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탑스타 어게인!-199화 (199/220)

199화

광고 제안이 들어왔다. 당연히 서도현의 말처럼 본인의 의사를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본인이 누구냐고?

우리집 막내 멍이.

“멍아.”

“멍!”

“너에게 광고가 들어왔어. 강아지 간식 회사에서 멍이 널 광고 모델로 쓰고 싶다는데. 멍이 생각은 어때?”

멍이가 고개를 갸웃하며 나를 바라본다. 주인이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가 싶은 모양.

그에 대한 대답은 멍이 대신 옆에서 듣고 있던 하준이, 하윤이에게서 돌아왔다.

“형아! 진짜야? 멍이에게 광고가 들어왔어?”

“그럼. 우리 멍이가 귀엽잖아. 밖에 데리고 나가면 사람들도 엄청 좋아하고.”

“맞아. 우리 멍이 인기 엄청 많아. 그리고 엄청 똑똑해. 가끔 진짜 말을 알아듣는 것 같을 때가 있어.”

그럴 리가. 사람과 오랫동안 지내면 가끔 말을 알아듣는 경우도 있다지만. 아직 멍이는 그런 경지에 오르기엔 너무 어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똑똑한 건 맞았다. 몇 번 가르쳐주면 그걸 기억하고 잘 따르곤 했으니까.

가끔 그런 멍이가 너무 신기해서.

“멍아. 너 정말 내 말 알아듣는 거 아니야?”

하고 물은 적도 있었다. 멍이가 어떻게 반응했냐고?

“멍?”

방금 전 광고 설명을 들을 때처럼 고개를 갸웃하며. 이 주인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걸까. 하는 표정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멍이를 앞에 앉히고 설명을 하는 내 모습이 귀여웠음일까.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엄마가 미소를 지으며 묻는다.

“서준아, 정말 우리 멍이에게 광고가 들어왔니?”

“네. 그것도 멍이가 가장 좋아하는 간식 회사인 견사랑에서 광고가 들어왔어요. 영상 광고는 아니고 포장지 위에 멍이 얼굴이 들어가는 광고로요.”

“그러니? 그 회사에서 어떻게 멍이가 거기 간식을 좋아하는지 알았을까?”

멍이가 유독 좋아하는 애견 간식을 만드는 회사. ‘견사랑’에서 광고 제안이 들어왔다는 말에 엄마가 궁금해했다.

안 그래도 나도 그 점이 궁금하던 참이었다. 국민 연예인 차서준의 애견이니 광고가 들어올 수 있다지만. 딱 멍이가 좋아하는 회사에서 들어온 건 마냥 우연이 아닐 테니까.

그때였다.

멍이를 무릎에 앉히고서 ‘광고가 들어왔대. 축하해!’ 하고서 기뻐하던 하준이가 손을 번쩍 든 것은.

“제가 그 이유를 알 것 같아요!”

“하준이가?”

“네! 저번에 놀이터에 놀러 나갔을 때. 사람들이 귀엽다면서 간식 사 와서 줬거든요. 그런데 멍이가 매일 먹는 견사랑 간식만 먹었어요. 다른 건 눈길도 안 주고요.”

이런. 어떻게 멍이에게 광고 제안이 들어왔나 궁금했었는데. 그 해답을 하준이에게서 찾을 수 있었다.

내가 밤 촬영 때문에 집에 늦게 들어오는 날이면. 하준이, 하윤이가 멍이와 함께 아파트 산책을 나가곤 했었다.

그때 사람들이 각자 간식을 사 와서 멍이에게 줬는데. 멍이가 유독 좋아하는 견사랑 간식만 먹은 모양이었다.

그 소식이 팬들에게 귀엽다며 퍼졌고. 결국 견사랑 마케팅팀에게도 들어간 듯싶다. 회사에선 당연히 이런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다.

“하준이, 하윤이는 우리 멍이가 광고를 했으면 좋겠어?”

“응! 멍이가 제일 좋아하는 간식에 자기 얼굴이 들어가는 거잖아. 나는 무조건 찬성!”

“나도. 멍이도 보면 엄청 좋아할 것 같아. 그렇지 멍아?”

“멍!”

하윤이가 멍이에게 좋냐고 물어보니 멍! 하고선 대답한다. 본인도 좋다고 하는데. 그러면 해야지.

결국 멍이에게 들어온 광고는 하는 것으로 결정이 되었다.

*

“서준이 왔어?”

“네. 조금 늦었네요. 갑자기 현장에서 촬영이 딜레이가 되는 바람에. 형들 많이 기다렸어요?”

“아니. 나도 방금 막 도착했어. 오히려 한창 드라마 촬영에 바쁜 널 불러서 미안하지.”

‘트로트 왕자’가 끝난 이후 몇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끈끈한 우정을 이어가고 있는 김한결, 박민우와 나였다.

연사모 형들처럼. 서로 스케줄이 한가할 때에는 이렇게 종종 만나곤 했었다. 최근 내가 학교와 촬영에 바빠 시간을 못 냈을 뿐.

“그보다 오늘 무슨 바람이 불어서 갑자기 밥을 먹자고 한 거예요? 민우 형은 낮에 행사도 다녀왔잖아요.”

“오랜만에 서준이 보고 싶어서 그랬지. 학교 수업이다, 드라마 촬영이다 바빠서 최근 통 못 봤잖아.”

그건 그랬다. 작년에 콘서트 준비를 할 때는 연습이다 뭐다 해서 거의 붙어 지내던 시간이 많았는데.

올해 드라마 촬영을 시작하고 나서는 정말 만날 시간이 없었다. 형들도 한창 전국 행사 기간인지라 스케줄 소화에 바빴고.

“그래서 말인데. 서준이 너 올해 연말 스케줄 잡힌 거 있어?”

“연말이요? 그때 가봐야 알겠지만. 아직 제가 알기론 없는 걸로 알고 있어요.”

“그러면 올해도 연말 콘서트 한 번 해보면 어떨까 해서. 서준이 너랑, 여기 한결이 형이랑 나랑 셋이서.”

박민우가 연말 콘서트 이야기를 가지고 왔다.

“연말 콘서트요?”

“어. 작년에 너무 즐거웠잖아. 올해는 서준이 네가 드라마 촬영도 있고 하니까. 연말쯤 하면 어떨까 싶은데. 팬들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것 같고.”

꽤나 흥미로운 제안이었다. 작년 티켓팅 시작과 동시에 매진을 기록할 정도로 엄청난 인기는 둘째 치고.

형들과 함께 완벽한 무대를 위해 몇 날 며칠을 준비했던 일. 또 수많은 팬들과 뜨거웠던 콘서트 열기는 아직도 가끔 꿈에서 나올 정도였으니까.

중요한 건 내 의사가 아니었다. 옆에서 자기도 방금 처음 들었다는 듯 놀란 얼굴을 한 김한결이지.

사실 나보다 더 섭외하기 힘든 사람이 김한결이라면 설명 다 한 거 아닐까. 콘서트 성사의 키는 한결이 형이 쥐고 있는 셈.

“한결이 형 생각은 어때요?”

이렇듯 내가 김한결에게 한 번 더 묻는 이유가 있었다. 어느새 한결이 형은 사람들에게 차세대 트로트 황제라고 불리고 있었다.

어머님 팬들에게 있어. 가장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는 가수가 눈앞의 김한결이었다.

내가 알기론 올해 전국 투어 콘서트 일정도 있다고 들었는데.

“갑자기 듣긴 했는데. 오히려 정말 좋은 거 같은데? 작년에 너희랑 같이 콘서트 준비하는 동안에도 너무 즐거웠거든.”

박민우가 제안하고. 김한결이 끄덕였으니 더 이상 문제가 될 건 없었다.

과거 반지하에서 미래를 고민을 하던 김한결이었지만. 어느새 트로트 업계에서 말 그대로 돈을 쓸어 담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트로트 왕자’ 탑6 활동을 마치고. 1인 소속사를 차린 뒤, 단 2년 만에 한강이 보이는 이곳 펜트하우스로 이사를 온 김한결이었다.

1인 소속사인 만큼 스케줄의 최종 결정 권한은 김한결에게 있는 셈이다.

“그나저나 거실 밖으로 한강이 보이는 게 너무 멋진 거 같아요.”

내가 부럽다는 듯 말하자. 옆에서 듣고 있던 박민우가 오히려 궁금하다는 듯 내게 물었다.

“서준이 너도 여기로 이사 오기 충분하지 않아? 왜 아직도 거기서 사는 건데?”

“하준이, 하윤이의 단짝 친구들이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거든요.”

“그러면 어쩔 수 없지.”

내 설명에 단번에 납득하는 박민우였다. 차서준의 가족 사랑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민우 형이었으니.

“그보다 이 집에 막 처음 이사했을 때 한결이 형이 생각나네.”

“저 그 모습 동영상으로 찍을까 하다가 참았잖아요.”

그때 한결이 형이 얼마나 펑펑 울던지. 모든 것이 다 내가 ‘트로트 왕자’에 출연을 결심한 덕분이라고 내 손을 잡고 말했던 김한결이었다.

내가 봤을 땐. 한결이 형은 그냥 시간만 지났어도 자연스럽게 떴을 말도 안 되는 재능을 가진 가수인데.

“사실 오늘 민우가 말 안 했으면 내가 제안을 하려고 했었어. 나도 올해 한 번 더 같이하면 어떨까 생각 많이 했거든.”

“한결이 형도요?”

“응. 사실 팬클럽에서도 개인 콘서트도 좋지만. 너희랑 셋이서 같이 하는 콘서트도 해달라는 요청이 엄청 많았으니까.”

그럴 만도 했다. 말 그대로 축제 같은 무대를 만들었던 작년 콘서트였으니.

그 뜨거운 열기와 행복을 경험했던 팬들이라면. 올해도 애타게 기다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면 형들은 다 오케이로 알고. 저도 삼촌에게 말해서 소속사끼리 스케줄 조정하는 걸로 해요.”

“오케이.”

“알겠어.”

이 소식이 알려지면 난리가 날 것이 분명했다. 특히 정범이 형이 티켓 좀 구해달라고 펄쩍 뛰겠지.

작년에 연사모 형들에게 김한결, 박민우와 함께하는 콘서트 티켓을 선물했을 때 엄청 좋아했으니.

*

강아지 간식을 만드는 회사 ‘견사랑’에서는 다양한 간식 제품들을 출시하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유독 멍이가 좋아하는 건. 가장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는 간식이었다.

“멍아. 이게 같은 회사에서 만든 건데. 더 비싸고 맛있는 거야.”

하준이가 멍이를 생각해서 견사랑에서도 가장 맛있다고 알려진 비싼 간식을 사 왔지만.

“멍!”

멍이는 자기가 먹던 간식을 달라며. 간식을 놓는 곳을 향해 하준이를 이끌었다.

그런 멍이의 반응에 하준이가 시무룩해지는 건 당연한 순서.

“형아. 왜 멍이는 저걸 가장 좋아할까? 강아지를 키우는 친구한테 물어봤는데. 이게 더 비싸지만 맛있어서 좋아할 거라고 했는데.”

멍이가 좋아할 거라는 생각에 용돈을 모아 샀지만. 단호한 거부에 시무룩해진 하준이가 내게 물었다.

“글쎄. 형이 알기로도 하준이가 사 온 간식이 강아지들이 가장 좋아한다고 들었는데. 왜 그러지?”

나 역시 멍이가 가장 저렴한 간식만 좋아하는 이유를 알 방법이 없었다.

내가 알기로도 양손에 각각 다른 간식을 올려둔다면. 강아지들이 무조건 하준이가 사 온 비싼 간식으로 달려간다고 들었으니까.

그런데.

그 이유를 알게 된 건 참으로 우연한 곳에서였다.

나와 멍이가 단둘이서 산책을 나갔을 때였다.

“멍아?”

“끼잉.”

졸졸졸 따라오던 멍이가 네 다리로 버티면서 나를 멈춰 세웠다.

영리하고 똘똘한 멍이인지라. 내가 가자고 줄을 당기면 잠깐 멈칫하다가도 따라오곤 했는데. 이번만큼은 낑낑거리며 완강하게 버텼다.

왜 그러지? 그런 생각으로 멍이가 멈춘 곳 주변을 둘러본 순간.

“응? 여긴?”

하준이가 멍이를 처음 발견한 장소 근처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지금 이 길이 우리집에서 도서관으로 가는 길이었으니까.

아마 멍이가 박스에 담기기 전 마지막으로 봤던 풍경을 기억하고 있는 모양.

“멍아. 너 설마 여기를 기억하고 있었어?”

멍이에게선 대답이 없다. 촉촉해진 눈동자로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을 뿐.

그제야 뭔가 퍼즐이 맞춰짐을 느낀 나였다. 시골에서 데려온 강아지. 그리고 아이들의 변심으로 인한 유기까지.

가끔 가족들이 모두 일이 있어 멍이를 혼자 집에 두고 나가려고 할 때면. 흔들리는 눈빛으로 낑낑거리며 가지 말라고 할 때가 있는 멍이었다.

하준이, 하윤이가 분리불안 증상을 치유하기 위해 많은 사랑을 보여주었고. 그 덕분에 완벽하게 이겨냈다고 생각했는데.

“멍이 너 그 간식만 먹으려고 했던 이유가 있었구나.”

멍이가 아직 전 주인과의 추억을 완벽하게 잊지 못했던 것.

멍이가 비싼 간식을 줘도 고집을 부리며 외면했던 이유도 거기에 있었다. 아마 전 주인이 멍이에게 주었던 간식이었던 모양.

나는 줄을 당기는 대신 기다렸다.

한참을 더 서서 멍하니 바라본 뒤에야. 멍이는 다시 출발하자는 듯 날 향해 ‘멍!’ 하고 외쳤다.

“가도 괜찮아?”

“멍!”

이제는 정말 괜찮다는 듯이. 다시 날 보며 꼬리를 힘차게 흔드는 멍이었다.

며칠 뒤.

멍이가 ‘견사랑’ 광고를 찍었다.

‘견사랑’ 측에선 멍이의 얼굴이 들어간 제품이 나오자마자 내게 보내주었다.

당연히 집에 도착하자마자 하준이가 항상 먹던 제품의 포장지를 개봉했지만. 멍이가 원한 것은 정작 다른 것이었다.

“응? 멍아. 이걸 달라고?”

“멍!”

저번에 하준이가 용돈을 모아 사 왔음에도 거부를 당해 시무룩하게 만들었던 간식을 향해 꼬리를 흔든 것.

심지어 이번에 온 선물이 아니라. 저번 하준이가 사 온 간식을 달라며 외친 멍이었다.

“형아! 이거 봐. 우리 멍이가 내가 저번에 사 온 선물을 엄청 맛있게 먹어!”

하준이가 신이 나서 날 부른다. 가서 확인하니 정말로 멍이가 애써 외면했던 간식을 와구와구 먹고 있었다.

“멍아. 맛있어?”

“멍!”

심지어 너무나도 맛있는지 꼬리가 쫓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흔들면서 말이다.

그 흔들리는 꼬리에 더 이상 불안함이 보이지 않는다고 느껴진다면.

내 착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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