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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스타 어게인!-203화 (203/220)

203화

넷티비 드라마 ‘학교 생존’ 쫑파티 소식이 알려짐과 동시에. 당연히 팬들 사이에선 난리가 날 수밖에 없었다.

이제 정말 ‘학교 생존’이 넷티비에서 공개될 날이 성큼 다가오고 있음을 의미했으니.

제작에 있어 투자를 아끼지 않는 넷티비 드라마. 그것도 배우 차서준의 몇 년 만의 한국 복귀작 소식이었다.

“우리 차 배우가 정말 오랜만에 드라마 찍는 거잖아. 그것도 넷티비에서.”

“맞네. 마지막으로 했던 왕자의 난 시즌1로 말도 안 되는 성적을 거뒀었는데. 이번에도 보여주지 않을까?”

“그거 가능성 있지. 솔직히 원작의 느낌을 절반 정도라도 영상으로 보여줄 수 있으면 해외에서 환장해할 거 같은데.”

좀비, 괴물 등이 나와서 생존 서바이벌을 하는 건 외국 드라마, 영화의 단골 소재였다. 단골이란 말은 그만큼 좋아하는 이들이 많다는 뜻.

한국 학교라는 특수한 배경은 색다른 신선함을 줄 수 있을 터였다. 거기에 최우정이라는 미친놈 캐릭터가 주는 긴장감까지.

워낙 잘 만들어진 만화다 보니. ‘학교 생존’ 원작 만화 역시 해외에서 제법 인기가 많았다.

처음 ‘학교 생존’을 드라마 제작한다고 했을 때. 괜히 해외 원작 팬들이 정말 기대가 된다고 호들갑을 떤 게 아니었다.

“보통 드라마로 몇 부작 하면 예산 문제로 CG가 허접하게 나올 텐데. 넷티비에서 작정하고 투자했으니 기대해 봐도 되지 않을까?”

“최우정 역에 다른 배우도 아닌 차서준이 들어갔잖아. 거기에 박성필 감독이면 한 번 믿어볼 만하지.”

“이번에도 해외에서 제대로 터지면 골든 글로브나 에미상 노려볼 수도 있을 거 같은데.”

“그건 공개되어 봐야 알겠지만. 그래도 기대해 볼 만할 듯?”

이런 말들은 팬들 사이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었다.

연사모 형들과 만나도 당연히 대화 주제는 ‘학교 생존’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당장 나와 김정범이 출연했으니.

“진짜 잘 뽑혔다니까. 나중에 공개되고 나면 깜짝 놀랄걸?”

“그래? 무엇보다 이번에는 서준이도 같이 볼 수 있는 거 아니야?”

그 말에 김정범이 그제야 떠올랐다는 듯 나를 바라본다. 아쉽게도 시리즈물로 제작되었던 ‘왕자의 난’도 같이 못 봤던 나였다.

아직 청소년 관람 불가를 볼 수 있는 나이가 되진 못했지만. 이번에는 그보다 아래 등급인 15세 관람가를 받을 가능성이 높았다.

“맞네. 아직 등급 심사 결과 나와 봐야 알겠지만. 이번에는 청소년 관람 불가까지는 안 뜰걸. 그러면 무조건 서준이도 같이 봐야지.”

“공개되는 날 정해지면 미리 외박 허락 받아야겠네. 보고 나면 새벽일 텐데 여기서 자고 가야될 거 아니야.”

그러기 위해서 아지트 각 방들마다 침대까지 놓은 거니. 드디어 나와 함께 볼 수 있다는 사실에 흥분한 형들이었다.

사실 고민을 하긴 했었다. 박우형, 김정범, 김우승. 연사모 형들과 봐야 할 것인가. 아니면 김도윤과 같이 볼 것인가.

다행히 이 고민은 간단하게 해결되었다. 첫 주연작으로 찍은 작품이니만큼. 김도윤이 집에서 가족들과 모두 모여서 본다고 한 덕분에.

“그러면 서준이 너도 날짜 정해지면 무조건 우리랑 보는 거다. 알았지?”

“네네. 집에서는 동생들 때문에 안 되니까. 꼭 여기 와서 형들이랑 볼게요.”

내게 김우승, 김정범이 저렇게 확답을 받으려는 이유가 있었다. 합법적인 외박할 수 있는 날이라나 뭐라나.

그때 가만히 핸드폰을 보고 있던 박우형이 날 보며 말했다.

“서준아. 나 그거 구독했다.”

뜬금없이 구독했다는 말에. 나는 박우형을 보면서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네? 뭘요?”

“하윤이 채널. 너무 귀엽던데? 옛날 서준이 네가 버스킹 다니던 시절도 생각나던데.”

*

국민 연예인 차서준이 아닌. 철저하게 그 동생인 하윤이만 출연하는 ‘하윤이의 뮤직 박스’였다.

처음 차서준이라는 이름에 찾아왔던 이들도. 서서히 이 시간이 지나자 채널의 목적이 무엇인지 알고서 하윤이의 목소리만 좋아하는 이들만 남게 되었다.

“오빠. 어제 올라간 영상에 사람들이 응원하는 댓글들이 달렸어. 나 잘한대!”

“진짜?”

“응! 너무 기뻐!”

몇몇 사람들이 하윤이의 노래를 듣고서 응원 댓글을 달아주었는지. 내게 달린 것들을 보여주며 하윤이가 방방 뛴다.

처음 채널이 만들어졌을 때 차서준 이름에 껑충 뛰었던 조회수와 달리. 이제는 하윤이의 목소리를 좋아하는 사람들만 보고 있었다.

그럼에도 하윤이는 마냥 기뻐 보였다. 처음 버스킹을 하고 싶다고 했을 때에도 다른 욕심 없이 순수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다고 했었으니까.

“멍!”

“멍이도 나 축하한다고? 고마워.”

하윤이가 멍이를 끌어안고선. 자기가 얼마나 행복한지. 또 무려 칭찬 댓글이 10개를 넘어 얼마나 기쁜지에 대해 떠들기 시작했다.

“멍아. 사람들이 내 목소리가 엄청 좋대. 그래서 막 이런 노래 불러주었으면 좋겠다고 신청곡들도 써놓았어. 그런데 처음 보는 노래들이라 엄청 연습해야 될 거 같아.”

“멍!”

중간중간 멍이가 멍! 하고서 추임새를 넣으니. 제법 둘의 대화가 그럴싸하게 들린다.

그때였다.

“형아.”

“응?”

자기 방에서 공부하던 하준이가 날 부른다. 혹시 하윤이 방에서 대화 소리가 시끄러워 찾아왔나 걱정했는데.

“서연이가 그러는데. 멍이도 채널이 있었으면 좋을 거 같대. 나도 그렇고. 더 많은 사람들이랑 멍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 좋을 거 같아.”

정작 하준이의 입에서 나온 건 다른 용건이었다. 하윤이의 노래 채널처럼 멍이가 나오는 애견 채널을 만들고 싶다는 것.

“멍이를?”

“응. 안 그래도 저번에 서연이랑 멍이 산책시키는데. 멍이가 너무 귀엽다고 혹시 영상들 올릴 생각 없냐고 사람들이 많이 물어봤어.”

안 그래도 나도 한 번쯤 생각하긴 했었다. 시고르자브종인 멍이가 너무나도 똑똑해서 사람들에게 자랑을 하고 싶다고.

다만, 드라마 촬영부터 시작해서 이런저런 스케줄들을 소화하느라 바빠서 생각만 했을 뿐.

“그런데 하준아.”

“응?”

“하윤이 너튜브 채널을 봐서 알겠지만. 이 영상이라는 게 찍는다고 끝나는 일이 아니에요. 사람들이 재밌게 볼 수 있도록 편집도 해야 돼.”

단순히 찍어서 풀영상을 올린다면. 처음에야 차서준 이름에 찾아올지 몰라도 금방 조회수가 바닥을 칠 터였다.

사람들이 흥미를 가지고 계속해서 찾아오게 하려면. 영상을 흥미롭게 만드는 편집이 필수였다.

“나도 알아.”

안다고? 그렇다면 그에 대한 방법도 다 생각했다는 뜻인데. 나는 이어질 하준이의 말을 기다렸다. 과연 어떤 방법을 찾아왔을까.

“그래서 지환이 형에게 도와달라고 했는데. 어떻게 영상을 편집하는지 가르쳐 준다고 했어.”

“지환이한테?”

“응. 2주일에 한 번 멍이 영상 만들 거야. 처음에는 지환이 형에게 배우고. 실력이 생기면 내가 혼자 할 거야.”

단순히 멍이를 사람들에게 보여줘야지. 하고서 하준이가 최지환에게까지 연락했을 리는 없다. 그렇다면 더 깊은 뜻이 있다는 건데.

이어지는 하준이의 말은 그러한 내 생각이 옳았음을 증명하였다.

“형아. 내 꿈이 나중에 수의사 선생님이 되는 거잖아. 지금 쌓은 경험들로 나중에 동물 병원 채널 운영할 거야. 아프다고 반려 가족을 버리지 말라고.”

이런. 단순히 멍이가 귀엽다고 채널을 만들겠다 한 것이 아닌 모양이다.

당장 멍이가 우리 가족이 된 이유도. 누군가가 멍이를 시골에서 데려와 버렸기 때문이 아니던가.

하준이는 그런 마음 아픈 일들이 조금이라도 줄어들 수 있도록. 지금부터 천천히 준비를 해나갈 생각인 것 같았다.

어린 나이에 아역 배우로 데뷔해 차근차근 준비해나가는 형을 옆에서 지켜본 덕분인지. 하준이는 당장 코앞이 아니라 먼 미래까지 생각하는 똑똑한 동생이 되었다.

“강아지에 대한 공부 열심히 해서. 멍이 영상과 함께 많은 정보들을 알릴 거야. 강아지를 위해서라면 이런이런 것들을 해야 한다고.”

멍's 라이프 채널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

주우정 감독과 정말 오랜만에 만났다.

“왔어? 데리러 간다니깐.”

“아니에요. 회사에 들를 일이 있어서 갔다가. 수진 누나가 데려다줬어요.”

따로 연락이야 지금까지 꾸준히 이어왔지만. 직접 얼굴을 마주하고 만난 건 몇 달 만이었다.

나야 ‘학교 생존’ 촬영 일정에 바빴고. 주우정 감독은 차기작 시나리오 작업에 몰두하느라 바빠서.

저번 달에 연락했을 때에도 막힌 시나리오를 뚫기 위해 제주도에 내려갔다고 했었다.

“감독님. 오랜만이에요. 제주도는 잘 다녀오셨어요?”

“잘 갔다 왔지. 역시 사람이 조급해하면 더 안 된다니까. 때로는 돌아가는 법도 필요한 것 같아.”

“어? 그거 누가 했던 말 아니에요?”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그저 서로 마주 보며 웃음을 터트릴 뿐.

참고로 저 조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은 주우정 감독을 처음 만났을 당시 내가 했던 말이었다.

“서준아.”

“네?”

“혹시 차기작 결정됐니?”

“차기작이요? 아직 따로 결정한 건 없어요. 들어오는 작품들은 제법 있는데. 확 이거다 싶은 건 아직 없어서요.”

거기에 올 연말에 김한결, 박민우와 함께 연말 콘서트도 기획하고 있는 상황.

비싼 티켓을 사고. 새벽부터 지방에서 올라오는 어머님 팬들을 생각한다면. 그 무대 역시 허투루 준비할 순 없었다.

“그러면 나와 함께 어때?”

“어? 감독님이요?”

무슨 말이 필요할까. 과거 배우 차서준과 함께 버스킹도 경험하고, 그걸 토대로 만들었던 영화 ‘목소리’로 초대박이 났던 주우정 감독인데.

나와 함께했었던 영화 ‘목소리’ 이후 만들었던 영화 두 편도 해외 각종 시상식에서 꽤나 좋은 성적을 거뒀었다.

“그래. 드디어 완성되어 가고 있거든. 그 소식을 널 보고 직접 전해주고 싶어서 오늘 보자고 한 거고.”

“정말요?”

기쁜 소식이었다. 과거 함께했었던 영화 ‘목소리’가 끝나고 난 뒤. 주우정 감독이 내게 말했었다.

몇 년 동안 지켜보면서 차서준을 위한 시나리오 하나를 만들어 볼 테니. 그때 마음에 들면 꼭 다시 한번 영화를 찍자고 말이다.

그 뒤로 정말 마치 돌을 깎는 장인처럼. 두 작품을 하는 동안에도 끊임없이 시나리오를 쓰고, 수정하고, 지우고를 반복했던 주우정 감독이었다.

그런 몇 년간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간다고 하니. 어찌 기뻐하지 않을까.

“그래. 무조건 하자는 게 아니라. 한 번 보고서 마음에 들면 그때 이야기해보자. 마음에 안 들면 어쩔 수 없는 거고.”

“에이, 어릴 때부터 옆에서 절 지켜본 감독님이 쓴 시나리오인데. 무조건 보자마자 하자고 제가 먼저 말하게 될걸요?”

“뭐? 하하.”

내 말에 만족스러웠음일까. 주우정 감독이 웃음을 터트린다.

기분 좋으라고 하는 농담이 아니라. 정말 주우정 감독의 능력이 뛰어났다. ‘목소리’ 이후 두 작품으로도 국제 영화제 시상식 레드카펫을 또다시 밟은 걸 보면 알 수 있었다.

본인의 엄격한 기준을 통과하기 전까지 시작을 하지 않으려는 사람이었으니. 분명 완성된 시나리오 역시 내 마음에 퍽 들 것이 분명했다.

거기에 같이 영화를 찍은 이후부터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온. 누구보다 배우 차서준의 성장 과정을 옆에서 지켜본 감독이 만든 시나리오였다.

“그래도 다른 배우도 아닌 차서준에게 같이 하자고 말하는 건데. 일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냉정하게 가야지. 당장 서준이 널 원하는 감독들이 할리우드에서도 많은 상태일 텐데.”

말은 저렇게 해도. 주우정 감독의 얼굴에서는 자신감이 보였다.

애초에 자신이 없었으면. 오늘 날 여기에 불러서 차기작 관련 이야기를 꺼내지도 않았겠지.

“만약에 시나리오 완성되고 하게 된다면. 내년에 시작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왜?”

“아직 촬영 중인 드라마 후반 작업 진행 중이고. 또 연말에 형들이랑 트로트 콘서트가 잡혀 있어서요.”

내 말에 주우정 감독이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인다.

“감독님. 그러면 연말 콘서트 티켓 나오면 감독님도 하나 드릴까요?”

“아니야. 괜찮아. 조금이라도 더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지. 그리고 티켓 좀 구해달라는 사람이 엄청나게 많지 않아?”

사실 주우정 감독의 말이 맞았다. 워낙에 트로트계에서 뜨거운 김한결, 박민우, 차서준의 콘서트였다. 작년에 소식이 알려짐과 동시에 연락이 얼마나 많이 쏟아지던지.

심지어 나와 친분이 깊은 이들에게서만 오는 데에도 그렇게 많았다. 티켓팅이 시작과 동시에 몇 분 지나지 않아 매진되어버리는 수준이었으니까.

그리고 하나 더.

주우정 감독이 오직 배우 차서준을 홀리게 만들 시나리오를 완성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를 엿볼 수 있는 대답이기도 했다.

“감독님.”

“응?”

“제목이라도 좀 알려주면 안 돼요?”

안 그래도 너무 궁금하던 참이었다. 날 주인공으로 몇 년 동안 다듬은 시나리오라는데. 정작 본인은 그 제목조차 들어본 적이 없었으니까.

이제는 알려줄 때도 된 것 같은데. 정작 돌아오는 대답은 단호하게 ‘아니오’였다.

“조금만 기다려. 완성되는 대로 서준이 네게 가장 먼저 보여줄 테니까.”

주우정 감독이 정말 자신 있다는 얼굴로 말한다. 저 표정을 보니 더 궁금해진단 말이지.

“그렇게 오래 걸리진 않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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