고의 효도 선물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정범이 형이 그렇게 행복해하는 모습은 오랜만에 봤어요.”

“그럴 만도 한 것이. 이게 돈이 있다고 티켓을 구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특히 서준이 너까지 있는 한우준 콘서트는 특히나 더.”

안 그래도 아빠에게도 연락이 왔던 참이었다. 회사에 티켓 예약에 실패해 좌절한 직원들이 몇몇 보였다고.

멀리서 찾을 필요도 없었다. 다른 사람도 아닌 구름엑터스 대표이자, 삼촌인 서도현에게도 좋은 자리로 티켓을 주었으니까.

티켓을 구해온 서도현이 본가 부모님에게 아주 사랑을 받았다고 김도윤이 말해주었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삼촌에게 한 상을 차려주었다니까. 매번 속만 썩이던 아들놈이 이제야 제대로 효도한다면서.”

김도윤의 입에서 이런 농담까지 나올 정도였으니 말 다 한 거겠지.

“아, 그리고 기쁜 소식이 하나 더 있는데.”

“무슨 소식인데요?”

“시사회 일정이 정해졌다.”

“진짜요?”

정말 기쁜 소식이 맞았다. 현재 넷티비 드라마 ‘학교 생존’은 12월에 공개될 예정이었다.

내부 시사회를 진행하고 난 뒤. 관계자들 반응이 아주 좋았단다.

그 결과 전체 공개는 아니더라도. 당첨된 이들을 대상으로 1, 2, 3화 선공개 시사회를 기획한 것이다.

“GV 시사회로 진행될 예정이다.”

“어? 그래요?”

“아무리 그래도 우리 차 배우를 빼놓고 할 순 없지. 주인공들은 모두 참석이니. 서준이 너도 미리 예상된 질문에 대한 답변들 생각을 해둬야 된다. 알았지?”

“네. 도윤이랑 같이 준비해 둘게요.”

김도윤까지 챙기겠단 내 말에 서도현이 미소를 짓는다.

박성필 감독 다음으로 가장 많은 질문이 쏟아질 사람이 바로 나와 김도윤이었으니까. 미리미리 준비해서 나쁠 건 없었다.

마침 김도윤이 조금 있다가 도착할 예정이라 들었으니까. 이 소식을 들으면 엄청 기뻐할 모습이 벌써부터 보였다.

“이 소식도 알려지면 또 난리 나겠네요?”

“당연하지.”

이제 정말 성큼 다가왔음이 느껴졌다.

배우 차서준, 김도윤 주연의 넷티비 드라마 ‘학교 생존’이 전 세계 동시 공개될 날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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