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탑스타 어게인!-204화 (204/220)

204화

토요일 아침부터 하준이가 날 부른다. 벌써 하준이가 일어날 시간이 되었나 싶어서 시계를 바라봤더니.

“아직 7신데?”

아침 7시였다. 평소라면 코오 자고 있었어야 할 하준이가 눈이 번쩍 떠졌는지. 벌떡 일어나 형 방으로 한걸음에 달려온 것이다.

“형아! 형아! 일어났어?”

“방금 깼다.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났어?”

“형아, 여기 사람들이 단 댓글들 봐. 어제 영상 올렸는데 우리 멍이 인기 엄청 많아.”

하준이가 아침 일찍부터 일어난 이유는 간단했다. 어제 세 번째 영상을 올린 멍‘s 라이프 때문.

영상을 올리고 사람들의 반응을 기다리며 두근두근한 마음에 간신히 잠들었는지.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댓글들부터 살핀 모양이었다.

[님들 어제 멍's 라이프 세 번째 영상 올라온 거 보셨어요?]

확실히 차 배우네 가족들은 뭔가 특별함이 있는 것 같아요.

멍이도 아직 어린 강아지인 것 같은데 엄청 똑똑하더라고요.

거기에 놀라운 사실 하나 더.

많은 분들이 아실지 모르겠지만. 멍's 라이프에서 얻는 수익은 출연료로 멍이 간식을 사는 돈을 제외하고는 모두 기부한다고 하더라고요. ㄷㄷ

그것도 멍이처럼 가족들에게 버림받은 유기견들을 위해서요.

다들 멍‘s 라이프 보실 때 광고를 다 봐주세요.

└ 저도 올라오자마자 봤는데. 멍이가 외모도 귀엽고 엄청 똑똑한 거 같아요. 하준이가 말하는 것도 어느 정도 이해하는 것 같고요. ㄷㄷ

└ 좀 짠한 건. 가끔씩 주인의 눈치를 엄청 보는 것 같더라고요. 이게 아마 차 배우 가족들을 만나기 전에 한 번 버림받았던 기억 때문에 그런 거 같은데. ㅠㅠ

└ 그래서 영상 마지막에 하준이가 그러잖아요. 반려 가족은 정말 끝까지 책임질 자신이 없으면 데리고 오지 말라고요.

└ 멍이도 귀엽고 하준이도 귀여움. ㅋㅋㅋㅋ 처음에는 그냥 강아지 자랑하려고 만든 건 줄 알았는데. 나름 열심히 공부했는지 꽤나 유익한 정보가 담겨있더라고요.

└ 농담이 아니라. 차 배우가 멍이를 가족으로 데려간 이후. 유기견들을 입양하는 사람들이 꽤나 많아졌다고 함. 역시 차 배우 효과. ㄷㄷㄷ

└ 그죠. 매번 품종견만 키워야 한다고 생각들 했는데. 정작 국민 연예인이라고도 불리는 차 배우가 똥개를 키우고 있으니까요.

└ 크흠. 윗분 말씀이 너무 공격적이시네요. 멍이는 똥··· 이 아니라 시고르자브종이라는 믹스견입니다. ㅋㅋㅋㅋㅋ

이렇듯 하준이의 아이디어로 시작된 멍이의 채널은 어느새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었다.

거기에 댓글에 있던 말처럼. 배우 차서준이 멍이를 입양한 것처럼. 사람들이 유기견을 입양하는 긍정적인 효과도 발생했다고.

“제일 처음 올린 영상에서 형아가 찍은 멍이 모습 덕분에 사람들이 많이 울었다고 했어.”

“그러니?”

“응. 멍하니 바라보는 멍이의 뒷모습이 너무나도 슬펐대.”

멍이가 왜 싼 간식만 찾는지 그 이유를 산책하다 알게 된 날. 난 하염없이 앞만 바라보는 멍이를 보다가 영상에 담아두었다.

그 모습을 멍‘s 라이프 첫 번째 영상으로 올렸고. 가족들에게 버려진 강아지가 얼마나 큰 상처를 받는지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되었다.

거기에 계속된 사랑으로 새로운 가족들에게 서서히 마음을 여는 멍이의 모습까지. 유기견의 마음을 얻기까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함을 사람들 역시 알게 된 것이다.

“지환이가 그러던데. 우리 하준이가 열심히 배우고 있어서. 조금만 더 가르치면 알아서 다 할 수 있을 거라고.”

“진짜? 나 엄청 열심히 배우고 있어. 지환이 형이 나 노력도 많이 하고, 잘 배우고 있다면서 칭찬해줬어. 지환이 형 정말 최고야.”

어릴 때부터 자신의 꿈을 위해 선뜻 나서서 도와준 사총사 친구가 차서준이었다.

최지환은 나에게 받았던 고마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면서. 마치 자신의 일처럼 하준이와 하윤이의 꿈을 도와주고 있었다.

“다음에 올릴 영상은 어떤 거 올릴 건지 생각했어?”

“산책 영상 올릴 거야. 주기적으로 강아지와 함께 산책을 나가면. 건강관리에도 좋고, 스트레스에도 좋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

이렇듯 멍이가 똑똑하다는 걸 자랑하는 것뿐만이 아닌. 하준이는 자기가 공부한 강아지에 관한 정보를 영상에 담고 싶어 했다.

이러다가 우리 하준이가 나중에 강아지 하면 떠오르는 최고의 수의사 쌤이 되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김도경 시절에도 그런 전문가가 있었으니까. 앞으로 더 커질 반려 가족 시장을 생각하면. 혹시 하준이도 미래를 알고 있나? 이런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러면 멍이 영상 찍어야 하니까. 점심 먹고 하윤이랑 셋이서 멍이 산책 나갈까?”

“형아, 오늘은 안 돼.”

응? ‘좋아! 갔다가 맛있는 것도 먹자 형아.’ 이런 대답이 나왔어야 할 하준이의 입에서 단호한 거절이 나왔다.

“···왜?”

충격을 받은 표정을 한 채 내가 묻자.

“오늘은 서연이랑 같이 멍이 산책시키면서 영상 찍고. 또 끝나고 우리집에 와서 편집도 해보기로 해서. 다음에 하자 형아.”

해맑은 표정으로 서연이와 함께해야 하니. 나와는 다음에 하자고 말하는 하준이었다.

이럴 수가.

하준아?!

*

김청아는 최근 출연한 작품을 통해서 제대로 주목을 받게 되었다.

말 그대로 시청자들을 흠뻑 빠져들게 만드는 매력적인 연기를 선보인 것.

└ 몰랐는데. 김청아 정도면 이번 드라마에서 진짜 명품 조연 톡톡히 한 거 아니었나요? 연기 진짜 잘하던데.

└ 김청아가 인생 캐릭터 제대로 만났죠. 솔직히 이번에 주연 배우보다 더 빛났던 거 같아요.

└ 맞음. 이번 드라마를 계기로 김청아 원하는 작가들 많아질 것 같음. 명품 조연 배우 라인업에 들어간 셈이니.

이런 반응들까지 나올 정도.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으라고. 그렇게 시선이 집중된 김청아에게 예능 프로들의 러브콜이 쏟아지는 건 당연한 순서였다.

“형. 오랜만에 조카 보러 가고 싶은데. 마침 선물도 준비했거든요.”

“그럴래? 안 그래도 너 보고 싶다고 아주 난리도 아니더라.”

“정말요?”

“삼촌이 드라마 촬영 때문에 바쁘다고 하니까. 애가 시무룩해져서 촬영 언제 끝나냐고 계속 물어봤어. 아마 너 온다고 하면 기뻐서 난리도 아닐걸.”

오랜만에 청아 누나와 조카를 보기 위해 김우승의 집으로 향한 나였다.

조카에게 줄 선물과, 김청아에게 줄 선물을 각각 준비해서.

“삼촌!”

“어이쿠. 저번에 봤을 때보다 더 컸는데?”

“정말? 나 아침마다 우유 엄청 마셨어.”

오랜만에 만난 조카는 내 곁에서 떨어질 줄 몰랐다.

“자, 이건 선물. 저번에 갖고 싶다고 말했던 거 같은데. 맞지?”

“우와! 진짜 최고야, 삼촌! 고맙습니다.”

선물의 위력은 대단했다. 저번에 만났을 때 슬쩍 들었던 것으로 준비했더니. 포장지를 뜯고 선물의 내용을 확인한 순간 덩실덩실 춤을 추기 시작한다.

그렇게 오랜만에 만난 조카와 정신없이 놀아주다 보니 어느새 저녁을 먹을 시간.

김청아가 정성스럽게 차린 식탁에 도착한 순간. 정말 입이 떡 벌어질 정도의 진수성찬이 기다리고 있었다.

“진짜 이걸 다 청아 누나가 만든 거예요?”

“응. 서준이 너도 촬영하느라 고생 많았다며. 체력 떨어졌을 텐데 잘 먹어야지.”

식탁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 나온 것이 바로 예능에 관한 것이었다.

김청아가 저번 드라마를 통해 사람들에게 많은 주목을 받은 터라. 예능 PD들이 발 빠르게 김청아를 섭외하려 한 것.

자연스럽게 예능 출연 이야기가 나올 수 있도록 내가 유도한 것도 있었다. 조카 선물을 주었으니. 이제는 청아 누나를 위해 준비한 선물을 꺼낼 차례였다.

“이번에 청아가 나갈 프로가 토크 예능인데. 거기서 나올 질문이 어떻게 시청자들의 칭찬이 자자할 정도로 뛰어난 연기를 보여줄 수 있었냐거든.”

“그 질문에 서준이가 많이 가르쳐줬다고 할 생각인데. 말해도 괜찮아?”

마침 날 만난 김에 토크 예능에 나가 언급해도 되냐고 물어보는 김청아였다.

안 그래도 그 부분은 이미 김우승에게 들은 참이었다. MC들이 던질 질문들의 상당 부분이 차서준 관련된 것일 거라고.

그래서 준비했다. 김청아를 위한 선물로.

“당연하죠. 혹시 제작진 측에서 저도 같이 섭외하고 싶다고 하지 않았어요?”

“응? 어떻게 알았어?”

당연한 일이었다. 연사모 형들과 배우 차서준의 우정은 이미 연예계에 널리 알려진 상황.

거기에 내가 김청아와도 친하게 지낸다는 사실을 모를 리 없는 작가들이었다.

당연히 말로만 연기 스승으로 나를 언급하는 것보다. 혹시 친분이 있으니 같이 출연할 수 있도록 설득해달라고 했을 터였다.

“안 그래도 출연 관련 미팅에서 그 이야기가 나오긴 했는데. 안 된다고 거절했어.”

역시나 제작진 측에서 김청아를 통해 나도 섭외하려고 한 시도했던 모양이다. 그 요청을 청아 누나가 단호하게 커트한 것이고.

“서준이 너는 토크 예능 이런 거 별로 좋아하질 않잖아. 그래서···.”

“아니요. 같이 나가요, 누나.”

“저, 정말?”

내 말에 김청아가 화들짝 놀란다. 이제 막 연기파 배우로서 얼굴이 알려지기 시작한 청아 누나다.

기왕이면 내가 같이 출연해서 제대로 홍보를 해주는 것이 좋겠지.

내가 청아 누나를 위해 준비한 선물이 바로 이것이었다. 같이 토크 예능에 출연해서 배우 김청아를 홍보하는 것.

참고로.

나는 토크 예능을 싫어하는 게 아니었다. 나름 회심의 개그를 친다고 던지는데 돌아오는 반응이 싸늘하여 포기했을 뿐.

오죽하면.

“서준아. 나는 진짜 너가 못 하는 게 없는 줄 알았는데. 개그 하나만큼은 정말 심각하게 못 하는구나.”

이런 소리까지 들었을까.

“왜요? 재밌지 않았어요?”

“전혀. 정말 어디 프로에 나가서 분위기 환기시킨다고 개그 던지고 그러면 안 된다. 걱정이 되어서 그래.”

참고로 걱정 가득한 표정으로 저 말을 한 사람은 다름 아닌 박우형이었다.

우형이 형조차 어디 카메라 앞에 나가서 개그를 하지 말라고 했으니. 토크 예능은 무리였던 셈이다.

“서준아. 삼촌 선에서 들어오는 섭외 요청들을 정리했다.”

심지어 서도현조차 자기 선에서 섭외 요청들을 컷하곤 했다.

다만, 슬슬 자신감이 차오르고 있던 참이었다. 최근 준비한 회심의 개그로 수진 누나를 몇 번이나 빵 터트린 전적도 있었고.

이쯤이면 한 번 나가봐도 되지 않을까 생각하던 참에 김청아의 이야기를 들은 것이다. 때마침 섭외된 프로도 자극적이지 않은 곳이기도 했고.

그렇다면 나가야지.

*

그리하여 김청아와 함께 출연하게 된 토크 예능 ‘한밤에’였다.

야외에 만들어진 스튜디오에서 해가 떨어진 뒤에 게스트와 함께 나누는 토크쇼.

고정 MC로 3인조 개그맨이 이끌기에 자극적이지 않을까 싶겠지만. 의외로 차분한 토크를 추구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오늘 마지막 게스트는 정말 특별한 손님으로 모셨습니다.”

“이거 우리가 토크쇼 최초 아니야?”

“그건 아니야. 그래도 최근에 예능에 나온 적이 없지 않나요?”

“맞습니다. 다들 궁금하실 텐데. 바로 모셔보죠. 국민 연예인 차서준 군입니다!”

MC의 소개와 동시에 내가 모습을 드러내자 격한 환대가 나를 반겼다.

시청률 보증 수표가 등장한 셈이니. 가뜩이나 고텐션으로 진행하는 MC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나를 한 번씩 안아준다.

“아니. 차 배우, 나 정말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물어봐도 됩니까?”

“네. 물어보세요.”

“최근 넷티비 드라마 촬영이 끝난 걸로 아는데. 왜 자기 드라마 홍보가 아니라, 김청아 씨 섭외에 같이 세트로 나온 겁니까?”

“다른 사람도 아닌 청아 누나잖아요. 당연히 청아 누나 이야기를 하러 나왔죠.”

분위기는 매우 끝내줬다. 국민 연예인이라고도 불리는 차서준이 나왔다는 사실에 MC들이 흥분을 감추지 못한 것.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프로그램답게. 나 외에도 게스트로 섭외된 이들에게 질문과 답변을 잊지 않는 MC들이었다.

“자, 이번에는 차 배우 차례인데요.”

“나 이 순간만 기다렸어. 물어볼 게 산더미잖아.”

“청아 씨와 차 배우를 모셨으니. 이 질문을 안 드릴 수가 없겠죠?”

아무래도 몇 년 전 연사모 사랑의 큐피드로 주목을 받았던 사람이 배우 차서준이었다. 거기에 당사자인 김청아도 함께 출연한 상황.

자연스럽게 MC들의 질문은 김우승과 김청아의 만남에 차서준이 정말 큐피드 역할을 했는가로 이어졌다.

“사랑꾼으로 알려진 김우승 씨와 청아 씨의 만남에 차 배우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사실입니까?”

여기서 나는 부정을 하려고 했는데. 나와 김청아의 입에서 나온 말이 서로 달랐다.

“네.”

“아니요.”

이게 무슨 가족오락관도 아니고. 김청아가 ‘네’라는 답변을 한 이상. 이걸 놓칠 리가 없는 MC들이었다.

“이거 봐. 옆에서 다 불었어요. 빨리 진실을 말씀하세요. 김우승 말고도 김정범, 박우형 증거들이 많아.”

코믹스럽게 형사를 연기하며 진실을 말하라고 압박하는 MC.

결국 나는 당시의 김우승 이야기를 살짝 꺼낼 수밖에 없었다.

“어? 그러니까. 지금 차 배우 말씀은 당시 김우승 씨가 외로워하셨다는 거네요?”

“아, 정정할게요. 당시 촬영장에 응원차 왔다가 청아 누나를 보고서 한눈에 반한 거죠. 외모에 한 번, 그리고 연기에 다시 한 번.”

뒷수습을 해보려고 했지만 늦었다. 저쪽에서 활짝 웃고 있는 PD의 얼굴을 보아하니. 방금 발언은 분명히 방송에 나갈 것이 분명했다.

우승이 형.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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