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탑스타 어게인!-185화 (185/220)

185화

- 역대 최고로 등극한 서바이벌 오디션 ‘트로트 왕자’, 최종 우승자는 김한결!

- 배우 차서준, 이제는 가수 차서준. ‘트로트 왕자’ 최종 순위 3위로 대장정을 마쳐.

- 모두가 환하게 웃으며 축하한 순위 발표. 탑6의 빛나는 우정에 팬들도 박수를 보내.

- 이제부터 시작? ‘트로트 왕자’ 시청자들이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탑6 콘서트 투어.

- 진정한 승자는 차서준? 배우, 예능인에 이어 이제는 가수까지. 진정한 국민 연예인으로 거듭나.

└ 와씨. 어우차 어우차 하더니만. 결국 우승과 준우승을 김한결, 강민우가 가져가네. 솔직히 초반에만 하더라도 무조건 차서준이 우승할 줄 알았는데. 어떻게 된 거임?

└ 지금 괜히 차 배우가 국민 연예인 소리 듣는 게 아님. 트로트 왕자 팬 중 하나가 편집본 영상 올렸는데. 차 배우가 형들 챙기는 모습들이 다 나옴. ㄷㄷ

└ 우리 엄마도 그거 보고서 역시 우리 차 가수라며 엄청 칭찬하더라. 형들에게 부담 안 느껴지도록 파트 양보하고. 또 카메라 앞에서 매력 보여줄 수 있게 자연스럽게 멘트도 이끌어내고. 누가 보면 MC인 줄 알 정도임. ㅋㅋㅋㅋㅋ

└ 힐링 가족에서 보여준 연사모 형들과의 케미랑 또 다른 재미가 있었음. 오죽하면 배우에는 연사모 형들, 트로트 가수에는 탑6 형들이 있다고 할까. 탑6 형들도 이제 걸어 다니는 기업 수준이 될 텐데. ㄷㄷㄷ

└ 이번에 유료 문자 투표 온 거 봤음? 처음에 무슨 트로트로 오디션이야? 했는데 역대급 투표 쏟아짐. 진짜 저 6명 지금부터 돈 쓸어 담을 거 같은데?

└ 참고로 저 탑6 중 3명은 차서준 덕분에 재조명받은 수준이더라. 특히 김한결은 우승자 발표 나자마자 차서준에게 달려가 고맙다며 안던데? ㅋㅋㅋㅋㅋㅋㅋㅋ

이렇듯 우승자가 나온 ‘트로트 왕자’ 결과에 대해 떠들고 있을 때. 정작 나는 김한결과 강민우에게 붙잡혀 있었다.

“여기가 진짜 형이 지내던 곳이에요?”

“응. 보기엔 좀 그렇긴 해도 여기가 생각보다 지낼 만하고. 또 방값이 엄청 저렴해. 나에겐 정말 고마운 곳이지.”

지금 우리 세 사람이 있는 곳은 바로 김한결의 집이었다. 지웠지만 다시 피어오르기 시작한 벽지 위 곰팡이. 그리고 지나가는 사람 다리만 보이는 반지하 창문.

“저번에 한결이 형한테 괜히 얻어먹었네. 내가 살 걸.”

집이 제법 살아서 트로트 가수의 꿈만 좇던 강민우는 충격을 받은 얼굴을 했었다. 오늘 말고, 전에 최종 미션 전에 김한결의 집을 방문했을 때.

“이젠 괜찮아. 상금 받은 걸로 일단 부모님 빚도 갚아드리기로 했고. 또 방도 새로 구하기로 했으니까.”

이 형이 워낙 고생만 하다 보니 아직 감이 오질 않나 보다. 그럴 만도 한 것이 결승 무대라는 목표 하나만을 보고 달리기만 했었으니.

거기에 우승 상금 1억이라는 거액을 받게 되었으나. 세금을 떼고 또 집에 빚을 갚아드리고 나면 남는 것도 없다고 했다.

보나 마나 구한다는 방도 반지하에서 온전히 밖이 다 보이는 창문이 있는 원룸이 전부겠지. 돈방석에 앉을 예정이라지만, 아직 앉은 것은 아니었으니까.

“형. 집은 천천히 구해도 괜찮을 것 같아요.”

“왜? 여기 계약도 곧 끝나서 나가려고 했는데.”

내 말에 김한결이 고개를 갸웃하자. 강민우가 답답하다는 듯 가슴을 탕탕 친다.

“왜긴. 집에 돈 드리고 나면 또 어디 저렴한 곳에 방 구할 거 아니야. 안 되겠다. 돈 좀 들어와서 방 구할 때까지 나랑 지내. 내 집 넓은 거 알지?”

“괜찮겠어? 혼자 살던 집에 누가 오면 불편할지도 모르잖아.”

“에잇! 다른 사람도 아닌 한결이 형인데. 그리고 내가 봤을 땐. 형 금방 좋은 집으로 이사 갈 돈 모을 테니 괜찮아.”

“고마워. 사실 안 그래도 소속사 구하면 지낼 숙소도 준다고 해서 생각 중이었거든.”

‘트로트 왕자’의 파이널 결승 무대까지 라이벌 관계로 조명을 받은 김한결과 강민우였지만. 이렇듯 무대 뒤에선 제법 서로를 챙길 정도로 친해졌다.

오죽하면 없는 돈을 털어서 김한결이 밥도 사줬을까. 참고로 당시 김한결의 처지를 모르던 강민우가 가자고 했던 곳이 조금 비싼 식당이었지.

텅 빈 지갑으로도 내색 한번 없이, 고마움에 보답하겠다며 산 사람이 김한결이었다.

“당분간은 트로트 왕자 후속 활동을 위한 위탁 매니지먼트가 있으니까. 천천히 조건들을 다 비교해보면서 소속사를 찾아봐요. 아니면 1인 기획사로 움직여도 괜찮고요.”

나야 ‘트로트 왕자’에 출연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협의가 있었다. 최종 탑6 안에 들어가더라도 배우 스케줄을 우선시한다는 것.

최종 1위를 차지한 김한결은 ‘트로트 왕자’ 탑6 활동을 하면서 소속사를 결정해도 될 터였다. 광고 계약 건은 주변에서 도움을 주면 될 테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형. 아직 실감이 나지 않으실 텐데. 이제부터는 전과 180도 달라진 상황을 경험하실 수 있을 거예요. 이제부터 중요한 건 하나예요.”

“뭔데?”

“그런 게 있어?”

마침 잘 됐다. 김한결, 강민우 모두 갑작스럽게 인기를 얻은 상황.

지금이 가장 중요한 때였다. 혹여나 허파에 바람이라도 들어가 어깨라도 으쓱하는 순간. 걷잡을 수 없이 연예인 병에 걸릴 지도 모른다.

그렇게 연예인 병에 걸리지 않도록. 내가 미리미리 이 형들을 교육시킬 필요가 있었다. 하루아침 사이에 정상에 오르는 순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변해버리는 수가 있으니.

“형들. 여기 앉아 봐요.”

“응.”

“알았어.”

흠흠. 잠시 목을 가다듬은 뒤. 나는 김한결, 강민우에게 정신 교육을 시작했다.

“자, 이제부터 형들은 스타가 된 거예요. 어딜 가도 알아보고. 심지어 카페에서 마음 편하게 커피 한 잔 마실 수가 없어졌어요. 돈은 아무리 써도 쓰는 것보다 들어오는 게 훨씬 많을 거고요. 이럴 때일수록 겸손하게 초심을 잃지 말아야 돼요. 또 팬들이 사인을 해달라고 하면, 급한 스케줄이 없는 이상 무조건 해줘야 하고요. 그리고···.”

걱정되는 마음에 한참을 떠들다 보니 목이 칼칼해진다. 잠시 마른 목을 적시기 위해 물을 마시는 순간.

“형들. 왜 그런 눈으로 절 봐요?”

“으. 응? 아, 아니야.”

“어어? 물 더 줄까?”

묘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는 김한결과 강민우였다. 어디서 많이 봤던 표정인 것 같은데.

착각이겠지?

*

최근 사람들이 모이면 입에 오르는 재밌는 주제가 하나 있었다.

“대체 차서준은 지금까지 얼마를 벌었을까?”

“크. 6살에 데뷔했을 때만 하더라도 아역 배우 출연료 받았을 텐데. 이제는 진짜 1인 기업 수준 아니야?”

“맞지. 지금 차서준 광고 몸값이 업계 최고 수준이라잖아.”

바로 차서준이 지금까지 얼마를 벌었을까에 대한 것. 그 시발점이 된 것은 바로 ‘트로트 왕자’ 우승자 발표 이후 나온 기사에서부터였다.

- ‘트로트 왕자’ 우승으로 순식간에 업계 탑급으로 자리매김한 가수 김한결. 하지만 그 위에 차서준이 있다?

마지막 결승 무대 최고 시청률 35.6%. 가히 국민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는 말이 당연할 정도로 믿을 수 없는 수치의 시청률이었다.

거기에 또 유료 문자 투표는 어떻던가. 방송국 측에서도 진짜 화들짝 놀랐다는 말이 들릴 정도의 압도적인 화력을 뽐냈었다.

그런 ‘트로트 왕자’의 우승을 차지한 김한결보다 몸값이 위라는 평가를 받는 차서준이었다.

“그거 들었어? 차서준이 자주는 아니더라도. 간곡한 요청으로 행사를 나갈 때가 있는데. 최근 부탁을 그렇게 했는데에도 행사비 안 낮췄다면서. 그거로 뒷말 좀 나오던데. 뜨더니 드디어 변한 거 아니냐고.”

“아, 그거 기사 터지고. 사람들에게 워낙 말이 나오고 있었는데. 김한결이 인터뷰해 버렸잖아.”

정말 그랬다. ‘트로트 왕자 출연 이후 변해버린 차서준?’ 이런 기사가 나옴과 동시에. 기다렸다는 듯이 우승자인 김한결이 인터뷰를 해버렸다.

[‘트로트 왕자’ 우승자 가수 김한결과의 인터뷰]

···

Q : 최근 행사비와 관련하여 차서준에 대한 말이 조금 있는 것으로 안다. 왜 이 질문을 요구했는지 궁금하다.

A : 저도 그 소식을 들었습니다. 지방 어느 행사에서 예산 문제로 반 정도로 깎아서 가능하겠냐고 했는데 거절당했다고 말입니다. 그런데 거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Q : 어떤 이유인가?

A : 저번 결승 무대 전 나갔던 방송에 제가 살던 반지하 방이 나갔듯이. 무명 트로트 가수들은 정말 푼돈의 행사비를 받고 전국 팔도를 뛰어다닙니다. 심지어 오가는 비용을 빼면 오히려 마이너스가 나도 얼굴을 알리기 위해 말이죠. 그런데 만약 업계 최고의 자리에 위치한 서준이가 행사비를 반으로 깎으면. 그 문제는 생계도 힘든 무명 가수들에게 돌아갑니다.

Q : 업계 탑급인 차서준도 절반으로 깎아주는데. 너희들은 왜 다 받으려 하나. 이런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걸 몰랐다. 구설수가 나오는 상황에서도 이런 사실을 밝히지 않은 건가?

A : 그렇습니다(웃음) 지방 행사를 다닐 때 알게 된 친구들이 많이 있는데. 끝나고 나면 서준이가 꿈을 포기하지 말라며 몰래 도와줬다면서 연락이 왔었습니다. 또 이건 말하지 말라고 했는데···.

Q : 괜찮다. 비밀은 꼭 지키겠다.

A : 그렇게 행사로 번 돈의 일정 부분을 기부하더라고요. 참고로 그런 기부를 익명으로 엄청 오래 전부터 했답니다. 아직 어리지만 본받고 싶을 만큼 정말 멋진 친구죠.

이 인터뷰 이후로.

└ 이제부터 나는 차서준의 진심 팬이 된다. 차서준을 공격하는 놈들은 끝까지 뒤를 파헤쳐 끝장을 볼 것이다.

농담처럼 이런 말까지 나올 정도로 다시 한번 뜨거운 사랑을 받게 된 차서준이었다.

무슨 말이 필요할까. 드디어 변했다는 말까지 듣던 상황에서. 6살 어린 나이에 데뷔 이후부터 지금까지 꾸준하게 기부를 해왔다는 비밀 선행까지 밝혀졌는데.

말 그대로 차서준이 국민 연예인으로 올라서는 순간이었다. 브랜드 평판 배우, 가수, 예능방송인 부분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해버리기도 했다.

농담처럼 진정한 차서준의 시대가 개막한 것이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

“지금 가장 행복한 사람이 차서준 부모 아닐까?”

“왜?”

“생각해봐. 아직 성인도 안 된 자식이 걸어 다니는 기업 수준으로 벌어다 주는데. 나 같음 당장 회사 때려치우고 유럽 여행이나 다닐 것 같은데.”

그 말을 마침과 동시에. 한심하다는 눈빛과 혀를 쯧쯧 차는 소리가 들려왔다.

“너 차서준 아빠가 다니는 회사 직원이 쓴 글 못 봤어?”

“뭔데?”

“차서준이 6살에 아역 배우로 데뷔할 때부터 수입에 일절 터치 안 했다잖아. 심지어 자산 관리사를 별도로 두어서 얼마를 벌었는지 부모도 모른다는데.”

“정말? 역시 어린 나이에 국민 연예인을 만든 부모는 남다르긴 하네.”

저 글이 올라온 뒤. 그제야 몇 년 전 ‘피치노’와 첫 콜라보 당시 차서준의 엄마가 한 인터뷰가 화제가 되었다.

연예인으로서 활동은 일체 구름엑터스 대표 서도현에게 일임하고. 또 얻는 수입은 일절 손대지 않고 있음이 말이다.

*

아침부터 행복한 웃음소리가 집 안을 채운다.

“형아! 진짜 가는 거야?”

“그러엄. 우리 하준이 오늘을 많이 기다렸구나?”

“응! 너무 기뻐! 형이 너무 바빠 보여서 말 못 했단 말이야.”

하준이가 정말 신이 난다는 듯 방방 뛴다. 그것은 옆에서 손잡고 같이 뛰고 있는 하윤이 역시 마찬가지.

“엄마! 아빠! 준비 다 했어요!”

“너무 조아!”

도저히 참을 수 없었는지 하준이, 하윤이가 안방으로 달려가며 외친다.

동생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 드디어 그날이 오고 만 것이다.

“여행을 떠나요~!”

“떠나요~!”

가족 여행을 떠나는 날이. 예전에 버킷리스트로 적었던 ‘하와이로 가족들과 함께 여행 가기’를 드디어 실현하는 날이 온 셈이다.

‘라이프’에 이어 ‘트로트 왕자’ 출연까지. 생각해보면 조금 바쁘게 달리긴 했다.

그때였다. 무언가를 캐리어에 넣는 아버지의 모습이 보인 것은.

“아빠. 그건 뭐예요?”

“응? 볶음 고추장. 아빠는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이게 한 번은 꼭 생각나서.”

이런. 아빠가 챙긴 것은 여행용으로 작게 만들어진 볶음 고추장이었다. 심지어 작게 간 고기까지 들어갔다는.

“랍스타!”

“랍스타!”

이미 랍스타를 먹을 생각에 어깨춤을 덩실덩실 추고 있는 하준이와 하윤이가 보인다.

“준비 다 했니?”

“네!”

드디어 떠날 시간이 되었다.

하와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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