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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스타 어게인!-167화 (167/220)

167화

차서준의 팬이라면 어찌 오늘을 기다리지 않을 수 있을까. 특히나 열렬한 팬인 김시율이 빠질 수 없었다.

이런 기쁜 날에는 본가에 내려가 엄마와 함께 웃고 떠들면서 봐야 했지만.

“세상에 토요일 오전에도 출근해야 하다니. 이건 선 넘었지. 정말 너무하는 거라고.”

금요일 저녁에 급하게 터진 회사 일을 수습하느라. 결국 토요일 점심시간이 훌쩍 지나고 나서야 퇴근한 그녀였다.

이미 팬클럽 채팅창은 차서준의 첫 예능을 기다리는 팬들로 와글와글한 상태였다.

└ 오늘 첫방인 힐링 가족이 우리 차 배우 첫 예능 출연 아니에요?

└ 무슨 소리임. 당장 연사모의 김우승과 같이 소하에 몇 번이나 출연했었는데.

└ 아니. 그거 말고요. 게스트 말고 고정 멤버로 예능 나오는 건 처음이잖아요. 거기에 동생들까지 같이 나오는 건요.

└ 맞지맞지. 사실 차기작 소식만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런 예능도 나쁘지 않은 것 같음. 차 배우가 아니라 배우 차서준의 일상을 볼 수 있는 거잖아.

‘힐링 가족’의 출연 소식에 팬들이 얼마나 놀랐는지. 처음 소식을 접했을 때 ‘대체 왜???’ 이렇게 물음표가 3개나 나왔을 정도였다.

그런 놀람은 잠시였다. 다른 예능도 아닌 가족 예능이라는 소식에 좋아하는 팬들이 하나둘 생겨났다.

특히 매번 수상 소감의 마지막을 장식하던 동생 하준이, 하윤이와 같이 나온다는 사실에 모두가 기대하고 있는 상황

└ 지금 시작했어요!

서울의 한 아파트가 화면에 등장한다. 이미 차서준이 어디에 사는지에 대해선 전 국민이 알고 있을 정도.

“와, 집 좋다. 하긴 우리 차 배우가 지금까지 번 돈이 얼만데. 저 정도는 하고 살아야지.”

잠시 화면에 나온 차서준의 집에 모두가 감탄을 터트렸으나. 지금까지 배우 차서준이 쌓아올린 필모그래피를 떠올리곤 납득해버렸다.

특히 ‘디멘션 소서러’와 ‘왕자의 난’까지. 이제 광고비가 국내 탑급이라는 말까지 듣고 있는 연예인이 차서준이었으니.

-형아! 일어나!

-엉아! 일어나!

아침이 되자. 하준이와 하윤이가 우다다 뛰어가 차서준을 깨운다.

└ ㅋㅋㅋㅋㅋㅋㅋㅋ 여행 간다는 설렘 때문인지. 동생들이 아침 일찍부터 일어났나 보네요.

└ 차 배우가 반쯤 감긴 눈으로 말하네요. 5분만 더 자자고. ㅋㅋㅋㅋ

└ ㅠㅠ 저 풍경 왜 이리 익숙하지. 그보다 우리 차 배우 이제 겨우 12살 아닌가요? 왜 저 모습이 우리 남편이랑 비슷하게 느껴지는 거지? ㅋㅋㅋ

└ 그래도 동생들이 하도 방방 뛰니까 일어나네요. 응? 어디로 전화하는 걸까요?

내레이션이 나온다. ‘그러고 보니 운전할 사람이 없네요? 오늘 엄마에게 휴가를 주고 동생들이랑 1박 2일 여행을 떠난다고 했는데.’

그 말과 동시에 채팅창에 물음표가 올라온다. 아무리 차서준이 탑급 연예인이라 해도. 아직 미성년자인 3명이서 여행을 떠날 순 없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의 도움을 받아 여행을 떠날 준비하는 차서준과 동생들.

-잘 다녀오렴.

-다녀오겠습니다!

엄마와 손까지 흔들며 인사를 한 뒤. 차서준의 양손을 잡고 엘리베이터에 오르는 동생들.

그때였다.

“어? 여기서 왜 김정범이 나와.”

운전석에서 기다리고 있던 김정범이 카메라에 잡힌 것은. 아침에 차서준의 연락을 받은 주인공이 김정범이었던 것이다.

-안녕하세요. 배우 김정범입니다. 오늘 서준이에게 1일, 아니지. 이틀 동안 운전기사로 선택받았습니다.

“김정범이 차 배우와 친한 거야 알고 있었는데. 동생들과도 친한 건 의외네. 삼촌 하면서 엄청 친근하게 잘 따르는데?”

몇 년 동안 이어진 연사모의 의리와 친분이야 이제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였지만.

김정범이 차서준의 동생들과도 저렇게 친할 줄은 몰랐다. 그런 반응은 채팅창에 올라오는 팬들 역시 마찬가지.

정작 김시율의 입에서 웃음이 터져 나오기 시작한 건. 차서준이 네비를 조작해 목적지를 설정했을 때였다.

잠시 목적지와 남은 시간을 보던 김정범의 눈동자가 동공 지진을 일으킨다.

-여, 여기라고? 서준아. 예상 도착시간까지 3시간이 남았다고 뜨는데? 여기 말고 형이 잘 아는 근처로 갈까? 정말 오늘 여기를 다녀오자는 거지. 지금?

-고마워요 형. 역시 절 챙겨주는 사람은 형밖에 없는 것 같아요. 우승이 형보다 형이 최고예요 진짜.

-그지? 내가 우승이보다 더 잘 챙겨주지? 자, 출발해야 되니까 다들 카시트 안전벨트부터 확인하자.

“풉. 뭐야, 왜 이리 쉬운 남자야.”

처음 목적지를 보여줬을 때. 당장이라도 거부할 것만 같던 김정범이 차서준의 꼬드김에 순식간에 넘어갔다.

차서준이 고개를 돌리고 씨익 웃는 것이. 저런 방법으로 김정범을 다룬 것이 한두 번이 아닌 모양. 그 두 사람의 콩트가 친분을 기반으로 하기에 오히려 귀여웠다.

방송용 멘트라 저런 거지. 실제론 차서준이 김정범을 섭외할 때부터 어디로 갈지 다 설명했을 테니까.

-형. 오늘 운전기사로 도와줘서 고마워요. 형 아니었음 동생들이랑 버스 타고 갔을지도 몰라요.

-서준이 아니었음 내가 왕자의 난에도 출연 못 했을 텐데. 당연히 도와줄 수 있지!

안 그래도 얼마 전 ‘왕자의 난’ 시즌2를 제작하겠다는 넷티비의 기사가 떴다.

차서준이야 시즌1을 마지막으로 끝났지만. 시즌2에서 메인 대립각이 왕인 배우 박우형과, 좌의정인 배우 김정범이 예상되는 상황.

거기에 시즌1보다 훨씬 오른 몸값에 계약이 될 거란 소문이 파다했기에. 김정범이 운전대를 잡고서 흥얼거리는 모습이 이상하지 않았다.

차서준만큼은 아니더라도. ‘왕자의 난’ 이후 광고를 제법 많이 찍은 배우가 김정범이었으니.

-다 함께 동동동!

-다 함께 동동동!

└ 응? 하윤이가 노래를 제법 하네요.

└ 그러게요. 아까 신이 나는지 막 흥얼거리는데. 생각보다 허밍이 좋아서 깜짝 놀랐어요.

└ 크. 역시 우리 차 배우의 동생들은 범상치 않네요.

└ 하준이도 흥이 제대로 올랐네. ㅋㅋㅋㅋ 너무 귀엽네요.

└ 무엇보다 진짜 여행을 떠나는 느낌이라 좋네요. 예상과 다른 포맷인 듯싶어요.

“확실히 시청자들 반응이 좋네.”

잠깐 팬클럽을 나와 커뮤니티 반응을 살피던 김시율이 미소를 지었다.

‘힐링 가족’ 편성 기사에 얼마나 욕들이 달리던지. 특히나 다른 가족 예능들처럼 광고와 협찬 범벅일 거라며 아주 난리였었다.

만약 그런 프로그램이었다면 차서준이 섭외 단계부터 거절했을 텐데.

“응? 민속 마을이네?”

잠시 후.

신나게 노래를 부르던 하준이와 하윤이가 코오 잠이 들고. 김정범과 차서준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동안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한복 대여를 한 서준이네 가족들이 화면에 모습을 드러냈다. 양반집 도련님 복장을 한 차서준과 동생들. 그리고 돌쇠 복장의 김정범.

그 네 사람의 등장과 동시에 시청자들의 폭소가 터지는 건 당연한 순서였다.

“왕자의 난 때문에 어린이용 도포랑 갓이 있는 거구나.”

잠시 화면 속 복장에 고개를 갸웃하던 김시율은. 이내 내레이션의 설명 덕분에 왜 어린이용 도포와 갓을 쓰고 나타났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제법 자신의 복장이 마음에 들었음일까. 잠시 후다닥 문 앞으로 달려간 하준이가 ‘왕자의 난’의 차서준을 따라 하기 시작했다.

-이리 오너라! 거기 아무도 없느냐! 허어. 정녕 이 나라를 위한 이들이 아무도 없단 말이오.

└ 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 하준이는 연기에 재능이 없구나. ㅋㅋㅋㅋㅋ 심지어 대사도 엉망이야. ㅋㅋㅋㅋ

└ 옆에 차 배우 동공 지진 봄? ㅋㅋㅋㅋㅋㅋ 어? 내 동생인데 왜 못 하지? 이런 느낌인데? ㅋㅋㅋㅋ

└ 하윤이가 팩폭하네요. 오빠 연기 못해! 이렇게 외치는 거 듣고 배꼽 빠져라 웃음. ㅋㅋㅋㅋㅋ

└ 하준이가 연기 끝나고 형아 나 어때? 하고 물어보는데. 차 배우가 눈동자만 데굴데굴 굴리네요. ㅋㅋ

└ 아이고 ㅠㅠ 우리 하준이는 배우보다 다른 길을 찾아야겠네요. 어째··· ㅠㅠ

그다음부터는 꽤나 재밌는 장면의 연속이었다. 갑자기 자기의 연기에 흥이 올랐는지. 화면 속 하준이가 차서준에게 상대 대사를 쳐달라고 요청한 것.

처음에는 동생을 달래보려 했지만. 이미 흥이 오를 대로 오른 하준이를 막지 못한 차서준이었다.

결국. 차서준은 잠시 마른세수를 한 뒤. 동생과 함께 ‘왕자의 난’을 재연하기 시작했다.

-아바마마!

-어허! 안 된다고 하지 않았느냐!

-형님이 보고 싶사옵니다!

-네···이노옴. 정녕··· 흡. 혼이 나고 싶더냐!

└ 차 배우가 간신히 웃음을 참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 그 어떤 돌발 상황에서도 흔들린 적 없다고 들었는데. 여기서 마구마구 흔들리네요. ㅋㅋㅋ

└ 한없이 진지한 하준이와. 자꾸만 입술이 씰룩거리는 차 배우. 정말 웅장한 연기대결이다. ㅋㅋㅋ

└ 그나저나 하준이는 초창기의 김우승이 떠오르네요. 혹시 우리 차 배우가 동생의 연기력도 달라지게 만들까요?

└ 동생들 너무 귀엽다. ㅋㅋㅋㅋ 왜 차 배우가 수상 소감의 마지막에 항상 하준이, 하윤이를 외쳤는지 알겠어요.

└ ㅇㅈ 저렇게 귀엽고. 차 배우만 따르는 동생들이 있는데. 어떻게 사랑한다고 안 외치겠음. ㅋㅋ

“김정범이 배우는 배우야. 저기서 웃음을 참네.”

ㅋㅋㅋㅋㅋㅋ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는 채팅창에 기름을 부은 건. 코를 벌렁거리며 어떻게든 웃음을 참고 있는 김정범의 모습이 클로즈업되었을 때였다.

‘가족 힐링’의 성공적인 첫 방송이었다.

*

- 배우 차서준의 첫 예능 출격. 첫방 시청률 16.7% 성공적인 스타트.

- 시청률 그 이상의 화제성. 벌써부터 시작된 예능인 차서준 효과?

- 첫 방송과 동시에 동시간대 1위에 우뚝 올라선 ‘힐링 가족’

- 기존 가족 예능과 차별성을 둔 진짜 ‘힐링’을 보여주는 ‘힐링 가족’

CBS 주말 가족 예능 ‘힐링 가족’은 성공적인 스타트를 끊을 수 있었다.

높은 시청률, 각종 커뮤니티 화제성. 이런 것들보다 놀라운 건. 차서준을 비롯한 출연자 가족들이 나왔던 관광지에 시청자들이 여행을 떠나기 시작했다는 점이었다.

물론 사소한 문제도 하나 있었다. 첫 방송이 나간 뒤. 하준이의 입이 엄청 튀어나와 버린 것.

자기가 봐도 화면 속 자신의 연기가 발연기였음이 느껴졌던 모양.

“나 다음 촬영 안 할 거야!”

이렇게 화가 나서 외쳤던 하준이었지만. 그 화는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 유치원에서 사르르 녹아내렸다.

“형아. 서연이가 나 엄청 귀여웠대. 근데 연기는 잘 못한다고 다음에는 하지 말래.”

“그래? 그런데 하준이 너 이제 다시는 촬영 안 하겠다며.”

“아, 아냐. 유치원에서 나 인기 짱 많았어. 다음에도 계속 촬영할래.”

이 또래의 어린아이들이 그러하듯. 유치원에서 ‘우와! 하준이 TV에 나왔어!’ 이런 반응이 어깨를 으쓱하게 만든 모양이었다.

하준이, 하윤이에게 다양한 경험과. 또 장래희망이 무엇일까에 대한 정답을 찾기 위해 결정한 예능 출연이었다.

그 결과. 하윤이의 노래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 좋았고. 또 하준이가 연기에 재능이 없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형에게 부끄럽다고 한 번도 연기하는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는 하준이었으니까. 어쩔 수 없지. 덕분에 정말 좋은 장면을 건지기도 했으니.

“하준아.”

“응?”

“하준이는 커서 어떤 일을 하고 싶어?”

내 물음에 하준이가 잠시 곰곰이 생각에 잠긴다. 사실 이맘때쯤의 아이들의 꿈이란 수시로 변하는 것이니 큰 의미가 없겠지만.

그래도 궁금했다. 6살의 하준이는 어떤 꿈을 꾸고 있는지에 대해서.

“비밀이야!”

응? 비밀이라고?

“나중에 말해줄래.”

이런. 나중이라는 말을 덧붙이는 걸 보니. 우리 하준이에게 장차 커서 되고 싶은 꿈이 생긴 모양이다.

촬영 도중에도 하준이는 동물만 보면 좋아하면서 달려갔었다. 혹시 그것과 관련된 꿈이 아닐까?

*

기사가 떴다. 배우 차서준의 차기작 관련 기사가.

문제는.

그 기사가 처음으로 올라온 곳이 한국이 아니란 점이었다.

- 할리우드 거장 세르지오 디난테. 극한의 상황 속 생존을 다룬 차기작. ‘왕자의 난’ 배우 차서준과 함께?

- 오스카의 남자 ‘세르지오 디난테’ 이번에는 동양의 어린 배우와 함께 도전한다.

- 한때 할리우드를 시끌시끌하게 만들었던 시나리오의 주인공이 나왔다? 세르지오 디난테 감독의 차기작 제작 준비 돌입.

- 할리우드 거장들과 첫 번째에 이어, 두 번째 작품을 준비하는 배우 차서준.

무슨 말이 필요할까.

└ 미,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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