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탑스타 어게인!-155화 (155/220)

155화

입을 멍하니 벌린 채 나를 바라보고만 있는 두 사람이 있었다.

“···서준아?”

하나는 연사모의 한 명이자, 곧 태어날 조카의 아빠가 될 예정인 김우승.

“이, 이게 다 뭐야?”

다른 한 명은 당황하면서도 눈에 보일 정도로 기뻐하며 입꼬리를 씰룩거리는 김청아였다.

“형, 누나. 잠시만요. 일단 물건부터 다 옮겨야죠. 제법 많아서 얼른얼른 해야 돼요.”

설명을 요구하는 두 사람이었지만. 아쉽게도 지금 우승이 형의 집에는 우리 셋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내가 준비한 선물들을 설치하기 위해 기사분들이 따라온 것.

“이건 어디다가 둘까요?”

“누나. 어디가 좋을 것 같아요?”

“응? 저쪽 방에다가 두면 될 것 같아. 거기가 아기방이거든. 그보다 서준아.”

미리 말하긴 했지만. 정말로 이렇게나 많이 준비할 줄은 몰랐는지. 당황한 김우승이 설치 기사에게 말하는 나를 멍하니 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아무거나 잔뜩 사 온 것이 아니었다. 이미 주문하기 전에 김우승에게 아직 없는 것들을 확인한 뒤 준비한 셈이다.

“사용 설명법은 이미 알고 있어서. 아니다. 그래도 여기 청아 누나에게 한 번만 설명해주시겠어요? 사용할 사람이 정확하게 알아야 되니까요.”

“알겠습니다. 그러면 고객님. 잠깐 이쪽으로 오시겠습니까? 기본적인 조작법만 설명해드리겠습니다.”

김청아가 설치 기사에게 제품에 관한 설명을 듣는 사이.

“서준아. 이리 잠깐만 좀 와봐.”

김우승이 거실로 나를 데리고 나왔다. 그러더니 대체 저 많은 것들이 무엇인지에 대해 묻기 시작했다.

오늘 내가 선물과 함께 방문한다는 건. 어제 나와 했었던 전화 덕분에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나 잔뜩 들고 올 거라는 건 예상치 못한 모양이었다.

“형. 제가 말했잖아요. 태어날 조카를 위해서. 제가 정말 선물들을 많이 할 거라고.”

“했었지. 청아도 나도 들어서 알고는 있었는데. 이건 좀···.”

너무 많지 않나? 하는 김우승의 혼잣말이 들려왔지만. 무시했다.

이 형이 뭘 모르네. 육아용품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법이었다. 비싸면 비싼 물건일수록 엄마, 아빠를 편하게 도와주거든.

무엇보다.

“청아 누나가 저번에 그랬잖아요. 저거 있으면 좋을지도 모르겠다고.”

“서준아. 좋을지도 모를 것 같다고 했지. 있어야겠다고는 안 했던 거 같은데. 그리고 저게 다 몇 개고 얼마야.”

“에이. 대신 점심은 형이 사요. 난 짜장면에 탕수육이 좋더라.”

부부 일심동체 아니랄까봐. 설치 기사들이 떠난 뒤 김청아 역시 김우승이 했던 말을 똑같이 반복한다.

“선물이 너무 고맙긴 한데. 서준아, 이거 너무 많은 거 아니야?”

“에이, 누나. 조카에게 삼촌이 선물 사주는 게 당연한 거 아니에요? 그리고 누나 기사 못 봤어요? 저 이번에 첫 할리우드 영화가 대박 났잖아요.”

“봤어. 심지어 개봉하자마자 오빠랑 영화관에 가서 봤는걸. 진짜 데블 오리엔트를 데려다가 놓고 찍은 줄 알았어.”

만약 김청아와 처음 만났을 당시라면. 이런 선물들은 너무 과하다고 한사코 거절했을지도 몰랐다. 당장 남편인 우승이 형도 부자였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디멘션 소서러’를 통해 몸값의 앞자리 숫자가 달라졌다는 기사까지 나온 참이었다. 할리우드 진출작으로 천만 관객을 넘어버렸으니.

거기에 요즘 드라마 촬영에 고생한다고 저번에도 저녁을 대접했던 청아 누나인데. 예전에 우승이 형이 하준이, 하윤이에게 해준 선물을 생각하면 더 해주고 싶을 정도였다.

“서준아. 선물들 정말 고마워. 꼬물이도 삼촌 선물에 엄청 좋아할 거야.”

“뭘요. 더 필요한 거 있으면 언제든지 말해주세요.”

“아니야. 어머? 저것도 산 거야? 너무 고가의 제품이라 고민했었는데. 서준이가 최고네.”

김우승이야 ‘유니온’으로 데뷔한 이후. 중소돌의 기적이라 불릴 만큼 잘 나갔으니 놀라는 정도였지만.

평범한 직장인 생활을 하다 배우의 길에 과감히 도전한 김청아에겐. 내가 가지고 온 선물들을 보니 입이 떡 벌어지는 모양.

이 고마움에 대해 어떻게 감사를 표해야 하나 고민하는 김청아에게. 나는 매우 합리적인 보상안을 제시하였다.

“대신 누나랑 형이 오늘 점심 사주세요. 짜장면에 탕수육까지요.”

“오빠, 빨리 시키자. 서준이 배고프겠다.”

“응? 알았어. 항상 먹던 거기 괜찮지?”

“네! 거기가 제일 맛있는 거 같아요.”

내 선물들만으로 놀라면 안 될 텐데. 박우형과 김정범도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다.

원래 오늘 나와 같이 동시에 전해주려고 했는데. 두 사람이 준비한 선물들의 배송이 딜레이 되어버린 덕분에 나 혼자 오게 되었다.

“우승이 형. 많이 시키지 마요. 오늘 저녁에 형들도 만나기로 했잖아요.”

“아, 맞다. 그러면 점심은 간단하게 먹고. 저녁에 형들이랑 많이 먹자.”

“좋아요!”

그날 저녁.

김청아를 도와 상을 차리고 있다 보니. 형들이 도착했는지 초인종이 울렸다.

“어서 오세요.”

“오랜만입니다. 제수씨. 서준이는 벌써 와 있었네?”

“우승아, 이것 좀 받아줘. 마실 거 가지고 왔거든.”

“저도 왔어요. 오랜만이에요, 언니. 저도 선물 가지고 왔는데. 어디다가 둘까요?”

어쩌다 보니 나는 하루 종일 김우승의 집에 있었고. 박우형과 김정범도 저녁 시간에 맞춰 도착했다.

아, 한 명 더 있었다. 바로 김정범의 연인이 된 이설아까지.

조카가 태어날 날이 머지않았기에. 따로 음식을 준비하기보다 배달로 메뉴들을 선정했다. 방금 전까지 청아 누나를 돕던 것도 접시를 옮기는 일이었다.

오랜만에 형들과 한잔하는 것이 즐거웠는지. 김우승의 표정이 아주 행복해 보였다.

“요즘 촬영은 좀 어때?”

“끝내주지. 특히 어제 전투 씬 촬영이 있었거든. 그런데 거기서 다들 깜짝 놀랐잖아.”

“왜?”

김우승이 되묻자. 박우형과 김정범의 고개가 나를 향한다. 마치 ‘얘 때문에 그랬다니까.’ 이런 시선을 담아서.

이설아야 성우니 모르겠지만. 이미 과거 촬영장에서 나 때문에 놀람을 넘어 경악을 경험했던 김우승과 김청아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정범이 형. 평소에 운동을 더 해야 된다니까요.”

“그게 평소에 운동 좀 한다고 되는 거겠냐. 나는 무슨 너랑 닮은 스턴트 배우 하나 더 섭외한 줄 알았다. 애가 무슨 하늘을 날아다녀요.”

어제 촬영 내용이 그렇긴 했다. 무언가 중요한 정보를 건네받기 위해 정체를 숨긴 채 궁을 빠져나온 세자.

그리고 기회를 노려 세자를 처리하기 위해 움직인 의문의 복면인들.

호위를 단 두 명과 함께 궁을 빠져나온 세자이기에. 복면인들과의 쫓고 쫓기는 전투가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한쪽은 세자를 죽이기 위해서. 다른 한쪽은 지키기 위해 필사적이었으니.

“내가 어제가 되기 전까지는 솔직히 확신이 없었거든?”

“어떤 확신이?”

“우리 드라마가 넷티비를 통해 전 세계 동시 공개되잖아.”

김정범의 말에 듣고 있는 형, 누나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만약 TV 채널에서 한다고 하면. 무조건 대박이 날 거라는 확신이 있었어. 그런데 이게 서양에까지 동양 사극이 매력적으로 다가갈까? 이런 걱정이 있었단 말이야.”

“충분히 그럴 수 있지.”

저것은 ‘왕자의 난’의 제작 소식을 들었을 때. 제법 많은 이들이 걱정하던 부분이었다.

과연 정통 사극이 아닌, 퓨전 사극이라지만. 한국의 사극 드라마에 과연 서양인들이 매력을 느낄 수 있을까? 이 부분에 관한 것은.

“그런데. 어제 서준이가 도포에 갓을 살짝 매만지면서. 거침없이 칼을 휘두를 때 느꼈잖아. 캬, 저건 통한다.”

“맞지.”

옆에서 듣고 있던 박우형 역시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저런 반응이 나올 만도 한 게. 내가 봐도 꽤나 근사한 장면이 뽑혔기 때문.

후반 작업에서 그 장면에 배경 음악과 효과음이 들어간다면. 처음 사극을 접하는 서양인들도 꽤나 매력을 느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준이가 나중에 성인이 되었을 때. 어떤 배역이 가장 어울릴까 궁금했거든? 쟤가 지금까지 한 작품들을 보면 소화 못 하는 영역이 없잖아.”

“맞지. 다들 궁금해하고 있잖아. 이번 영화를 통해 한국도 좁다는 말이 나오고 있으니까.”

끄덕. 김우승의 추임새에 박우형이 고개를 끄덕인다.

“쟤 나중에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액션 영화 찍어도 잘할 거 같아. 아니, 그냥 그쪽에서 러브콜이 쏟아질 것 같아.”

김정범이 확신을 담아 말했다.

*

- 최종 관객수 1162만 명. 배우 차서준이 ‘디멘션 소서러’로 얻은 대기록.

- 단일 히어로 솔로 무비의 반란. 모두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성적을 거둬.

- 할리우드에서 주목하는 배우 차서준. 그 관심의 불길을 ‘왕자의 난’에서도 이어갈까.

- 월드 스튜디오 측 “우리 모두의 예상을 깬 디멘션 소서러의 월드 박스오피스 성적에 놀랐다.”

배우 차서준의 할리우드 진출작이자. 월드 코믹스 영화 ‘디멘션 소서러’의 최종 성적이 공개되었을 때. 정작 사람들이 관심을 가진 건 다른 부분이었다.

“차서준이 이번 영화 출연료로 얼마를 받았을까?”

바로 출연료에 관한 것.

아무리 한국에서 차 배우라고 불릴 정도로 탑급에 올라선 배우라지만. 아직 할리우드에 있어선 인지도조차 없었던 배우가 차서준이었다.

유럽에서 할리우드에 도전한 많은 배우들도. 자국 내 인지도와 관계없이 출연료를 받았다는 걸 고려했을 때. 많지 않을 거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글쎄. 월드 코믹스 영화 1페이즈 배우들의 출연료랑 비교해보면 얼추 나오지 않을까?”

그리고.

[미국에서 지금 디멘션 소서러 배우들 출연료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네요.]

요즘 다들 궁금해 했잖아요. 한국에서 천만 관객을 훌쩍 넘어 1150만 관객을 달성한 영화에 출연한 차 배우가 얼마를 받았을까.

지금 대략적인 숫자가 나왔는데. 계약 당시의 출연료가 30만 달러라고 하네요.

└ 응? 고작 그것밖에 안 됨? ‘세이버스’를 찍고 나서 공개된 배우들 몸값 보면 ㅎㄷㄷ 하던데?

└ 그건 히어로 솔로 무비를 2편씩 쌓다가 세이버스에서 올라간 몸값이고. 아예 이름조차 아무도 모르던 배우에게 30만 달러면. 꽤나 괜찮은 거임.

└ 맞지. 당장 세이버스의 히어로 중 하나는. 첫 시리즈 출연료가 20만 달러였음. 그게 2년 전이긴 해도 그거와 비교하면 나쁘지 않은 거. 차 배우의 첫 할리우드 진출작이잖아.

└ 그래도 한국에서만 1100만이 훌쩍 넘은 영화의 주연인데. 거기에 디멘션 소서러 흥행의 한 기둥을 세운 차 배우의 출연료라 생각하면 좀 아쉽네요. ㅠㅠ

└ 당장 디멘션 소서러 역을 한 데이븐의 출연료가 저거의 10배가 훨씬 넘을 텐데. 그래도 이번 영화를 통해 몸값이 확 뛰었으니 나쁘지 않은 장사인 거 같아요.

대략적인 출연료가 공개되었을 때. 한국의 많은 팬들은 아쉬움을 감추질 못했다.

30만 달러라면. 한국 돈으로 4억이 조금 안 되 수준이었으니까. 아무리 이번 영화를 통해 앞으로의 몸값과 광고비가 훌쩍 올랐다곤 허나. 팬들에게 있어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런데.

차서준의 ‘디멘션 소서러’ 계약에 러닝개런티 옵션이 달렸다는 것이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다.

[차 배우에 대한 출연료 이야기가 많아서. 미국에서 관련 업계에 일하는데. 썰 들은 게 좀 있어서 더 풀어봄.]

첫 미팅 당시. 감독이던 크리스 앤더슨이 차서준을 매우 높게 평가했단 것. 그리고 월드 스튜디오의 사장과 캐스팅 디렉터 역시 마찬가지라는 것.

그 결과 월드 박스오피스의 성적 단계에 따라 보너스 옵션이 발동된다는 사실이 알려지게 되었다.

└ 어? 그러면 지금 디멘션 소서러의 월드 박스오피스 성적이 어떻게 되죠?

└ 북미에서만 4억 달러 조금 안 되게 나왔어요. ㄷㄷ 거기에 북미 제외 매출은 6억 정도 나왔고요. 10억 달러도 가뿐히 넘겼으니. 옵션 다 발동되었을 거 같은데요?

└ 애초에 첫 시작인 히어로 단일 솔로 무비로 10억 달러를 넘을 거라곤. 월드 스튜디오도 예상하지 못 했을걸?

└ 저렇게 숫자로 놓고 보니까 미쳤네요. ㄷㄷㄷ 저래서 할리우드에서 우리 차 배우에게 관심을 엄청 가지는 거구나.

└ 디멘션 소서러가 인기 있는 캐릭터라곤 하지만. 첫 영화로 정말 말도 안 되는 성적을 거두게 만들었으니까요. ㅋㅋㅋㅋㅋ 이제 할리우드에서 차기작 하면 숫자 단위가 달라질걸요?

차서준의 ‘디멘션 소서러’ 출연료는 30만 달러에 불과하지만. 말도 안 되는 성적을 거두면서 그에 몇 배에 달하는 보너스를 받았을 거라는 예상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 그러면 차 배우가 이번 영화를 통해 얼마를 벌은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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