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탑스타 어게인!-159화 (159/220)

159화

예고편이 공개된 이후. 모두가 넷티비 드라마 ‘왕자의 난’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때.

미국에서 관련 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사람들의 관심을 받은 건. 바로 내부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한 비공개 시사회 후기였다.

[12월 넷티비에서 공개 예정인 왕자의 난 내부 반응이 좋았다는데?]

지금 미국에서 넷티비 측 관계자들 모시고 했었던 내부 시사회 반응 이야기가 나오고 있음.

사실 우리 입장에서야 입이 떡 벌어질 만한 투자긴 하지만. 넷티비 입장에선 시장 개척을 위한 도전작 정도인지라 큰 기대를 안 했을 수도 있단 말이지.

그런데.

정작 내부 시사회가 끝나고 나니까. 넷티비 관계자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박수까지 쳤다는 말이 있음.

처음 투자할 당시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좋은 작품이 만들어져서 많이 놀랐다는 말까지 나오던데.

그리고 이건 확실한 정보는 아닌데. 김주철 감독과 박정아 작가에게 시즌2는 어떠냐는 말을 꺼냈다던데? 사실일까?

아니면 드라마 홍보를 위한 바이럴일까?

└ 이거 ㄹㅇ임? 예고편을 보니까 확실히 영상이나 미장센이 끝내주게 뽑힌 것 같긴 한데. 아직 공개도 안 했는데 벌써 시즌2 제작 이야기가 나올 정도라고?

└ 넷티비 측에선 처음 보는 장르의 드라마인데. 관계자들에게 너무 매력적으로 다가갔단 썰이 있음. 저 소식이 알려지고 나서 넷티비 시청자들도 기대를 좀 하는 모양이더라고.

└ 어허! 여태까지 우리 차 배우가 출연한 작품 중에서 대박이 아니었던 것이 없거늘. 왜 믿음을 가지지 못하고 ??? 이렇게 물음표를 띄우는가!

└ 그건 맞지. ㅋㅋㅋㅋㅋ 당장 직전에 찍었던 영화 디멘션 소서러로 국내에선 1100만 관객을 넘었고. 월드 박스오피스가 10억 달러임. ㄷㄷ

└ 이렇게 보니까. 차서준이 데뷔 이후 쌓은 필모들이 말이 안 되는 수준인데? 저 필모 중 두세 개만 쌓아도 탑급 소리를 들을 텐데. 저게 다 배우 하나의 필모라고? ㅋㅋㅋㅋㅋㅋㅋ

└ 그런데 님들. 우리 차 배우가 영화에 이어 이것까지 성공하면 어떻게 되는 건가요? 두 작품 모두 국내가 아니라 전 세계에서 히트시키는 건데?

사람들이 ‘왕자의 난’으로 떠들썩할 때. 아쉽게도 난 거기에 속할 수가 없었다. 그것은 앞으로도 마찬가지.

11살의 배우가 출연한 드라마의 영상물 등급 심사 결과가 나왔다. 모두가 예상하던 대로 청소년 관람 불가 확정.

서도현이 아쉬움을 느끼는 내 표정을 읽었는지. 코코아 한 잔을 건네며 달랜다.

“서준아. 아쉽더라도 보는 건 참아야 할 거다. 최종 등급 심사 결과가 청소년 관람 불가로 확정이 났으니.”

“알아요, 삼촌. 괜히 봤다가 실수라도 이야기를 꺼내게 된다면 말이 나올 수 있으니까요.”

“그렇지. 연예인으로서 정상에 올랐다는 건. 언제든지 추락하길 바라는 안티들도 많아진다는 뜻이거든.”

이번만큼 아직 11살이란 나이가 슬플 수가 없었다. 내가 찍은 작품을 내가 보질 못 한다니. 이게 무슨 호부호형을 못 하는 것도 아니고.

어쨌거나 서도현의 말처럼 이제는 행동 하나조차 조심해야 하는 나였다.

‘디멘션 소서러’를 통해 한국을 넘어 전 세계에서 인지도를 쌓기 시작한 만큼. 날 시기 질투하는 이들도 더 많아졌을 테니 말이다.

벌써부터 딱히 걱정할 필요는 없다. 과거 김도경 시절에도 구설수 하나 없는 사생활로 유명한 나였으니까.

“삼촌. 들어온 것들 보여주세요.”

“잠깐만 기다리렴. 바로 가지고 올 테니.”

오늘 학교가 끝나자마자 구름엑터스 대표실을 찾은 이유는 간단했다.

바로 미뤄두었던 광고 계약들이 기다리고 있는 것.

누군가 그럴지도 모른다. 왜 ‘디멘션 소서러’가 천만 관객을 넘었을 때 받지 않았냐고. 흔히 이 바닥에선 물이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한다는 말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다들 어떻게 미리들 알았는지. 이번 왕자의 난 역시 대박이 날 거라는 냄새들을 맡은 모양이다.”

배우 차서준에게 있어 아직 물은 들어오지 않았다. 서도현도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노를 저을 시간이라는 표현까지 했을 정도.

‘디멘션 소서러’를 통해 해외 팬들에게 배우 차서준의 존재에 대해 알렸다면. 이번 ‘왕자의 난’을 통해 확실하게 각인시킬 예정이었으니까.

소문이 말보다 빠른 게 이 바닥인지라. 이미 ‘왕자의 난’이 끝내주게 뽑혔다는 소문이 쫙 퍼진 모양이었다.

“자, 여기 삼촌이 먼저 서준이 네가 괜찮다고 느낄 만한 것들을 추린 것들인데. 원하는 것들을 고르면. 계약 시기는 드라마 공개 이후로 잡아보마.”

아역 배우 데뷔 이후 처음 광고가 들어왔을 때를 떠올려본다면. 지금 제안서에 적힌 숫자는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단위는 물론, 할리우드 진출 전과 비교하자면 앞자리 숫자도 달라져 버렸다.

여기서 넷티비 드라마 ‘왕자의 난’까지 대박이 난다면? 한 단계 더 올라가지 않을까.

서도현 역시 그 부분을 염두에 두고. 내가 원하는 광고들을 드라마 공개 이후로 협상에 들어가겠다고 한 것이고.

제안서들을 살펴보던 중. 흥미로운 것 하나가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어? 아파트 광고 모델도 들어왔네요?”

“서준이 네가 잘 모를 수도 있지만. 제안이 들어온 거기가 1군 건설사인데. 아마 저쪽에선 서준이 네 이미지를 높게 평가한 모양이다. 꽤나 조건도 좋아.”

한국을 넘어 해외에서까지 인기를 얻기 시작한 배우가 차서준이었다. 그런 차서준의 이미지와 자신들의 브랜드 홍보에 적합할 거라 판단한 것.

실제로 해외 수주도 많이 하는 건설사의 입장에선. 꽤나 매력적인 모델인 셈이다.

거기에 한 가지 더.

“이렇게 보니까 여기 브랜드와 제가 제법 인연이 있는 것 같아요.”

“그렇지? 지금 서준이 네가 살고 있는 아파트도 거기서 지은 것이니. 나름 스토리가 나올 것 같은데.”

“그러고 보니 다 삼촌 덕분이네요? 삼촌이 처음 집을 구해줄 때 거기를 선택했고. 또 배우 차서준이 있을 수 있도록 절 선택했잖아요.”

“녀석.”

서도현이 웃음을 터트린다. 항상 좋은 결과를 얻을 때마다 ‘도현 삼촌 덕분에 오늘날의 제가 있는 것 같아요.’라며 소감을 말하던 나였으니.

배우 차서준이 이제는 세계적인 배우로 발돋움을 시작했지만. 서도현의 눈에는 아직 마냥 어린 조카처럼 보일 터였다.

우리의 첫 만남이 6살의 유치원 발표회 때였으니까.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미리 어느 정도 결정을 내린 제안서들을 골랐다.

“안 그래도 생각해둔 것들이 있었거든요. 보자, 이거랑 이거. 마지막으로 이것들까지가 괜찮을 거 같아요.”

물이 들어온다고 수십 개의 광고를 찍을 필요는 없으나. 괜찮은 것들은 모두 하는 것이 나쁘지 않았다. 이제는 탑급 연예인 수준의 광고비를 받는 나였으니까.

그렇게 원하는 광고들을 모두 정하자마자.

“삼촌! 서준아!”

문이 벌컥 열리며 김도윤이 들어왔다. 그러다 무언가를 보고선 덜컥 몸이 멈춘다.

“서, 서준아?”

“마침 잘 왔네. 삼촌이랑 일 이야기도 다 끝나서. 슬슬 도윤이 너에 관한 걸 말하려던 참이었거든.”

사실 오늘 만나자마자 서도현이 하려는 말이 무엇인지 알고 있던 나였다. 바로 김도윤에 대한 부탁을 하려고 했겠지.

이미 내가 그 어떤 연기 선생님보다 훌륭하게 잘 가르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서도현이었으니까.

하지만.

서도현의 부탁보다 내 말이 더 빨랐다. 오늘부터 앞으로 있을 광고 촬영들을 제외하면 휴식인 나인지라. 김도윤을 가르치겠다고 했거든,

“오랜만이지? 이 모자.”

“으, 응.”

김도윤의 고개가 삐걱이며 끄덕여진다. 왜 모를까. 평소라면 친구로 누구보다 편한 나였지만. 이걸 쓰는 순간부터 엄격해졌는데.

그래도.

김도윤의 어엿한 배우로 성장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었다.

“자, 시작하자.”

*

수천만의 팔로워를 가진. 미국 유명 인터넷 방송인 토마스는 하루 휴식 기간을 가진 참이었다.

많은 인터넷 방송인들이 그러하듯.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수많은 채팅창을 보다가 홀로 휴식을 취할 때면 공허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뭔가 재밌는 게 없을까.”

팬들에게 묻는다면 ‘당장 방송 켜! 토마스!’ 이런 답변이 돌아왔겠지만. 아쉽게도 그건 정답이 될 순 없었다. 토마스에게 있어 인터넷 방송은 프로 정신을 가지고 임해야 하는 일이었으니까.

그때였다.

“왕자의 난?”

볼 게 뭐 없나 넷티비를 뒤적거리던 토마스의 눈에 무언가 걸린 것은.

안 그래도 듣긴 했었다. ‘디멘션 소서러’에서 동양에서 온 어린 배우가 환상적인 연기를 펼치긴 했다고.

아쉽게도 월드 코믹스 팬이 아닌 토마스는 그 영화를 보지 않았기에 소문만 들었던 참.

그 배우가 사우스 코리아 출신이고. 저 드라마 역시 넷티비가 저쪽 시장에 진출하며 제작한 드라마라는 것 정도까지만 알고 있었다.

“동양 퓨전 사극? 한 번 볼까?”

1편만 보다가 재미가 없다면 바로 끄면 될 테니. 토마스는 그렇게 생각하며 재생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왓?”

마지막 장면의 서늘함에 움찔하느라 보게 된 시계 때문에 화들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4시간이 사라졌다.

분명 심심함에 1편을 눌렀던 것 같은데. 정신을 차려보니 4시간이 사라진 것이다.

“왓 더···. 무슨 이런 미친 드라마가?”

왕의 자리라는 권력을 향한 탐욕, 투쟁, 그리고 죽음.

4화 마지막에 ‘과연 세자 저하께서 정녕 병으로 급사를 한 것 같소이까?’라는 대사를 들었을 땐.

“소름이 쫙 돋았다고.”

토마스는 자신도 모르게 흠칫 놀라 주변을 살펴야만 했다. 그 덕분에 벽에 걸린 시계로 4시간이 지났음을 알아차릴 수 있었지만.

여기서 문제.

1편부터 순식간에 4편까지 달린 토마스가 다음으로 할 행동은 무엇일까?

“이럴 때가 아니지.”

바로 늦은 저녁을 주문하고. 서둘러 5편을 트는 일이었다.

‘왕자의 난’ 등장인물들이 입고 있는 저 펄럭이는 옷도 예뻤지만. 무엇보다 머리에 쓰고 있는 저 이상한 모자에서 눈을 뗄 수가 없는 토마스였다.

“보자, 저 드라마가 코리아에서 제작되었다고 했지? 저거 쓰고서 방송하면 재밌겠는데?”

그렇게 핸드폰으로 인터넷을 뒤적거리던 토마스의 눈이 다시 멍하니 TV로 향한 것은.

“왓?!”

어린 세자가 갓을 매만진 뒤. 도포를 펄럭이며 습격자들과 처절한 전투를 시작했을 때였다.

그날 새벽.

수천만 팔로워 팬들을 가진 인터넷 방송인 토마스가 글을 하나 올렸다.

[헤이! 친구들!]

어, 음. 그러니까.

분명 오늘이 내 휴방이었잖아? 하루 쉬는 날. 그런데 정신을 차려보니까 새벽 3시인 거야.

여기서 다들 궁금하겠지?

대체 저 머저리는 무슨 짓거리를 했기에 새벽 3시에 잠도 안 자고 이런 글이나 쓰고 있는 거야?

워워. 들어봐. 오늘 휴식이라 심심하던 차에 넷티비를 켰다고.

거기서 새롭게 공개된 드라마 하나를 보게 된 거야.

그런데!

정신을 차려보니 내 손가락이 5편을 누르고 있었다고!!!

4시간이 사라진 거야!!

거기서 끝이 아니야. 허기가 져서 늦은 저녁을 주문하고 5편을 재생시켰는데!!!

왓?!

새벽 3시가 되었다고!!!

증거로 다 식어 빠진 피자 덩어리 사진을 첨부할게.

중요한 게 이게 아니지.

퍼킹 넷티비는 빨리 시즌2를 제작해야 할 거야.

안 그러면 내가 넷티비 본사에 쳐들어갈 테니까!

시즌2 내놔!!!

└ 얘 또 약 빨았음? 한동안 정신 차리고 방송 잘하는가 싶더니만. 또 이러네.

└ ㄴㄴ 지금 넷티비에서 공개된 ‘왕자의 난’을 본 것 같은데. 그걸 봤으면 저런 반응이 나올 만하지. 풔킹 넷티비는 당장 시즌2를 제작하라고!!!

└ 끼에에에!!! 시즌2 제작 소식을 당장 발표하지 않는다면. 총을 들고 가서 넷티비 관계자들의 어리석은 대가리에 구멍을 내버리겠어!!!

└ ??? 위에들 왜 저래? 무슨 좀비가 되는 전염병이라도 퍼진 거야?

└ 이유가 궁금하다면 당장 TV를 틀고 넷비티를 접속해. 그리고 왕자의 난을 찾아서 보라고. 네 인생에서 8시간이 사라지는 마법을 경험할 테니까. 낄낄

└ 한 가지 더. 내일 출근해야 한다면 1편 시작은 가능하면 주말에 하는 걸 추천해. 밤을 새고 출근했다가 직장에서 짤리면 안 되잖아? ㅋㅋㅋㅋㅋㅋㅋ

*

12월 13일.

넷티비를 통해 한국 퓨전 사극 ‘왕자의 난’이 전 세계 동시 공개가 되었고.

- 한국 드라마 ‘왕자의 난’, 넷비티서 첫 세계 1위

며칠 뒤 반응을 보던 나는 한 마디를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터졌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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